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58. 페터 외트뵈슈의 '파라다이스 재충전'

정준극 2017. 5. 18. 08:30

파라다이스 재충천(Paradise Reloaded): 릴리스(Lilith)

헝가리의 현대음악 작곡가 겸 지휘자인 페터 외트뵈슈의 오페라

아담의 첫째 부인인 릴리스와 둘째 부인인 이브와의 투쟁


현대음악 작곡가 겸 지휘자인 헝가리 출신의 페터 외트뵈슈


기독교의 입장에서 보면 신성모독이라고 밖에 말할수 없는 내용의 오페라들이 더러 나와 있어서 교회와 제작자간에 물의를 빚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근자에도 헝가리 출신의 현대음악 작곡가 겸 지휘자인 페터 외트뵈슈(Peter Eötvös: 1944- )가 '파라다이스 재충전'(릴리스)(Paradise Reloaded: Lilith)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내놓아서 음악적으로야 어떻든 종교적으로는 상당한 물의를 던져 주었다. 내용인즉 아담의 첫째 부인이라고 하는 릴리스(Lilith)가 아담의 둘째 부인이라고 하는 이브를 제쳐놓고 인류의 어머니로서 인정을 받는다면 세계문명은 어떻게 발전되었을까에 대한 것이다. 아니, 아담에게 부인이 따로 있었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냐면서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서양에서는 그런 얘기가 오래전부터 전해내려 오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기독교가 큰일 날 속설로 금기하고 있는 얘기들이 여럿이나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릴리스에 대한 것이다. 실상 그같은 속설은 유태교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토라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태초에 인류의 조상인 아담에게 릴리스라는 여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얘기인즉, 하나님이 흙으로 아담을 창조하시고 똑같은 방법으로, 즉 다시 흙을 빚어서 코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어서 릴리스를 창조하여 아담의 부인이 되도록 했는데 릴리스가 그러면 안되는데 사탄의 부하가 되었고 이에 하나님이 속이 상해서 릴리스를 에덴 동산에서 추방했으며 이어서 하나님은 아담이 혼자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여서 아담의 갈비뼈 하나를 취하여 이브를 만드시고 에덴동산에서 함께 평화롭게 지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의 전처인 릴리스가 뱀의 모습으로 살며시 등장해서 이브를 꾀이고 이어 이브가 아담을 꾀어서 하나님이 절대로 먹지 말라고 하는 선악과를 먹게 만들었고 그리하여 우리가 잘 아는대로(구약 성서에 기록된 대로)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었으며 남자는 노동의 고통을, 여자는 해산의 고통을 겪는 저주를 받았다는 것이다.


라파엘이 그린 릴리스. 뱀의 형상으로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도록 유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릴리스라는 이름이 아직은 생소한 것이지만 서양에서는 여러 소설이나 극본으로, 또는 대중음악으로, 또는 영화나 TV 드라마로, 그리고 만화로, 그리고 컴퓨터 게임으로서 널리 알려져 있는 이름이다. '릴리스'라는 제목의 오페라도 나와 있다. 2001년에 미국의 드보라 드라텔(Deborah Dratell: 1956-)이 작곡한 오페라이다. 뮤지컬도 있다. 1989년에 미국의 헨리 몰리코네(Henry Molicone: 1946-)가 작곡한 뮤지컬 '호텔 에덴'(Hotel Eden)으로 1막에 릴리스가 아담, 이브와 함께 등장한다. '파라다이스 재충전'이라는 오페라를 소개하기 전에 우선 페터 외트뵈슈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외트뵈슈라는 이름은 세계적으로  현대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가고 있는 기수로서 인식되어 있다. 심지어 어떤 평론가는 외트뵈슈로 인하여 오페라의 황금시기가 대시 오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특히 오페라에서 놀랄만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보여주어서 대단하다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과연! 오늘날 외트뵈슈의 오페라들은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의 여러 오페라극장이 서로 앞다투어 공연코하 하는 품목이 되었다. 외트뵈슈는 1944년에 헝가리에 속한 오도르헤유 세쿠예스크(Edorheiu Secuiesc)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헝가리어로는 세케유드바르헤이(Szekelyudvarhely)라는 곳이다. 외트뵈슈가 태어날 당시에는 헝가리였으나 실은 예로부터 트란실바니아에 속한 지역이었다. 그러다가 전쟁이 끝자자 루마니아에 속하게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래도 외트뵈슈는 자기의 조국이 헝가리라고 내세우고 있다.


외트뵈슈가 태어난 곳. 외트뵈슈가 태어날 당시에는 헝가리에 속하였고 그 전에는 트란실바니아에 속하였으나 지금은 루마니아의 오도르헤유 세쿠예스크이다.


외트뵈슈는 부다페스트에 이어 라인강변의 쾰른에서 작곡을 공부했고 틈틈이 지휘도 공부했다. 그는 현대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슈토크하우젠 앙상블에거 1968년부터 거의 10년 동안 활동하였으며 그런 중에 1973년에는 욀도르프 그룹(Oeldorf Group)의 창단 멤버로서 활동하였다. 욀도르프 그룹은 독일 쾰른 인근의 욀도르프에서 창단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 1979년부터 1991년까지는 파리에서 창단된 앙상블 인터콘템포리안(Ensemble InterContemporian: EIC)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서 활약했다. EIC는 주로 현대실내악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단체이다. 그후 고텐부르트(Gothenburg) 교향악단 수석 객원지휘자'로 활동하였으며 그러는 중에 수많은 작품을 작곡하여 세계의 음악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외트뵈슈는 무대 음악(오페라 등), 오케스트라 작품, 앙상블 작품, 성악 작품, 실내악과 솔로 악기를 위한 작품, 전자음악, 극장음악, 영화음악 등 실로 많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오페라는 2017년 현재까지 12편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오페라로는 '하라키리'(Harakiri: 1973), '세 자매'(Three Sisters: 1997), '아메리카의 천사'(Angels in America: 2004), '사랑, 그리고 악마들'(Love and Other Demons: 2008), '악마의 비극'(The Tragedy of the Devils: 2010), '파라다이스 재충전'(릴리스)(Paradise Reloaded: Lilith: 2013) 이다.


'파라다이스 재충전' 포스터


외트뵈슈의 '파라다이스 재충전'의 스토리는 독일의 젊은 극작가인 알베르트 오스터마이어(Albert Ostermaier)의 희곡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외트뵈슈는 이미 2010년에 오스터마이어의 희곡인 '악마의 비극'(Die Tragödie des Teufels: The Devils Tragedy)을 바탕으로 같은 제목의 오페라를 만든 일이 있다. 외트뵈슈는 '악마의 비극'을 수정이 아니라 재작곡하여서 '파라다이스 재충전'을 만들었다. 그런데 '악마의 비극'에서는 루시퍼가 주인공이었지만 '파라다이스 재충전'에서는 릴리스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 차이가 있다. 릴리스는 '악마의 비극'에서 루시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크게 각광을 받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파라다이스 재충전'에서는 좀더 중심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릴리스는 루시퍼의의 동료 겸 심복으로 등장한다. 전남편인 아담을 되찾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지 하는 존재로 표현해 놓았다. 릴리스는 앞에서도 언급한 대로 아담의 첫번째 부인이라는 여인이다. 오스트마이어는 만일 성경에 기본을 둔 서양의 문화와 사상이 아담의 첫번째 부인을 이브가 아니라 릴리스로 간주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가설을 내세웠다. 그렇게 되면 인류의 오리지널 어머니는 아브가 아니라 릴리스가 되는 것이다. 오페라 '파라다이스 재충전'은 일리스가 파라다인스인 에덴 동산으로부터 추방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릴리스는 광야로 쫒겨나서 악마들의 어머니로서 지낸다. 릴리스는 아담의 아기를 잉태하고자 아담에게 돌아간다. 아담은 릴리스를 불쌍하게 여겨서 릴리스를 악마적인 존재로부터 자유롭게 해 준다. 그러자 아담의 두번째 부인인 이브는 릴리스의 행동을 심히 못마땅하게 여겨서 릴리스와 대립한다. 두 여인의 대립은 오페라가 끝날 때까지도 계속된다.


릴리스와 이브와 아담


릴리스는 아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이 독자적으로 창조하였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독립적인 의지와 능력을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릴리스는 음모를 꾸미고 실현하는데 있어서도 독자적으로 추진할수 있다. 반면에 이브는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독립적인 의지가 약하다. 말하자면 아담에게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브는 자기 희생, 순결, 여성다움 등을 상징함으로서 또 다른 자아를 보여주고 있다. '파라다이스 재충전'의 스토리와 구조는 헝가리의 시인인 임레 마다츠(Imre Madach: 1823-1864)가 1861년에 완성한 극시(劇詩)인 '인간의 비극'(The Tradegy of Man)과 흡사하다. '인간의 비극'에서는 아담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루시퍼와 함께 여행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루시퍼는 아담에게 인간이 어떻게 진보되어 왔는지를 깊은 꿈의 늪을 통해서 보여준다. 자세한 스토리는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다. 아담은 에덴 동산 밖에 있는 어떤 절벽에 서 있는 루시퍼를 만나러 간다. 아담과 루시퍼는 자유 의지의 존재에 대하여 논난을 벌인다. 루시퍼는 아담에게 인간 야망의 무익함을 상기시켜준다. 루시퍼는 아담에게 자살을 설득한다. 그렇게해서 결국은 인간을 멸종시킨다는 생각이다. 루시퍼의 설득을 받은 아담은 스스로 생명을 끊음으로서 하나님에게 반항할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아담이 절벽에서 뛰어 내리기로 결심한다. 바로 그러한 때에 이브가 자살하려는 아담을 발견하고는 달려와서 아기를 잉태하였다는 얘기를 한다. 아담은 새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깨닫는다. 하나님은 그러한 아담에게 삶에 대한 믿음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아담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기로 결심한다. 마다츠의 '인간의 비극'은 밀튼의 '실락원'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무엇인가? 릴리스가 목적한대로 마침내 아담의 아기를 잉태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담은 릴리스를 인생의 파트너로서 선택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아담의 선택은 삶과 죽음 가운데서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모습의 두 여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아담의 선택은 앞으로 세세토록 이어갈 세대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모두가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재충전이라는 타이틀을 그래서 붙여진 것이다. 재충전이라는 것은 결국 새로운 파라다이스를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파라다이스는 이들이 떠나온 과거의 파라다이스와는 다른 곳이다. '파라다이스 재충전'은  어두운 요소를 가진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놀랄만한 재미를 선사해 주고 있다. 바리톤 루시퍼는 실수투성이의 무능한 메피스토펠레스이다. 악마적인 계획을 세우지만 언제나 실패이다. 외트뵈슈는 루시퍼를 위해서 가장 그로테스크한 음악을 마련해 주었다. 루시퍼가 등장할 때에 팀파니가 울리고 금관악기들이 세상의 모든 불평을 터트리듯 소리치도록 했다. 여기에 다른 악기들도 이에 질세라 괴이한 음향을 만들어 내도록 했다. 아마도 같은 헝가리 출신의 초현실주의 작곡가인 기요르기 리게티의 '그랑 마카브르'(Le Grand Macabre)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외트뵈슈는 리게티 처럼 우리가 잘아는 합창곡의 멜로디를 괴이하도록 타락한 스타일로 바꾸어 놓았다. 예를 들면 바흐의 '주를 찬양하라'(Lobe den Herren), 또는 베토벤의 저 유명한 '환희의 송가'(An die Freude)를 모방하여서 기괴한 음악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담을 설득하는 릴리스


외트뵈슈의 '악마의 비극'이 되었든지 '파라다이스 재충전'이 되었든지, 또는 '미국의 천사'가 되었든지 바탕은 헝가리의 임레 마다츠의 '인간의 비극'(Az ember tragédiája)이다. 그러므로 원작 희곡의 줄거리를 아는 것도 오페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인간의 비극'은 1861년에 처음 출판되었다. '인간의 비극'은 헝가리 문학을 대표하는 주요 작품 중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는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고 있는 헝가리 연극의 하나이다. 헝가리에서는 '인간의 비극'에 나오는 구절을 연설이나 작문에 인용하는 것이 하나의 수준으로 되어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헝가리에서 제작한 1984년 영화 '수태고지'(The Annunciation: Angyali üdvözlet)는 '인간의 비극'에 바탕을 둔 것이다. 또한 2011년도 만화영화인 '인간의 비극'은 말할 나위도 없이 마다츠의 원작을 기본으로 삼은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아담, 이브, 루시퍼이다.


하나님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이어 인간도 만드시자 루시퍼는 하나님에게 쓸데없는 일을 했다고 하면서 대놓고 비난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얼마 후에 하나님처럼 되고 싶은 욕망을 갖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루시퍼는 하나님에게 자기도 세상을 창조할 때에 도와달라고 해서 도왔으니 세상에 대한 자기의 권리를 행사할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하나님은 루시퍼를 가만히 두었다가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므로 하늘나라에서 쫓아낸다. 다만, 루시퍼가 마지막 소원을 말하자 그것만은 들어주기로 한다. 즉 에덴동산에 선악나무(Tree of Knowledge)와 생명나무(Tree of Immortality)를 만들어 둔 것이다. 두 나무 모두 실은 저주의 나무들이다. 루시퍼는 아담의 자존심과 이브의 허영심을 이용해서 두 사람을 죄악으로 유혹키로 한다. 이브는 결국 선악과를 따먹으며 아담도 먹도록 한다. 하나님은 진노하시어서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추방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지시를 듣지 않아서 타락하고 추방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담은 아직도 자기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깨닫지 못한다. 반면에 아담은 자기로 인하여 인간이 진보하고 바라는 바를 성취할수 있다는 꿈을 하나하나 얘기하면서 이제는 하나님의 지배와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었으므로 스스로의 영광을 추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루시퍼가 그런 아담을 잠들게 하고 잠들어 있는 중에 역사를 통한 여행을 함께 시작한다. (괴테의 '파우스트' 또는 ETA 호프만의 '호프만의 이야기'를 연상케 하는 플롯이다.)


아담과 이브


아담과 루시퍼가 첫번째로 방문한 시기는 고대 이집트 시기이다. 아담은 이집트에서 인간의 광대한 욕망이 성취되고 있음을 목격한다. 아담은 고대 이집트야 말로 자기의 꿈이 실현되는 곳이라고 믿어서 기뻐한다. 그러나 그같은 기쁨은 피라밋을 노예들의 힘겨운 노동에 의해서 건축되고 있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한다. 아담의 그러한 생각은 어떤 노예 한 사람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지적을 받고 그 자리에서 처형되는 것을 보고 더욱 실망한다. 아담은 그 노예는 처형 당하기에 앞서서 '수백만명이 한 사람을 위해서'라고 소리치는 것을 듣고 깊은 생각에 빠진다. 장면은 바뀌어 아담은 이집트를 통치하는 파라오(바로)로서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중에 노예소녀인 이브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 사랑을 신분의 차이로 인해서 이루어지지 못한다. 아담은 그러한 처지에서 새로운 희망을 생각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살수 있는 세상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아담은 루시퍼에게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아담은 시대를 달리하는 여행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꿈이 아무런 소용도 없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이룰수 없는 것임을 인식하게 된다. 아담이 실망하고 낙심하여 있을 때마다 이브가 나타나서 아담의 마음을 새롭게 만들어 준다. 그러한 사이클이 계속 반복된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아담과 루시퍼가 함께 소개된다. 아담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역할을 맡지만 루시퍼는 대체로 아담의 하인이나 수행원 정도로 등장한다. 이브는 각 장면의 후반부에나 등장한다. 이브도 주로 역사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아담은 각 장면의 처음에는 자기의 역할에 몰두하지만 점차 자기는 아무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루시퍼의 계획에 의해서 진행된다는 사실을 짐작한다. 그런데도 루시퍼는 충실한 하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다가 시대가 19세기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아담이 리더 또는 주인공 역할에서 밀려나서 옵서버 역할이다. 그제서야 아담은 자기의 정치적 또는 시대적 사명이 사라진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브는 변함없이 처음부터 맡은 역할 그대로이다. 한편, 아담은 시대를 거치면서 점점 나이가 들고 쇠약해진다. 아담은 시대가 지날수록 경험에 의한 지혜가 많아지지만 반면에 낙심이라는 짐도 함께 지게 된다. 아담이 꿈 속에서 마지막으로 여행하는 곳은 먼 장래의 빙하기이다. 태양은 죽어가고 있다. 문명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인간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인구가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 생활은 마치 문명이라고는 모르는 야만인처럼 되었다. 인간들은 어떻게해서든지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고있다. 세상의 미래가 이러한 것인지는 알수 없다. 단순히 작가인 마다츠가 그렇게 예견한 것인지 또는 극중에서 루시퍼가 아담으로 하여금 모든 희망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장면을 연출한 것인지는 알수 없다. 아무튼 피날레에서 아담은 '이제 아무런 희망도 없다. 내가 할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다'라고 절규한다. 아담은 그렇게 함으로서 인류가 번성을 시작하기 전에 종식시킬 생각이다. 아담은 자기의 결심을 시행하기 위해서 절벽에서 몸을 던져 떨어질 생각이다. 이브가 그런 아담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브는 아담에게 잉태하였다고 기쁨으로 선언한다. 아담은 절벽에서 떨어져 내릴 생각을 접고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서 자기를  승리로 이끄셨다고 소리친다. 하나님은 아담이 그런 생각을 갖도록 만든 사탄을 크게 책망한다. 그리고 아담에게 그가 본 것이 희망이든 절망이든 그의 사명은 다만 '노력해서 이룩하는 것, 믿음을 갖는 것'이라고 밀힌다.


이제 연극의 각 장면을 소개한다. '인간의 비극'은 모두 15개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10개 장면은 역사 속의 시기에 해당한다.

장면 1. 하늘나라.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직후이다.

장면 2. 에덴 동산. 인간 역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기원전 5천년 정도로 보고 있다.

장면 3. 에덴 동산에서 벗어난 곳이다. 하나님께서 루시퍼와 아담과 이브를 추방하였기에 이들이 이른 곳이다. 역시 인류역사의 초기이다.

장면 4. 기원전 2천 5백년 경의 고대 이집트이다. 아담은 바로이다. 아마 이집트 3왕조의 두번째 바로인 조세르(Djoser)일 것이다. 루시퍼는 이집트의 고관으로 장관 격이다. 이브는 어떤 노예의 부인이다.

장면 5. 기원전 489년의 아테네이다. 아담은 밀티아데스 2세이다. 마라톤 전투에서 그리스를 승리로 이끈 장군이다. 루시퍼는 수비병이며 이브는 밀티아데스의 부인이다.

장면 6. 기원후 67년의 로마이다. 아담은 부유한 로마인이다. 루시퍼는 그의 친구이며 이브는 아담의 여친이다.

장면 7. 기원후 1096년의 콘스탄티노플이다. 아담은 갈리리 공자인 탄크레드이며 루시퍼는 그의 가신이고 이브는 수녀가 된 어떤 귀족집안의 처녀이다.

장면 8. 1615년의 프라하이다. 아담은 요한네스 케플러의 역할이다. 루시퍼는 그의 제자이며 이브는 그의 부인인 바르바라이다.

장면 9. 1793년 파리이다. 케플러의 꿈 속에 나타나는 장면이다. 아담은 조르즈 당통이며 루시퍼는 사형집행관이다. 이브는 두 형태로 등장한다. 하나는 곧 처형될 귀족여인으로, 다른 하나는 피에 굶주린 가난한 여인으로 나온다.

장면 10. 1615년 다시 프라하이다. 아담은 계속 케플러이며 루시퍼와 이브의 역할도 장면 8 에서와 마찬가디로 변동이 없다.

장면 11. 19세기의 런던이다. 아담과 루시퍼는 평범한 영국인으로 등장한다. 이브는 중류층 가정의 젊은 여인으로 등장한다.

장면 12. 앞으로 다가올 장래의 공산주의적, 관료주의적 팔란스테리 사회이다. 아담과 루시퍼는 순회하는 연금술사로서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이브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인데 관리자에게 자기가 아이들과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 것을 항의한다.

장면 13. 우주가 무대이다. 아담와 루시퍼는 처음의 그대로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아담과 루시퍼이다. 이브는 등장하지 않는다.

장면 14. 빙하시대이다. 아담과 루시퍼는 창세기 그대로이다. 아마도 기원후 6천년 정도가 되었다고 본다. 아담은 이제 허리가 굽은 노인이다. 루시퍼는 변함이 없다. 이브는 어떤 에스키모의 아내로 살고 있다.

장면 15. 다시금 처음 시작되던 때와 마찬가디로 에덴 동산의 밖이다.


영화 '인간의 비극'의 줄거리를 소개한다. 앞서 설명한 줄거리와 거의 틀림이 없다. 2011년에 헝가리가 제작했다. 마르셀 얀코비츠가 감독했다. 내레이션은 각 시기별로 시행토록 했다. 각 장면의 시각적 스타일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기술로서 주선했다.


하나님이 우주만물을 창조하신다. 루시퍼는 창조에 인간성이 부족하다면서 하나님을 조롱한다. 루시퍼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인간이 하나님과 같아지려고 욕심을 부릴 것이라고 예견한다. 루시퍼는 태고로부터 부정의 정신을 가지고 탄생되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하시는 일도 모두 부정적으로만 생각한다. 루시퍼는 자기도 하나님과 마찬가지로 태고로부터 존재하여 왔고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도와주었으니까 이 세상의 상당부분을 자기 몫으로 달라고 요구한다. 이에 하나님은 선악나무와 생명나무를 허락한다. 루시퍼는 아담과 이브에게 비록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명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일을 먹어보라고 유혹한다. 결국 아담은 에덴 동산으로부터 쫓겨나고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는다. 아담은 더 이상 하나님에게 복종하고 감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아담은 혼자의 힘으로 먹고 살기로 결심한다. 루시퍼는 아담에게 앞날이 어떠한지 직접 경험해 보라고 권한다. 루시퍼는 아담을 데리고 석기시대로부터 미래로 떠난다. 인류역사를 거치는 여행이다.


아담은 고대 이집트에서 파라오인 조세르가 된다. 파라오인 아담은 여노예인 이브를 사랑한다. 아담은 노예제도를 폐지코자 한다. 그러나 루시퍼는 그건 쓸데 없는 일이라면서 반대한다. 그후 아담은 고대 그리스로 간다. 그리스에서는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온갖 부정부패와 잘못된 정치극들이 벌어지고 있다. 아담은 밀티아데스로서 그리스에 등장한다. 군중들이 밀티아데스를 처형하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밀티아데스의 역할을 하고 있는 아담은 사형선고를 받는다. 루시퍼는 실망한 아담을 이번에는 고대 로마로 데려간다. 이곳에서 아담과 루시퍼는 검투사들의 목숨을 건 검투와 창녀들과의 매춘에 빠진다. 타락은 문명을 추락시킨다. 아담과 이브는 사도 베드로를 만나고 이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다. 아담과 이브는 복음을 듣고 하나님에게로 돌아간다. 하나님은 이들에게 사랑과 형제애의 메시지를 전한다. 아담은 갈리리의 왕자인 탄크레디가 된다. 그러나 동서 교회의 반목과 알륵, 그리고 편협됨 때문에 지겨워한다. 아담은 수도원 깊숙히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이브를 만나서 사랑하게 된다.


이번에는 아담이 17세기 프라하의 요한네스 케플러가 된다. 그는 물리적인 세상을 연구하여 영원한 지혜를 얻고자 한다. 한편, 그의 아내인 이브는 남편 몰래 불륜을 저지른다. 또 다시 아담은 루시퍼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번에는 혁명시기의 파리이다. 아담은 조르드 당통이 된다. 이브는 처음에는 귀족부인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혁명의 와중에서 길로틴에 희생이 된다. 그 다음에는 매춘부로 등장한다. 공포적인 혁명의 와중에서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며 지낸다. 아담인 당통은 국가위원회에서 귀족들과 내란의 음모를 꾸몄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는다. 아담은 당통이 아니라 케플러의 몸으로 꿈에서 깨어난다. 그는 아이디어야 말로 개인보다고 더 강력하고 더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후 아담은 루시퍼와 함께 19세기의 영국으로 가서 평범한 영국인 행세를 한다. 아담은 처음에는 평민으로 지내는 것이 어떠한 사건에도 휩싸이지 않고 좋다고 생각했으나 루시퍼가 그러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반대의견을 내세운다. 아담의 정신상태는 해이해지고 부식된다. 모든 것이 일상적인 것이 된다. 1차 대전이 끝나자 아담은 이브에게 청혼코자 한다. 그리고 결국은 이브를 온갖 보석으로 유혹하는데 성공한다. 여기에는 집시 점장이의 역할도 컸다. 20세기에 사회적으로 소요가 일어나자 아담은 상식이 통하고 과학적인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루시퍼는 아담을 미래의 어떤 인류평등주의자에게 데려간다. 아담은 처음에는 인류평등주의에 동조적이었지만 인류가 평등해지면 국가의 개념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을 생각하고서는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한다. 아담은 누구든지 존중해야 할 과거가 있어야 하면 자기 정체를 견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동식물들 중에서 유용치 않은 것들은 자연도태되며 유용한 것들은 유전적으로 개량된다. 아담은 물질주의자의 세계관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는 중에 범죄 생각을 했다고 해서 체포된다. 이브는 어머니가 되어 등장한다. 이브는 사회가 그의 자녀들을 교육시키겠다는 것을 반대하다가 처벌을 받는다. 아담과 루시퍼는 이제 우주의 비인간적인 미래로 여행한다. 아담은 처음으로 정착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구의 정령이 그에게 돌아오라고 강권하자 그는 자기의 정신은 육체를 초월해서 살수 있다고 선언한다. 아담은 마음을 고쳐먹고 지구에 가서 노력하며 살겠다고 선언한다. 그는 도덕을 받아들이고 인간에게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먼 미래에 지구는

빙하기를 맞이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성은 죽어간다. 아담이 만난 몇 안되는 사람들은 불구가 된 야만인들이다. 루시퍼는 그들이 근본적으로 과거 어느 시대의 인간들과 다를바가 없다고 말한다. 아담은 에덴 동산 밖에 있는 어떤 동굴에서 잠에서 깨어난다. 아담은 루시퍼와 함께 절벽으로 간다. 아담은 자유의지의 존재에 대하여 루시퍼와 논쟁을 한다. 루시퍼는 아담에게 인간의 야망이라는 것은 결국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담은 자살함으로서 하나님에게 반항할수 있다고 말한다. 아담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려고 할 때에 이브가 나타난다. 이브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아담에게 믿음을 가지라고 말한다. 아담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키로 결심한다. 그리고 노력해서 사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이브는 자기의 아이들을 사회가 교육시키겠다고 하자 이에 반대하다가 처벌까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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