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디네와 오페라/발레
운디네(또는 온딘) 이야기를 오페라(또는 발레)로 만든 경우가 여럿이나 있다. 기둥 줄거리는 같더라도 등장인물이나 스토리의 전개는 서로 조금씩 다르다. 오페라로 만든 경우는 알베르트 로르칭의 '운디네', 피터 차이코브스키의 '운디나'(Unidna), E.T.A. 호프만의 '운디네', 안토닌 드보르작의 '루살카'(Rusalka) 등이며 발레로 만든 작품으로는 한스 베르너 헨체의 '온딘'(Ondine), 세자르 퓨니의 '온디네'(Ondine) 등이다.
[알베르트 로르칭의 '운디네']
독일 정부가 발행한 로르칭 기념우표
구스타브 알베르트 로르칭(Gustav Albert Lortzing: 1801-1851)은 작곡가, 배우, 가수, 대본가로서 독일 슈필오퍼(Spieloper: 연극오페라)를 이끈 사람이다. 독일의 슈필오퍼는 프랑스의 오페라 코미크와 비슷한 개념으로 나중에 독일-오스트리아의 징슈필(Singspiel)로 발전한 음악장르이다. 베를린 출신의 로르칭은 여러 코믹 오페라를 남겼다. '모차르트 생애의 장면'(Szenen aus Mozarts Leben: 1832), '짜르와 목수'(Zar und Zimmermann: 1837), '카사노바'(Casanova: 1841), '밀렵꾼'(Der Wildschütz: 1842), '갑옷장이'(Der Waffenschmied: 1846), '레지나'(Regina: 1848) 등이다. 대부분 작품은 코믹한데 '운디네'는 당연히 비극이다. '운디네'(Undine)는 1845년 4월 21일 마그데부르크에서 초연되었다. '운디네' 이야기를 처음 공식적으로 정리해서 책으로 펴낸 프리드리히 드 라 모트 푸케가 1843년에 세상을 떠나자 푸케의 작품을 리바이발 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다. 그 여망에 부응한 작품이 로르칭의 오페라 '운디네'였다. 로르칭은 '운디네'를 이탈리아식으로 오페라 세리아라고 부르지 않고 로만티셰 차우버오퍼(Romantische Zauberoper)라고 불렀다. 낭만적 마법 오페라라는 뜻이다.
(1막) 왕국의 무술시합에서 승리한 기사 휴고 폰 링슈테텐(Hugo von Ringstetten: T)에게 하인리히 공작의 딸인 베르탈다(Bertalda: S)가 '저 앞에 있는 산속의 숲에는 아무래도 마법이 스며있는 것 같으니 탐색해 달라'고 요청한다. 휴고는 베르탈다를 사랑하고 있다. 휴고는 종자 바이트(Veit: T)와 함께 용감하게 숲으로 들어갔으나 폭풍우가 몰려오는 바람에 길을 잃었고 그러다가 가까스로 어떤 고기잡이 마을을 찾아 폭풍우를 피한다. 휴고와 바이트는 어찌하다보니 어부 토비아스의 집에서 몇 달을 지낸다. 휴고는 어부 토비아스의 수양 딸인 운디네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결혼할 생각이다. 휴고는 운디네에게 실은 공작의 딸인 베르탈다를 한때 사랑했지만 지금은 잊은지 오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운디네만을 영원히 시랑하겠다고 맹세한다. 그러나 휴고는 운디네가 자기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말하자 크게 놀란다. 하지만 휴고와 운디네의 결혼식은 마을 사람들이 축하하는 가운데 예정대로 진행된다. 이때 갑자기 물의 정령들의 왕자인 퀼레보른이 농부로 가장해서 결혼식이 거행되는 교회에 나타난다. 왕자는 휴고의 종자인 바이트에게 '신부인 운디네는 자기의 아버지인 왕이 창조한 존재일 뿐이며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이어서 퀼레보른 왕자는 자기가 어느때 어부 토비아스의 진짜 딸인 베르탈다를 납치해서 공작에게 맡겨 기르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그리고 운디네는 베르탈다 데신에 어부 토비아스와 그의 부인 마르테에게 기르도록 했다는 것이다. 왕자는 영혼이 있는 사람들과 물속에서 영혼이 없이 사는 사람들 중에서 누가 더 행복하게 사는지 시험해 보자고 제안한다. 한편, 결혼한 휴고와 운디네는 왕국의 수도로 가서 살기로 한다. 퀼레보른 왕자는 신부(神父)로 변장해서 휴고와 운디네를 따라 제국의 수도로 향한다.
운디네를 데리러 온 퀼레보른 왕자
(2막) 포도주장이인 한스(Hans: B)는 술친구인 바이트가 돌아와서 기쁘다. 바이트는 한스에게 그동안 모험을 얘기해 주는 중에 주인인 휴고가 운디네라는 인어와 결혼했는데 운디네는 영혼이 없는 존재라는 얘기를 해준다. 베르탈다는 사랑하는 휴고가 결혼한 것을 알고 사랑이 증오로 변한다. 왕궁에서 휴고와 운디네를 환영하는 연회가 열린다. 퀼레보른 왕자는 나폴리 백작으로 변장하고 연회에 참석한다. 연회에서 베르탈다는 운디네가 어부의 딸로서 미천한 출신이라고 하면서 모욕을 준다. 이에 퀼레보른이 참을수가 없어서 일어나서 실은 베르탈다가 공주가 아니라 미천한 어부의 딸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베르탈다는 당장 그런 주장을 받아들일수 없다면서 거부한다. 베르탈다는 자기가 귀족 출신인 것을 증명하겠다면서 아버지인 공작이 가지고 있는 비밀 상자에 증거가 있다고 하며 열어 보인다. 그러나 비밀상자에서 나온 편지에는 베르탈다가 어부 토비아스의 딸이라는 사실이 적혀 있다. 놀랍고 두려운 베르탈다가 그 자리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퀼레보른은 자기가 나폴리 백작이 아니라 물의 왕자라고 하면서 연회장 가운데에 있는 분수의 물속으로 사라진다.
운디네와 휴고. 비너 슈타츠오퍼
(3막) 베르탈다가 휴고를 유혹하여 운디네는 물속에 사는 도깨비일 뿐이니 헤어지라고 부추킨다. 휴고가 운디네에게 사람이 아닌 정령과는 더 이상 살수 없다고 선언한다. 운디네는 휴고에게 그렇게 말하면 퀼레보른 왕자가 분노하여서 복수할 것이니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고는 운디네를 버리고 베르탈다를 아내로 삼고자 결심한다. 퀼레보른이 나타나서 운디네를 데리고 깊은 물속으로 떠난다. 퀼레보른은 운디네에게 영혼이 있는 사람들은 영혼이 없는 우리네보다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고 설명해 준다. (4막) 휴고는 운디네를 잊을수 없다. 밤에는 유령들이 나타나서 자기를 비난하는 꿈을 꾼다. 마침내 휴고와 베르탈다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바이트와 한스는 휴고의 결혼을 축하한다면서 술을 많이 마신다. 술에 취한 두 사람은 무심코 궁전의 분수를 막고 있는 돌을 들추어낸다. 물속에서 운디네가 얼굴을 가린채 천천히 나타난다. 운디네는 울면서 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궁전의 홀에서는 휴고와 베르탈다의 결혼의 축하하는 연회가 펼쳐지고 있다. 밤이 되어 모든 불이 꺼지자 운디네가 신비한 파란 불에 싸여서 나타난다. 휴고가 운디네의 발 아래에 꿇어 엎드리면서 자기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말한다. 갑자기 큰 홍수가 일어나서 궁전을 집어 삼킨다. 궁전은 사라지고 대신 퀼레보른 왕자의 궁전이 나타난다. 퀼레보른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휴고를 용서한다. 다만, 휴고는 평생동안 사람이 아닌 물의 정령으로 머물러 있어야 했다.
로르칭의 '운디네' 음반
[피터 차이코브스키의 '운디나']
차이코브스키 기념 우표
차이코브스키라고 하면 '비창교향곡'이나 발레곡인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을 생각하게 되지만 오페라도 여러 편을 작곡했다. 피터 차이코브스키(Peter Tchaikovsky: 1840-1893)는 1869년에 3막의 오페라 '운디나'(Undina)를 완성했다. 초연은 이듬해인 1870년 3월 28일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에서였다. 차이코브스키의 '운디나'는 블라디미르 솔로구브(Vladimir Sollogub)가 대본을 만들었지만 프리드리히 드 라 모트 푸케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오늘날 차이코브스키의 '운디나'는 극장에서 공연되는 일이 없다. 왜냐하면 차이코브스키는 오페라 '운디나'를 1869년 1월에 작곡을 시작해서 7월에 완성했지만 1870년에 초연을 가진후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악보를 없애 버렸다. 아마 자기가 작곡은 했지만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인듯 싶다. 그래도 다행이 몇곡은 남아 있었다. 아무튼 그 이후로 '운디나'는 전체 악보가 없기 때문에 공연된 일이 없다. 남아 있는 음악은 다섯 곡이다. 서곡과 운디나의 아리아 '나의 삼촌인 폭포여, 나의 오빠인 개울이여'(Waterfall, my uncle, streamlet, my brother), 합창인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강물이 미친듯해요(Help, help, Our stream is raging), 운디나와 훌트브란트의 듀엣인 '오 행복이여 오 축복받은 순간이여'(O happiness, O blessed moment), 그리고 솔리스트과 함께 부르는 합창인 '오 죽음의 시간이여'(O hours of death)이다.
오페라에 사용했던 아리아든지 듀엣이든지 또는 합창을 다른 작품에 인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차이코브스키도 '운디나'를 위해 작곡했던 음악 중에서 몇 곡을 다른 작품에 인용하였다. 예를 들면 3막에서 운디나와 훌드브란트가 결혼식을 올릴 때에 신부입장의 음악은 교향곡 2번 '리틀 러시안'에서 행진곡으로 사용하였다. 또한 '운디나'의 도입부 음악은 연극 '눈 아가씨'(The Snow Maiden)의 도입부 음악으로 그대로 사용하였다. 운디나의 아리아는 조금 수정해서 '눈 아가씨'에서 렐(Lel)의 첫번째 노래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운디나와 훌드브란트의 듀엣은 발레곡인 '백조의 호수' 2막에서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의 듀엣 음악으로 재활용되었다. 이 경우에 노래 파트는 첼로와 바이올린으로 대체되었다. '운디나'의 스토리는 로르칭의 '운디네' 스토리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변동이 있을 뿐이다. 운디나를 어릴 때부터 데려다가 기른 어부는 로르칭에서는 토비아스였지만 차이코브스키에서는 골드만(Goldmann: B)이다. 늙은 어부 골드만의 부인은 베르타(Bertha: MS)이다. 이들의 수양 딸이 운디나(S)이며 운디나를 사랑하는 기사가 훌드브란트(Huldbrand: T)이다. 그리고 공작의 딸로 등장하는 그대로 베르탈다(Berthalda: MS)이다.
'운디나'의 한 장면. 현대적 연출. 모스크바 볼쇼이극장
(1막) 시기는 15세기이며 장소는 독일 라인강변의 링슈테텐(Ringstetten)이다. 늙은 어부 골드만과 그의 아내 베르타는 그들의 오두막집에 앉아서 딸 운디나가 밖으로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 걱정하고 있다. 운디나는 실은 인어이다. 갑자기 기사 훌드브란트가 나타나서 하룻밤 지내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숲에서 길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떤 정말로 아름다운 젊은 여인을 만나 무사히 마을까지 빠져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운디나가 나타난다. 훌드브란트가 숲에서 만나 도움을 받았던 그 여자이다. 훌드브란트는 약혼녀인 베르탈다를 잊어버렸는지 운디나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운디나는 별다른 대답도 없이 훌쩍 어디론가 사라진다. 훌드브란트는 잠을 자다가 운디나가 다시 나타나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난다. 두 사람은 결국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두 사람이 늙은 어부의 집을 나와 길을 떠나자 갑자기 폭풍우가 밀어닥친다. 훌드브란트는 폭풍 속에서 가까스로 운디나를 부축하여 무사히 빠져 나간다. (2막) 링슈테텐의 성주인 공작은 기사 훌드브란트가 베르탈다와 정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운디나와 결혼했다는 얘기를 듣고 대단히 분노한다. 공작은 훌드브란트의 베르탈다의 수양아버지이다. 며칠후 훌드브란트와 운디나는 베르탈다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다. 베르탈다는 아직도 훌드브란트를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운디나를 무섭게 질투한다. 그런데 문제는 훌드브란트도 베르탈다에 대한 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운디나는 남편 훌드브란트와 베르탈다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하고서는 매우 놀란다. 그리고는 안되겠다 싶어서 실은 베르탈다가 어부 골드만의 진짜 딸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말을 들은 훌드브란트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면서 운디나를 내쫓는다. 운디나는 라인 강으로 몸을 던진다. 훌드브란트는 순간 자기의 지나친 잘못을 깨닫고 운디나를 구출하려고 했으나 사람들이 막아서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한다. (3막) 훌드브란트는 운디나를 잊지 못한다. 운디나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다시 솟아난다. 그리고 운디나의 죽음을 깊이 탄식한다. 때를 놓치지 않고 베르탈다가 옛날에 예정했던 대로 훌드브란트와 결혼을 재촉한다. 훌드브란트는 공작을 생각해서 마지못해서 베르탈다를 따라 교회로 걸어 들어간다. 그런데 결혼식을 공작의 지시로 중지된다. 공작은 한밤 중에 운디나가 찾아와서 결혼식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서 늙은 어부 골드만이 나타나서 모든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다. 공작은 베르탈다와 훌드브란트의 결혼을 승낙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베르탈다가 대들듯이 항의한다. 그런 소란 중에 운디나가 나타난다. 훌드브란트는 운디나를 다시 만나서 기쁨에 넘친다. 두 사람이 사랑의 듀엣을 부르고 나자 훌드브란트는 운디나의 발 아래에 쓰러져서 숨을 거둔다. 운디나는 훌드브란트의 몸을 부여잡고서 탄식한다. 그리고 몸이 변하여 분수가 된다.
[ETA 호프만의 '운디네']
독일정부 발행의 E.T.A. 호프만 기념우표
독일(프러시아)의 에른스트 테오도르 아마데우스 호프만(E.T.A. Hoffmann: 1776-1822)은 뛰어난 재능의 인물이다. E.T.A. 호프만이라고 하면 우리는 기껏해야 오펜바흐가 작곡한 '호프만의 이야기'의 스토리를 쓴 작가 정도로 알고 있지만 실은 그는 작곡가, 음악평론가, 법율가, 삽화가, 데상화가이기도 하다. 작가로서는 그는 주로 환상적이고 기괴한 공포 소설을 많이 썼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그는 작곡가로서 성악곡, 무대작품, 기악곡, 종교음악 등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작곡했다. 무대작품은 약 20편을 작곡했다. 그중에서 대표작이 '운디네'이다. 호프만의 오페라 '운디네'는 호프만 자신이 대본을 썼지만 원작은 프리드리히 드 라 모트 푸케의 '님프의 애인'이다. 3막으로 구성된 '운디네'는 1816년 8월 3일 베를린의 왕립극장(Königliches Schauspielhaus)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호프만의 '운디네'는 앞으로 등장하는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발판을 놓아준 것이었다. 그래서 '마탄의 사수'로 유명한 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 1786-1820)도 호프만의 '운디네'는 예술적으로 새로운 오페라의 장르를 개척해 준 작품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호프만은 모차르트를 특히 존경했다. 그래서 모차르트의 가운데 이름인 아마데우스를 자기의 가운데 이름으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호프만의 '운디네' 무대
등장인물과 줄거리는 로르칭이나 차이코브스키의 운디네(운디나)와 크게 다를바가 없다. 물의 님프인 운디네, 우연히 운디네를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기사 링슈테텐의 훌드브란트, 공작의 수양딸로서 훌드브란트와 결혼키로 되어 있는 베르탈다, 공작, 그리고 운디네를 어려서부터 기른 어부가 나온다. (1막) 늙은 어부 부부가 사는 오두막집이다. 어부 부부는 어릴 때에 우연히 데려다 기르기 시작한 수양 딸 운디네가 집을 떠난지가 벌써 1년이나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태산같다. 마을의 어떤 사람은 어떤 젊은 여자가 호수에 빠진 것을 보았다고 말했지만 어부 부부는 그 여자가 운디네라는 것을 믿고 싶지 않다. 링슈테텐의 기사 훌드브란트는 여행을 가다가 폭풍우를 피하고자 늙은 어부의 집을 발견하고 잠시 머물다가 가겠다고 청한다. 어부는 훌드브란트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딸이 하나 있는데 실은 16년 전에 버려진 아이를 데려다가 길렀는데 1년 전에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해준다. 훌드브란트는 호수에 빠졌는데 아직 시신을 찾이 못한 것은 물의 정령이 데리고 갔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면서 노부부를 위로한다. 그러면서 운명이 허락한다면 운디네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노부부가 운디네를 친딸처럼 온갖 사랑을 주면서 길렀다고 하며 눈물을 보이자 훌드브란트는 밤중이라도 나가서 찾아보겠다고 한다. 장면은 바뀌어 커다란 바위들이 널려 있는 호수가이다. 물의 세계에서 지상으로 나온 운디네가 물의 세계의 왕으로서 삼촌인 퀼레보른과 말다툼을 하고 있다. 퀼레보른은 운디네에게 인간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니 그러지 말라고 누차 경고를 했지만 운디네는 이미 오랫동안 지냈던 인간세계에게 가서 계속 살고 싶다고 고집을 부린다. 퀼레보른은 운디네에게 만일 인간세계에서 어떤 남자를 만나 사랑하여 결혼을 하게되면 물의 정령으로서의 존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병에 걸리고 늙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얘기다. 운디네와 퀼레보른이 말다툼을 하고 있는 중에 갑자기 훌드브란트가 나타난다. 퀼레보른은 님프들을 데리고 호수 속으로 사라진다.
훌드브란트는 첫눈에 운디네의 아름다움에 반한다. 운디네도 훌드브란트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훌드브란트는 운디네에게 링슈테텐 성으로 함께 가자고 권한다. 운디네의 마음이 흔들린다. 저 멀리 호수 깊은 곳으로부터 퀼레보른의 경고하는 소리가 운디네의 귀에 들리지만 마음으로 훌드브란트를 따라 가겠다고 결심한다. 훌드브란트와 운디네가 어부의 오두막집에 도착해 보니 어떤 손님이 한 사람이 와서 있다. 순례의 길을 떠났다가 이곳까지 온 하일만 신부였다. 훌드브란트와 운디네는 여러 말 할 것 없이 하일만 신부에게 결혼식을 주관해 달라고 부탁한다. 운디네의 양부모도 운디네의 소원을 어쩔수가 없어서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한다. 폭풍우가 지나고 찬란한 햇빛이 내려 쪼이는 날씨가 된다. 결혼식을 치룬 훌드브란트와 운디네는 링슈테텐 성을 향해서 떠난다. 이들의 뒤를 누군가 은밀히 따라오고 있다. 퀼레보른이다. 만일 운디네에게 어떤 위험한 일이라도 생기면 도와주려고 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2막) 제국의 수도인 링슈테텐이다. 나무로 둘러싸인 광장이다. 광장의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분수가 자리잡고 있다. 운디네와 영주인 공작의 딸 베르탈다가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다정한 친구이다. 그러나 베르탈다의 속마음은 질투와 복수로 가득차 있다. 왜냐하면 훌드브란트는 사실 자기와 결혼키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베르탈다에게는 자기만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이 있다. 베르탈다는 공작의 진짜 딸이 아니라 어렸을 때 데려다 키운 딸이라는 사실이다. 어느날 공작이 말을 타고 어디를 갔다가 오는 중에 들판에 어린 아이가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데려다가 기르기 시작한 것이다. 공작은 베르탈다의 진짜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자 했으나 이제는 너무 세월이 지나서 부질없다는 생각이다. 광장 가운데에 있는 분수로부터 퀼레보른이 나타나서 운디네에게 다시한번 인간과의 사랑을 재앙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어서 퀼레보른은 운디네에게 베르탈다가 실은 늙은 어부의 진짜 딸이라는 얘기를 해 준다. 운디네는 어부 부모를 훌드브란트의 성으로 초청키로 한다. 모든 사실을 밝히고 싶어서이다. 장면은 바뀌어 공작궁의 대연회장이다. 공작은 기사들과 귀부인들을 연회에 초청한다. 연회가 한창일 때에 운디네가 연회장소로 들어선다. 운디네의 양부모가 뒤따른다. 운디네는 베르탈다에게 진짜 부모를 소개해 주어서 기쁘게 해줄 생각이다. 그러나 운디네의 그런 생각은 너무 순진한 것이었다. 베르탈다는 자기의 아버지는 공작이라면서 가난하고 불쌍하게 보이는 어부 부모를 무시한다. 뿐만 아니라 운디네를 마녀로 몰아서 쫓아낸다. 훌드브란트는 공작의 딸로서 권위있는 행동을 하는 베르탈다를 보고 예전에 사랑했던 마음이 다시 살아난다. 베르탈다로부터 오히려 모욕을 당한 운디네는 베르탈다를 비난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진다.
장면은 바뀌어 강변이다. 운디네는 훌드브란트에게 말한마디 없이 떠나온 것을 걱정한다. 그리고 보고 싶다. 그러나 저 멀리서 훌드브란트가 베르탈다와 함께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자기를 찾아오는 것인줄 알고 걱정이 기쁨이 된다. 베르탈다는 성격이 제멋대로이다. 강가에 다다른 베르탈다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목걸이를 풀어서 파도가 일렁이는 물 속으로 던진다. 목걸이는 물속에서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그러는데 갑자기 큰 파도로부터 거대한 괴물이 나타나서 베르탈다의 목걸이를 낚이 채간다. 운디네는 삼촌인 퀼레보른만이 저런 장난을 할수 있다고 짐작한다. 운디네는 물속의 님프들에게 목걸이를 되돌려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자 파도 속으로부터 어떤 귀여운 소년이 나타나서 운디네에게 산호로 만든 목걸이를 건네 주고는 다시 물속으로 사라진다. 훌드브란트는 이런 장면들을 보고서 이것이 모두 운디네의 마법 때문이아고 생각해서 운디네를 비난한다. 운디네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받자 절망한다. 짙은 안개가 서리더니 운디네를 물 속으로 이끌고 간다.
(3막) 운디네가 종적도 없이 사라지자 훌드브란트는 처음에는 걱정이었으나 차츰 베르탈다에 대한 사랑이 다시 불붙는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퀼레보른이 복수를 하겠다고 말한 것 때문에 두려운 심정이기도 하다. 또한 하일만 신부에게 부탁해서 운디네와 비밀결혼을 한 것도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베르탈다와의 결혼이 예정되어 있어서 어서 준비를 해야 했다. 훌드브란트는 어부 부부가 베르탈데의 진짜 부모인 것으로 믿어서 어부 부부를 결혼식에 초청한다. 어부 부부는 어릴 때부터 길렀던 운디네와 지금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딸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결혼식이 진행된다. 모두들 포도주를 마시며 즐거워한다. 이제 베르탈다는 원래의 목적을 이룬 셈이다. 베르탈다의 또 하나 소원이 있다. 광장에 있는 커다란 분수에 벽을 둘러 막는 것이다. 훌드브란트는 부인의 부탁이니만치 들어주지 않을수가 없어서 사람들을 시켜서 분수의 둘레에 벽을 세우도록 하고 분수는 물이 나오지 못하도록 지시한다. 분수의 물줄기를 닫는 작업을 하는 중에 보니 운디네가 분수에 앉아 있다. 모두들 놀랍고 두려워서 어찌할 줄을 모른다. 다만, 훌드브란트는 자기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은 운디네이며 베르탈다가 아닌 것을 깨닫는다. 훌드브란트는 달려가서 운디네를 껴안고 키스를 한다. 그러자 분수로부터 더 많은 님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훌드브란트는 어느새 님프들 중의 하나가 되어 있다.
운디네 주제의 발레작품
[한스 베르너 헨체의 '온디네']
한스 베르너 헨체. 오른쪽은 온딘 역의 마고트 폰테인의 안무를 지도하는 프레데릭 아쉬턴
'운디네' 이야기는 오페라 뿐만 아니라 발레 작품으로도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발레 작품은 독일의 한스 베르너 헨체(Hans Werner Henze: )가 1950년대 중반에 완성한 '온딘'()이다. '운디네'를 '온딘'으로 표기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 아마 모두들 운디네 또는 언딘이라고 하니까 온디네 또는 온딘이라고 제목을 붙인 것 같다. 발레가 공연될 때 프로그램에는 제목을 '온딘'이라고 붙이고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오리지널 보다 조금 다르게 표기되었지만 스코어가 출판되었을 때에는 헨체가 오리지널 이름들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래서 출판된 악보의 제목은 '온딘'이 아니라 '운디네'였다. 그리고 운디네와 라이발인 베르타(Bertha)는 오리지널의 이름대로 베아트리체(Beatrice)로 사용하였다. 한스 베르너 헨체의 '온딘'은 1958년 영국의 로열발레가 작곡을 의뢰한 것이다. 안무는 영국이 낳은 유명한 발레 댄서이며 안무가인 프레데릭 아쉬턴 경(Sir Frederick Ashton: 1904-1988)이었다. 3막으로 구성된 발레 '온딘'의 시놉시스는 다른 오페라들이 대개 그랬던 것처럼 독일의 프리드리히 드 라 모트 푸케의 중편소설(노벨라)인 '님프의 애인'(Lieber de Nymphis)을 바탕으로 삼았다. 발레 '온딘'의 초연은 1958년 10월 27일 런던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였다. 작곡자인 헨체가 객원지휘자로서 참석한 공연이었다.
발레 '온딘'은 로열 발레의 프리마 발레리나인 마고트 폰테인(Margot Fonteyn)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이다. 프레데릭 아쉬턴은 순전히 마고트 폰테인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안무를 준비하였다. 그래서 어떤 평론가는 초연이 끝난 후에 '온딘'을 '폰테인을 위한 협주곡'이라고 서술하기도 했다. 마고트 폰테인은 1958년 초연 이래 1966년 '온딘'이 무대에서 잠시 사라질 때까지 8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는 대부분 '온딘'의 주역을 맡았다. 그러므로 폰테인은 온딘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다른 발레리나들도 '온딘'을 맡았었는데 예를 들면 나디아 네리나(Nadia Nerina), 스베틀라나 베리오소바(Svetlana Beriosova) 등이었다. '온딘'은 1966년에 마지막 공연을 가진 후 상당기간 동안 잠잠하다가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처음으로 리바이발되었다. 첫 리바이발에서는 온딘을 마리아 알메이다(Maria Almeida)가, 팔레몬을 안소니 도웰(Anthony Dowell)이 맡았었다. '온딘'은 리바이발 이후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자주 공연되는 발레 작품의 하나로 굳은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온딘 역의 알렉산드라 안사넬리와 팔레몬 역의 발레리 흐리스토프
'온딘'의 내용은 푸케의 '님프의 애인'을 바탕으로 삼았지만 한편으로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와 비슷한 점이 있다. 물의 님프가 인간을 사랑하여서 결혼한다는 내용이다. '인어공주'에서는 인어가 왕자를 보고 사랑하게 되지만 '운디네'(온딘)에서는 물의 님프가 젊고 핸섬한 기사 또는 공자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운디네'에서 물의 님프가 사랑하는 남자는 기사 훌드브란트(Huldbrand), 또는 휴고(Hugo)이지만 발레 '온딘'에서는 팔레몬(Palemon)이라는 이름이다. 인간 팔레몬이 초자연적 존재인 운디네(온딘)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내용이지만 결론은 19세기의 일반적인 클래식과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스토리에서는 님프 또는 인어공주가 죽고 남자(왕자 또는 기사)는 살아 남는데 '운디네'에서는 남자가 죽고 여자(님프)는 살아 남는다는 점이다. 온딘은 분수에서 나와서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다. 온딘은 물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물 밖으로 나와서 차가운 공기를 쏘이자 추워서 몸을 떨지 않을수 없었다. 이때에 온딘은 팔레몬을 만난다. 팔레몬은 추워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온딘을 따듯하게 감싸준다. 그런데 운디네는 팔레몬의 가슴에서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고 놀란다. 왜냐하면 님프에게는 심장이 없기 때문이다. 팔레몬은 온딘과 사랑에 빠진다. 팔레몬은 결혼키로 되어 있는 베르타를 멀리하고 온딘과 결혼키로 결심한다. 팔레몬과 온딘은 배를 타고 육지로 가는 중에 거친 풍랑이 일어나서 온딘이 실종된다. 거친 풍랑은 바다의 님프돌(온딘들)이 만든 것이다. 팔레몬은 난파선에 의지해서 구사일생으로 육지에 도착한다. 팔레몬은 온딘이 분명히 바다에서 실종된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얼마후 옛 애인인 베르타와 결혼키로 한다. 그때에 온딘이 돌아온다. 온딘은 팔레몬의 변심에 크게 실망한다. 온딘이 팔레몬에게 키스를 하자 팔레몬은 그대로 숨을 거둔다. 온딘은 팔레몬의 시신을 가지고 바다 속으로 영원히 들어간다.
온딘 역의 에카테리나 크리사노바. 볼쇼이 극장
[세자르 퓨니의 '온디네']
세자레 퓨니
세자레 퓨니(Cesare Pugni: 1802-1870)는 제노아 출신의 작곡가,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이다. 작곡은 주로 발레곡을 작곡했다. 발레곡 중의 하나가 '온디네'(Ondine)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운디네'를 '온디네'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스토리는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독일의 프리드리히 드 라 모트 푸케의 중편소설인 '님프의 애인'이다. 세자레 퓨니의 '온디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발레는 Pas de l'Ombre(그림자 춤)이다. 물의 님프가 세상에 처음 나와서 달빛에 비친 자기의 그림자를 처음 보고는 그 그림자를 잡으려고 애쓰는 춤이다. 또한 파도가 높이 솟았다가 깊이 내려가는 모습을 그린 장면도 뛰어나다. 시놉시스는 '운디네' 오페라의 것들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설명을 생략한다. 다만, 세자레 퓨니에 대하여 조금 더 소개코자 한다. 세자레 퓨니는 작곡가로서 처음 데뷔한 것이 24세 때인 1826년으로서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오페라 '엘레르츠와 출미다'(Elerz e Zulmida)로였다. 그후 1840년대부터는 프랑스 출신의 안무가인 쥘르 페로(Jules Perrot: 1810-1892)와 가깝게 활동했다. 두 사람은 서로 협동하여 19세기에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발레작품들을 다수 제작하였다. 두 사람의 가장 뛰어난 협동은 '온디네'와 '에스메랄다'라고 할수 있다. '온디네'는 퓨니의 고향인 제노아가 아니라 런던의 여왕폐하극장에서 1845년에 초연을 가졌다. 잘 알고 있는 스토리라서 많은 호응을 받았다. 하기야 퓨니의 아름다운 멜로디는 당할 자가 없었기에 더욱 환영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에스메랄다'는 빅토르 위고의 원작인 '파리의 노트르 담'(Notre-Dame de Paris)을 바탕으로 삼은 발레작품이다. 역시 런던에서 1844년에 초연을 가졌다. 역시 스토리를 잘 아는 내용이어서 환영을 받았다. 퓨니는 다작의 작곡가였다. 얼마나 다작이냐하면 생전에 발레곡 300편, 10여편의 오페라, 40편이 넘은 미사곡, 기타 다성음악작품과 교향곡들을 남겼다.
퓨니의 '온디네' 또는 '님프와 어부'(La Naide et le percheur)의 무대. 1851년 제정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페터호프 궁전 정원극장
ä ü ö é á Ö Ä Ü
'클래시컬 뮤직 팟푸리 > 클래시컬 뮤직 팟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말로 슬픈 음악 (0) | 2017.09.03 |
---|---|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음악 (0) | 2017.09.01 |
운디네의 모든 것 (0) | 2017.08.22 |
호수로부터 영감을 얻은 클래시컬 음악 (0) | 2017.08.21 |
새를 주제로 삼은 음악 총점검 (0) | 2017.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