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96. 안토니오 체스티의 '황금사과'(Il pomo d'oro)

정준극 2016. 12. 28. 10:32

황금사과(Il pomo d'oro) - The Golden Apple

안토니오 체스티의 프롤로그와 5막의 바로크 오페라

신성로마제국 황제 레오폴드 1세와 스페인의 마르가레트 테레사 공주의 결혼 축하 작품

그리스 신화 '파리스의 심판'(El Juicio de Paris)에 바탕


'파리스의 심판'. 루벤스 작품. 파리스가 세 여신인 아프로디테, 아테나, 헤라 중에서 누구에게 황금사과를 주어야 할지를 결정하고 있다. 파리스는 트로이의 헬렌을 얻기 위해 황금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준다.


'황금사과'(Il pomo d'oro)는 이탈리아의 바로크 작곡가인 안토니오 체스티(Antonio Cesti: 1623-1669)가 작곡하고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정시인인 프란체스코 스바라(Francesco Sbarra: 1611-1668)가 대본을 쓴 5막의 오페라이다. 오페라 '황금사과'는 1668년 특별히 설치된 비엔나의 야외극장에처 처음 공연되었다. 원래 이 야외극장은 신성로마제국 황제이며 오스트리아 대공인 레오폴드 1세와 스페인 합스부르크의 마르가레트 테레사 공주의 결혼식을 거행하기 위해 건축된 것이다. 야외극장이 비엔나의 어느 장소에 설치되었는지는 기록이 없어서 분명하게 알지 못하지만 지금의 쇤브룬 궁전 부근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결혼식장을 야외극장으로 변경한 건축물은 '황금사과' 공연 이후 거의 사용되지 않았고 세월과 함께 어느 틈엔가 철거되었다. 분명한 것은 이 야외극장은 규모가 대단히 커서 약 3천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수 있었다는 점이다. 오페라 '황금사과'는 오페라의 역사에서 몇가지 기록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우선 공연시간이 너무 길어서 이틀에 걸쳐 공연되어야 했다. 계속 공연한다면 8시간 이상이 걸려는 작품이다. 어떤 기록에는 10시간이 걸리는 공연이라고 되어 있다. 당시에 일반적인 오페라의 공연시간은 3시간이 넘지 않는다는 것이 관례였다. 서막(프롤로그)과 1막과 2막은 1688년 7월 12일에 공연되었고 3막, 4막, 5막은 하루 쉬고 난 후인 7월 14일에 공연되었다.


'황금사과'는 합스부르크의 레오폴드 1세와 스페인의 마르가레트 테레사 공주의 결혼을 기념하여 작곡되었다.


또 하나의 기록은 아마도 가장 많은 경비가 투입된 무대 제작이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시에 오페라 한 편을 제작하려면 보통 2만 플로린스면 충분했는데 '황금사과'는 무려 30만 플로린스가 들었다는 것이다. 30만 플로린스가 오늘날 화폐가치로 얼마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단한 액수임에는 틀림없다. 새로운 기계장치를 위한 무대제작비가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커다란 배가 파선되는 장면, 거대한 탑들이 무너지는 장면, 코끼리 등 아프리카 동물들이 출연하는 장면, 신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 등 특수효과를 사용하여서도 연출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황금사과'는 전 5막에 2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장면이 바뀔 때마다 무대 세팅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제작비가 들지 않을수 없는 오페라였다. 그리고 야외극장의 잇점을 충분히 살려서 공연도중에 불꽃을 쏘아 올려 감탄을 자아내게 했는데 무려 7만 3천개의 불꽃을 쏘아 올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세번째 기록은 일반 오페라보다 훨씬 많은 출연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주역급만 해도 거의 50명에 달하는 대규모 오페라였다. 이만한 규모의 공연은 당시로서도 획기적이었다. 결론적으로 오페라 '황금사과'는 음악적으로도 예외적이었지만 드라마틱한 다양성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단한 작품이었다. 오늘날 '황금사과'를 리바이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스코어가 분실되어서 찾을수 없기도 하지만 만일 스코어가 있다고 해도 여러 명의 카스트라토를 섭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황금사과'는 코믹한 내용과 비극적인 내용이 혼합된 작품이다. 공연 중에는 수많은 아리아와 앙상블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노래의 잔치이다. 그리고 각 막의 피날레는 화려한 발레로서 장식되도록 했다.


1668년 '황금사과'의 초연이 이루어졌던 비엔나의 여외극장의 웅장한 무대


'황금사과'는 안토니오 체스티가 합스부르크의 레오폴드 1세(Leopold I: 1640-1705)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스페인의 마르가레트 테레사(Margaret Theresa: 1651-1673) 공주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한 것이다. 레오폴드 1세와 마르가레트 테레사는 1666년에 결혼했다. 두 사람이 결혼할 때에 레오폴드 1세는 26세였고 마르가레트 테레사는 15세였다. 마르가레트 테레사는 결혼한지 7년 후에 21세로서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이 결혼한 1666년이면 우리나라는 조선 현종 7년 때이다. 현종은 효종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사람이며 현종의 뒤를 이은 왕이 숙종이다. 아무튼 '황금사과'는 원래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 작곡되었으나 제작에 시간이 걸려서 결혼식이 거행된지 2년 후인 1668년에야 비로소 공연될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결혼기념공연이 아니라 황비 마르가레트 테레사의 17세 생일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명분을 바꾸었다. '황금사과'의 무대 디자인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비엔나에 와서 활동하고 있던 루보디코 오타비오 부르나치니(Ludovico Ottavio Brunacini)라는 사람이었다.


오페라의 내용을 그리스 신화인 '황금사과'로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사람은 레오폴드 1세 황제 자신이었다. 레오폴드 1세는 궁정시인인 프란체스코 스바라에게 대본을 만들도록 위임했다. 음악은 안토니오 체스티와 궁정작곡가인 요한 하인리히 슈멜처(Johann Heinrich Schmelzer: ca 1620-1669) 두 사람에게 의뢰하였으나 실제로는 체스티가 거의 모두를 완성했다. 레오폴드 1세는 대단한 예술애호가였다. 그래서 레오폴드 1세 치하의 비엔나는 그 어느때 보다도 예술 활동이 활발했었다. 레오폴드 1세는 심지어 작곡도 했다. '황금사과'에 나오는 아리아 중의 하나인 Ecco Paride il giusto 는 레오폴드 1세가 작곡한 것이라고 한다. 레오폴드 1세가 '황금사과'에 나오는 다른 노래도 작곡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오페라의전체 스코어와는 별도로 남아 있는 아리아 악보는 그것이 유일하다. 레오폴드 1세의 자필 스코어는 현재 비엔나의 오스트리아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다시 말하지만, 오늘날 유감스럽게도 '황금사과'의 전체 스코어는 남아 있지 않다. 다만, 3막과 5막의 일부가 이탈리아 모데나의 에스텐스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8시간 이상이나 걸리는 '황금사과'가 과연 어떤 오페라였는지 알수 없다. 다만, 당시 무대를 스케치한 몇 장의 프린트가 남아 있어서 규모를 짐작해 볼 뿐이다.


'황금사과' 야외무대. 두 그룹의 병사들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달려오는 장면이다.


여기에서 잠시 체스티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소개할 필요가 있다. 안토니오 체스티는 1623년 중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아레쪼()에서 태어났다. 당시에는 음악가라고 하면 노래도 잘 불러야 했고 악기도 연주할 줄 알아야 했으며 작곡도 할수 있어야 했다. 체스티도 그러했다. 테너였으며 오르가니스트였고 작곡가였다. 체스티는 17세기에 이탈리아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음악가였다. 한편, 당시에 음악가라면 교회를 떠나서 활동하기가 어려웠다. 체스티도 프란치스코(방지거) 수도회에 입문하였다. 체스티는 교회음악에 열중하였으나 세속적인 음악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러한 때에 메디치 가문이 체스티를 후원하였고 이에 힘입어 교회음악보다는 세속음악에 전념하였다. 체스티는 이 때문에 교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징계를 받기까지 했다. 체스티는 1652년에 오스트리아 대공으로서 인스부르크에 자리잡고 있던 페르디난트 샤를르의 궁정작곡가로 봉사하기 시작했다. 이어 1666년에는 레오폴드 1세의 후원으로 비엔나궁정의 부악장(Vice-Kappelmeister)가 되었다. 체스티는 비엔나에서 5편의 오페라를 완성했다. Nettuno e Flora festeggianti(1666), Le disgrazie d'Amore(1667), La Semirami(1667), La Germania esultante(1667), 그리고 Il pomo d'oro(1668)이다. 체스티는 비엔나에서 '황금사과'를 무대에 올린 이듬해에 이탈리아로 돌아갔으며 결국 1669년에 피렌체에서 세상을 떠났다.


오페라 '황금사과'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트로이의 파리스 왕자는 비너스(아프로디테), 주노(헤라), 팔라스(미네르바: 아테나) 중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결정해야 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황금사과를 차지할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스는 황금사과를 비너스에게 준다. 황금사과를 받지 못한 나머지 두 여신은 분노하여서 파리스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한다. 주피터가 이 문제를 해결키로 결심한다. 주피터는 관중석으로 몸을 돌려서 황금사과를 마르가레트 테레사 황비에게 증정한다. 마르가레트 테레사 황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의미에서이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에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등장한다.


엔리크 시모네의 '파리스의 심판'


[프롤로그]

- 스파냐(스페인: Spagna: Spain: S)

- 이탈리아(이태리: Italia: Italy: Alto castrato)

- 헝가리 왕국(Regno D'Ungheria: The Kingdom of Hungary: T)

- 제국(신성로마제국: L'Impero: The Empire: B)

- 사르데냐(사르디니아: Sardegna: Sardinia: S)

- 보헤미아 왕국(Regno Di Boemia: The Kingdom of Bohemia: Alto castrato)

- 아메리카(L'America: T)

- 대차대조표(Stato Patrimoniale: Balance Sheet: B)

- 오스트리아의 영광(La Gloria Austriaca: The Austrial Glory: S)

- 아모레(큐피드: Amore: Cupid: S)

- 히메네오(하이멘: 결혼의 신: Himeneo: Hymen: Alto castrato)


[본막] 너무 많지만 일단 이름의 알파벳 순서로 소개한다. 남자 신들을 알토 카스트라토가 맡은 것도 특별하다. 아무튼 '황금사과'에는 여러 명의 카스트라토들이 참가했다.


○ Adrasto(Adrastus: 아드라스토: Alto castrato) ○ Aglaie(Aglaea: 아글라이에: S) ○ Alceste(알체스테: Alto castrato) ○ Aletto(Alecto: 알레토: S) ○ Apollo(아폴로: Alto castrato) ○ Aurindo(Aurindus: 아우린도: Alto castrato) ○ Bacco(Bacchus: 바코: B) ○ Caronte(Charon: 카론테: B) ○ Cecrope(Cecrops: 체크로페: B) ○ Ennone(Oenone: 에노네: S) ○ Eolo(Aeolus: 에올로: B) ○ Eufrosine(Euphroyne: 에우프로시네: S) ○ Euro(Euros: 에우로: unknown) ○ Filaura(필라우라: T) ○ Ganimede(Ganymede: 가니메데: Alto castrato) ○ Giove(Jupiter: 지오베: 주피터: B) ○ Giunone(Juno: 주노네: 주노: S) ○ Ebe(Hebe: 에베: S) ○ la Discordia(Discord: 디스코드: 불화의 신: S) ○ l'Elemento del Foco(The Element of Fire: 불의 요소: Alto castrato) ○ Marte(Mars: 마르테: 전쟁의 신: T) ○ Megera(Megaera: 메제라: A) ○ Mercurio(Mercury: 메르쿠리오: Alto castrato) ○ Momo(Momus: 모모: B) ○ Nettuno(Neptune: 네투노: 해신: B) ○ Pallade(Pallas: 팔라데: 팔라스: S) ○ Paride(Paris: 파리데: 파리스: T) ○ Pasithea(파시테아: A) ○ Plutone(Pluto: 플루토네: B) ○ Proserpina(Proserpine: 프로세르피나:  S) ○ Tisfone(Tisiphone: 티스포네: S) ○ Un Sacerdote(A Priest: 사체르도테: B) ○ Un Soldato(A Soldier: 솔다토: T) ○ Venere(Venus: 베네레: 비너스: S) ○ Volturno(Volurmus: 볼투르노: unknown) ○ Zeffiro(Zephyrus: 체피로: S castrato)


작곡자 안토니오 체스티


오페라 '황금사과'의 전체 줄거리는 확실히 모른다. 앞서 설명한 대로 스코어가 분실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황금사과'는 어떤 내용인지를 소개코자 한다. 사실 황금사과에 대한 전설은 비단 그리스 신화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 여러 민족들의 전설과 설화와 동화에 등장한다. 대체로 황금사과라고 하면 헤라클레스와 같은 영웅이 무시무시한 괴수 또는 적국의 왕이 숨겨 놓은 것을 빼앗아오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그런가하면서 북구의 신화에서는 황금사과를 신들이 먹는 음식, 또는 영원불멸한 생명의 원천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황금사과라고 하면 그리스 신화가 먼저 떠오른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황금사과가 크게 두가지 형태로 소개되고 있다. 첫번째 신화는 아탈란타(Atalanta)라는 처녀 사냥꾼과 관련된 것이다. 아탈란타는 어릴 때에 그의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아 혼자서 살아가고 있는 아름다운 처녀이다. 아탈란타는 뛰어난 사냥꾼이 되어 사람들을 괴롭히던 칼리도니아 멧돼지를 사냥하여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는다. 아탈란타의 아버지는 훌륭한 사냥꾼이 된 아탈란타를 그제서야 딸로서 받아들인다. 아버지는 아탈란타에게 어서 결혼해서 가정을 가지라고 강권한다. 하지만 아탈란타는 만일 결혼을 하게 되면 몰락한다는 예언을 믿고 결혼을 마다한다. 아탈란타는 아름답기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구혼한다. 아탈란타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기가 어려워서 조건을 내걸기를 자기와 달리기 경주를 해서 이기는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달리기 경주에서 진다면 그 자리에서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조건이다. 아탈란타는 놀랄만큼 빠르게 달릴수 있고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진 일이 없다. 사냥꾼 멜라니온(Melanion: 히포메네스)은 아탈란타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달리기 경주에서 이길수는 없다. 멜라니온은 아프로디테에게 도와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아프로디테는 세개의 황금사과를 주면서 달리기 할 때에 황금사과를 길에 던져 놓으면 아탈란타가 황금사과를 줍기 위해서 멈출 것이니 그때 계속 달려서 이기라고 말한다. 그렇게해서 멜라니온이 달리기 경주에 이기고 아탈란타와 결혼한다는 얘기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파르테노파이오스(Parthenopaios)이다. 테베에 저항한 일곱 용사 중의 하나이다. 아탈란타와 멜라니온의 결혼은 두 사람이 신들을 비난했다고 해서 불행하게 끝난다. 신들을 두 사람을 사자로 만든다. 그리스의 신화에서는 같은 종끼리는 결혼할수 없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사자가 된 두 사람은 헤어져야했다.


'아탈란타와 히포메네스'. 1650년 경 빌렘 반 헤프 작


두번째 황금사과 신화는 가장 유명한 것으로서 트로이 전쟁과 관련된 것이다. 제우스가 펠레우스(Peleus)와 테티스(Thetis)의 결혼을 축하하는 연회를 베푼다.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Eris)는 모두가 싫어하는 존재이므로 초청을 받지 못한다. 화가난 에리스는 황금사과 한개를 연회장에 던진다. 사과에는 '티 칼리스티'(Ti kallisti)라는 글이 적혀 있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에게'라는 뜻이다. 세 여신이 황금사과를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이다. 세 여신은 누가 과연 가장 아름다운지에 대한 문제를 제우스에게 가져가서 판결해 달라고 말한다. 제우스는 여인들의 다툼에 관련되기가 싫어서 트로이의 파리스(Paris) 왕자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부탁한다. 제우스는 파리스가 과거에 어떤 경기에서 대단히 공정한 심판을 하여 아레스(Ares)에게 상을 주도록 한 일이 있으므로 그 일을 맡기기에 합당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제우스는 헤르메스(Hermes)를 통해서 황금사과를 파리스에게 전해 준다. 주피터는 세 여신들에게 파리스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라고 말한다. 세 여신들은 서로 황금사과를 차지하기 위해서 파리스의 환심을 사고자 한다. 헤라는 파리스를 유럽과 아시아의 왕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아테나는 지혜와 전투기술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스파르타의 헬렌을 부인으로 삼게 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헬렌은 스파르타 왕 메넬라우스(Menelaus)의 부인이다. 파리스는 미련하게도 남의 부인을 차지하도록 해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의 제안을 수락하고 그에게 황금사과를 건넨다. 그리하여 역사에 길이 남을 트로이전쟁이 일어나고 파리스는 물론 트로이까지 파국으로 빠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트로이가 멸망하므로서 이니아스(Aeneas)가 트로이의 무리들을 이끌고 카르타고를 거쳐 이탈리아 반도로 가서 로마를 건설하게 된다.


최근에 헬렌 역을 맡은 독일의 여배우 디아네 크루거. 2004년도 영화 '트로이'에서


황금사과에 대한 신화는 음악에 있어서 좋은 소재가 되었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에서 황금사과는 별도의 라이트모티프를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파프너가 그의 동생인 파솔트에게 어째서 그들이 신들로부터 프라이아를 빼앗아 와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에 황금사과가 등장한다.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불새'(The Firebird: 1910)에서는 용감한 왕자가 어느 정원에 들어가서 보니 그곳에서 13명의 젊은 공주들이 황금사과를 가지고 유희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Jeux des princesses avec les pommes d'or(공주들의 황금사과 게임)이라는 장면이다. 황금사과 신화는 미술작품의 좋은 소재가 되어왔다. 중세에 인기가 있었다. 그림에서는 보통 세 여신이 모두 누드로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의 그림을 보면 아프로디테만이 누드로 표현되어 있다. 루벤스는 황금사과 신화를 주제로 삼은 작품을 남긴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18세기에는 와토(Watteau)와 안젤리카 카우프만(Angelica Kaufmann)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19세기에도 '파리스의 심판'은 좋은 소재였다. 르노아르와 세잔느도 그 영향을 받은 화가들이었다. 그후에는 앙드레 로트(Andre Lhote), 엔리크 시모네(Enrique Simonet),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등이 '파리스의 심판'을 그렸다.  '일 포모 도로'라는 오케스트라가 있다. 2012년에 미국에서 설립되었다. 주로 오페라 연주를 맡아하는 오케스트라이다. 지휘자는 막심 에멜리안체프(Maxim Emelyanchev)이다. 음반도 여러 편을 취입했다. 대표적인 음반은 비발디의 Per L'imperatore이다.


'일 포모 도로' 오케스트라. 체스티의 오페라 제목에서 따온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