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참고자료] 지그프리트(Siegfried)의 모든 것

정준극 2017. 1. 17. 16:52

[참고자료] 지그프리트(Siegfried)의 모든 것

고대 북구 신화의 전설적인 영웅인 지구르드의 독일어 표현


바그너의 오페라 '지그프리트'에서 지그프리트는 용으로 변한 거인 파프너와 싸워서 용을 죽이고 반지와 타른헬름을 차지한다. 시애틀 오페라 무대


지그프리트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영웅의 이름이다. '니벨룽의 반지'(또는 '링 사이클)는 네편의 오페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그프리트는 세번째인 '지그프리트'와 네번째인 '신들의 황혼'에만 등장한다. 지그프리트는 독일의 전설적인 서사시인 니벨룽겐리트(Nibelungenlied)에 나오는 영웅이기 때문에 독일이 오리진인 인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북구(스칸디나비아 나라들)의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지그프리트는 고대 신화 또는 중세의 서사시에 나오는 인물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름이 되었지만 실상 지그프리트라는 이름이 온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지그프리트, 즉 Siegfried 라는 이름은 독일어에서 승리라는 뜻의 지그(Sieg)와 자유라는 뜻의 프리드(Fried)가 합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어서 자유를 가져온 사람이란 의미이다. 영웅의 이름으로서 이만큼 영예스러운 것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지그프리트는 고대 북구의 신화에 나오는 지구르드(Sigrud)라는 영웅의 이름이 독일로 건너와서 지그프리트로 발전했다는 주장이 있다. 지구르드는 북구의 신화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13세기 아이슬랜드의 사가인 뵐숭가 사가(Völsunga Saga)에서도 중요인물로 등장한다. 한편 스웨덴에서는 지그루드에 대한 사랑을 고대 룬스(Runes) 문자로 돌에 써놓거나 그림으로 남긴 것이 발견되었으므로 지그루드에 대한 기록은 13세기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볼수 있다. 그러면 고대 아일스랜드의 사가와 니벨룽겐리트에는 지구르드 또는 지그프리트가 어떤 인물로 설명되었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혹시 '니벨룽의 반지'를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이다. 사족이지만 스캔디나비아의 기독교 교회에서는 용(파프너)을 사탄으로 보아 지그프리트가 용을 죽인 이야기가 설교의 내용으로 자주 등장한다.  


노퉁검을 완성한 지그프리트. 1924년도 독일에서 제작한 영화 '지그프리트'에서. 오스트리아 출신의 거장 프리츠 랑 감독, 지그프리트 역에 파울 리히터(Paul Richter)


[뵐숭가 사가(Völsunga Saga)에 나타난 지구르드에 대한 이야기]. 뵐숭가 사가에서 지구르드는 지그문드와 그의 두번째 부인인 히오르디스(Hiordis) 사이에서 태어난 유복자로 되어 있다. 지그문트는 오딘을 공격했지만 오딘이 단번에 지그문트의 검을 두 동강을 내고 창으로 찌르는 바람에 죽게 된다. 지그문트는 죽어가면서 히오르디스에게 임신한 사실읃 알려주고 아기가 태어나면 부러진 검을 주라고 당부한다. 히오리디스는 알프(Alf) 왕과 결혼하며 그후 지그루드가 태어난다. 알프 왕은 지그루드를 왕의 대장장이인 레긴(Regin)에게 보내어 양아들로서 기르게 한다. 레긴은 욕심이 많고 간악한 난장이이다. 니벨룽겐리트에서는 알베리히의 동생인 미메에 해당한다. 레긴은 순진한 지그루드에게 폭력과 욕망을 갖도록 여러가지로 유혹한다. 레긴은 지그루드에게 지그문드가 남긴 황금의 소유권이 있느냐고 묻는다. 지그루드는 알프와 그의 가족들이 황금을 관리하고 있지만 알프 왕은 자기가 요구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줄 것이라고 말한다. 레긴은 또 다시 지그루드에게 어찌해서 왕실에서 낮은 자리에 만족하느냐고 묻는다. 지그루드는 왕으로부터 다른 사람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으며 그가 원하면 어떠한 지위도 가질수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레긴은 왕궁의 마부 일을 하면서도 어째서 한마리의 말도 갖고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지그루드는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말 한마리를 자기의 것으로 만든다. 어떤 노인이 지구르드에게 어떤 말을 골라야 좋은 말을 고르는지를 가르쳐 준다. 노인은 오딘이 변장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구르드는 명마 그라니(Grani)를 갖는다. 그라니도 원래는 오딘에 속한 말이었다.


지그프리트와 브륀힐데. 메트로폴리탄


레긴은 지구르드가 이런 저런 유혹으로도 넘어자기 않자 마지막으로 오터의 황금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다. 레긴은 내친김에 그의 아버지가 막강한 마법사인 흐레이드마르(Hreidmar)이며 그에게는 두 형제가 있는데 오트르(Otr)와 파프니르(Fafnir)라는 얘기를 해 준다. 오트르는 마법을 능숙하게 부릴줄 아는데 특히 변신을 잘 하며 보통 때에는 수달(otter)로 변해서 물속에서 즐겁게 헤엄이나 치면서 지낸다고 한다. 그런데 물 속에는 난장이 안드바리(Andvari)가 살고 있는데 그는 보통 커다란 물고기 형태로 지내면서 역시 헤엄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는 뛰어난 대장장이라는 점도 강조해서 얘기해 준다. 그러던 어느날 신족(神族)인 에이시르가 강에서 입에 물고기를 물고 있는 수달 한마리를 보게 된다. 에이시르는 수달이 강뚝으로 올라오자 오트르인줄 모르고 수달가죽을 얻기 위해 수달(오트르)을 잡아서 죽인다. 에이시르는 근처에 있는 흐레이드마르의 집으로 와서 그들이 잡은 수달의 가죽을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흐레이드마르와 파프니르와 레긴은 재빨리 에이시르를 붙잡아서 오트르를 죽인데 대한 변상을 하라고 다그친다. 에이시르는 오트르의 가죽 안을 황금으로 채워주고 겉에는 여러 값진 보물로 둘러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는 약속한대로 황금으로 채운 오트르의 시체를 세 난장이들에게 전해 준다. 그런데 에이시르의 황금은 실은 안드바리의 것이다. 안드바리의 황금이 어떻게 에이시르에게 갔는지는 이러하다. 반신반인인 로키(Loki)는 바다의 거인 여인인 란(Ran)으로부터 그믈 하나를 얻는다. 로키는 그 그믈로 강에서 커다란 물고기(창꼬치) 형태로 놀고 있는 안드바리를 잡는다. 로키는 안드바리에게 살고 싶으면 가지고 있는 황금을 모두 내 놓으라고 말한다. 안드바리는 당연히 황금을 내놓겠다고 하면서 다만 황금 반지 한개는 가지고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로키는 반지마저 빼앗는다. 그러나 로키는 그 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죽음의 저주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에이시르가 로키의 황금으로 세 난장이에게 오트르를 죽인 댓가를 치룬 것이다. 그후 욕심많은 파프니르가 아버지인 흐레이드마르를 죽이고 황금을 모두 차지한다. 파프니르는 형인 레긴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용으로 변한 파프너를 죽이고 용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로 목욕을 하는 지그프리트. 영화 '지그프리트'에서


그런 얘기를 들은 지구르드는 파프니르를 죽여서 레긴과 흐레이드마르를 위해 복수를 하겠다고 말한다. 파프니르는 안드바리의 반지의 저주로 용이 되어 있다. 지구르드는 대장장이 레긴에게 파프니르를 죽일수 있는 칼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레긴이 칼을 만들자 지구르드는 칼을 시험하기 위해 쇠모루를 내려치자 칼은 두동강이 난다. 지구르드는 레긴에게 칼을 다시 만들어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새로 만든 칼도 부러진다. 지구르드는 마지막으로 지그문드가 남긴 부러진 칼로 새로운 칼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그람()이다. 지구르드가 그람으로 쇠모루를 내려치니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난다. 레긴은 지구르드에게 파프니르를 죽이려면 우선 구덩이를 파놓고 기다렸다가 파프니르가 구덩이에 빠지면 달려가서 그람으로 찌르면 될 것이라고 말해 준다. 오딘이 나타나서 지구르드에게 구덩이를 하나 더 파서 파프니르의 피가 흘러 고이게 하라고 가르쳐준다. 오딘은 지구르드에게 파프니르(용)를 죽이고 난 후에 흘러내린 피로 목욕을 하라고 말한다. 파프너의 피로 몸을 적시면 창칼이 들어와도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르드는 파프너를 죽이고 나서 오딘이 가르쳐준 대로 한다. 지구르드는 파프너가 흘린 피도 마신다. 그러자 새들이 얘기하는 것을 알아 듣게 된다. 레긴은 지구르드에게 파프너의 심장을 달라고 한다. 그러자 새들은 지구르드에게 레긴이 파프너의 심장을 먹고서 막강한 힘을 가진 후에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지구르드를 죽일 음모를 꾸미고 있으니 먼저 레긴을 죽이라고 얘기해 준다. 지구르드는 당장에 레긴을 죽이고 파프너의 심장을 구워서 먹는다. 그러자 지구르드는 예언의 지혜를 얻게 된다. 그후 지구르드는 방패의 처녀라고 하는 브린힐드(Brynhild 또는 Brynhildr)를 만난다. 브린힐드르는 지구르드에게 복종할 것을 서약하지만 그와 함께 지구르드도 불운을 맞이하게 되며 또한 다른 여인과 결혼하게 된다고 예언한다. 뵐숭가 사가에서는 브린힐드르가 발키리인지 아닌지를 분명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구르드는 브린힐드를 사랑하게 된다.


지그프리트의 메트로폴리탄 무대


지구르드는 그유키(Gjuki)의 성에 가서 지낸다. 그유키는 부인 그림힐드(Grimhild)와의 사이에서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아들들은 군나르(Gunnar), 호그니(Hogni), 구토름(Guttorm)이며 딸은 구드룬(Gudrun)이다. 그림힐드는 지구르드가 가지고 있는 반지가 탐이나서 그것을 빼앗아서 자기 자녀들에게 넘겨 줄 생각이다. 그림힐드는 망각의 약을 만들어서 지구르드가 브린힐드를 잊게 만들고 구드룬과 결혼시킬 음모를 꾸민다. 그 음모에 의해서 지구르드는 일단 그림힐드의 딸이며 군나르의 여동생인 구드룬과 결혼한다. 한편, 그림힐드의 아들인 군나르는 브린힐드르를 보고 결혼하겠다고 나선다. 그런데 브린힐드가 잠들어 있는 정자는 불길로 둘러쳐 있어서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다. 브린힐드는 누구든지 불길을 뚫고 들어오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결심한바 있다. 지구르드만이 불길을 뚫고 들어갈 능력이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군나르는 지구르드에게 자기를 위해서 불길을 뚫고 들어가서 브린힐드를 데려와 달라고 간청한다. 군나르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지구르드는 군나르의 모습으로 불길을 뚫고 들어가서 브린힐드를 데리고 나온다. 얼마후 브린힐드가 구드룬에게 자기의 남편이 더 훌륭하다면서 구드룬을 조롱하는 일이 생긴다. 그러자 구드룬은 브린힐드에게 그 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며 브린힐드는 군나르와 지그룬드에 속아서 결혼한 것이라고 말한다.


브린힐드는 군나르와 결혼한 것이 그림힐드에 의한 음모에 의해 꾸며진 것이라고 믿어서 복수를 다짐한다. 사실 브린힐드는 지구르드와 결혼할 것을 꿈꾸어 왔었다. 그후 브린힐드는 어느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으며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는다. 군나르는 지그루드에게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저러는지 알아 보아 달라고 부탁한다. 지그루드를 만난 브린힐드는 지그루드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자유마저 빼앗아 갔다고 하면서 비난한다. 군나르는 브린힐드가 모든 음모를 알아챈 것을 알고 무엇보다 지구르드를 제거하면 브린힐드가 자기에에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여 동생 호그니와 함께 음모를 꾸민다. 군나르는 지그루드와 브린힐드에게 비교적 호감을 가지고 있는 막내 동생 구토름에게 질투심을 불어 넣어서 분노하여 지구르드를 죽이도록 만든다. 구토름은 잠들어 있는 지구르드를 공격하고 두 사람은 격렬한 싸움을 벌인다. 구트롬은 지그루드의 약점을 찾아서 그곳을 칼로 찔러서 치명상을 입힌다. 지구르드도 구트롬을 공격하여서 치명상을 입힌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죽인다. 브린힐드는 지구르드의 세살 짜리 아들 지그문드를 죽인다. 지구르드는 아들의 이름을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그후 브린힐데는 스스로 죽기로 결심하고 그 전에 지구르드와 그의 아들 지그문드, 그리고 자기에게 평소에 호의적이었던 구토름의 장례식을 바이킹식으로 성대하게 치루어 주기로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 지구르드와 브린힐드는 서로 사랑하여서 딸 아슬라우그(Aslaug)가 태어난다. 아슬라우그는 노르드인들의 지도자로서 훗날 위엄을 만방에 떨친 라그나르 로드브로크(Ragnar Lodbrok)와 결혼한다.


지구르드와 브륀힐드


[피오레크스사가(Piorekssaga)에 나타난 지구르드 이야기]. 피오레크스사가 역시 고대 노르스의 대서사시이다. 그 중에 지구르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밸숭가 사가와는 등장인물이나 스토리가 약간 차이가 있다. 피오레크스사가에서는 레긴(Regin)이 용으로 나오며 레긴의 동생 겸 지구르드의 양부가 미미르(Mimir)로 되어 있다. 지그문드 왕이 먼 곳에 갔다가 돌아와보니 왕비 시시베(Sisibe)가 어떤 노예신분의 남자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얘기를 듣는다. 아름답고 정숙한 시시베에게 욕정을 품은 두 명의 귀족이 시시베를 능욕하려 하였으나 시시베가 단호하게 거부하자 분풀이로서 그런 헛소문을 만들어서 지그문드의 귓속에 속삭여 준 것이다. 그러나 귀가 얇은 지그문드는 왕비 시시베의 간통을 진짜로 받아 들여서 두 귀족에게 시시베를 숲 속으로 데려가서 죽이라고 명령한다. 두 귀족 중의 한 사람이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시시베를 불쌍하게 여기고 시시베를 죽이자는 귀족과 싸움을 벌인다. 두 귀족이 싸우는 중에 시시베는 아기를 낳고 아기를 수정 그룻에 담아 숨긴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아기가 들어 있는 수정 그릇을 발로 차서 강물에 빠트린다. 아기를 낳은 시시베는 죽고 강물에 떠내려간 아기는 사슴이 발견해서 젖을 먹이며 기른다.


세월이 흘러 아기는 소년이 된다. 숲에서 대장간 일을 하고 있는 현자 미미르가 아기를 발견해서 데려와 자기 아들로 삼아서 기른다. 미미르는 소년의 이름을 지구르드라고 지어 준다. 사가에서는 지그프레드(Sigfred)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미미르는 지구르드가 장성해서 무엇이든지 자기가 뜻하는 대로 하려하며 장차 자기의 적이 될 것으로 믿어서 동생 레긴에게 지구르드를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레긴은 용이다. 그러나 지구르드는 용을 죽이고 이어서 자기를 죽이려한 수양아버지인 미미르도 죽인다. 그 다음의 이야기는 이렇게 진행된다. 지구르드는 처음에 브린힐드와 결혼하겠다고 했으나 군주인 군나르의 여동생인 구드룬과 결혼한다. 후에 군나르는 브린힐드에 결혼한다. 그러나 브린힐드는 오직 지구르드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군나르와의 첫날밤을 거부한다. 지구르드는 처형이 되는 군나르의 체면을 생각해서 군나르라고 거짓으로 가장헤서 브린힐드와 첫날밤을 지낸다. 브린힐드는 어쨋든 군나르와 첫날 밤을 지냈기 때문에 그 후로는 군나르를 거부하지 못한다. 실상 브린힐드는 뛰어난 전사인데 그 힘은 그의 처녀성에서 나오지만 일단 첫날밤을 치루었기 때문에 힘이 소진되어서 군나르를 거부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영화 '니벨룽의 반지'에서 브륀힐데 역의 크리스탄나 로켄. 브륀힐데는 아이슬란드의 용맹무쌍한 여왕으로 등장한다.


[니벨룽겐리트에서의 지그프리트 이야기]. 11세기부터 14세기에 이르기까지 중세 독일어의 의한 니벨룽겐리트에 의하면 지프리트(Sifrit: Siegfried)는 크산텐(Xanten)의 왕자로서 영웅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크산텐()의 왕자로 표현되어 있다. 크산텐은 북부 라인-베스트팔리아에 있었던 작은 왕자이다. 지프리트는 보물을 지키고 있는 용을 죽여서 용의 형제가 가지고 있던 보물들과 영지를 차지한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지프리트는 용을 죽일 때에 용이 흘린 피로서 목욕을 하여 아무리 날카로운 창칼로서 찌르더라도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게 된다. 다만, 어깨 한쪽만은 예외인데 그것은 목욕할 때에 나뭇닢 하나가 어깨에 떨어져서 그 자리만은 용의 피가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프리트는 부르군디의 군터 왕의 여동생인 크림힐드(Kriemhild)와 결혼하기 위해 군터가 브륀힐드에게 구혼하는 것을 돕는다. 아이슬란드의 여왕인 브륀힐드는 뛰어난 용맹과 힘으로 지금까지 누구와도 경기를 해서 패한 일이 없다. 브륀힐드는 자기와 경기를 해서 이기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군터는 브륀힐드와의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지프리트에게 보이지 않는 만토를 입고 군터처럼 가장하고 브륀힐드와 경기를 해 줄 것을 간청한다. 그리하여 군터로 가장한 지프리트는 브륀힐데와의 투창, 투원반, 멀리 뛰기 경기에서 번번히 이긴다. 지프리트는 또한 훗날 브륀힐드가 군터에게 속은 것을 알고 복수하기 위해 군터와 그의 가족들을 죽이려고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단번에 니벨룽겐란트를 정복해서 군대를 확보하여 만일 브륀힐드와의 전투가 벌어지면 병사들을 투입하기 위해서이다. 지프리트는 또한 브륀힐드와 레슬링 경기를 한다. 군터로 가장한 지프리트는 레슬링 경기에서 브륀힐드를 제압하여 결국 두 사람은 결혼의 첫날밤을 완성한다.


파트너와 대결하고 있는 지그프리트.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의 무대


브륀힐드를 제압한 지프리트는 브륀힐드로부터 반지와 벨트를 가져와서 자기와 결혼할 크림힐드에게 선물로 준다. 그후로 브륀힐드와 크림힐드는 이상하게도 서로 라이발 의식으로 번번히 다툰다. 어느날 크림힐드가 브륀힐드에게 반지와 벨트를 보여주면서 브륀힐드가 첫날밤을 지낸 사람은 군터가 아니라 지프리트라고 밝히면서 그렇기 때문에 브륀힐드는 지그프리트의 첩이라고 비난한다. 비록 크림힐드와 브륀힐드가 라이발로서 싸우기만 하지만 군터인 지프리트(지그프리트)는 평화를 유지하면서 지낸다. 그러다가 군터의 신하인 하겐(Hagen)이 아무래도 지프리트를 제거하는 것이 왕국의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진언하는 바람에 군터와 그의 동생들은 마침내 하겐의 음모에 동조한다. 하겐은 크림힐드에게 지프리드의 몸에서 약점이 있는 곳을 알아내서 그 곳에 십자가 표시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하겐은 지프리트가 사냥에서 돌아오면서 개울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을 때에 어깨에 있는 십자가 표시에 창을 꽂는다. 그리하여 크림힐드와 결혼하는 사람은 누가 되었던지 비명에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예언을 실현한다. 하겐은 지프리트가 가지고 있는 보물들을 라인강에 던진다. 크림힐드가 보물들을 사용해서 군대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니벨룽겐리트의 다음 파트는 브륀힐드가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지그프리트의 죽음을 크림힐드와 브륀힐드가 애통해 하고 있다. 영화 '지그프리트'에서.


[지그프리트 전설의 현대적 인용]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인용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에서이다. 지구르드 전설은 '니벨룽의 반지'의 '지그프리트'와 '발퀴레', 그리고 '신들의 황혼'에 중심되는 소재로 등장한다. 영국의 윌리엄 모리스의 서사시인 '볼숭 지구르드'(Sigurd the Volsung: 1876)는 지구르드 전설을 영시로 만든 대표적인 경우이다. 1884년에는 프랑스 작곡가인 에르네스트 라이어(Ernest Reyer: 1823-1909)가 오페라 '지구르드'를 작곡한 것이 있지만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다. 라이어는 대서사시인 지구르드 이야기를 단 한두시간 짜리의 오페라에 집약해 넣었다. 오늘날 이 오페라의 서곡은 간혹 콘서트의 레퍼토리로 등장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작가인 마가렛 아무어(Margaret Armour: 1860-1943)가 1910년에 내놓은 '지그프리트와 신들의 황혼'(Siegfried & The Twilight of the Gods) 번역판에는 삽화가인 아서 래컴(Arthur Rackham)이 그린 70여장의 관련 삽화가 실여 있어서 감동을 주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영화 감독인 프리츠 랑(Fritz Lang)이 부인 테아 폰 하르부(Thea von Harbou)와 공동으로 1924년에 제작한 무성영화인 '니벨룽겐의 노래'(Die Nibelungen)은 지구르드(지그프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영국의 작가인 멜빈 버제스(Melvin Burgess: 1954-)는 1999년에 '블라드타이드'(Bloodtide), 2007년에 '블라드송'(Bloodsong)이라는 2부작을 내놓았다. 전편은 지그문드에 대한 내용이고 후편은 지구르드에 대한 이야기이다. 2004년에 미국에서 만든 '니벨룽의 반지'(Ring of the Nibelungs)는 니벨룽겐리트의 내용을 바탕으로 삼은 영화이다. 지그프리트(지구르드)역은 독일의 벤노 휘어만(Benno Fürmann), 브륀힐드역은 미국의 크리스탄나 로켄(Kristanna Loken), 크림힐드역은 미국의 알리시아 위트(Alicia Witt)가 맡은 작품이다.


나치의 지그 하일. 지그프리트로부터 영감을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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