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가곡 왕 슈베르트

미완성의 백조의 노래

정준극 2017. 1. 26. 06:43

미완성의 백조의 노래

생애 마지막 작품은 가곡 '비둘기 통신'(Taubenpost)


1827년에 프란츠 아이블이 그린 슈베르트


슈베르트는 1828년 11월 19일에 세상을 떠났다. 31세의 젊은 나이였다. 슈베르트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작곡한 곡이 어떤 것일까? 혹자는 '백조의 노래'(Schwanengesang: D 957)라고 말한다. 백조는 죽기 전에 조용히 그리고 쓸쓸하게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운의 예술가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작곡한 작품, 또는 어떤 성악가가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를 비유해서 '백조의 노래'라고 불렀다.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는 과연 글자그대로 '백조의 노래'라는 가곡이었을까? 그런데 실은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13곡의 노래가 들어 있는 가곡집 '백조의 노래'이다. D 957이다. 슈베르트가 생애의 마지막 시기에 작곡한 것은 틀림없지만 출판되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의 사후이다. 원래 슈베르트는 세 명의 시인의 시에 노래를 붙여서 그저 하나의 가곡집으로 내놓을 생각이었다. 여러 형태의 시가 들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곡집의 제목도 붙이지 않았다. 가곡집에 '백조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인 사람은 비엔나의 악보출판가인 토비아스 하슬링거쌔(Tobias Haslinger: 1787-1842)였다. 하슬링거는 그전에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방앗간집 아가씨'와 '겨울나그네'의 악보를 출판해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린 일이 있다. 그래서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후 13곡의 가곡집을 출판하게 되었을 때 제목을 그럴듯하게 '백조의 노래'라고 붙이면 그 전에 출판했던 연가곡집보다 더 인기를 끌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슈배르트의 가곡들을 출판하여 널리 알린 비엔나의 악보출판가 토미아스 하슬링거(왼쪽)와 '겨울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집 아가씨'의 시를 쓴 독일의 서정시인 빌헬름 뮐러


연가곡인 '아름다운 물방앗간집 아가씨'와 '겨울나그네'는 모두 독일의 젊은 서정시인인 빌헬름 뮐러(Wilhelm Müller: 1794-1827)의 시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가곡집인 '백조의 노래'는 세명의 시인의 시를 가사로 삼은 것이어서 특이하다. 세 명의 시인은 루드비히 렐슈타브(Ludwig Rellstab: 1799-1860),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 요한 가브리엘 자이들(Johann Gabriel Seidl: 1804-1875)이다. 가곡집인 '백조의 노래'는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에 작곡을 마무리했지만 출판은 그로부터 불과 몇달 후인 1829년 초였다. 일부 노래의 제목은 원작 시의 제목과는 상관 없이 슈베르트가 새로 붙인 것이다. 예를 들어 하이네의 시는 제목이 없는 것이었으나 슈베르트가 제목을 붙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슬링거가 출판한 가곡집 '백조의 노래'의 마지막 곡은 원래 하이네의 '제2의 자아'(Der Doppelgänger: The double)이다. 그러나 하슬링거는 악보를 출판하면서 한 곡을 더 붙였다. 요한 가브리엘 자이들의 시를 가사로 삼은 '비둘기 통신'(Taubenpost: 전서구)이다. '비둘기 통신'이야말로 슈베르트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이다. 아무튼 '비둘기 통신'은 가곡집 '백조의 노래'와는 관계가 없는 곡으로 어쩌다가 들어가게 되었는데 지금은 '비둘기 통신'이 당연히 '백조의 노래'에 속한 곡으로 간주되고 있다. 한편, 슈베르트는 하슬링거다 붙인 '백조의 노래'와는 별도의 '백조의 노래'(Schweanengesang: D 744)라는 가곡을 만든 것이 있다. 친구 요한 젠(Johann Senn: 1795-1857)의 시에 의한 것이다. 요한 젠은 정치시인으로 공화제를 열망하는 운동에 참여해서 비엔나를 떠나 추방생활을 해야 했던 사람이다.  


   

(왼쪽부터) 루드비히 렐슈타브, 하인리히 하이네, 요한 가브리엘 자이들, 그리고 요한 젠


혹시 궁금하게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백조의 노래'에 들어 있는 노래들을 소개한다.

[루드비히 렐슈타프의 시에 의한 노래] - 7곡

- '사랑의 메시지'(Liebesbotschaft). 시냇물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전해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

- '병사의 불길한 예감'(Kriegers Ahnung). 전선에서 전우들과 함께 야영하고 있는 병사가 사랑하는 여인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 죽음에 대한 공포, 전투에서 용기를 잃을지 모르는 두려움을 노래하는 내용.

- '봄에 대한 동경'(Frühlingssehnsucht).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있지만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마음속에 숨어 있는 봄을 해방시켜 주기 전까지는 우울하고 만족하지 못하다는 심정을 그린 노래.

- '세레나데'(Ständchen). 사랑하는 여인에게 자기를 행복하게 만들어 달라고 간청하는 내용.

- '안식의 장소'(Aufenthalt).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번뇌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그의 주위에 있는 강과 숲과 산에게 자기의 감정을 이해하여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

- '멀리서'(In der Ferne). 사랑의 상처를 입고 집에서 뛰쳐 나온 사람이 위로해 줄수 있는 친구도 없고 편안히 쉴 집도 없어서 산들바람과 햇빛에게 자기의 마음에 상처를 준 여인에게 안부나 전해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

- '작별'(Abschied). 행복한 시절을 보냈던 고향 마을을 어쩔수 없이 떠나면서 겉으로나마 기분 좋은 작별을 고하는 내용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에 의한 노래] - 6곡

- '아틀라스'(Der Atlas). 고대 신화에서 거인 아틀라스가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수고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모든 슬픔을 떠받들고 있어야 하는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

- '그녀의 이미지'(Ihr Bild). 사랑하는 여인의 초상화가 자기를 기쁘게도 만들고 슬프게도 만들어 주었지만 결국 그 여인은 멀리 떠났다는 내용.

- '고기접이 처녀'(Das Fischermädchen). 고기잡이 처녀를 만나서 사랑의 마음을 가지지만 그의 마음은 바다와 평행선을 긋고 있다는 내용.

- '도시'(Die Stadt). 사랑했던 사람이 살던 도시를 향해서 노를 저어가지만 눈 앞은 안개처럼 보인다는 내용.

- '바다에서'(Am Meer). 사랑하는 여인을 바닷가에서 만났던 일, 그리고 그 여인이 울었던 일, 그녀의 눈물이 그에게는 독이 되어 그로부터 그의 마음은 그리움으로 지쳐있게 되었다는 내용.   

- '제2의 자아'(Der Doppelgänger). 사랑하던 여인이 살았던 집을 바라보니 어떤 사람이 고통 속에 서 있는 모습을 본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내용.

[요한 가브리엘 자이들의 시에 의한 마지막 노래] - 1곡

- '비둘기 통신'(전서구: Taubenpost). 슈베르트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는 곡이다. 처음 '백조의 노래'가 출판될 때에 부록처럼 이 노래가 포함되었는데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비둘기 통신'은 가곡집인 '백조의 노래'에 속해 있는 것처럼 간주되고 있다.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전서구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  


친구들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슈베르트. 스케치 단계


1822년부터 1827년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의 5년간은 슈베르트로가 뛰어난 작품들을 만들어 남긴 기간이다. 이 기간에 슈베르트는 무대음악에 정신을 쏟고 있었으며 또한 생계를 위해서 학교 선생으로서도 시간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베르트는 상당히 많은 작품들을 생산해 냈다. 슈베르트는 우선 A 플랫 장조 미사(D 678)을 완성했다. 사람들은 슈베르트가 가곡 뿐만 아니라 종교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슈베르트는 1822년에 교향곡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슈베르트가 착수한 교향곡은 B 단조 교향곡이다. 슈베르트는 2악장까지 완성한 새로운 교향곡을 1823년에 그라츠음악협회에 제공했다. 그라츠음악협회가 슈베르트에게 명예 디플로마를 수여했기 때문에 감사의 표시로 친구 안젤름 휘텐브렌너를 통해서 비록 미완성이지만 2악장까지 완성된 악보를 기증했던 것이다. 나중에 사람들은 이 교향곡이 미완성이라고 해서 '미완성교향곡'(h Moll Unvollendete)이라고 불렀다. 슈베르트가 2악장까지는 완성하고 3악장은 일부만 스케치 해놓은 후에 미루어 두었던 이유는 아직까지도 왜 그랬는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아마도 병세(매독)가 급작히 악화되는 바람에 미루어 두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더구나 이상한 것은 슈베르트가 이 교향곡을 작곡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어느 친구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지냈다는 것이다. 나중 얘기지만 슈베르트는 2악장까지를 완성하고 나서 마치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에 '보기에 좋았더라'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전율을 느낄 정도로 매구 만족해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비밀로 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수 없다. 사실 이 문제는 지금까지도 많은 논란이 되고 있고 결론을 얻지 못했다.


가운데 이상한 연체동물처럼 생긴 건물은 그라츠가 새로 건설한 예술회관(쿤스트하우스)이다. 슈베르트는 그라츠음악협회(현재는 슈티리아음악협회(Der Musikverein für Steiermark)를 위해 미완성교향곡을 기증했다.


1823년에 슈베르트는 징슈필인 '휘에라브라스'(Fierrabras)를 작곡했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독일의 젊은 서정시인인 빌헬름 뮐러의 시에 음악을 세팅하여 연가곡(송 사이클)인 '아름다운 물방앗간집 아가씨'(Die schöne Müllerin: D 795)를 완성한 것이다. 이 연가곡은 1827년에 역시 빌헬름 뮐러의 시를 바탕으로 삼은 1827년의 '겨울나그네'(Winterreise: D 911)와 함께 슈베르트 가곡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슈베르트는 또한 이 해에 프리드리히 뤼케르트(Firedrich Rückert: 1788-1866)의 시로 '그대는 나의 안식'(Du bist die Ruh': D 776)을 완성했다. 슈베르트의 심정을 표현한 노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슈베르트는 그 해에(1823) 이미 매독의 증세를 나타내 보이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1824년, 슈베르트는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E 단조 변주곡인 '시들은 꽃'(Trockne Blumen)을 완성했다. 이 변주곡은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에 나오는 노래인 '시들은 꽃'을 변주곡으로 만든 것이다. 그는 또한 몇 편의 현악4중주도 썼다. 아울러 아르페지오네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 단조(D 821)도 작곡했다. 그해 봄에 슈베르트는 F 장조 8중주곡(D 803)을 완성했다. 이 곡은 그랜드 심포니를 위한 스케치이다. 그리고 여름에는 첼리츠의에스터하지 장원으로 다시 갔다. 슈베르트는 첼리츠에 있으면서 헝가리 민속음악에 매혹되었다. 파이노 듀엣을 위한 G 단조 '헝가리 스타일의 희유곡'(Divertissement a la hongroise: D 818)은 이 때에 만든 것이다. 현악4중주 A 단조인 로자문데(D 804)도 첼리츠에서 작곡한 것이다. 슈베르트는 첼리츠에서 자기의 피아노 제자였던 에스터하지 백작의 둘째 딸인 카롤리네 에스터하지 백작부인에 대하여 희망 없는 열정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수줍은 성격이어서 자기의 속마음을 드러내보이지 못했다. 슈베르트가 카롤리네에게 헌정한 곡은 피아노 듀엣을 위한 F 단조 환상곡(D 940) 뿐이었다. 아무튼 카롤리네에 대한 연모의 정은 기간의 흐름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슈베르트가 한때 연모했던 카롤리네 폰 에스터하지 백작부인


1823년에서부터 1824년에 이르기까지의 우울했던 감정은 1825년에 들어와서 좋은 일과 행복으로 보상을 받았다. 작품을 출판하는 일이 순조롭게 추진되어서 어느정도의 로열티도 받게 되었다. 슈베르트의 생활을 안정을 보이는 것 같았다.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슈베르트는 여름에 오버외스터라이히의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아주 보람있고 유쾌한 휴가를 가졌다. 오버외스터라이히 사람들은 청년 슈베르트를 따듯하게 환영했다. 슈베르트는 여름 휴가 중에 스코틀랜드의 문호 월터 스콧의 소설인 '호수의 여인'(Lady of the Lake)을 바탕으로 7곡으로 구성된 연가곡인 '호수의 아가씨'(Fräulein am See)를 작곡했다. 그 중에는 '엘렌의 노래 3'(Ellens Gesang III: D 839 Op 52 No 6)이란 것도 포함되어 있다. '엘렌의 노래'는 월터 스콧의 영어 시를 아담 슈토르크(Adam Storck)가 독일어로 번역하고 여기에 슈베르트가 음악을 붙인 노래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워래의 가사대로 불려지지를 않고 로마 가톨릭의 전통적인 기도문인 '아베 마리아'(Ave Maria)의 구절을 가사로 대체하여 부르게 되었다. 이것오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이다. 그러나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아베 마리아'의 멜로디도 오리지널 슈베르트의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가톨릭 교회의 찬가 중에 나오는 멜로디를 참고로 했다는 것이다. 슈베르트는 또한 피아노 소나타 A 단조를 작곡했고 교향곡 C 장조(나중에 그레이트 C 장조: D 944로 알려짐)의 작곡을 시작했다. 교향곡 C 장조는 이듬해에 완성되었다. 슈베르트는 그레이트 C 장조 교향곡을 1826년에 비엔나 악우회(Gesellschaft der Musikfreunde)에 기증했다. 이로 인해서 악우회로부터 사례금을 받기도 했다. 슈베르트는 1825년 늦겨울과 1826년 초겨울에 '죽음과 소녀'의 변주곡인 현악4중주곡 14번 D단조(D 810)를 작곡했다. 이곡은 1826년 1월에 초연되었다. 이어 1826년에는 현악4중주곡 15번 G 단조(D 887), 화려한 론도라고 불리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B 단조 론도(D 895), 피나오 소나타 G 장조(D 894) 등을 완성했다. 여기에 셰익스피어 노래 세곡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 '세레나데'(독일어로 Standchen 이라고 함. D 889)와 '실비아'(An Sylvia: D 891)는 단 하루에 두곡을 완성한 케이스이다. 첫번째 노래는 묵고 있던 여관에서 나와 산책을 하는 중에, 두번째 노래는 산책을 마치고 여관에 돌아와서 작곡했다.


비엔나악우회 건물 야경. 이곳에서 매년 1월 1일에 비엔나필에 의한 비엔나신년음악회가 열린다. 슈베르트는 비엔나 악우회의 회원으로 가입신청하였으나 아마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해서인지 거절 당했다.  슈베르트는 나중에 교향곡 C 장조를 비엔나악우회에 헌정하였다.


슈베르트는 1827년에 연가곡인 '겨울나그네'(Winterreise: D 911)를 작곡했다. 진실로 뛰어난 가곡집이다. 슈베르티아데 사람들은 '겨울나그네'에 대하여 다른 말은 필요 없고 그저 '훌륭하고 놀랍다'(remarkable)라고 말했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었다. 1827년은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바로 전해이다. 건강이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는 중에서도 마치 백조가 노래를 부르듯 여러 작품을 진력하여 작곡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C 장조 환타지(D 934), 피아노를 위한 즉흥곡, 두곡의 피아노 트리오(B 플랫 장조: D 898과 E 플랫 장조: D 929)를 완성했다. 슈베르트 생애의 마지막 해인 1828년에는 프란츠 그릴파르터의 대본에 의한 칸타타 '미리암의 승리의노래'(Mirjams Siegesgesang: D 942), E 플랫 장조 미사(D 950), '탄툼 에르고'(Tantum Ergo: D 962), C 장조 현악4중주곡((D 956), 그리고 세곡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D 958, D 959, D 960), 그리고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13곡으로 구성된 '백조의 노래'(D 957)를 완성했다. '백조의 노래'의 원래 제목은 '렐슈타브와 하이네의 시에 의한 13곡의 리더(가곡)'이다. 한편, 교향곡 C 장조(D 944)는 작곡년도가 1828년으로 되어 있지만 슈베르트 학자들은 1825-26년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슈베르트는 1825년 말에 휴양지인 가슈타인에 가서 지낸 일이 있기 때문에 그 기간에 작곡한 것이라는 짐작이다. 이 교향곡은 한때 분실되었다고 알려졌으나 오늘날에는 콘서트의 스탠다드 레퍼토리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그건 그렇고 슈베르트는 교향곡 C 장조를 1828년에 수정하였는데 이런 일은 슈베르트로서 극히 예외적인 일이어서 흥미롭다. 슈베르트는 세상을 떠나기 1주일 전에도 새로운 교향곡인 D 장조 교향곡(D 936A)의 3악장까지 스케치를 하였다. 그만큼 교향곡에 대하여 집념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되돌아보면 슈베르트 생애의 마지막 2년 동안에 나온 작품들을 보면 인간 심성의 어두운 면을 보다 신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하겠다. 슈베르트는 인간관계에 대하여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와 함께 영적인 세계, 특히 저 건너 피안의 세계에 대하여 보다 깊은 감정을 표출하였다. 특히 그의 노래들 중에는 섬뜩할 정도로 어두운 작품들이 있다. 연가곡에서 그러하다. 예를 들어서 '백조의 노래'에 나오는 '제2의 자아'(Der Doppelgänger)는 인간의 정신이상적인 면모를 보여주는가 하면 당장이라도 죽어서 영혼이 배회하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이 노래는 바로 그 전 해에 작곡한 '겨울나그네'에서 '거리의 악사'(Der Leiermann)와도 연계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작곡에 여념이 없는 슈베르트. 잘츠캄머구트의 어느 마을인 듯 싶다.


이상에서 간단히 설명했듯이 슈베르트는 생애의 마지막 시기에 창작의 불길이 더욱 밝았었다. 그러나 그의 건강은 창작활동과는 반비례로 더욱 악홛되었다. 슈베르트는 공식적으로는 장티푸스 열병으로 진단되었으나 또 다른 주장에 따르면 매독 말기였다는 것이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여자 관게가 복잡했었던 모양이다. 1820년대도 중반에 들어섰을 때 슈베르트는 친구들에게 아무래도 건강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고 털어 놓으면서 상당히 두려워했다고 한다. 슈베르트는 1828년 가을에 궁정의사인 에른스트 린나(Ernst Rinna)를 만난 일이 있다. 린나 박사는 슈베르트의 친구들에게 슈베르트의 병은 고치기가 어려운 것이어서 한두달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베르트의 증세는 수은중독에 걸린 것 같았다. 당시에는 매독과 같은 성병을 고치기 위해서 수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슈베르트도 수은을 사용했던 것 같았다. 수은에 중독되면 두통이 심해지고 열이 높아지며 관절에 부기(浮氣)가 생기고 구토증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슈베르트는 11월에 들어서면서 바로 그런 증세를 심하게 보였다는 것이다. 그때 슈베르트는 비엔나의 4구 뷔덴(Wieden)의 케텐브뤼켄가쎄(Kettenbrückengasse) 6번지에 있는 페르디난트 형의 아파트에 함께 기거하고 있었다. 오는날 비엔나에서 가장 큰 야채 시장인 나슈마르크의 부근이다. 현재 이 집은 슈베르트 기념관으로 되어 있다. 입장료는 어른이 2유로이다. 19세 이하는 무료이다.



비엔나의 4구 뷔덴의 케텐브뤼켄가쎄 6번지는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집이다. 기념관으로 되어 있다.

슈베르크가 세상을 떠난 집의 외벽에 설치되어 있는 명판. '이 집에서 톤디히터인 프란츠 슈베르트가 1828년 11월 19일에 세상을 떠났다'고 적혀 있다. 슈베르트를 작곡가(Komponist)라고 부르지 않고 톤디히터(음의 시인: Tondichter)라고 불렀다.


슈베르트가 마지막으로 듣고 싶어 했던 음악은 베토벤의 현악4중주곡 14번 C 샤프 단조(Op 131)였다.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닷새 전이었다. 이날 함께 모인 친구들이 슈베르트를 위해 그 곡을 연주해 주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칼 홀츠(Karl Holz)는 '하모니의 왕이 가곡의 왕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음악이었다'라고 말을 기록으로 남겼다. 슈베르트는 1828년 11월 19일에 세상을 떠났다. 슈베르트는 평소에 베토벤을 너무나 존경하여서 죽어서라도 베토벤으로부터 가까운 곳에 묻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슈베르트는 배링공동묘지의 베토벤 옆에 안장되었다. 두 사람의 묘지는 1888년 비엔나 남부의 짐머링에 있는 중앙공동묘지의 음악가 묘역으로 이장되었고 그곳에서도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옆에 영원한 안식처를 갖게 되었다. 배링공동묘지는 1925년에 슈베르트 공원(Schubert Park)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묘비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1872년에 비엔나의 슈타트파르크(Stadtpark)에 슈베르트의 기념상이 설치되었다.


비엔나 중앙공동묘지의 음악가 묘역에 있는 슈베르트의 묘지와 묘비(오른쪽). 가운데는 모차르트, 왼쪽은 베토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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