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93.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의 '노부인의 방문'(Der Besuch der alten Dame)

정준극 2016. 12. 9. 07:00

노부인의 방문(Der Besuch der alten Dame) - The Visit of the Old Lady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의 3막 오페라

스위스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원작


 

작곡가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과 원작 희곡을 쓴 스위스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노부인의 방문'(Der Besuch der alten Dame)은 오스트리아의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Gottfried von Einem: 1918-1996)의 3막 오페라이다. 1971년 5월 23일 비엔나의 유서 깊은 비엔나 국립오페라극장(슈타츠오퍼)에서 초연되었다. 폰 아이넴은 스위스의 극작가인 프리드리히 뒤렌마트(Friedrich Dürrenmatt: 1921-1990)가 쓴 희곡인 '노부인의 방문'(영어 타이틀을 The Visit)을 바탕으로 삼아서 직접 대본을 작성했다.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은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지만 태어나기는 스위스의 베른에서였다. 그의 아버지가 베른주재 오스트리아대사관의 무관이었기 때문이었다. 폰 아이넴은 독일의 작곡가 겸 대본가인 보리스 블라허(Boris Blacher: 1903-1975)의 제자이다. 윤이상도 블라허의 제자이다. 이밖에도 아리베르트 라이만, 기젤허 클레베 등 뛰어난 현대음악 작곡가들이 제자 그룹에 포함되어 있다. 폰 아이넴은 1947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에서 처음 발표된 오페라 '단톤의 죽음'(Dantons Tod)으로서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그후 카프카 원작의 '심판'(Der Prozess: The Trial)으로 작곡가로서의 위치를 굳힌 사람이다. 폰 아이넴은 오스트리아로 돌아와서 활동하다가 1996년에 니더외스터라이히주의 오버뒤른바흐(Oberdürnbach)에서 세상을 떠났다. 원작인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원작의 '방문'은 기본적으로 코미디이지만 사회를 고발한 사실주의적 비극이라는 것도 간과할수 없는 일이다. 전체 극을 통해서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중점적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이 작품의 메인 메시지는 '돈이 타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무리 도덕적으로 무장된 사람이라고 해도 돈 앞에서는 무너진다는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내용이라고 할수 있다. 이 작품은 또한 여성의 권리, 돈의 위력, 매춘, 정의를 가장한 복수, 용서 등을 다루고 있으며 결론적으로는 인간성과 비인간성을 비유한 것이라고 할수 있다.


'노부인의 방문'이 초연된 비엔나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


오페라 '노부인의 방문'의 비엔나 초연은 오페라 연출의 귀재로 알려진 비엔나 출신의 오토 셴크(Otto Schenk: 1930-)가 감독했고 독일 출신의 저명한 지휘자인 호르스트 슈타인(Horst Stein: 1928-2008)이 지휘했다. 비엔나 슈타츠오퍼에서의 초연에서 타이틀 롤인 노부인의 이미지는 독일의 메조소프라노 크리스타 루드비히(Christa Ludwig)가 창조하였다. 베이스 바리톤 한스 호터(Hans Hotter)는 전도자로 등장했었다. 시기는 현재이고 장소는 중부 유럽(독일)에 있는 작은 마을인 귈렌(Güllen)이라는 곳이다. 독일 초연은 베를린의 도이체 오퍼에서 1972년 3월 1일이었다. 이어 1973년에는 슈트라스부르크와 칼 맑스 슈타트에서 공연되었으며 1976년에는 스톡홀름에서 공연되었다. 미국 초연은 1972년 10월 25일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였다. 영어 대본으로 번역된 공연이었으며 '대부', '지옥의 묵시록' 등 수많은 영화를 감독하여서 오스카상을 다섯번이나 받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가 연출을 맡았다. 가장 최근의 공연은 2010년 독일 괼리츠(Gölitz)에서였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클레어 차카나시안(Claire Zachanassian: MS)

- 클레어의 남편 7(Her Husband VII; 배우).

- 클레어의 남편 9(Her Husband IX: T)

- 집사(The Butler: Character T)

- 토비, 로비(Toby, Roby: 배우들)

- 알프레드 3세(Alfred Ill: High Bar). 귈렌 마을에서 상점 경영

- 알프레드의 부인(His Wife: Lyric S)

- 알프레드의 딸(His Daughter: MS)

- 알프레드의 아들(His Son: T)

- 시장(Mayor: Heldentenor)

- 전도자(Preacher: B-Bar)

- 의사(Doctor: Bar)

- 여자경찰(Policewoman: B-Bar)

- 이밖에 첫번째 여인(1st Woman: S), 두번째 여인(2nd Woman: S), 시민 호프바우어(Hofbauer: T), 시민 헬메스버거(Helmesberger: Bar), 기차역장(Station Master: B-Bar), 기관사(Train Driver: B), 차장(Conductor: T), 기자(Reporter: 대사 역할), 카메라맨(Cameraman: B), 음성(Voice), 그리고 귈렌의 시민들


시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귈렌에 도착한 노부인을 환영하고 있다.


독일의 귈렌이라는 작은 마을이다. 한눈에 보아도 점점 황폐해지고 있는 모습의 마을이다. 시장을 비롯한 시청의 관리들이 기차역에 니와서 클레어 차카나시안이라는 노부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마을에서 살던 여인인데 45년 전에 마을을 떠났다가 이제야 고향을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 여인인데 무엇때문에 시장을 비롯해서 여러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기차역에 나와서 노부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대단한 부자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돈많은 사람 중의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부자라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노부인이 정말 오랫만에 고향을 찾아오는 것은 아마도 옛날 남친이었던 알프레드를 보고 싶어서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알프레드는 물론 오래전에 결혼해서 아이들도 있는 사람이다. 지금은 마을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서 누구나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다음번 시장은 알프레드가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드디어 클레어 차카나시안이 도착한다. 하인과 하녀처럼 보이는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이다. 그런데 클레어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힘들어 보인다. 아주 쇠약해 보이는 모습이다. 게다가 팔다리는 마치 여러 사고를 당한 듯 상처 투성이다. 그렇지만 노부인의 기억력은 거의 50년이나 지났는데도 또렷하다. 예를 들어서 클라라 베셔(Clara Wäscher)의 이름도 잊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알수 있다. 하기야 클라라 배셔의 이름을 잊을수는 없었을 것이다. 클레어 노부인은 처녀 시절에 마을에서 알프레드와 좋아 지내는 사이였다. 그러다가 임신을 하였다. 알프레드는 그런 클레어를 걷어차 버리고 대신 클라라 배셔와 결혼하였다. 클레어는 가난한 집 여자였고 클라라는 잘 사는 집 여자였기 때문이다. 알프레드에게서 버림받은 클레어는 마을에서 살수가 없어서 가출하였고 함부르크까지 흘러 들어가서 몸을 파는 창녀가 되었다. 그후 클레어는 여러 남자들과 결혼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였다. 주로 돈 많은 남자들이었다. 지금의 남편은 일곱번째가 된다. 클레어는 과거의 남편들과 헤어지면서 막대한 재산을 받아서 결국 대단한 부자가 된 것이다. 어느덧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러서 클레어는 노부인이 된다.


45년만에 옛 애인 알프레드를 만난 노부인


클레어는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한다. 자기를 버린 알프레드에게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귈렌 마을에 도착한 클레어는 마을 사람들에게 만일 알프레드를 죽여 줄 것 같으면 상상도 할수 없는 막대한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사람을 죽이다니! 그것도 얼마 안 있으면 시장이 될 알프레도를 죽이다니! 마을 사람들은 그럴수 없다고 하면서 노부인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알프레드를 죽이고 노부인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아 챙기리라고 믿는다. 마을 사람들은 결국 죽을 알프레드이므로 그의 상점에 가서 되도록이면 비싼 물건들을 외상으로 사기 시작한다. 알프레드가 죽으면 외상값이 무효가 된다는 생각에서이다. 심지어 알프레드의 아들도 아버지가 죽을 것으로 생각해서 모터사이클을 외상으로 산다. 그러면 알프레드는 어떤 상황인가? 알프레드는 사람들로부터 자기를 죽이면 많은 돈을 가지게 된다는 얘기를 듣고 난후 겁이 나서 마을에서 도망갈 생각을 한다. 그런데 평소에는 그렇게도 잘 대해주던 마을 사람들인데 알프레도가 멀리 떠나려고 한다는 기미를 눈치채자 떠나게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마침내 마을 극장에서 마을 사람들 전체가 모이는 회의가 열린다. 그리고 노부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알프레드를 죽여서 돈을 받자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평소에 알프레드와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이 결국 알프레드를 죽인다. 노부인은 알프레드의 시신을 확인하고서 시장에게 약속한 대로 거금이 적혀 있는 수표를 건넨다. 마을 사람들은 기쁜 나머지 춤을 춘다.  

 

뉴욕시티오페라의 무대. 클레어가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그의 다리 하나는 의족이다. 그만큼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는 의미이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원작의 희곡 '방문'은 여러 분야에서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세계 각국에서 독일어를 외국어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필수 교재가 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또한 '방문'은 독일어 학생들이 가장 자주 공연하는 연극이 되어 있다. 연극 '방문'은 1956년 취리히 샤우슈필하우스(연극장)에서 '노부인의 방문'(Besuch der alten Dame)라는 제목으로 처음 공연되었다. 이때 스위스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연극배우 겸 캬바레티스트인 루에디 발터(Ruedi Walter: 1916-1990)가 내시와 같은 장님인 로비의 역할을 맡아서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오리지널 희곡인 '방문'은 취리히에서의 초연이 있은지 2년 후인 1958년에 미국에서 처음 연극으로 선을 보였다. 브로드웨이에서였다. 그런데 미국 공연은 오리지널 내용과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이어서 오리지널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안겨 준 것이었다. 미국 초연은 피터 브룩(Peter Brook)이 감독하였고 부부배우인 알프레드 런트(Alfred Lunt)와 린 폰탄느(Lynn Fontanne)가 주역들을 맡은 것이었다. 1964년에는 미국에서 '방문'(The Visit)라는 제목의 영화가 제작되어서 상당한 반응을 얻은 일이 있다. 베른하르트 비키(Bernhard Wicki)가 감독했고 잉그리드 버그만과 안소니 퀸이 주연한 영화였다. 그런데 스토리는 오리지널에 비하여 상당히 변경된 것이었다. 끝부분이 특히 그러했다. 마을 사람들이 알프레드(영화에서는 세르게이 밀러)를 처형코자 할 때에 노부인이 처형을 중지시킨다. 마을 사람들이 알프레드를 처형하기 위해 만든 죄목은 당연히 조작된 것이었다. 노부인은 죄목이 조작된 것이므로 처형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노부인은 마을 사람들에게 약속대로 돈을 지불하면서 단 한가지 조건을 붙인다. 알프레드가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 속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는 조건이다. 마을 사람들이란 누구인가? 돈 때문에 자기에게 조작된 죄목을 씌어서 처형하려 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알프레드 런트와 린 폰탄느


미국의 존 칸더(John Kander)가 작곡하고 프레드 에브(Fred Ebb)가 대본을 쓴 뮤지컬 '방문'(The Visit)도 화제를 불러 모았다. 2001년에 시카고 굿맨극장에서 치타 리베라(Chita Rivera)와 존 맥마틴(John McMartin)이 주역을 맡아서 공연되었다. 이 뮤지컬은 2015년에 브로드웨이로 진출하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방문'은 TV 영화, 연극, 영화, 뮤지컬 등으로 제작되어 끊이지 않는 관심을 받았다. 예를 들면 1976년에는 레바논에서 아랍어로 TV 드라마로 소개되었는데 아랍국가에 '방문'이 소개되어 호평을 받은 케이스이다. 참고로 원작 희곡의 줄거리를 소개코자 한다. 만일 오페라를 볼 기회가 있다면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해서이다. 연극도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 귈렌 마을 사람들이 이곳 출신의 억만장자인 클레어 차카나시안의 도착을 기다리는 것으로부터 연극은 시작된다. 귈렌은 어려운 시기에 빠져 있다. 마을 사람들은 클레어가 마을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톤 쉴(Anton Schill: 독일어 버전에는 알프레드 3세)은 귈렌에서 잡화상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마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인기도 많다. 안톤은 젊었을 때에 클레어와 연인사이였다. 마을 시장은 안톤에게 클레어로부터 기부금을 받아내는 역할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고 안톤도 그렇게 하겠다고 동의했다. 마침내 클레어가 도착한다. 남편과 함께 왔다. 안톤을 만난 클레어는 안톤과 짖궂은 농담도 섞어가며 즐겁다는 듯 시시덕거린다. 정말로 오랫만에 클레어를 만난 안톤은 클레어가 그렇게도 즐거워서 쉴새없이 떠들어 대는 모습을 처음 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제 어느덧 60대가 넘었으며 몸매도 예전처럼 날씬하지 못하고 푸짐한 편들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클레어의 손은 의수이며 다리도 의족이다. 놀라운 일이다. 클레어의 과거에 무슨 험난한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비록 억만장자이지만 한쪽 손도 없고 한쪽 다리도 없는 기막힌 형편이다. 클레어는 그런 자기의 모습을 안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눈치이다.


노부인의 방문


클레어는 호텔에 방을 정한 후에 곧바로 자기의 홈 컴잉을 축하하기 위해 호텔 밖에 모여 있는 마을 사람들을 만난다. 클레어는 마을 사람들에게 거금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한다. 아마 스위스 프랑으로 줄 모양이다. 기부금의 반은 마을을 위해서, 나머지 반은 마을 사람들 중에서 마땅한 사람에게 직접 주겠다는 얘기다. 그 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기쁨은 클레어의 집사가 앞으로 나와서 기부금을 내는 조건을 말하자 순간 입들을 다물고 잠잠해 진다. 클레어의 집사는 다름 사람이 아니라 예전에 귈렌 마을에서 판사를 하던 사람이다. 집사는 1910년에 클레어가 안톤을 상대로 친자소송을 냈던 사건을 얘기한다. 클레어와 안톤은 깊이 사귀어서 클레어가 임신까지 하게 된다. 안톤은 클레어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나몰라라 한다. 그래서 클레어가 소송을 냈던 것이다. 소송에서 안톤은 조작된 증인을 두 사람이나 내세워서 재판에 이긴다. 그후에 안톤은 마틸데라는 아가씨와 결혼한다. 마틸데는 잡화점을 가지고 있었고 안톤과 결혼한 후에는 안톤이 잡화점의 주인이 된다. 한편, 클레어는 함부르크로 가서 창녀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안톤과 클레어의 아이는 1년 후에 세상을 떠난다. 이제 본론을 말하자면 클레어의 기부금은 안톤을 죽이는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마을 시장은 안톤을 죽여야만 기부금을 받는다고 하는 놀라운 소리를 듣자 절대로 그럴수 없다면서 클레어의 제안을 일단은 거절한다. 하지만 마음들은 돈을 받자는 편으로 기울고 있었다. 클레어는 호텔에서 기다리겠으니 결정해서 알려 달라고 말한다.



[2막] 안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과대망상증에 빠진다. 왜냐하면 마을 사람들이 안톤의 상점에서 비싼 물건들만 골라서 외상으로 사기 때문이다. 노부인이 제안한 대로 어쩌면 안톤이 살해 당할지 모르므로 그렇게 되면 외상 값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서이다. 불안해진 안톤은 경찰서를 찾아가고 시장을 만나서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지만 이들은 안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할 뿐이다. 실은 시장도 안톤의 상점에서 새로 들어온 비싼 물건을 외상으로 산 일이 있다.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은 안톤은 이번에는 교회 목사님을 찾아간다. 목사님은 안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로 위로해 준다. 그러면서 실은 노부인이 마을 사람들의 빚을 모두 갚아주겠다고 약속했다는 말을 하며 안톤에게 어서 마을에서 도망가라고 충고한다. 안톤은 도망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간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모두 기차역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닌가! 마을 사람들은 안톤에게 어디를 가려고 기차역으로 왔느냐고 묻는다. 안톤은 호주로 갈 생각이라고 대답한다. 마을 사람들은 안톤에게 호주에 가서 잘 살게 되기를 바람다고 말하지만 귈렌에서도 아무런 걱정이나 두려움 없이 지낼수 있는데 어째서 떠나려고 하느냐고 말한다. 안톤은 마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경이 예민해져서 못견딜 지경이다. 안톤은 떠나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기차가 도착하자 안톤은 차마 기차에 올라타지 못한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누군가가 자기를 떠나지 못하게 막을 것임이 틀림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안톤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며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라고 소리친다.



[3막] 클레어는 귈렌 교회에서 새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아홉번째 남편이다. 결혼식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몰려온다. 기자들은 과거에 안톤과 노부인이 무슨 관계에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가시를 싣기 위해 안톤과 인터뷰하고 싶어하지만 안톤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의사와 교장이 클레어를 찾아가서 클레어가 마을에 도착한 이래 마을 사람들이 물건들을 많이 샀기 때문에 갚아야 할 돈이 상당히 많아졌다고 설명하고 제발 안톤에게 복수하려는 생각은 접어 두고 제발 마을을 위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만 주면 고맙겠다고 간청한다. 그러자 클레어는 그동안 마을에 있는 재산들을 거의 모두 매입해서 자기 소유로 만들었다고 밝히고 그래서 마을에서의 사업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안톤은 마을 사람들이 계속해서 비싼 물건들을 외상으로 사가기 때문에 더욱 두려운 마음으로 어찌할줄 모른다. 술에 취한 교장이 기자들에게 노부인의 제안을 말해주려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러지 말라고 제지한다. 마을 사람들과 기자들과 교장 등이 밀치고 당기면서 한동한 혼란을 일으킨다. 잠시후 혼란이 진정되자 교장은 안톤을 직접 만나서 안톤의 앞날에 대하여 솔직하게 의논한다. 교장은 안톤에게 언젠가는 틀림없이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말하며 실은 자기도 그 살인자 그룹에 속하게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안톤은 과거 자기의 죄를 인정하고 지금 마을 사람들이 갈등 속에서 지내고 있는 것은 모두 자기의 잘못 때문이라고 말한다. 교장이 떠나자 이번에는 시장이 안톤을 만나러 온다. 시장은 안톤에게 그날 저녁 마을 모임이 있어서 안톤의 죄를 재판할 것인데 참석하겠느냐고 묻는다. 안톤은 참석하겠다고 대답한다. 시장은 안톤에게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권총 자살을 하면 모두에게 편한 일이라고 넌즈시 말한다. 그러나 안톤은 자살에 대한 제안을 거절하면서 마을이 재판을 통해서 자기를 사형에 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안톤은 아들이 최근에 구입한 새차에 부인과 딸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나간다. 부인과 딸은 모두 새 옷을 입고 있다. 안톤은 부인과 딸에게 저녁의 마을 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숲에서 산책을 하겠다고 말한다. 부인과 딸은 영화관으로 간다. 안톤은 숲에서 새로 결혼한 함께 걸어오는 클레어를 만난다. 클레어는 안톤에게 그를 한시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랑이 무언가 괴물로 자랐다고 말한다. 저녁이 되어 안톤은 마을 회의에 도착한다. 기자들이 많이 와서 있다. 시장은 마을이 클레어의 기부금을 받아 들일지를 결정키로 했다고 선언한다. 마을 사람들이 투표를 한다. 만장일치로 기부금을 받아 들이기로 결정한다. 시장은 안톤 때문에 마을이 막대한 자금을 기부 받았다고 하면서 안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한다. 갑자기 회의장의 문이 잠기고 불이 침침해 진다. 그 틈을 타서 어떤 마을 사람이 안톤을 죽인다. 잠시후 어떤 기자 한명이 회의장에 겨우 들어선다. 의사는 안톤이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었다고 선언한다. 다른 기자들도 회의장에 들어온다. 기자들은 안톤이 기쁘게 죽었다고 말한다. 클레어가 안톤의 시신을 조사하고 죽은 것을 확인한다. 클레어는 시장에게 수표를 건넨다. 그리고는 안톤의 시신을 관에 넣은후 함께 마을을 떠난다. 관은 노부인이 얼마 전에 마을에 왔을 때 함께 가져온 것이다.


클레어와 마을 사람들(시장, 경찰서장, 목사, 의사 등등)


이 연극은 여러 분야에서 많은 점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우선 여권(女權)에 대한 사항이다. 스위스에서는 1971년까지도 여성의 참정권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스위스의 어떤 칸톤(도 또는 성)은 1990년에 가서야 비로소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하였다. 스위스는 이웃 리히텐슈타인과 함께 근자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국가였다. 연극 '방문'에서는 마지막 파트에 마을 사람들이 회관에 모여서 투표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에도 여자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이 작곡한 오페라에서는 스위스에서 여자들에게 투표권을 인정한 것과 함께 여자들도 투표에 참여하는 것으로 재설정되었다. 폰 아니넴의 오페라 '노부인의 방문'은 스위스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을 인정한 1971년에 초연을 가졌다. 여성의 권리가 무시된 것은 클레어가 자기의 운명을 자기가 결정하지 못하는 여성으로 등장한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클레어는 남자들 때문에 사창가로 던져저서 창녀가 되었던 것이다.


또 하나 고려해야할 사항은 정의에 대한 문제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 작품에서는 정의를 돈으로 살수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정의의 부패이다. 안톤은 젊은 시절에 클레어에게 임신을 시켰고 클레어가 친자소송을 내자 증인 두 사람을 돈으로 매수하여 결국 클레어가 재판에 지게 만들었다. 정의를 돈을 주고 산 분명한 케이스였다. 재판에 진 클레어는 어떻게 되었는가? 불명예를 안고 고향마을을 떠나 저 멀리 환락의 도시 함부르크에 흘러들어가서 창녀가 되었고 그후 돈을 받고 뭇 남성들의 성욕을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 돈이 인간성보다 우위에 있는 현상이었다. 그후 클레어는 자기를 인간이하의 생활로 몰아 넣은 안톤에게 복수하기로 하고 말하자면 현상금을 내건다. 누구든지 안톤을 죽이면 막대한 돈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돈이면 사람의 생명도 마음대로 할수 있다는 논리이다. 클레어는 '정의'와 '처벌'을 동일시한 것이다. 또 하나의 경우가 더 있다. 클레어의 집사가 된 보비의 경우이다. 보비는 원래 귈렌 마을의 판사였다. 그러다가 클레어가 월급을 많이 주겠다고 하자 판사를 그만두고 클레어의 집사가 되었다. 그후 보비는 클레어의 복수사업에 조력자가 된다. 이것도 돈으로 정의를 산 케이스에 해당한다. 클레어는 미국에서 갱노릇을 하다가 사람을 죽여서 전기의자에 앉게 될 운명의 로비와 토비를 돈을 주고 구해준다. 클레어는 미국이 되었건 어느 나라가 되었건 이들 나라의 정의 시스템을 돈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방문'에서는 물질만능 사상이 도처에서 기승을 떨치고 있으며 이는 곧 돈이면 못할 것이 없다는 사상에 경고를 던져주는 것이 아닐수 없다.


다음으로 고려해야할 사항은 매춘에 대한 것이다. 매춘은 전편을 통해서 여러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클레어는 친자소송에서 패하자 창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사회의 일반적인 규범에서 소외된 퇴폐적인 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클레어는 부정한 여인, 부패한 여인으로 낙인이 찍힌다. 클레어는 섹스 시장에 대하여 심도있는 레슨을 받는다. 남성들의 성에 대한 욕심을 돈으로 충족시킬수 있는 사회이다. 클레어의 첫번째 남편은 나이 많은 미국의 억만장자였다. 그 억만장자는 돈으로 젊고 아름다운 와이프를 산 것이다. 그리고 클레어는 나중에 그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상속 받아서 무슨 일이든지 할수 있는 상황이 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방문'은 법의 원칙이 무시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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