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95.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루치오 실라'(Lucio Silla)

정준극 2016. 12. 24. 21:27

루치오 실라(Lucio Silla) - Lucius Sulla(루치우스 술라)

모차르트가 밀라노 체류 중에 완성한 3막 오페라

여주인공 주니아 역은 카스트라토 베난치오 라우찌니를 위해 작곡


  

20대의 모차르트와 당대의 카스트라토 베난치오 라우찌니. 그리고 로마의 독재자 루치오 실라(루치우스 술라)


'루치오 실라'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3막의 이탈리아 오페라이다. 오페라의 장르로 보면 오페라 세리아이다. 그렇지만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루치오 실라'는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를 떠나 밀라노에 2년 동안 머물고 있는 중에 작곡한 것이다. 모차르트가 16세 때인 1772년에 완성한 오페라이니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엿볼수 있는 작품이다. 초연은 1772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 밀라노의 테아트로 레지오 두칼(Teatro Regio Ducal: Royal Ducal Theater)에서였다. 테아트로 레지오 두칼(왕립공작극장)은 당시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활동의 중심이 되는 극장이었다. 초연에 대한 반응은 '보통의 성공'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진주와 같은 아리아들로 인하여 상당한 호평을 받는 오페라가 되어 있다. 오리지널 대본은 테아트로 레지오 두칼과 인연이 깊은 시인이며 대본가인 조반니 데 가메라(Giovanni de Gamerra: 1742-1803)가 작성한 것이다. 그러나 모차르트가 사용한 대본은 조반니 데 카메라의 대본을 메타스타시오가 일부 수정한 것이다. 원래 성직자였다가 군인이 되어 많은 전공을 세운 덕분에 롬바르디 총독이 된 조반니 데 가마라는 시인과 대본가로서 수많은 오페라 대본을 남겼다. 대표적인 것은 요제프 미슬리베체크의 '일 메돈테'(Il Medonte), 조반니 파이시엘로의 '피로'(Pirro), 모차르트의 '루치오 실라' 등이다. 안토니오 살리에리는 특히 조반니 데 가마라의 대본으로 여러 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주니아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실라


모차르트가 '루치오 실라'를 작곡하게 된 것은 밀라노의 왕립공작극장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왕립공작극장은 1772-73년도 카니발 시즌에 공연할 오페라 세리아가 필요해서 밀라노에 와서 지내고 있던 모차르트에게 작곡을 부탁했다. 사실상 모차르트는 밀라노의 왕립공작극장을 위해 1770-71년도 카니발 시즌에 공연할 '(크레테 왕) 미트라다테'를 작곡해서 사람들을 기쁘게 만든 일이 있다. 그래서 왕립공작극장이 모차르트에게 다시 오페라 작곡을 의뢰했던 것이다. 오페라 '미트라다테'는 크레테 왕인 미트라다테(Mitradate: 135-65 BC: Mithridates VII)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트라다테는 로마의 침공을 막아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은 로마와 평화협정을 맺어야 했다. 당시 크레테와 대적하였던 로마의 통치자가 바로 루치오 실라였다. 그러므로 밀라노표 두 오페라는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수 있다. 밀라노에서의 '루치오 실라' 초연은 예정시간보다 3시간이나 늦게 막을 올렸다. 왜냐하면 주빈인 밀라노 대공이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페라는 새벽 2시에야 끝날수 있었다. '루치오 실라'는 모차르트를 오페라의 대가로서 만고에 이름을 남길수 있도록 만든 첫 스타트였다고 볼수 있다.


체칠리오를 만날 생각으로 기뻐하는 주니아


오페라의 주인공인 루치오 실라는 로마제국 시대의 이름난 정치가이며 장군이다. 이탈리아식 이름은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Lucius Cornelius Sulla)로서 보통 술라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기원전 139년에 로마에서 태어나서 기원전 78년에 61세로 이탈리아의 포추올리라는 곳에서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실라는 비상한 술수와 군사적 재능으로서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고 결국은 정치적 야망이 있어서 군대를 이끌고 로마를 장악하여 집정관(Consul)이 되었고 마침내 기원전 82년 경에 로마의 독재관으로 군림하였다. 실라는 반대파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으로 공포정치를 실시하였다. 로마의 역사에서 두번째 가라고 하면 서러워할 공포의 독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었다. 실라의 뒤를 이은 로마의 통치자가 저 유명한 가이우스 줄리어스 카이사르(시저)이다. 오페라 '루치오 실라'는 실라의 공포정치 중에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그린 것이다. 그런데 오페라에서는 실라를 처음에는 무자비한 독재자였으나 나중에는 자기의 못된 성질을 뉘우치고 선한 일을 한 인물로서 그렸다.


죽음을 다짐하는 주니아


실라는 로마를 장악하기 위해 침공하였을 때 로마를 방어한 장군인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딸이며 추방한 원로원인 체칠리오의 약혼녀인 주니아와 결혼하고 싶어한다. 주니아가 아름답기도 했지만 마리우스의 딸이기 때문에 반대파와의 화해를 위해 정략적으로 결혼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오페라에서는 실라가 주니아와 결혼하기 위해 여러 음모를 꾸미는 내용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체칠리오와 주니아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를 간절히 그리워하고만 있었고 그러면서 실라를 원망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실라의 여동생인 첼리아는 체칠리오의 친구인 친나를 사랑하고 있다. 오페라에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분명히 설명되어 있지는 않지만 아무튼 피날레 파트에서 실라가 자기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자기를 살해하려던 체칠리오를 용서하고 또한 체칠리오와 주니아의 결합을 용인하며 아울러 친나와 첼리아도 마침내 결혼하도록 허락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모차르트의 또 다른 역사 오페라인 '티토의 자비'도 티토(티투스)가 자비를 베풀어서 자기에게 대적하려던 사람들을 용서한다는 내용이지만 그 자비와 용서라는 것은 '루치오 실라'에 비하여 볼때 빈약한 것이다. 친나가 실라에게 실라를 암살할 계획을 세웠노라고 고백하지만 실라는 오히려 갑자기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며 또한 자기의 누이 동생인 첼리아와 결혼하도록 허락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아무튼 스토리는 그렇게 되어 있다. 사실상 오페라에서는 실라가 겪는 사랑과 증오, 평안과 불안, 죽음과 삶이라는 양면성을 그리고 있다. 그리하여 그러한 양면성에서 과연 어떤 것을 택해야 할지를 두고 번민하는 실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양면성은 클래식 소재의 전형으로 마치 어둠과 빛, 선과 악이 교차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주제이다. 이를 무대 예술에서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즉 명암법이라고 부른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영향을 받은 모차르트는 '루치오 실라'에서 키아로스쿠로의 기법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주니아(첼레나 셰이퍼)


루치오 실라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대단히 흥미롭기 때문에 여러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만들었다. 처음 나온 것은 헨델의 오페라 '실라'(Silla)로서 모차르트의 '루치오 실라'보다 거의 60년 전인 1713년에 처음 발표되었다. 모차르트의 '루치오 실라'보다 2년 후인 1774년에는 이탈리아의 파스쿠알레 안포시가 역시 '루치오 실라'라는 오페라를 만든 것이 있고 그보다 2년 후인 1776년에는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도 '루치오 실라'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만든 것이 있다. 모차르트의 '루치오 실라'는 밀라노에서의 첫 공연 이래 이탈리아의 몇 군데에서 무대에 올려졌지만 얼마 후에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비교적 근자에 이르러서 각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리바이발하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1967년에는 영국에서 처음 공연되었고(캠든 타운 홀) 2년 후인 1968년에는 미국에서 처음 공연되었다(볼티모어). 그렇더라고 '루치오 실라'는 아직은 가물에 콩나듯 공연되고 있을 뿐이다. 2005년에는 미국 산타 페 오페라가 공연했고 2011년에는 바르샤바에서 공연되었다. 그리고 2012년에는 클래시컬 오페라단이 런던에서 공연했고 2013년에는 바르셀로나에서 공연되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이 '루치오 실라'는 공연하지 않을수 없었다. 바르셀로나에서 공연되었던 그 해에 잘츠부르크의 1월 모차르트 주간 공연과 여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에서 공연되었다.  


번민하는 주니아. 산타페 오페라


오페라에서 체칠리오(체칠리우스)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한다. 모차르트는 체칠리오의 역할을 당시 인기절정의 카스트라토인 베난치오 라우찌니(Venanzio Rauzzini: 1747-1810)를 위해 작곡했다. 라우찌니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으며 작곡도 했다. 모차르트는 밀라노의 왕립공작극장을 통해서 라우찌니를 알게 되었고 그의 놀라운 음악적 재능에 대하여 감동하였다. 모차르트는 라우찌니를 위해서 여러 아리아를 만들어 주었다. 가장 뛰어난 아리아는 체칠리오의 첫번째 아리아인 Il tenero momento(달콤한 순간)이다. 이 아리아를 라우찌니가 어찌나 훌륭하게 불렀던지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라우찌니의 음역은 대단히 폭이 넓었다. 하이음으로는 중간 C에서 두 옥타브 위인 하인 A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사람들은 라우찌니를 프리모 우오모(Primo uomo)라고 불렀그 이후로도 오페라에서 뛰어난 남자 주인공을 프리모 우오모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 오페라에서 프리마 돈나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체칠리오의 약혼녀인 주니아의 역할은 그야말로 프리마 돈나의 역할이다. 초연에서 주니아의 이미지는 소프라노 안나 데 아미치스 부온솔라찌(Anna de Amicis-Buonsolazzi)가 창조했다. 모차르트는 주니아의 아리아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아리아의 스코어를 초연 전에 미리 안나 데 아미치스에게 보여주어 코멘트 할 것이 있으면 하도록 했다. 그런 것은 당시 오페라 공연에 있어서 하나의 관례였다. 주위 사람들은 주니아의 아리아가 대단히 어려운 파사지로 구성되어 있어서 안나 데 아마치스가 분명히 좀 고쳐 달라고 부탁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안나 데 아마치스는 두말하지 않고 모차르트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받아 들이고 해보겠다고 도전하였다. 2막에 나오는 Parto, m'affretto(나는 떠난다. 서둘러서!)이다. 주니아의 아리아는 화려한 기교를 요구하는 이른바 부라부라(Bravura)였다. 사람들은 안나 데 아미치스가 천사처럼 노래를 부른다면서 감탄했다.


주니아와 체칠리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초연에서 실라의 이미지는 테너 바사노 모르뇨니(Bassano Morgnoni)가 창조했다. 첼리아는 소프라노 다니엘라 미엔치(Daniella Mienci), 주니아는 소프라노 안나 데 아미치스, 체칠리오는 소프라노 카스트라토 베난치오 라우찌니가 이미지를 창조했다. 체칠리오의 친구인 친나는 소프라노가 맡도록 했다.


- 루치오 실라(Lucio Silla: Lucius Cornelius Sulla: T). 로마의 독재관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리릭 테너

- 첼리아(Celia: S). 루치오 실라의 누이 동생. 체칠리오와 사랑하는 사이. 리릭 콜로라투라

- 주니아(Giunia: Junia: S). 체칠리오와 약혼한 여인. 실라와는 원수사이인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딸. 드라마틱 콜로라투라

- 체칠리오(Cecilio; Cecilius: S castrato). 추방 중에 있는 로마의 원로원 의원. 메조소프라노, 리릭 소프라노, 리릭 메조소프라가 맡을수 있다.

- 루치오 친나(Lucio Cinna: S). 체칠리오의 친구

- 아우피도(Aufido: Aufidius: T). 루치오 실라의 친구 겸 충복. 집정관. 리릭 테너

- 이밖에 경비병들, 귀족들, 원로원 의원들, 시민들(합창단)


실라를 제거하겠다고 다짐하는 체칠리오


[1막] 로마의 티베르 강변에 있는 어떤 외진 곳이다. 독재자 실라에게 추방 당한 원로원 의원 체칠리오가 친구 친나를 만나고 있다. 체칠리오는 사랑하는 주니아를 만나고 싶어서 비밀리에 로마로 돌아온 것이다. 주니아는 로마를 침공한 실라와의 전투에서 패배하여 죽은 로마의 영웅 가이오 마리오(가이우스 마리우스) 장군의 딸이다. 친나는 주니아가 체칠리오가 죽은 것으로 믿고 애통 속에서 지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친나는 체칠리오에게 독재자 실라가 주니아를 사랑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 준다. 실라는 주니아를 차지하기 위해서 납치해서 연금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 준다. 또한 실라가 이미 체칠리오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는 사실도 전한다. 친나는 체칠리오에게 주니아가 자기 아버지의 무덤을 자주 찾아가고 있으므로 무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주니아를 만날수 있다고 귀띰해 준다. 체칠리오는 친구 친나가 그렇게 말해주자 크게 기뻐한다. 두 사람은 이제 얼마 후에는 독재자가 사라지고 로마에 참 자유가 올것이라고 믿는다. 친나의 낙천적인 내용의 아리아가 Vieni ov'amor t'inita이다. 친나는 체칠리오에게 사랑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던지 가야 한다는 내용으로 얘기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이므로 희망을 가지라는 말도 해 준다. 삶이라는 것은 바다와 같아서 풍랑이 일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평온해 진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하여 체칠리오가 사랑하는 주니아를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아서 기뻐하는 마음을 표현한 아리아가 In tenero momento(사랑스런 순간)이다.


산타페 오페라. 주니아와 체칠리오를 가로 막고 있는 실라


한편, 실라는 주니아가 자기의 사랑을 받아 주지 않고 계속 거부하자 이번에는 누이 동생 첼리아를 앞장 세워서 자기를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으로 주니아를 설득하고자 한다. 첼리아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실라의 부탁을 들어주면 자기도 실라에게 무엇이던지 부탁할수 있기 때문이다. 실라의 충복인 아우피도는 실라에게  힘으로 주니아를 차지하라고 말하지만 그 소리를 들은 첼리아가 적극 반대하는 바람에 실라도 그렇게 하지는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첼리아도 마지못해 주니아를 설득할 뿐이다. 첼리아의 아리아가 Se lusinghiera speme 이다. 아무리 고집세고 완고한 여자라고 해도 설득만 잘 하면 나중에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여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반대로 실라가 주니아의 마음을 얻고자 하면 진실되고 친절하게 대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첼리아가 주니아를 설득하지만 역시 짐작한 대로 실라를 증오하는 주니아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자기의 아버지를 죽였고 사랑하는 체칠리오까지 추방하였으며 끝내는 죽이려하는 실라를 결코 마음으로부터 존경할수 없었던 것이다. 주니아의 아리아가 Dalla sponda tenebrosa 이다. 그러자 분노에 넘친 실라는 주니아에게 마지막으로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자기를 사랑하던가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마지하라는 것이다. 실라의 아리아가 Il desio di vendetta, e di morte 이다. 주니아에 대한 실라의 모든 감정이 순간 증오로 변한 것이다. 이제 실라는 마음 속으로 주니아를 죽이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래도 일말의 동정이 있어서 죽이면 안된다는 생각도 한다. 다만, 나중에 주니아가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용서를 바란다면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이다. 


실라와 주니아, 첼리아와 친나


주니아가 도착한다. 합창과 아리오소가 Fuor di queste urne dolente 이다. 주니아는 목숨을 위해서 사랑과 타협하라고 하는 실라의 제안을 듣고 몹시 분노한다. 주니아는 아버지와 체칠리오에게 자기를 죽음의 땅으로 받아 들여 달라고 말한다. 이어서 주니아는 죽음을 행복하게 생각하며 이로써 실라는 자기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주니아는 시녀 한사람과 함께 로마의 영웅들을 안치한 영묘에 간다. 아버지 마리우스의 영묘도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주니아는 그곳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체칠리오를 극적으로 만난다. 주니아는 처음에 체칠리오의 모습을 보고 체칠리오의 혼령인 것으로 안다. 체칠리오가 죽은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체칠리오와 주니아는 뜨겁게 포옹하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다짐한다. 두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난관이 닥치더라도 앞날은 희망에 넘쳐 있을 것으로 믿는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발 공연. 체칠리오에 롤란드 빌라손


[2막] 승전의 트로피들로 장식되어 있는 회랑이다. 체칠리오는 로마의 원수이며 주니아의 원수인 실라를 죽여야만 평화가 올 것으로 믿는다. 체칠리오는 칼을 들고 실라가 지나갈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친나가 체칠리오를 적극 말린다. 친나가 체칠리오에게 어째서 이런 일을 하려고 하냐고 묻자 체칠리오는 꿈에 주니아의 아버지인 마리우스 장군이 나타나서 실라를 당장 죽이지 않으면 로마에는 평화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체칠리오는 지금 자기 가슴이 떨려오는데 이것은 분노일수도 있고 앞날에 대한 희망일수도 있다면서 Quest' improvviso tremito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체칠리오는 자기의 떠리는 마음이 분노이던지 또는 희망이던지 실라에 대한 복수는 멈출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는 중에 첼리아가 친나에게 다가와서 이제 자기들 두 사람은 결혼할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첼리아가 친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첼리아의 아리아 Se il labbrotimido 이다. 만일 자기의 입술이 사랑한다는 말을 밝히지 않는다면 자기의 눈이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를 말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실라의 충복인 아우피디오는 이번에는 실라에게 주니아를 죽이지 말고 대신 결혼을 서두르라고 말한다. 주니아의 아버지가 실라와 대적했던 사람이므로 반대파들과의 화해를 위해서도 주니아를 죽이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실라는 주니아와 결혼할 생각을 굳히며 아울러 누이 동생인 첼리아와 친나와의 결혼도 함께 거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주니아가 체칠리오의 친구인 친나를 만난다. 주니아는 친나에게 체칠리오를 실라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간청한다. 주니아의 아리아가 Ah se il crudel periglio 이다. 체칠리오가 위험에 빠진 것 같아서 두렵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친나가 체칠리오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면 누가 도와줄수 있겠느냐는 얘기이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의 무대


한편, 체칠리오는 실라가 무슨 수가 있더라도 주니아를 손에 넣겠다는 것을 알고 결국은 실라를 제거하지 않을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체칠리오의 친구인 친나는 실라를 암살하겠다는 체칠리오의 계획을 찬성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너무 조급하게 일을 진행하다가는 실패할 확율이 많기 때문이며 잘못하다가는 정말로 주니아의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은 친나도 실라를 죽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입장이다. 모두를 자유롭게 만들려면 독재자 실라를 죽일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이다. 친나의 아리아가 Nel fortunato istante 이다. 승리에 취해 있을 때에 암살을 거행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친나의 게획은 체칠리오의 것과는 다르다. 실라가 주니아와의 결혼을 그렇게도 원하기 때문에 일단 주니아가 실라와 결혼식을 올리도록 하고 결혼 첫날 밤에 침실에서 주니아가 실라를 죽이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실라는 주니아를 차지하여서 마음 놓고 있을 것이므로 그 기회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친나로부터 그 계획을 전해 들은 주니아는 그럴수 없다고 거절한다. 왜냐하면 자기가 실라와 결혼하는 것을 오해하여서 체칠리오가 무슨 끔찍한 일을 저지를지도 모르기 때문이며 한편으로는 실라가 자기와의 결혼을 무난히 치루기 위해 체칠리오부터 처단할지도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다. 결국 친나는 혼자서 실라를 처치할 생각을 한다. 주니아는 실라에게 실라와 결혼하느니 차라리 죽어 버리겠다고 다짐한다. 그 소리를 들은 실라는 이상하게도 상반된 감정을 가지게 된다. 한쪽으로는 주니아를 증오하여서 죽이겠다는 생각을 가지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한결같은 마음의 그런 주니아가 오히려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가진다. 정원에서 주니아는 체칠리오에게 실라의 포악한 행동이 두려우므로 어서 피하라고 강권하지만 체칠리오는 이제는 절대로 주니아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실라를 죽이는 일만이 모두가 살아 남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만일 암살이 실패로 돌아가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자기의 영혼이 주니아를 돌보아 주겠다고 말한다. 체칠리오의 아리아가 Ah se a morir 이다. 체칠리오는 주니아에게 마지못해 작별을 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뿐이라는 믿음을 가진다.


산타페 오페라. 주니아에 첼레나 셰이퍼(Celena Shafer)


한편, 첼리아도 오빠 실라의 지시로 주니아를 만나서 주니아가 사랑하는 체칠리오는 죽었으므로 실라와의 결혼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면한다. 만일 주니아가 실라와 결혼하게 되면 자기도 사랑하는 친나와 결혼할수 있으므로 기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주니아가 거절하자 어디까지나 마지못한 일이므로 오히려 주니아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첼리아의 아리아가 Quando sugl'arsi campi 이다. 여름에 내리는 비가 초원의 풀과 나무의 잎들을 푸르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영혼도 사랑의 비로 소생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실라는 마침내 의사당에서 원로원 의원들에게 정치적인 화해의 상징으로서 주니아와의 결혼을 승락해 줄것을 요청한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든 주니아도 의사당의 회의에 참석한다. 주니아는 과감하게 원로원 의원들 앞에서 체칠리오를 용서해 줄 것을 간청한다. 주니아의 아리아가 Parto, m'affretto(떠나리라, 서둘러서)이다. 슬픔으로 숨조차 쉴수 없다는 내용이다. 주니아는 한없는 슬픔을 벗어 던지기 위해 죽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말한다. 원로원 의원 중에서 실라의 요청에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자 주니아는 칼을 빼어 들어서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한다. 바로 그러한 때에 체칠리오가 의사당 안으로 뛰어 들어오며 뒤를 이어 친나가 들어온다. 독재자의 목숨을 취하려고 뛰어 들어온 것이다. 체칠리오의 암살 시도는 당장 실패한다. 그러자 체칠리오의 뒤를 따라 들어온 친나가 실라에게 자기가 의사당에 나타난 것은 실은 실라의 목숨을 보호하려고 였다고 말한다. 체칠리오는 경비병에 의해 지하감옥에 갇힌다. 이런 뜻하지 아니한 사건이 일어났지만 실라의 마음은 오히려 체칠리오와 주니아의 목숨을 초월한 사랑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칼스루에 헨델 페스트슈필 무대


[3막] 친나와 첼리아는 지하감옥에 갇힌 체칠리오를 만난다. 친나는 체칠리오에게 실라를 암살코자 했을 때 비겁하게 행동하지 않았으면 모두가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해를 구한다. 이어 친나는 첼리아가 실라에게 요청하여서 체칠리오의 목숨을 살려 준다면 첼리아가 원하는 대로 결혼하겠다고 약속한다. 친나는 또한 첼리아에게 실라가 주니아와 결혼하지 않도록 설득해 달라고 요청한다. 첼리아가 친나의 제안을 받아 들인다. 첼리아의 아리아가 Strider sento la procella 이다. 비록 혼돈과 불행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다고 해도 사랑과 희망이 있기 때문에 굳건히 서 있을수 있다는 내용이다. 주니아가 감옥에 갇힌 체칠리오를 어렵게 만난다. 주니아는 만일 실라가 체칠리오를 처형한다면 자기도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친나와 첼리아는 실라를 만나서 만일 실라가 주니아를 죽도록 만든다면 온 로마가 실라를 증오하게 될 것이므로 제발 주니아가 죽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간청한다. 체칠리오는 친나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체칠리오의 그런 마음에는 관계없이 친나는 체칠리오에게 실라가 절대로 체칠리오를 처형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왜냐하면 만일 그랬다가는 실라가 오히려 감당할수 없는 반발을 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친나의 아리아가 De piu superbi il core 이다. 독재자는 자기가 언젠가는 쇠사슬에 묶여서 처형될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떨고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다른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아무 죄도 없는 무고한 사람만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라는 얘기를 덧붙인다. 아우피도가 체칠리오를 처형하기 위해 데려가려고 경비병과 함께 나타난다. 죽음을 목전에 둔 체칠리오는 주니아에게 자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 눈물을 보면 너무나 고통스럽게 때문이라는 것이다. 체칠리오의 아리아가 Pupile amate 이다. 경비병들이 체칠리오를 처형하기 위해 끌고간 후 지하감옥에 홀로 남은 주니아는 오직 죽음만을 생각한다. 주니아의 아리아가 Fra i pensier 이다. 주니아는 체칠리오가 죽으면서 자기에게 어찌하여 그를 따라오지 않느냐고 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라(크리스틴 오랑)와 체칠리오(에이바 파인). 시카오 리릭 오페라


아우피도는 실라에게 주니아와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올리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하면 주니아로서도 어쩔수 없이 실라를 받아 들일 것이며 실라로서도 주니아를 죽이지 않고 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아우피도의 아리아가 Guerrier che d'un acciaro 이다. 전쟁터에 나간 병사는 두렵지만 전투에서는 두려움을 나타내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왜냐하면 두려움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믿수 수없는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라는 주니아에게 자기의 부인이 되어 달라고 마지막으로 간청한다. 하지만 주니아는 또 다시 완강하게 거절한다. 순간 분노한 실라는 주니아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실라의 아리아가 D'ogni pieta mi spoglio 이다. 자기는 오래전부터 주니아를 동정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실라는 자기가 차지하려던 여인을 죽이게 되어 마음이 몹씨 상해 있다고 말한다. 이제 주니아가 자기를 떠나므로 자기는 본래대로 잔인한 사람이 되려면 그렇게 될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사실상 실라의 마음은 혼란 속에 있다. 잠시후 체칠리오가 재판을 받기 위해 끌려 나온다. 사람들은 체칠리오가 실라를 살해코자 했으므로 분명히 사형에 처해질 것으로 믿고서 안타까워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긴다. 실라는 그가 얼마나 공정하고 위엄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주기로 결심한다. 더 이상 증오를 받을 독재자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실라는 체칠리오를 용서하고 집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한편 친나는 체칠리오에 대한 우정을 생각해서 실라에게 실은 자기도 실라를 살해코자 의사당에 들어갔었다고 고백한다. 실라는 그런 친나도 용서한다. 이제 체칠리오와 주니아는 결합하게 되었으며 마찬가지로 친나와 첼리아도 결혼할수 있게 된다. 모두 기뻐 환호하는 중에 실라는 더 이상의 독재는 없으며 로마에게 잃었던 자유를 되돌려 주겠노라고 선언한다.


체칠리오가 실라에게 죽임을 당할 것 같으면 자기도 따라서 죽겠다고 선언하는 주니아. 오페라 아틀리에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