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영화가 만든 작곡가
실존하지는 않지만 실존 인물처럼 생각되는 허상의 작곡가들 탐구
존 키츠(John Keats)는 '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송가'(Ode to a Grecian Urn)에서 '들어본 멜로디는 감미롭다. 그러나 안들어본 멜로디는 더욱 감미롭다'(Heard melodies are sweet, but unheard are sweeter)라고 말했다. 이 말은 아마도 요제프 버그링거나 아드리안 레버퀸이나 알렉산더 홀레니우스, 또는 뱅퇴일, 심지어는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에릭(Erik the Phantom)의 멜로디가 얼마나 매혹적일 것인가를 추측케 해주는 말이가고 생각된다. 이들 작곡가들은 모두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만들어진 작곡가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무슨 작품을 작곡했다고 해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상상 속에서 그들의 음악이 어떨 것이라는 짐작을 해 볼 뿐이다. 문학작품 속에서 천부적인 재능의 뛰어난 작곡가나 연주자를 만들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그 작곡가나 연주자가 실존했던 사람이라고 믿도록 만든 예는 종종있다. 사실 그런 가상의 작곡가를 문학작품에 등장시키는 연혁은 상당히 오래 되었다. 기록에 남아 있는 것으로는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서이다. 오르페우스(오르페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너무나 노래를 잘 부르고 루트를 잘 연주해서 산천초목까지 감동시켰다는 그 오르페우스이다. 오르페우스는 비록 실존인물이 아니었지만 르네상스 이후의 작곡가들에게까지 정신적으로 많은 영감을 주었다. 가상의 인물치고는 영향력이 대단했다. 그런데 그런 가상적인 작곡가가 오르페우스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근세에 들어서서 여러 명이나 탄생했다. 주로 소설을 통해서였다. 근세에는 영화로도 가상의 작곡가가 만들어졌다. 소설에서는 가상 작곡가들이 작곡한 음악을 들을수가 없지만 영화가 발전하자 사운드트랙으로서 영화속의 작곡가가 진짜로 작곡한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 대표적인 소설과 영화 속의 유명 작곡가들을 만나보자. 실제 인물들을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시킨 것이 아니라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들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 그의 노래는 산천초목을 감동케 했다.
○ 훌다 슈나켄부르크(Hulda Schnakenburg)는 캐나다의 로버트슨 데이비스(Robertson Davies: 1913-1995)의 1988년도 소설인 '오르페우스의 리라'(The Lyre of Orpheus)에 나오는 젊은 작곡가의 이름이다. '오르페오의 리라'는 '코니쉬 3부작'(Cornish Trilogy)의 마지막 작품이다. 첫번째는 The Rebel Angel이며 두번째는 What's Bred in the Bone이다. '오르페우스의 리라'에서는 프란시스 코니시의 유언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코니쉬 재단'의 경영책임자들인 것을 알게 된다. 다섯명의 재단 이사들은 사이몬 다쿠트 목사님, 아서 코니쉬, 마리아 코니쉬, 클레멘트 홀리어 교수, 그리고 스트라포드의 배우인 게랭 파웰이다. 다섯명 중에서 세명은 코니쉬의 유언 집행자들이다. 이사들은 무슨 사업에 기금을 줄지를 결정하는 모임을 갖는다. 그리고 ETA 호프만의 미완성 오페라인 '아서왕'(King Arthur) 또는 '바람난 부인의 관대한 남편'(The Magnanimous Cuckold)을 완성해서 온타리오주의 스트라트포드에서 공연할수 있도록 지원키로 한다. 이를 위해서 이사들은 작곡을 전공하고 있는 대단히 재능있는 젊은 여학생인 훌다 슈나켄부르크에게 오페라의 완성을 의뢰키로 한다. 오페라를 완성하는 것은 훌다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데에도 필요한 일이었다. 대본은 원래 제임스 플랑셰가 시도했던 것을 목사님인 사이몬 다쿠르트가 맡아서 완성키로 했다.
○ 요제프 버그링거(Joseph Berglinger: 18세기)는 독일의 작가이며 법률가인 빌헬름 하인리히 바켄로더(Wilhelm Heinrich Wackenroder: 1773-1798)와 시인이며 극작가인 루드비히 티크(Ludwig Tieck: 1773-1853)가 공동으로 완성한 Herzensergiessungen eines kunstliebenden Klosterbruders(예술을 사랑하는 수도승의 감정표현)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이 소설은 독일 19세기 낭만주의 문학의 초석을 놓은 작품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것이다.소설 속의 요제프 버그링거는 19세기에 독일에서 활동했던 카펠마이스터였다. 카펠마이스터는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의 지휘자를 말하지만 음악감독도 카펠마이스터라고 부른다. 요제프 버그링거는 까다롭고 화를 잘 내며 이기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버그링거의 생활태도와 사상, 그리고 일반적으로 작곡가로서 다른 사람과의 협동과 조화를 이루려는 정신이 부족한 내용은 비록 가상의 인물이지만 후세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런 버그링거가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 더 설명코자 한다. 어린 시절에는 마치 집안에서 버림받은 아이처럼 취급받으며 지내왔다. 그런가하면 고집세고 규칙을 우선으로 여기는 아버지로부터 강압적인 요구를 받으며 자랐다. 아버지는 버그링거에게 '의학을 공부해라!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소리치기가 일수였다. 아버지는 클래식 음악에 대하여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소설 속에서 버그링거는 장질부사에 걸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버그링거는 그의 마지막 작품인 수난곡의 초연이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고 세상을 떠난다. 수난곡은 그의 재능이 마침내 수정처럼 결정된 작품이다.
빌헬름 하인리히 바켄로더와 루드비히 티크. 두 사람의 합작으로 요제프 버그링거라는 위대한 작곡가를 만들었다.
○ 요한네스 크라이슬러(Johannes Kreisler: 19세기 후반)는 독일의 낭만주의 작가인 에른스트 테오도르 호프만(E.T.A. Hoffmann: 1776-1822)의 세 소설에 똑같이 나오는 주인공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세 소설이란 '크라이슬러리아'(Kreisleria: 1813), '지휘자 요한네스 크라이슬러의 음악적 고뇌'(Johannes Kreisler, des Kepellmeisters Musikalische Leiden: 1815), 그리고 '지휘자 요한네스 크라이들러의 휴지 한조각에 해당하는 단편적 자서전과 숫고양이 무르의 생애와 주장들'(Lebens-Ansichten des Katers Murr nebst fragmentarischer Biographie des Kapellmeisters Johannes Kreisler in zufälligen Makulaturblätte)이다. 크라이슬러는 또한 '황금단지'(Der goldne Topf: 1814)에도 잠시 등장하며 호프만이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한 글에도 잠시 등장한다. 소설에 나오는 크라이슬러는 분위기가 있고 사교적인 작곡가이다. 혹자들은 크라이슬러가 호프만의 또 다른 자아라고까지 말했다. 크라이슬러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놀랍도록 감성적인 작품들을 작곡한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이 크라이슬러는 진짜 작곡가로 인정해서 소설에 표현된 그의 작곡 기법과 스타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품을 작곡하기도 했으니 놀라운 일이었다. 대표적인 경우로는 로베르트 슈만의 '피아노를 위한 크라이슬러리아나'(Kreisleriana for piano: Op 16, 1838)이다. 또한 죄르지 쿠르타그(György Kurtág: 1926-)의 '로베르트 슈만에 대한 존경으로'(Hommage a R. Sch.)라는 제목의 트리오(클라리넷, 비올라, 피아노) 1악장은 카펠마이스터 요한네스 크라이슬러의 스타일을 기억하여서라는 부제가 붙은 것이다. 브람스의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Variations on a Theme by Schumann: Op. 9)에서는 브람스가 각 변주곡에 대하여 B 또는 Kr 이라고 표시했는데 B는 브람스 자신의 스타일로 변주곡을 만든 것이며 Kr은 크라이슬러의 스타일로 변주곡을 만든 것이라는 표시이다. 호프만의 소설에서 크라이슬러는 물론 음악적 천재이지만 반면에 반사회적이며 과도할 만큼 예민하고 그런가하면 공황장애를 겪는 것처럼 실망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은 사람으로 설명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융화되어서 지내지를 못한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저녁 초대를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그런 비사교적인 사람으로 표현되어 있다.
E.T.A. 호프만. 천재 작곡가 요한네스 크라이슬러를 창조했다.
○ 독일계로서 벨기에 작곡가인 장 크리스토프 크라프트(Jean-Christoph Krafft: 19세기 후반)는 프랑스의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로망 롤랑(Romain Rolland: 1866-1944)이 그의 소설 '장 크리스토프'에서 주인공으로 삼은 인물이다. 소설 '장 크리스토프'는 10부작으로 되어 있다. '장 크리스토프 사이클'이다. 장 크리스토프가 태어날 때로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인생역정을 그린 작품이다. 첫 네편은 '장 크리스토프'라는 제목으로 묶었으며 다음 세편은 '파리의 장 크리스토프'(Jean-Christoph à Paris)라는 제목으로 묶었고 마지막 세 편은 '여정의 끝'(La fin du voyage)이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로망 롤랑은 '장 크리스토프'로서 1915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로망 롤랑은 아마도 장 크리스토프를 '현대의 베토벤'으로 생각하여 그의 생애와 작품을 10권의 소설에 담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음악이 어떤지 들을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유감이 아닐수 없다. 주인공 장 크리스토프는 소년 시절부터 매우 어렵고 힘든 생활을 해야 했고 그래서 정신적으로도 많은 갈등을 겪었다. 자기의 음악적 재능에 대한 자부심과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를 놓고 투쟁하였다. 청년이 된 그는 친구들이 그에게 대하는 부당한 대우에 대하여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당국의 여러가지 불필요한 제재를 견디지 못하여 이곳저곳에서 도피행각을 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스위스의 한쪽 구석에서 평화를 찾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후에는 그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주는 파리에 마치 개선장군처럼 입성하였다. 이같은 장 크리스토프의 인생연혁이 로망 롤랑의 10부작에 담겨 있다.
로망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 사이클 표지
○ 뱅퇴일(Vinteuil: 19세기 후반)은 뛰어난 재능의 프랑스 작곡가이다. 그런데 물론 실존 인물은 아니다.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7권으로 된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A la Recherche du temps perdu: In Serach of Lost Time: 1913)에 나오는 작곡가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뱅퇴일을 음악적으로 여러 작곡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프루스트 자신을 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프루스트는 클로드 드비시, 세자르 프랑크, 카미유 생 상스, 레이날도 한, 그리고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을 애호하였다. 소설에서는 뱅퇴일이 작곡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F 샤프 장조 소나타'(Sonata in F sharp for piano and violin)이 나온다. 프루스트는 이 소나타 중에서 '작은 소절'(Littel phrase)에 대하여 자주 언급하였다. 나중에 어떤 평론가는 그 '작은 소절'이 '불가능한 기쁨의 세계'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소설은 해설자(내레이터)가 나와서 이런 저런 설명을 붙이는 형식이다. 해설자는 뱅퇴일의 걸작이 '소나타-7중주곡'(Septet)이라고 소개한다. 침착하고 부끄러운듯한 소나타에 비해서 끊임없이 활동적이며 또한 재촉하는 듯 서두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프루스트는 베토벤의 후기 현악4중주곡들, 즉 작품번호 130, 131, 132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뱅퇴일의 소나타 등은 실제로 음악이 있어서 들을수가 있다. 뱅퇴일은 라스트 네임만 있지 퍼스트 네임은 없다. 리브라스(Liberace)와 마찬가지로 그저 뱅퇴일일 뿐이다.
작곡가 뱅퇴일을 창조한 마르셀 프루스트
○ 조지 헨리 본(George Henry Bone: 20세기 초반)은 영국의 극작가이며 소설가인 패트릭 해밀튼(Patrick Hamilton: 1904-1962)의 소설 '행오버 스퀘어'(Hangover Square)에 나오는 작곡가이다. 행오버 스퀘어는 별로 할일 없을 때에 자주 가서 시간보내는 곳을 말한다. 배경은 1930년대의 영국이다. 이 소설을 할리우드가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시기는 1899년으로 세팅했으며 소설에서는 주인공인 조지 하비 본(George Harvey Bone)이 무직의 룸펜이었으나 영화에서는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로 바꾸었다. 1945년의 할리우드 영화인 '행오버 스퀘어'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주인공인 본의 역할은 우여곡절 끝에 미국의 레어드 크레가(Leird Cregar)가 맡았다.
런던 경시청은 본이라는 작곡가가 네타라는 여인을 목졸라 죽이고 담뇨에 싸들고는 파티로 들끓는 거리를 지나서 커다란 장작불 꼭대기에 올려놓은 살인범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 본이라는 사람은 기억상실증이 있어서 자기가 한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본은 자기가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의 연주를 준비하는 중에 기억상실증이 살아나서 본능처럼 극장 건물에 방화한다. 화염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중에 본은 홀로 피아노를 연주하며 만족해 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본의 피아노 협주곡은 실은 미국의 작곡가인 버나드 허만(Bernard Hermann: 1911-1975)이 작곡한 것이다. 버나드 허만은 영화음악의 귀재로서 특히 히치코크 영화에서 여러번 음악을 맡았던 사람이다. 역시 미국의 작곡가인 스테픈 손드하임(Stephen Sondheim)은 '행오버에 스퀘어'에 나오는 음악을 듣고 감동하여서 뮤지컬 '스위니 토드'(Sweeny Todd)를 작곡하는데 참고로 삼았다고 한다. 버나드 허만의 피아노음악은 리스트 스타일의 Concerto Macabre라는 곡이다.
'행오버 스퀘어'의 원작자인 패트릭 해밀튼(우)과 영화에 나오는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한 버나드 허만(좌)
○ 아드리안 레버퀸(Adrian Leverkühn: 1885-1940)은 1929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독일의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이 그의 소설 속에서 만들어낸 천재적인 작곡가이다. 아드리안 레버퀸은 토마스 만의 '독토르 파우스트'(Doktor Faust)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독토르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서 청춘을 샀던 파우스트의 전설을 20세기 초반으로 세팅해 놓은 소설이다. 말하자면 파루스트를 레버퀸으로 대체한 것이다. '독토르 파우스트'는 1947년에 출판되었으며 원래의 풀 타이틀은 '친구가 말해 준 독일 작곡가 아드리안 레버퀸의 생애'(Das Leben des deutschen Tonsetzers Adrian Leverkühn, erzählt von einem Freunde)이다. 파우스트의 전설이 타락과 구속(救贖)을 주제로 삼은데 비하여 '독토르 파우스트'는 아드리안 레버퀸의 생애와 작품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아드리안 레버퀸은 창작에 대한 천재성을 얻기 위해 파우스트식의 바겐을 한다. 그리고 그는 미친상태에서 천재적인 작품이 나온다고 믿어서 의도적으로 미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첫 방법으로서 일부러 창녀와 접촉하여 매독에 걸린다. 그리고 실제로 정신이상적인 사람이 된다. 레버퀸은 메피스토펠레스와 같은 존재와 계약을 맺어서 악마적인 영감으로서 천재 작곡가로서 사람들의 감탄을 받으면서 활동한다. 계약의 내용 중에는 사랑을 부인한다는 것도 들어 있다. 레버퀸이 작품은 무조적인 것이며 훗날 쇤버그 처럼 12음기법을 이용한 것이다. 그의 대표작은 오라토리오인 Apocalypsis cum figuris와 The Lamentations of Faust 이다. 독일의 현대음악 작곡가들인 알프레드 슈니트케와 한스 베르너 헨체 등은 토마스 만의 레버퀸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작곡했다.
아드리안 레버퀸을 만들어 낸 토마스 만
○ 휴 모어랜드(Hugh Moreland: 1906-1959)는 영국의 작곡가 겸 지휘자로서 안소니 파웰(Anthony Powell: 1905-2000)의 소설 A Dance to the Music of Time(음악에 맞추어서 춤추기)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소설 속의 휴 모어랜드는 1905년에 태어나서 1959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되어 있다. 안소니 파웰은 이 소설을 니콜라스 푸생(Nicolas Poussin)의 '음악에 맞추어서 춤추기'라는 그림으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썼다. 소설은 12권으로 구성된 대작이다. 스토리는 간혹 코믹한 장면들이 나오지만 대체적으로 20세기 중반 영국의 정치, 문화, 군사에 있어서 수동적인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이야기는 니크 젠킨스가 과거를 회상하는 내레이션 형식으로 전개된다. 휴 모어랜드는 음조시(또는 교향시)인 Vieux Port를 작곡했다. 그리고 영화음악도 작곡했는데 실망스럽다는 평을 받았다. 휴 모어랜드의 음악은 영국의 현대음악 작곡가인 윌리엄 월튼(William Walton: 1902-1983)과 콘스탄트 람버트(Constant Lambert: 1905-1951)의 스타일을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람버트는 작가인 파웰의 친한 친구였다.
안소니 파웰
니콜라스 푸생의 그림 '음악에 맞추어서 춤추기'.
○ 유안 본(Euan Bone)은 스코틀랜드의 작가 로날드 프레임(Ronald Frame: 1953-)의 소설 '랜턴을 든 사람들'(The Lantern Bearers)에 나오는 젊은이로서 직업은 작곡가이다. '랜턴을 든 사람들'은 2000년에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살타이어(Saltire)상을 받은 작품이다. '랜턴을...'의 무대는 스코틀랜드이다. 젊은 작곡가인 본은 동성연애 파트너인 더글러스 메트랜드와 함께 지내고 있다. 본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의 에세이인 '랜턴을 든 사람들'을 바탕으로 작곡을 추진하고 있지만 도무지 악상이 떠오르지 않아서 번민 중에 있다. 스토리는 닐 프리챠드(Neil Pritchard)라는 35세의 남자가 자기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식으로 전개된다. 닐은 14세의 사춘기에 본이 살고 있는 마을을 방문한다. 그때 마침 본은 자기 작품을 노래해주고 자기의 작곡에 영감을 줄 소년 소프라노를 찾고 있었다. 아름다운 음성의 소년 닐은 본이 찾고 있던 뮤즈였다. 닐은 매일 오후마다 본을 위해서 노래를 불렀다. 닐과 본의 관계는 음악이라는 것을 떠나서 서로 애정을 갖는 것으로 발전하였다. 사춘기를 지난 닐은 사랑에 대한 충동을 억제하기가 어려웠고 그 상대가 마침 본이 되었던 것이다. 본도 비록 더글러스라는 파트너가 있지만 닐에게 점점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 더글라스는 본이 닐에게 점점 집착하는 것을 보고 실망한다. 그러다가 어느 때부터인가 본이 이번에는 닐에게서 점점 멀어진다. 닐은 본이 더글라스 때문에 자기를 멀리한다고 믿어서 본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 닐은 본이 작곡 중인 '랜턴을...'의 악보를 훔쳐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긴다. 그리고는 닐이 자기를 학대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트린다. 아동학대이다. 닐의 아버지가 그 소식을 듣고 본을 경찰에 고발한다. 본은 결국 닐의 함정에 빠지고 닐의 아버지와 경찰의 함성수사에 걸려서 죽음을 택한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닐은 본이 자기보다 먼저 사이몬이라는 소년 소프라노와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닐은 당시에 경찰이 본을 체포하기 위해 함정수사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닐을 후회의 심정으로 본에 대한 자서전을 쓰기로 한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에 몰래 숨겨둔 '랜턴을...'의 악보를 찾으러 본이 살던 마을로 돌아간다.
○ 영국의 작가인 안소니 버제스(Anthony Burgess: 1917-1993)의 1991년도 소설 '모차르트와 볼프 갱'(Mozart and the Wolf Gang)은 글자그대로 풀이하면 '모차르트와 늑대 무리'라고 할수 있지만 실은 모차르트의 생애에 대한 소설이며 특히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K550에 대한 스토리를 엮은 것이다. 모차르트의 이름인 볼프강(Wolfgang)을 영어의 Wolf Gang으로 고쳐 썼다. '모차르트와 볼프 갱'이 미국에서 출판될 때에는 여러 타이틀이었다. A Paean for Wolfgang(볼프강을 위한 찬가), Being a Celestial Colloquy(천상의 대화) 등이었다. 버제스의 작품들에는 음악이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모차르트와 볼프 갱'도 그중의 하나이다. 다른 작품을 예로 들어보면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사용한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베토벤의 교향곡 3번을 모델로 삼은 '나폴레옹 교향곡: 4악장의 소설'(Napoleon Symphony: A Novel in Four Movemengts) 등이다. '모차르트와 볼프 갱'에는 여러 작곡가들이 비록 소설을 통해서나마 생명을 얻어서 등장한다. 프로코피에프, 거슈윈, 엘가, 로시니, 멘델스존, 베를리오즈, 바그너, 쇤베르크 등이 등장해서 여러 형태의 대화를 나눈다.
○ 피터 엘스(Peter Els)는 리묵의 리챠드 파워스(Richard Powers: 1957-)의 소설 '오르페오'(Orfeo)의 주인공이다.
리챠드 파워스
○ 앤 히든(Ann Hidden)은 프랑스의 작가 파스칼 퀴냐르(Pascal Quignard: 1948-)의 소설 '빌라 아말리아'(Villa Amalia)의 주인공인 중년의 여류 작곡가이다. '빌라 아말리아'는 2006년에 초판이 나왔다. 앤 히든은 한때 파트너로 지냈던 토마스와 헤어진후 어디서 사는지 궁금했는데 수소문 끝에 토마스가 지내고 있는 집을 알아낸다. 앤이 그 집을 찾아갔더니 토마스는 어떤 젊은 여자와 지내고 있었다. 앤은 그 장소에서 어릴 때 브리타니에서 살고 있을 때부터 학교 친구였던 조르즈 뢸을 오랫만에 만난다. 앤은 과거 토마스와의 관계를 청산키로 결심한다. 얼마후에는 파트 타임으로 일했던 음악 편집일을 그만두고 브리타니에 살고 있는 엄마를 만나러 간다. 엄마는 앤을 차갑게 대한다. 결국 앤과 엄마는 화해하지 못한다. 앤은 파리에 있는 집을 판다. 과거에 토마스와 함께 지내던 집이었다. 그리고 조르즈에게 작곡도하고 지낼만한 집을 하나 구해 달라고 부탁한다. 조르즈는 게이 파트너가 얼마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애통해 하는 중이어서 앤이 접근하자 앤과 가까워지고 싶어한다. 그러나 앤은 파리 집을 매각하는 일이 마무리되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나폴리 부근의 이스키아섬에 정착한다. 앤이 이스키아섬에서 지내고 있는 집이 빌라 아말리아이다. 앤은 이스키아에 있으면서 마을 의사인 레온하르트 라드니츠키와 깊은 관계에 빠진다. 라드나츠키는 얼마전에 이혼했고 네살 짜리 딸인 막달레나(레나)를 파트 타임으로 양육하고 있다. 앤은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으로 보낸다. 그러다가 어느날 기운이 지쳐서 물에 빠져 죽을 뻔했는데 마침 요트에 타고 있던 어떤 커플이 구해준다. 챨스와 줄리아(줄리에트)이다. 줄리아는 아주 어리게 보이는 여자이다. 앤과 줄리아는 무언지 모를 것에 끌려서 마침내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되고 결국 빌라 아말리아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라드니츠키가 일 때문에 도저히 딸 레나를 돌볼수 없게 되자 레나도 빌라 아말리아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어느날 앤과 줄리아가 외출하다 돌아와 보니 레나가 땅콩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서 질식사한다. 줄리아가 떠나고 앤의 생활은 말이 아니게 와해된다. 그런 때에 브리타니의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앤은 장례식을 위해 브리타니로 간다. 오랫동안 못보았던 토마스도 장례식을 위해 찾아온다. 앤의 아버지도 참석한다. 앤의 아버지는 루마니아의 유태인으로서 음악가였다. 그러나 앤이 어릴 때에 집을 나가서 소식을 끊고 지냈었다. 그리고 앤의 학교때 친구인 베리도 있다. 사실 베리는 그동안 앤과 엄마와의 중간에서 연락을 해주는 역할을 했었다. 토마스가 앤과 화해하고 다시 옛날처럼 지내고 싶다고 하지만 앤은 거절한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일 때문에 오랜 친구인 베리와 다투기도 한다. 앤은 부르군디로 돌아가서 조르즈와 함께 지낸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섹스 관계는 하지 않고 지낸다. 소설의 마지막은 조르즈가 죽는 것으로 장식된다. 에이즈 때문에 고통을 겪다가 마침내 죽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이즈라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 게오르그 폰 베르겐트힌-레코(Georg von Wergenthin-Recco)는 오스트리아의 아르투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 1862-1931)의 1908년도 작품인 '공터로 가는 길'(Der Weg ins Freie: The Way into the Open)에 나오는 젊은 귀족 작곡가이다. 아르투르 슈니츨러의 소설은 '공터로 가는 길'과 함게 '테레제'(Therese)의 두 편만이 알려져 있고 나머지는 단편이거나 희곡이다. 주인공인 게오르그는 작곡에 재능은 있지만 집중해서 일하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뚜렷한 작품이 없다. 반면에 게오르그는 헝가리와의 연합주의자들, 예술적으로 예민한 유태계 부르조아들, 그리고 유태인을 아니지만 자기처럼 귀족이면서 별로 목적없이 지내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낸다. 게오르그는 가톨릭 신앙을 가진 비교적 하층 계급의 안나 로스너와 깊은 관계를 맺지만 별로 행복하지는 않다. 이 소설의 중심내용은 게오르그와 안나의 정사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작가의 예리한 감성을 엿볼수 있어서 끌린다. 작가는 게오르그와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예술, 철학, 반유태주의 문제 등오스트로-헝가리 제국 시대의 문제들을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
○ 다니엘 에반스(Daniel Evans: 1917 탄생)는 1947년도 미국 영화 '나이트 송'(Night Song)에 나오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이다. 그러니까 실존 인물이 아니라 영화 속의 주인공이다. 댄 에반스(다나 앤드류스)는 어느날 밤에 술에 취한 트럭 운전사가 어떤 상점으로 돌진하는 바람에 유리창 파편으로 눈이 멀게 되었다. 댄은 눈이 먼 상태에서도 나이트 클럽에서 피아니스트로 일했다. 샌프란시스코 사계교에서 알아주는 여인인 캐시 말로리(멀 오베론)는 나이트 클럽에서 댄에게 마음이 끌려 자기도 눈이 먼 사람이라고 속이고 접근한다. 두 사람은 어느덧 뜨거운 사이가 된다. 댄은 피아노 협주곡 C 장조를 작곡하지만 혹독한 평가로 실망한다. 그러는데 아서 루빈슈타인이 그 협주곡을 연주하겠다고 나선다. 루빈슈타인은 댄에게 '나는 당신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당신의 음악을 연주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댄의 피아노 협주곡은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연주된다. 어찌보면 라흐마니노프 스타일이고 또 어찌보면 거슈인을 느낄수 있는 작품이다. 실은 미국의 작곡가인 리스 스티븐스(Leith Stevens: 1909-1970)이 작곡한 것이다. 그러는 중에 댄의 눈이 점차 회복된다.
1947년도 미국 영화 '나이트 송'에서 댄 에반스(다나 앤드류스)와 캐시 말로리(멀 오베론)
○ 마리오 모랄레스(Mario Morales: 20세기)는 1947년도 미국 MGM 영화인 '피에스터'(Fiesta)에 나오는 주인공으로 작곡가이다. 안토니오 모랄레스는 멕시코에서 유명한 투우사이다. 안토니오에게는 쌍둥이 남매가 있다. 누이가 마리아 모랄레스(에스터 윌리엄스)이고 남동생이 마리오 모랄레스(리카르도 몽탈반)이다. 아버지 안토니오는 아들 마리오를 가문의 명예를 위해 투우사가 되도록 한다. 하지만 마리오는 음악에 더욱 마음을 쏟고 있다. 한편, 딸 마리아는 비록 여자이지만 투우사가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아버지의 조수로부터 몰래 투우사로서의 대한 훈련을 받는다. 마리아와 마리오가 21살 생일을 맞을 때에 마리아는 동생 마리오의 음악적 재능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유명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막시미노에게 마리오가 작곡한 피아노 작품을 보여준다. 마리오의 작곡에 감동한 막시미노는 일부러 마리오를 만나러 온다. 바로 그날은 투우경기가 열리는 날이다. 마리오가 투우과 경기를 한다. 그러는 중에 아버지가 막시미노와의 만남을 방해했다는 것을 알고 화가나서 투우장에서 경기 중에 나온다. 아버지 안토니오는 마리오가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고 하면서 대단히 분노한다. 그럴 때에 마리아가 투우장으로 들어가서 훌륭하게 경기를 마친다. 모두들 모랄레스 가문에 박수를 보낸다. 아버지 안토니오는 마리오가 음악가의 길을 걷도록 허락한다는 줄거리이다. 영화에 나오는 메인 음악인 '멕시코 환상곡'(Fantasia Mexicana)는 아론 코플란드의 El Salon Mexico의 음악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피아노 연주는 앙드레 프레빈이었다.
영화 '피에스타'에서 마리아 역의 에스터 윌리엄스
○ 알렉산더 홀레니우스(Alexander Hollenius: 1946년 탄생)는 1946년 헐리우드 영화인 '디셉션'(Deception)의 주인공으로 작곡가이다. 홀레니우스 역할은 클로드 렝(Claude Rains)이 맡았고 그의 옛 애인인 크리스틴 라드클리프는 베트 데이미스가 맡았다. 비록 영화이지만 홀레니우스에 대한 인기는 20세기 중반에 대단했었다. 심지어 평론가들은 홀레니우스가 영화에서 작곡한 작품들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나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의 작품에 비견되는 훌륭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화에서 홀레니우스는 맨하튼의 화려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집안에 그리스식 기둥들이 세워져 있고 마치 왕좌처럼 생긴 의자도 있는 아파트이다. 홀레니우스는 이곳에서 첼로 협주곡을 작곡했다. 코른골트의 스타일이 배어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사실 그 첼로 협주곡은 코른골트가 작곡한 것이다. 그런데 우연인지는 몰라도 홀레니우스는 그의 첼로 협주곡이 뉴욕에서 초연을 갖는 날 밤에 옛 애인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틴이 쏜 총에 맞아 죽는다. 크리스틴은 오케스트라의 솔로 첼리스트와 결혼하는 바람에 홀로니우스로부터 복수하겠다는 소리를 들었고 그래서 미리 손을 쓴다는 것이 홀로니우스를 죽이게 된 것이다. 이런 소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홀로니우스의 첼로 협주곡 초연은 대성공을 거둔다.
'디셉션'에서 베트 데이비스(크리스틴)과 홀로니우스(클로드 렝)
○ 고트프리트 로젠바움(Gottfried Rosenbaum: 20세기)는 미국의 시인이며 작가인 랜달 자렐(Randall Rarrell: 1914-1965)의 소설 Pictures from an Institution(1954)에 나오는 유태인 이민자 작곡가이다. 소설 Pictures...는 벤튼(Benton)이라는 여자대학의 교수인 무명의 내레이터(아마 작가인 자렐 자신인듯)가 학생들과 동료 교수들을 익살스럽게 관찰한 내용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동료 교수 중에서도 특히 작가인 거트루드(메리 맥케이시)에 대한 관찰이 중심을 이룬다. 그보다도 작곡가인 로젠바움은 소설 속에서 Joyour Celebration of the Memory of the Master Johann Bach(거장 요한 바흐에 대한 추억을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하며)라는 작품을 선보여서 관심을 끈다. 그의 작품은 B.A.C.H의 악장으로 구성되는데 각 악장은 각 철자로 시작하는 악기로서 연주하는 포맷이다. 예를 들어 B 악장이라고 하면 백파이프, 바순 등의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다.
랜달 자렐
○ 유령 에릭(Erik the Phantom: 19세기)은 프랑스의 갸스통 르루(Gaston Leroux: 1868-1927)의 소설인 '오페라의 유령'(Le Fantome de l'Opéra)에 나오는 작곡가이다. 에릭 클로댕(Erique Claudin)은 유령처럼 파리 오페라극장의 지하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살고 있다. 지하 비밀장소는 규모가 커서 오르간도 있다. 에릭은 그가 작곡한 '돈 후안 승리'(Don Juan Triumphant)를 오르간으로 연주하며 자기의 존재를 과시한다. 스웨덴 출신의 소프라노 여주인공인 크리스틴 다아에가 에릭이 연주하는 '돈 후안 승리'를 듣지만 별로 흥미가 없어 한다. 에릭은 얼굴의 반쪽이 화상을 입어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출판사가 자기의 작품을 표절해서 출판코자 하기에 분쟁이 일어났고 그 경황에 얼굴에 염산세례를 받아서 얼굴 한쪽이 괴물처럼 되었던 것이다. 리스트는 출판사가 표절했다는 에릭의 작품을 보고 크게 찬양했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의 '오페라의 유령'은 에릭이라는 작곡가가 주인공이지만 지금까지 영화로 만들어질 때마다 각본에서 차이가 있어서 이름도 변경된 경우가 있고 그가 작곡한 작품도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1925년에는 론 채니가 주역을 맡은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에릭을 지나치게 공포적인 인물로 표현해 놓은 것이었다. 1962년에 나온 영화에서는 에릭을 온화하지만 강박관념이 있는 음악교수로 표현했다. 시기는 1900년대이며 이름은 에릭(또는 에리크)가 아니라 페트리(Petrie)라고 했다. 페트리가 작곡한 작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오페라 '잔다크'였다. 이때에 에릭은 마치 전위 스타일의 작곡을 했다. 비탄에 젖어 있는 듯한 불협화음의 작품이었다. 1986년에는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이 선을 보였다. 오페라 '돈 후안의 승리'가 나오는 뮤지컬이었다.
갸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의 영화에서 에릭과 크리스틴
○ 클라이브 린리(Clive Linley)는 영국의 작가인 이언 매큐언(Ian McEwan: 1948-)의 1998년도 소설 '암스테르담'(Amsterdam)에 나오는 작곡가이다. 도덕성을 도외시한 엽기적인 내용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암스테르담'은 두 친구가 맺은 안락사 협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두 친구는 작곡가인 클라이브 린리와 신문사 편집장인 버논 할리데이이다. 치명적인 매력을 가졌던 몰리 레인의 장례식에 네 남자가 모인다. 출판 재벌인 그녀의 남편 조지, 옛 애인인 작곡가 클라이브 린리, 신문사 편집국장인 버넌 할리데이, 그녀의 정부인 외무장관 줄리안 가머니이다. 클라이브와 버넌은 몰리가 어째서 줄리안같은 성도착증 인물과 사랑을 나누었는지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아무튼 몰리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은 클라이브와 버넌은 만약 자신들이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안락사가 합법인 도시, 암스테르담으로 데려가 줄 것을 서로에게 부탁한다. 장례식 이후 조지의 집에서는 몰리가 찍은 외무장관 가머니의 치명적인 성도착증 사진이 발견된다. 외무장관인 가머니는 당대표로 도전하고 있는데 그의 사생활이 폭로되면 정치적으로 말할수 없는 타격을 받을수도 있다. 조지는 사진들을 신문의 판매부수가 떨어져서 고민하고 있는 버넌에게 제공할 생각이다. 센세이셔널한 기사로서 신문의 판매부수를 올리려는 버넌과 공개를 반대하는 클라이브 사이에 갈등이 생기며 두 친구의 우정과 도덕성은 결국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두 사람은 결국 안락사와 자살이 합법인 암스테르담에서 각자의 삶에 독을 섞어 마시는 바보스런 행동을 한다. 작곡가 클라이브는 소설 속에서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떤 내용의 교향곡인지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다만, 클라이브는 그 교향곡의 가장 중심되는 멜로디를 생각해내지 못해서 고민하다가 호수가를 거닐면서 영감을 얻고자 하는 내용이 나온다.
○ 조지 비반(George Bevan)은 골프를 좋아하는 미국의 작곡가이다. 보통 P.G. 웨이드하우스라고 불리는 영국의 펠험 그렌빌 웨이드하우스(Pelham Grenville Wadehouse: 1881-1975)의 1919년 소설 '절망의 소녀'(A Damsel in Distress)에 나오는 인물이다. 작곡가 조지 비반은 어느날 택시를 타고 가는 중에 갑자기 어떤 여인이 무언가를 피해서 조지가 탄 택시로 뛰어드는 바람에 알게 되었고 얼마후에는 서로 깊이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다가 오해가 빚어져서 하찮은 것으로 말다툼을 하게 되고 그래서 서로에게 절망을 느끼게 되는 내용이다. '절망의 소녀'는 1937년에 헐리우드에서 뮤지컬 코미디로 만들어져서 인기를 끌었다. 프레드 아스테어와 존 폰테인이 주연한 영화였다. 각색은 웨이드하우스가 했지만 음악과 가사는 조지 거슈인과 아이라 거슈윈 형제가 맡았다.
○ 지그프리트(Siegfried)는 전후 서독의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볼프강 쾨펜(Wolfgang Koppen: 1906-1996)의 소설 '로마에서의 죽음'(Der Tod in Rom)에 나오는 작곡가이다. 서로 헤어져 살던 독일인 식구 네 명의 로마에서 우연히 만난다. 지그프리트와 그의 아버지인 프리드리히, 그리고 지그프리트의 삼촌이 유데얀과 그의 아들 아돌프이다. 젊은 작곡가인 지그프리트는 그의 아버지가 낯설기만 하다. 낯설다기보다는 서먹서먹하다. 아버지 프리드리히는 나치의 장교였다. 지금은 과거 신분을 감추고 평범한 시민생활을 하고 있다. 평범하다기보다는 실제로는 어느 마을의 시장으로 선출되어 있다. 지그프리트의 삼촌인 유데얀은 이름에서 볼수 있듯이 유대계이면서 나치시대에는 SS의 장군이었다. 그는 온갖 만행을 저질렀지만 후회할 줄을 모른다. 유데얀의 아들인 아돌프는 이미 유태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였고 지금은 개가톨릭 사제가 되고자 계획하고 있다. 한 자리에 모인 네 사람은 서로 그동안의 경험에 대하여 얘기를 나눈다. 하지만 그 경험이란 것은 나치와 홀로코스트, 독일의 참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음악, 관료주의, 동서냉전, 그리고 종교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된 것도 있다. 독일정신에 대한 것이다. '로마에서의 죽음'은 역사책이며 가족에 대한 책이다. 그리고 누가 종전후 독일을 진정으로 대표하는냐에 대한 논쟁을 다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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