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가곡 왕 슈베르트

슈베르트의 또 다른 작품세계

정준극 2017. 2. 21. 06:54

슈베르트의 또 다른 작품세계 2


시골에서 작곡하고 있는 슈베르트


슈베르트는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것저것 합해서 정리해보면 약 1천 5백 작품을 남겼다. 비엔나에서 활동했던 하이든이 약 250편, 베토벤이 약 350편, 모차르트가 약 650편의 작품을 남긴 것과 비교하면 슈베르트는 짧은 생애이지만 이들보다 몇배나 많은 작품을 남겼다. 물론 개별 작품을 숫자로 보면 그렇다는 것이고 전체 작품의 연주시간으로 따지자면 그렇지 못하기는 하다. 슈베르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은 장르의 작품은 피아노곡과 솔로 음성을 위한 것이다. 그중에서 가곡은 6백여 곡이나 작곡했다. 연가곡(Song cycle)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와 '겨울나그네'를 포함해서이다. 중창과 트리오 등 이른바 파트 송(Part song)은 150여곡이나 작곡했다. 미사곡을 포함한 종교음악은 40여곡에 이른다. 무대작품은 오페라(징슈필)와 극음악을 합해서 20여 편이나 된다. 극음악 중에서는 '로자문데'의 극음악이 유명하다. 교향곡은 완성된 것은 7편이지만 미완성까지 합하면 10편이 넘는다. 우리가 말하는 '미완성교향곡'은 교향곡 8번으로 분류되어 있다. 실내악에서도 여러 작품을 남겼다. 현악4중주, 5중주, 트리오, 듀오 등이 20여편이나 된다. 그런데 슈베르트의 작품으로 정리되었지만 그렇다고 모두 순수 슈베르트의 작품이라고 보기가 어려운 것들도 상당수가 있다. 그런 부류의 작품군으로는 크게 세가지로 가를수가 있다. 첫째는 다른 작곡가의 작품을 슈베르트가 편곡한 것, 둘째는 다른 작곡가가 작곡한 것을 슈베르트가 작곡한 것으로 잘못 분류된것, 또는 슈베르트의 작품이라고 확실히 말하기가 어려운 작품들, 그리고 셋째는 이른바 위작이다. 위작이란 다른 작곡가가 마치 슈베르트가 작곡한 것처럼 내세운 작품을 말한다. 별로 할 일도 없으므로 어떤 작품들이 여기에 속하는지 소개코자 한다. 이런 작품들은 도이치(Deutsch) 분류에서 부록(Anh: Anhang)으로 정리되고 있으며 또는 미확인(deest)라고 정리되고 있다. 카탈로그에서 deest 라는 표현은 라틴어로서 정식 목록에는 포함될수 없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deest의 복수 표기는 desunt 이다.


슈베르트 초상화


○ 슈베르트가 편곡한 작품들. 그러므로 원작곡자는 슈베르트가 아니다. 하지만 슈베르트의 작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 D Anh. II. 1. 슈베르트가 1810년 쯤에 글룩의 오페라 '아울리스의 이피제니'(Iphigenie in Aulis)의 서곡을 피아노 듀엣으로 편곡한 작품.

- D Anh. II. 2. 슈베르트가 체코(보헤미아) 작곡가인 벤첼 토마스 마티에그카(Wenzel Thomas Matiegka: 1773-1830)의 작품번호 21번 '플루트, 비올라, 기타를 위한 G 장조 야상곡'을 '플루트, 기타, 비올라, 첼로를 위한 곡'아란 제목으로 편곡한 작품. 과거에는 D 96으로 분류되었었다. 1814년에는 '플루트, 기타, 비올라, 첼로를 위한 G 장조 사중주곡'으로 나타났었다. 벤첼 토마스 마티에그카의 작품 중에서 2악장 '메뉴에트'를 편곡한 것이다.

- D Anh. II. 3. 슈베르트가 1816년에 역시 글룩의 오페라 '에코와 나르시스'(Echo et Narcisse)에 나오는 두개의 아리아, 즉 Rien de la nature 와 O combats, o desordre extreme!를 솔로와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한 것이다.

- D Anh. II. 4. 슈베르트가 1823년에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음악학자, 피아니스트인 막시밀리안 슈타들러(Masimilian Stadler: 1748-1833)의 시편 8편을 바탕으로 작곡한 찬송가인 '솔로와 피아노를 위한 '무한하신 하나님, 우리의 주님'(Unendlicher, Gott, unser Herr)을 '음성, 두개의 오보에, 두개의 클라리넷, 팀파니, 현악기, 오르간을 위한 기악곡'으로 편곡한 것이다. 


○ 슈베르트의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운 잘못 분류된 작품들


- D Anh. 1. 3. 1812년에 작곡했다는 현악4중주를 위한 C 장조 후가(Fugue)는 오늘날 비올라 파트만이 남아 있고 다른 파트의 스코어는 분실되었다. 그러므로 비록 곡목의 제목은 나와 있어서 부록으로 정리되어 있지만 완전히 슈베르트의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D Anh. 1. 12. 1810년에 출판된 '피아노를 위한 일곱개의 쉬운 변주곡'(Seven Easy Variations)은 슈베르트의 작품 리스트에 부록으로 올라와 있지만 여러 모로 볼때에 슈베르트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 D Anh. 1. 14. 1826년에 슈베르트가 작곡한 피아노를 위한 Gb 장조인 '쿠펠뷔저 왈츠'(Kupelwieser Walzer)는 1943년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피아노를 위한 왈츠로 편곡하여 더 유명해졌다. 슈베르트는 친구인 쿠펠뷔저의 결혼을 축하하여 이 곡을 작곡했으나 오늘날 어떤 경우에는 슈트라우스의 '쿠펠뷔저 왈츠'가 유일한 것처럼 알려져 있기도 하다.

- D Anh. 1. 15. '피아노를 위한 트리오' 미뉴엣 D 장조는 D 336으로 분류되었지만 언제 작곡된 것인지 모르며 슈베르트가 작곡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작품이다.

- D Anh. 1. 17. 교회 성가인 B 플랫 장조의 '탄툼 에르고'(Tantum ergo)는 어느 성부를 위한 것인지, 어떤 악기로 연주하는 것인지 알수 없는 작품이다. 오늘날에는 소프라노를 위한 스코어만이 남아 있다. 슈베르트의 작품으로 일단 분류는 되었지만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 D Anh. 1. 25. 1819년에 작곡된 것으로 알려진 칸타타 형식의 '형제자매에 대하여'(Drum Schwester und Brüder: 형제자매들이 즐거운 노래를 부르다)는 솔로 파트들과 합창, 바이올린, 첼로 기타 악기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오늘날에는 바이올린과 첼로 스코어만이 남아 있어서 슈베르트의 작품이라고 확정하기가 어렵다.

- D Anh. 1. 26. '폭풍을 부르기'(Sturmbeschwörung)(구원의 손길도 없고 육지도 안보이고)는 두명의 소프라노와 한명의 알토(또는 두명의 소프라노와 두명의 알토)를 위한 트리오 또는 사중주이지만 현재는 소프라노 한 사람의 파트만이 겨우 남아 있다. 그래서 슈베르트의 작품이라고 말하기가 어렵지만 부록으로 분류되어 있다.

- D Anh. 1. 28. 슈베르트가 1817년에 작곡했다고 보여지는 솔로와 피아노를 위한 '비탄'(Klage)(더 이상 짊어지지 않으리: Nimmer länger trag ich dieser Leiden Last)은 D 512 Nimmer länger  trag ich로 정리되어 있으나 슈베르트가 작곡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 D Anh. 1. 29. 슈베르트가 1809년에 작곡했다고 생각되는 '페르디난트 2세 황제'(Kaiser Ferdinand II)라는 노래는 슈베르트의 작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 D deest. 슈베르트가 1812년에 작곡했다고 생각되는 트리오인 Scherz-Terzett(Mala musica, bona musica?)는 슈베르트의 작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 D deest. 슈베르트가 1816년 이후에 작곡했다고 생각되는 솔로와 기타를 위한 노래인 '밤'(Die Nacht)[Die Nacht bricht an, mit leisen Lüften sinket]은 슈베르트의 작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그런가하면 가사는 보헤미아 출신으로 비엔나에서 활동한 프란츠 사버 바론 폰 슐레흐타(Franz Xaver Baron von Schlechta: 1796-1875)가 작성했고 솔로 파트는 슈베르트가 작곡했다는 주장도 있다.

- D deest. 가곡인 '흡족한 만족'(Seliges Genügen)은 악보가 분실되어 어떤 노래인지는 알수 없지만 슈베르트가 작곡한 가곡의 리스트에 들어 있다.


○ 다른 사람이 작곡했지만 무슨 연유인지 슈베르트의 카탈로그에 포함되어 있는 작품들

- D Anh. I. 4. D2로 분류되었던 현악4중주곡 G 장조는 현재 한 악장의 일부만이 악보로 남아 있다.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제국학교(콘빅트) 때부터의 친구인 알베르트 슈타들러(Albert Stadler: 1794-1888)가 작곡했다는 것이 판명되었으므로 슈베르트의 작품이 아니다.

- D Anh. I. 5. 현악 4중주곡 E 플랫 장조는 실은 슈베르트의 친구이며 후원자인 안젤름 휘텐브렌너(Alselm Hüttenbrenner)의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베르트의 작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다만, 작곡 연도가 명확치 않다. 현재는 1악장의 스케치만이 남아 있다.

- D Anh. I. 6.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D 장조 듀엣은 슈베르트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 D Anh. 1. 6a. 교향곡 E 장조인 '1825'는 슈베르트의 작품이 아니고 군터 엘스홀츠(Gunter Elsholz: 1936-2004)의 작품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슈베르트의 초안을 군터 엘스홀츠가 다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 D Anh. I. 11. 피아노를 위한 알레그로 G 장조와 미뉴엣 C 장조는 소나티나라는 타이틀로 소개되고 있으나 슈베르트의 작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작곡연도도 명확치 않다.

- D Anh. I. 16. 피아노를 위한 무곡 A 플랫 장조인 '비엔나 에코세스 춤곡'(Ecossaise de Vienna)은 안젤름 휘텐브렌너가 작곡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 D Anh. I. 27. '금관악기로 연주하는 세개의 합창곡'은 남성합창곡이다. 언제 작곡되었는지 분명치 않으며 슈베르트의 작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 D Anh. I. 30. '나의 자유'(Mein Frieden)라는 노래는 1823년에 독일의 프란츠 안톤 슈베르트(Franz Anton Schubert: 1768-1824)가 작곡한 것이다. 프란츠 안톤 슈베르트는 프란츠 슈베르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다만, 활동했던 시기가 비슷하고 이름이 비슷해서 잘못 분류가 되었다는 얘기다.

- D Anh. I. 31. '아듀'(Adieu: Lebe wohl)라는 노래는 1824년에 출판되었는데 슈베르트가 작곡한 것이 아니라 에스토니아 출신의 아우구스트 하인리히 폰 바이라우흐(August Heinrich von Weyrauch: 1788-1865)가 작곡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 D Anh. III. 1 4성 또는 다성의 9개 캐논은 미하엘 하이든(Michael Haydn),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 요제프 오터(Josef Otter),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기타 익명의 작곡가 두세명이 참여하여 작곡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홉개의 노래는 Es packe dich das Glück beim Kragen; Vom Glück sei alles dir beschert; Glück fehl dir vor allem; Wohlsein und Freude; Drum habe Dank, o Vater Hayden; Adam has siebn Söhn; Cato, Plato, Cicero; Was i beim Tage mit der Leiern gwinn; Alleluia 이다.

- D Anh. III. 2. '땅을 나누리'(Die Teilung der Erde)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며 테너인 프란츠 데 파울라 로저(Franz de Paula Roser: 1779-1830)의 작품으로 주장되고 있다.

- D Anh. III. 3. 교향곡 C 장조 KV 551은 모차르트의 작품이다. 교향곡 41번으로 '주피터'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슈베르트가 1813년에 사본을 정리한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 D Anh. III. 4. 징슈필인 '엘본도카니'(Elbondocani)에 나오는 두명의 소프라노와 테너와 베스를 위한 캐논인 '하늘로부터 내려온 희망의 아이'(Hoffnung Kind des Himmels)는 독일 작곡가 요한 루돌프 춤슈테그(Johann Rudolf Zumsteeg: 1760-1802)의 작품이라는 주장이다.

- D Anh. III. 5. 트리오인 '데어비셰의 합창'(Chor der Derwische)도 요한 루돌프 춤슈테그의 작품이라는 주장이다. Ein Gott, ein wahere Gott ist nur'라고 시작하는 노래이다.

- D Anh. III. 6. 미사중에 봉헌송으로 불리는 Clamavi ad te C 장조 Op 16은 D 85로 분류되었으나 이는 오스트리아 작곡가인 요제프 프라인들(Josef Preindl: 1756-1823)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있다. 여러 성부를 위한 곡이지만 현재는 소프라노 파트만이 남아 있다.

- D Anh. III. 7. 괴테의 '이피제니'()에서 독백 장면의 노래인 '그대의 그림자에서 나와라'(Heraus in eure Schatten)는 독일의 작곡가인 요한 프리드리히 라이하르트(Johann Friedrich Reichardt: 1752-1814)가 작곡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합창곡이다.

- D Anh. III. 8. 교향곡 4번 B 플랫 장조 작품번호 60의 일부는 베토벤의 음악을 인용한 것이다.

- D Anh. III. 9. 독일 장엄미사에서 '전능하신 당신 앞에 엎드려'(Hier liegt vor deiner Majestät)는 미하엘 하이든의 멜로디를 인용한 것이다. 솔로와 오르간을 위한 노래이다.

- D Anh. III. 10. C 장조 미사는 기본적으로 오스트리아 작곡가이며 오르가니스트인 요제르 프라인들의 음악을 인용한 것이다.KV 484d 에서 인용한 것이다.

- D Anh. III. 11. 전에는 D 92로 분류되었던 캐논 Lass immer in der Jugend Glanz는 모차르트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 D Anh. III. 12. D 127로 분류되었던 노래집 '모두 감사하게 주님께서 지켜주시니'(Selig alle, die im Herrn entschliefen)는 실은 모차르트가 작곡한 것이다. KV 382b. 슈베르크가 만든 사본은 분실되었다.

- D Anh. III. 13. 베토벤이 작곡한 노래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에서의 저녁노래'(Abendlied unterm gestirnten Himmel)(Wenn die Sonne niedersinket: WoO 150)는 베토벤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동안 슈베르트의 작품으로 알려져 왔었다. 슈베르트가 1820년에 사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비엔나 중앙공동묘지의 슈베르트 묘지(오른쪽). 왼쪽은 베토벤, 가운데는 모차르트의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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