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컬 뮤직 팟푸리/클래시컬 뮤직 팟푸리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음악

정준극 2017. 9. 1. 21:02

장례식을 위한 음악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음악


장례식에 적합한 클래시컬 음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과연 어떤 음악이 세상 떠난 사람의 영혼이 평화를 얻게 하고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위로를 줄수 있는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의 장례식을 위한 음악을 선곡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일이다. 어떤 장례식에서는 찬송가만 연주하는 경우가 있고 또 어떤 장례식에서는 팝 발라드를 들려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장례식에 어울리는 클래시컬 음악을 연주하고 들려준다면 위로가 배가 될 것이다. 이제 장례식에 적합한 가장 아름다운 클래시컬 음악 20선을 소개한다. 장례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장송곡만 연주할 필요는 없다. 마음에 위로를 받고 평안을 얻을수 있는 음악이어야 한다. 다음에 소개하는 음악들은 무순이다.


○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E 단조. Op 95, '신세계에서'의 2악장 라르고.

2막장의 애잔한 멜로디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무친 정을 마음 속으로부터 솟아오르게 만드든다. 아름다운 곡이다. 영혼이 맑아지는 듯한 노래이다. 드보르작은 미국에 와서 지내는 중인 1893년에 교향곡 9번인 '신세계에서'를 작곡했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온 흑인들과 미국에 원래부터 살고 있던 인디언들의 민요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신세계에서'의 초연은 뉴욕에서 뉴욕필이 맡았다. 대단한 성공이었다. 나중에 드보르작의 미국 제자인 윌리엄 암스 피셔가 2악장 라르고의 멜로디에 가사를 입혔다. 피셔가 가사를 만든 2악장의 라르고 멜로디는 'Goin' Home'이라는 제목의 독창곡으로도 사랑을 받았지만 합창곡으로도 불려져 감동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꿈 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이라는 가사로 번역되었다. 음악평론가로 2016년에 작고한 박용구 선생이 우리말 가사를 만들었다. 가사를 다 소개할수는 없지만 피셔의 영어 가사와 박용구 선생께서 만든 우리말 가사를 함께 소개한다.


Going home, going home/I'm just going home/Quiet like, some still day/I'm just going home.

It's not far, yes close by/Through an open door/Work all done, care laid by/Going to fear no more.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옛터전 그대로 향기도 높다/지금은 사라진 동무들 모여/옥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반딧불 쫓아서 즐기었건만/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청천의 별들이 반짝일 때면/영혼의 안식처 찾아 헤매네/밤마다 그리는 그리운 고향/낡아진 창문이 그늘 아니면/이 마음 붙일곳 어디메이뇨/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1891년 뉴욕음악원의 초청으로 뉴욕에 도착한 드보르작과 가족들. 불멸의 걸작 '신세계 교향곡'은 드보르작이 뉴욕을 갔기 때문에 창조된 것이다. 


○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 코르푸스'(Ave verum corpus).

이처럼 성스럽고 은혜스러운 찬양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모차르트가 1791년 6월에, 그러니까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에 완성한 D 장조 K 618의 성곡이다. 라틴어의 '아베 베룸 코르푸스'는 '찬양하라 성체에게'라는 뜻이다. 가사는 14세기에 교황 인노센트 6세가 지은 것이라고 한다. 성만찬의 참 의미를 간직한 내용이므로 여러 작곡가들이 음악으로 만들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자 했다.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 코르푸스'는 1791년 6월 17일 비엔나 근교의 바덴 바이 빈(Baden bei Wien)에서 처음 연주되었다. 그날은 성체성혈 대축일이었다. 모차르트가 바덴에 갔던 것은 그의 부인 콘스탄체가 여섯번째 아이를 임신 중이어서 바덴에서 휴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베 베룸 코르푸스'는 성만찬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실제적인 존재를 알게 되는 믿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곡이다. 그래서 모든 믿는 자에게 이 세상에서 고통 받는 것이 하늘나라에서 구원을 받는 다는 개념을 심어주는 곡이다. 아베 베룸 코르푸스라는 라틴어는 그리스도의 참 육신을 찬양한다는 뜻이다. 세상 떠난 사람이 하늘나라의 잔치에 참여하게 된다는 믿음을 강조한 내용이다. 라틴어 가사를 소개한다.


Ave verum corpus/natum de Maria Virgine/vere passum, immolatum/in cruce pro homine/cuius latus perforatum/fluxit aqua et sanguine/esto nobis praegustatum/in mortis examine/O Iesu dulcis, O Iesu pie/O Iesu, fili Mariae/Miserere mei, Ame.

(찬양하라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신 성체에게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서 진실로 고통받으시고 희생하시었습니다 창에 찔린 옆구리에서 물과 피가 흘렀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우리에게 당신께서 받으신 하늘의 고통을 미리 알게 하소서 사랑의 예수 거룩하신 예수 마리아의 아들 예수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십자가상의 그리스도. 여인 중에서 가장 복되신 여인에게서 태어나신 분이다.


○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 중에서 '아베 마리아'(Ave Maria)

베르디의 '아베 마리아'는 오페라 '오텔로' 중에서 오텔로의 아내인 데스데모나가 사람들의 음모와 남편의 질투로 인해서 죽음을 느끼고 생애의 마지막 시간에 미움과 질투와 음모가 판치는 이 세상에 평화가 있게 해 달라고 간구하는 내용의 숭고한 노래이다. 노래는 조용하고 마치 숨막히는 듯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데스데모나의 절망을 표현한 것이다. 노래가 진행되면서 고요하던 분위기는 크게 외쳐 간구하는 소리로 발전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짧은 한마디, 아멘으로 끝을 맺는다. 오페라 '오텔로'는 베르디의 비극으로는 마지막 작품이다. 베르디는 1871년 아이다로서 대성공을 거둔 후에 이제는 더 이상 펜을 들어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시골 집으로 은퇴하였다. 그러나 세상이 '오페라의 황제'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특히 악보 출판가인 줄리오 리코르디의 새로운 오페라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은 집요했다. 리코르디는 1881년에 아리고 보이토가 쓴 '오텔로'의 대본을 베르디에게 보여주었다. 마침내 마음이 움직인 베르디는 '오텔로'의 작곡에 들어가서 6년 만인 1887년에 완성하였다. 1887년 2월 5일 라스칼라에서의 초연은 한없는 박수갈채를 받는 것이었다. 초연에서 데스데모나의 이미지는 소프라노 로밀다 판탈레오니(Romilda Pantaleoni)가 맡았다. 데스데모나의 '아베 마리아' 첫 소절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ve Maria, piena di grazia, eletta/Fra le spose e le vergine sei tu/Sia benedetto il frutto, o benedetta/Di tue materne viscere, Gesu...

(은혜로우신 마리아를 찬양하리로다/모든 여인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신 분이로다/복되시도다 당신의 자궁에서 나오신 예수시여...)


 '아베 마리아'를 부르는 데스데모나. 르네 플레밍, 메트로폴리탄


○ 드비시의 전주곡 '가라앉은 대성당'(La cathédrale engloutie)

드비시의 피아노 솔로곡인 '가라앉은 성당'만큼 사랑하는 사람의 생애를 회상하는데 적합한 곡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형식과 하모니와 내용에 있어서 드비시의 특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드비시는 그의 작품에 정확한 이미지의 제목을 붙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면 La Mer(바다), Jardin sous la pluie(비오는 날의 정원) 등이다. '가라앉은 대성당'도 마찬가지이다. 이 작품은 고대 브리타뉴(Breton)의 신화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이스(Ys)라는 섬의 해변에서 저 멀리 바다에 대성당이 가라앉았다. 화창한 아침에 바다물이 투명할 정도로 보이면 대성당이 바다로부터 솟아나오는 것을 볼수 있다. 사제들이 찬송하는 소리, 종이 울리는 소리, 오르간을 연주하는 소리가 바다 저편으로부터 들려온다. 이 신화는 죽음과 부활이라는 두가지 명제를 복합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에 와 닿는 무엇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드비시의 '가라앉은 대성당'을 발레로 표현한 무대. 안무 지리 킬리안


○ 가브리엘 포레의 '진혼곡'(Requiem)에서 '낙원에서'(In Paradisum)

포레의 '레퀴엠'은 모차르트의 레퀴엠과 베르디의 레퀴엠과 함께 세계 3대 레퀴엠으로 불리는 위대한 작품이다. 모두 7개 파트(또는 악장)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마지막 파트가 '낙원에서'이다. 원래의 가사는 In paradisum deducant angeli이다 '천사들이 낙원으로 인도하리로다'이다. 세상 떠난 영혼을 천사들이 인도해서 낙원으로 가면 그곳에서 순교자들 만나며 이들이 세상 떠난 영혼을 예루살렘 거룩한 도시로 안내한다는 내용이다. 시작하는 파트는 소프라노들이 높은 음성으로 천사의 소리를 들려주는 듯하다. 그 소리가 다른 소리들, 즉 순교자들의 소리와 화합하여 마침내 마지막에는 '예루살렘'이라는 가사로 마무리된다. 가브리엘 포레가 이 진혼곡을 작곡한 배경은 분명치 않다. 어떤 사람은 포레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서 추모하여 작곡한 것이라고 하지만 시간적으로 맞이 않는 주장이었다. 포레의 레퀴엠은 일반적인 레퀴엠과는 다른 점이 몇개 있다. Dies irae를 삭제하고 대신 Pie Jesu를 넣었다. 마지막 파트인 In paradisum은 장례미사의 가사가 아니라 하관미사 때의 가사라는 것도 특이하다. 포레의 레퀴엠은 첫번째 버전이 1888년 파리의 마델레이느(La Madeleine)에서 초연되었다. 소프라노와 바리톤 솔로이스트, 혼성 합창단, 오케스트라와 오르간을 위한 곡이다.


파리의 마델레이느에 있는 오르간. 포레의 레퀴엠을 초연할 때에 이 오르간을 연주했다.


○ 가브리엘 포레의 '진혼곡'(레퀴엠)에서 '신실하신 예수'(Pie Jesu)

Pie Jesu는 신실하시고 자비로우신 예수님께 우리의 간구를 기도하는 내용이다. 레퀴엠에서는 당연히 세상 떠난 사람의 영혼이 영원한 안식을 누리도록 해 달라는 간구이다. Pie Jesu를 우리나라에서는 '자비로운 예수'(Merciful Jesu)라고 번역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신실하신 예수'(Pious Jesu)이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Pie Jesu는 원래 일반적인 레퀴엠에 포함되지 않는 텍스트이다. 그래서 Pie Jesu라는 텍스트를 포함하고 싶으면 Dies irae(분노의 날에)를 삭제하고 대신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다. Pie Jesu를 레퀴엠에 포함한 작곡가로서는 루이지 케루비니(Luigi Cherubini), 모리스 뒤뤼플레(Maurice Durufle), 존 러터(John Rutter), 칼 옌킨스(Karl Jenkins), 킴 안드레 아르네센(Kim André Arnesen), 프레드릭 식스튼(Fredrik Sixten), 그리고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가 있다 그 중에서 포레의 Pie Jesu가 가장 뛰어나다. 그래서 생상스는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 코르푸스가 유일한 아베 베룸 코르푸스인 것처럼 포레의 피에 예수도 유일한 피에 예수이다'라고 말했다. Pie Jesu의 첫 소절 가사는 다음과 같다.


Pie Jesu Domine/Dona eis requiem/Pie Jesu Domine/Dona eis requiem sempiternam...

(신실하신 주 예수님/저들에게 안식을 주옵소서/신실하신 주 예수님/저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옵서서...)


마델레이느 교회. 1842년 7월 24일에 봉헌되었다. 아테네의 판테옹 사원을 모델로 삼았다. 포레의 레퀴엠이 초연된 장소이다. 내부는 대단히 화려하다.


○ 본 윌리엄스의 '날아오르는 종달새'(The Lark Ascending)

종달새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면서 하늘 높이 올라가는 것을 마치 죽은 사람의 영혼이 하늘 높이 올라가는 듯해서 이 곡은 간혹 장례식에서 연주되지만 반드시 장례식을 위해 작곡된 것은 아니다. 본 윌리엄스는 이 곡을 1914년에 처음 완성했다. 1914년이면 1차 대전이 시작된 해이다. 본 윌리엄스는 영국군이 프랑스로 출전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서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전사할까라는 당시의 비통한 심정을 이 곡으로 표현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근거는 확실하지 않다. 본 윌리엄스는 이 곡을 두어 차례 수정하였는데 마지막 수정은 1926년이었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이지만 본 윌리엄스는 스코어의 표지에 영국의 시인인 조지 메레디스(George Meredith: 1828-1909)의 '날아 오르는 종달새'라는 시의 구절들을 적어 놓았다. 아마도 조지 메레디스의 시로부터 영감을 얻어서 이 곡을 작곡했는지도 모른다. 어쨋든 이 곡은 본 윌리엄스의 '푸른 옷소매'와 함께 가장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날아 오르는 종달새'는 듣는 사람의 견해에 따라서 여러가지 의미를 가질수 있다. 행복한 기분이라고 하면 행복했던 추억의 시절로 데려가 줄수 있고 슬픈 기분이라고 하면 평화와 위로를 줄수 있는 곡이다. 조지 메레디스의 The Lark Ascending의 앞 구절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He rises and begins to round/He drops the silver cahin of sound/Of many links without a break/In chirrup, whistle, slur and shake/For singing till his heaven fills/T'is love of earth that he instils/And ever winglikng up and up/Our valley is his golden cup/And he the wine which overflows/to lift us with him as he goes/Till lost on his aerial rings/In light, and then the fancy sings.


○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Adagio for Strings)

연민을 자아내게 하는 음악이다. 비애의 감정을 순전하게 표현한 음악이다. 장례식장에서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흘러나온 다면 아무리 무심한 사람이라고 해도 비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한 연유로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연주되었고 모나코의 그레이스 켈리 왕비의 장례식에서 그리고 레이니어 3세 국왕의 장례식에서 연주되었다.


1982년 9월 14일에 세상을 떠난 모나코 왕국의 그레이스 켈리 왕비의 장례식. 장례식에서는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연주되었다.


○ 모차르트의 '진혼곡'(레퀴엠)에서 '라크리모사'(Lacrimosa)

이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곡을 없을 것이다. 라크리모사라는 라틴어는 '눈물을 흘리다'는 뜻이므로 제목만 보아도 얼마나 비통한 음악인지 알수 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8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Introitus, Kyrie, Sequentia, Offertorium, Sanctus, Benedictus, Agnus Dei, Communio 이다. 그중에서 Sequentia는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 곡이 Lacrymosa이다. Sequentia의 텍스트는 대체로 Dies Irae(분노의 날, 심판의 날)의 텍스트를 사용했다. 잘 아는대로 모차르트는 프란츠 폰 발제그(Franz von Walsegg) 백작으로부터 그의 부인의 추도일인 1792년 2월 14일에 연주할 레퀴엠의 작곡을 부탁받았으나 불행하게도 1791년 12월 5일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완성하지 못했다. 미완성의 레퀴엠은 모차르트의 제자인 프란츠 사버 쥐스마이르(Franz Xaver Sussmayr)가 완성해서 폰 발제그 백작에게 전달했다. 만일 폰 발제그 백작이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그가 작곡한 것처럼 내세웠다면 아마도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세상에 영원히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라크리모사의 가사를 소개한다.


Lacrimosa dies illa/Qua resurget ex favilla/Judicandus homo reus/Huic ergo parce, Deus/Pie Jesu Domine/Dona eis requiem. Amen

(Full of tears will be that day/When from the ashes shall arise/The quilty man to be judged/Therefore spare him, O God/Merciful Lord Jesus/Grant them eternal rest. Amen)

(그날에 눈물이 가득하리/잿더미에서 일어설 때에/죄있는 자는 심판을 받으리라/그러하니 그를 용서하소서/자비로우신 주 예수님/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아멘)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발레로 공연. 신시나티 발레단


○ 모르텐 로리젠의 '오 위대한 신비'(O Magnum Mysterium)

모르텐 로리젠(Morten Lauridsen: 1943-)은 미국 워싱턴주에서 태어난 현대음악 작곡가이다. 그는 종교음악도 다수 작곡했는데 O Magnum Mysterium)은 원래 크리스마스를 위해 작곡한 음악이다. 베들레헴의 말구유에 누워 있는 어기 예수를 축하하는 음악이다. 이 곡은 로리젠의 합창곡 중에서 걸작으로 꼽히고 있는 작품이다. 마음을 흔드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간혹 아 카펠라 파트에서는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풍성하게 넘쳐 있는 곡이다. 그래서 반드시 성탄절에만 불러야 되는 것은 아니고 일반 행사에서 불러도 무난하지만 특히 장례식에서 불러도 깊은 감동을 준다. 왜냐하면 마음에 큰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라틴어 가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O magnum mysterium/Er admirabile sacramentum/Ut animalia viderent Dominum natum/Jacentem in praesepio!/Beata Vigs, cujus viscera/Meruerunt protae/Dominum Christum/Alleluia....

(O great mystery/and wonderful sacrament/that animals should see the new-born Lord/lying in a manger!/Blessed is the Virgin whose womb/was worthy to bear/our saviour, Jesus Christ/Hallelujah!...


○ 모리스 뒤뤼플레의 '자선과 사랑이 있는 곳에'(Ubi caritas et amor)

모리스 뒤뤼플레(Maurice Duruflé)는 프랑스의 작곡가 겸 오르가니스였다. 1903년에 태어나서 1986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루앙 대성당의 합창지휘자 등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장르의 종교음악을 작곡했다. 그 중의 하나가 '4곡의 모테트'이다. 10명의 아카펠라 합창단을 위한 그레고리안 주제의 모테트이다. 1960년에 완성했다. 4곡의 모테트는 Ubi caritas et amor(자선과 사랑이 있는 곳에), Tota pulchra es(성모께서는 온전히 아름다우시다), Tu es Petrus(그대는 베드로이니라), Tantum erg(그러므로 위대하시도다)이다. 첫번째 곡의 첫 소절 가사는 Ubi caritas et amor Deus ibi est(하나님은 당신이 자선과 사랑을 실천하는 곳에 계시다)이다. 자선(caritas: charity)를 우리나라에서는 애덕(愛德)이라고 번역하기도 했다. 모테트의 네 곡 중에서 단연 첫번째 곡인 Ubi caritas et amor가 빛난다. 비록 곡 자체는 짧은 편이지만 음악과 가사는 마음에 말하는 것이며 위로를 주는 것이다. 텍스트의 내용을 모르더라고 음악만 듣고 있어도 마음에 와 닿으며 위로를 준다. 그러므로 장례식에 연주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감동과 위로를 줄 것이다. 영어로 번역한 가사는 다음과 같다.


Where charity and love are, God is there/Christ's love has gathered us into one/Let us rejoice and be pelased in Him/Let us fear, and let us love the living God/And may we love each other with a sincere heart

(하나님은 자선과 사랑이 있는 곳에 계시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하나로 모으셨나니/주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라/살아계신 하나님을 경외하고 사랑하라/그리하여 우리도 서로 참 마음으로 사랑하게 되리라)

 

○ 엘가의 '에니그마 변주곡'에서 '님로드'(Nimrod)

에드워드 엘가는 영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작곡가이다. 그의 '위풍당당한 행진곡'은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 중의 하나이다. 그가 '에니그마 변주곡'(Enigma Variations)이라는 작품을 작곡했다. 원래 제목은 '오리지널 주제에 의한 변주곡'(Variations on an Original Theme)이었다. 오러지널 주제를 바탕으로 14개의 변주곡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에니그마 변주곡'이라는 제목으로 바꾸었다. 수수께끼라는 뜻의 에니그마라는 단어를 제목에 붙인 것은 14개의 변주곡 마다 붙인 부제가 무슨 말인지 모를 약자 또는 암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C.A.E., H.D.S.P., Nimrod, W.M.B., Ysobel, Troyte, Dorabella, '***' 등이다. 엘가는 '에니그마 변주곡'을 '함께 사진을 찍은 친구들'에게 헌정했다. 그러니까 각 변주곡은 친구들이나 식구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각각 해당 사람들에게 헌정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변주곡 1번의 제목은 C.A.E.인데 이건 누가 보더라도 알기가 쉽다. Caroline Alice Elgar의 약자로서 엘가의 부인인 알리스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Ysobel은 누구를 말하는 것이며 Nimrod는 누그를 말하는 것인지는 한참 수수께끼이다. 게다가 '***'라는 부제는 또 무얼 말하는지 도무지 알수 없는 일이다. 아홉번째 변주곡의 제목인 '님로드'는 엘가의 친구나 식구 중의 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인데 누구인지 알수가 없다.  님로드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시나르(Shinar)의 왕으로 저 유명한 바벨탑을 세운 사람이므로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추측 정도만 할 뿐이다. 시나르 왕국은 아시리아와 메소포타미아를 합친 지역에 있었던 왕국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변주곡 '님로드'가 영국에서는 장례식 음악으로 애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장례식이 아니더라도 추도일이나 기념비 제막식 등의 행사 때에는 의례 '님로드'를 연주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되어 있다. 나중에 엘가의 설명에 의하면 '님로드'는 절친한 친구 아우구스투스 얘거(Augustus J. Jaeger)에게 헌정한 변주곡이라고 한다. 얘거는 엘가가 신념상실 및 절망을 겪은 암담한 시기에 엘가를 도와준 친구였다. 그런데 얘거와 하나님에게 반기를 든 님로드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른다. 님로드는 함의 손자이며 노아의 증손자이다.


하나님과 같이 되고자 했던 님로드는 바벨탑을 세웠다. 엘가는 님로드라는 제목의 변주곡을 만들어서 암담했던 시절에 자기를 도와준 친구 아우구스투스 얘거에게 헌정했다.


○ 파헬벨의 '캐논 D 장조'(Canon in D)

요한 파헬벨의 '캐논 D 장조'는 단순한 선율의 반복이지만 깊이 있는 하모니로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파헬벨의 '캐논'은 장례식에서 자주 연주되는 음악이다. 파헬벨은 이 곡을 제자인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 작곡했다는 얘기가 있다.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는 우리가 '고전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르며 존경하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큰형이다. 결혼식을 위해서 작곡했다는 곡인데 오늘날에는 결혼식보다는 장례식에서 더 많이 연주되는 곡이 되었다. 2012년에 영국에 본부를 둔 장례식 전문회사 협회는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거행된 장례식 3천 건을 대상으로 어떤 음악이 장례식 중에 가장 많이 연주되었는지를 조사했더니 파헬벨의 '캐논'이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1위는 영국의 시인이며 목사인 존 뉴턴이란 분이 가사를 붙인 '어메이징 그레이스'였다고 한다. 아무튼 결혼식이건 장례식이건 파헬벨의 캐논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파헬벨의 캐논은 1680년부터 1706년 사이에 작곡된 것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사라져서 그런 곡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가 1960년대에 발견되어서 그후로부터 전세계적으로 대단한 사랑을 받게 되었다.


○ 구스타브 말러의 교향곡 5번에서 아다지에토(Adagietto)

말러의 교향곡 5번에서 4악장 아다지에토는 말러가 부인인 알마에게 헌정한 사랑의 노래라고 한다. 말러는 이 교향곡에 간단한 시 한구절을 남겨 놓았다.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어떠한 말로도 얘기할수가 없소. 당신은 나의 태양이오. 나는 당신에게 다만 나의 그리움과 나의 사랑과 나의 축복을 한없이 얘기하지 못하는 것을 애석해 할 뿐이오'였다. 4악장의 아다지에토는 현악기로만 연주토록 되어 있다. 여기에 솔로 하프가 나온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곡이다. 무언가 간절한 소원을 말하는 듯한 느낌이다. 무척이나 마음을 흔드는 음악이다. 만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장례식을 치루게 된다면 말러의 교향곡 5번에서 아다지에토만큼 감동을 주는 음악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구스타브 말라와 부인 알마의 다정했던 한 때 


○ 차이코브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Pathétique)에서 아다지오 라멘토소(Adagio Lamentoso)

아다지오 라멘토소는 '비통해 하면서 천천히'는 뜻이다.차이코브스키의 마지막 교향곡인 6번의 마지막 악장이다. 우리말로 '비창'(悲愴)이라는 별명이 붙은 교향곡 6번은 차이코브스키가 세상을 떠나기 9일 전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이런 얘기까지 있었다. 차이코브스키는 자기의 생명과 교향곡 6번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교향곡 6번 비창은 차이코브스키가 세상에 보낸 마지막 작별의 인사였다. 마지막 악장은 비통한 느낌을 주면서도 아름답다. 마치 작곡자 자신이 자기의 죽음을 예견하고서 백조의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다. 장례식에서의 음악이라고 하면 이보다 더 마음을 저미게 만드는 음악은 없을 것이다.


○ 아르보 패르트의 '벤자민 브리튼을 추모한 칸투스'(Cantus in Memoriam Benjamin Britten)

에스토니아 출신으로 공산치하이던 1980년대에 오스트리아로 이민을 온 아르보 패르트(Arvo Pärt: 1935-)는 평소에 벤자민 브리튼을 무척 존경했다. 패르트는 브리튼에 대하여 '가장 순수한 작곡가'라며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브리튼이 1976년 12월 4일에 세상을 떠나자 패르트는 얼마 후인 1977년 초에 브리튼을 추도하기 위해 칸투스를 작곡했다. 칸투스라는 단어는 중심되는 멜로디라는 뜻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합창이란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종교적인 합창곡, 특히 그레고리안 챤트 스타일의 찬송가 스타일의 합창을 말한다. 패르트의 브리튼을 위한 칸투스는 죽음을 생각하는 명상곡이다. 죽음을 애도하는 음악이기도 하지만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표현한 음악이라는 것이다. 이 곡은 현악기로만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 챠임 벨이 홀로 음을 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곡은 시작과 끝날 때에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도록 작곡되어 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명상만 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것도 악보에 표시되어 있다. 패르트의 전기작가인 파울 힐러라는 사람은 이 곡에 대하여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는 것은 죽음에 대한 우리의 관계에 달려 있다. 우리가 어떻게 음악을 만드느냐는 것은 침묵에 대한 우리의 관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패르트의 종교음악 작곡 스타일을 틴티나불리(tintinnabuli)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초기 그레고리안 챤트의 스타일을 말한다.


벤자민 브리튼과 피터 피어스는 영국 서포크 해변의 알드버러에 있는 레드 하우스에서 1957년부터 살았다. 브리튼이 이곳에서 1976년에 세상을 떠났고 피어스는 그로부터 꼭 10년후인 1986년에 세상을 떠났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 공이 레드 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브리튼이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Ave Maria)

장례식에서 가장 많이 불려지는 음악 중에 하나가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이다. 성스러운 음악이지만 애절한 느낌을 갖게 해주는 음악이기도 하다.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성악가들이 불렀지만 보스턴 출신의 테너 루이지 베나(Luigi Vena)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루이지 베나는 1953년 9월 12일 존 에프 케네디와 자클린 부비에가 로드 아일랜드의 세인트 메리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축가로서 '아베 마리아'를 불렀다. 그리고 그로부터 꼭 10년 후인 1963년 11월 25일 워싱턴에서의 케네디 대통령 국장 때에도 '아베 마리아'를 물러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로부터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는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장례식에서 이 노래를 연주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되었다. 슬픔을 함께 나누기도 하지만 말할수 없는 위로를 받는 멜로디이기 때문이다.


1963년 11월 25일 워싱턴에서의 존 에프 케네디 장례식. 알링턴 국립묘지로의 운구.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달라스에서 암살당했다.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가 연주되었다.


○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C 단조

하늘 높이 울려퍼지는 스트링의 음향과 반짝반짝 빛나는 듯한 피아노 멜로디는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 아름다운 음악이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3대 피아노 협주곡의 하나로 꼽히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C 단조는 라흐마니노프가 오랜 절망의 시기를 거치고 회복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작곡한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고통과 절망의 세월을 보내고 아픔과 슬픔이 없는 천국으로 떠나는 것에 즈음해서 적합한 음악이 아닐수 없다. 이 곡이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느냐는 것은 전세계 클래식 FM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으로 꼽힌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 차이코브스키의 '어린이 앨범'(Children's album) 중에서 일곱번째 곡인 '인형의 장례식'(Dolly's Funeral)

'어린이 앨범' 또는 '청소년을 위한 앨범'은 차이코브스키가 1878년에 작곡한 24개의 소품으로 구성된 피아노 작품이다. 로베르트 슈만도 '어린이의 정경'(Kinderszenen)과 '어린이를 위한 앨범'(Album fur die Jugend)이라는 작품을 썼다. 차이코브스키는 슈만의 스타일을 따라서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 소품들을 작곡했다. 부제는 '슈만 스타일의 24새 소품'(24 Simple Pieces a la Schumann)이다. '어린이 앨범'에 들어 있는 24개 소품은, 1) 아침기도 2) 겨울 아침 3) 목마 놀이 4) 엄마 5) 나무 병정의 행진곡 6) 아픈 인형 7) 인형의 장례식 8) 왈츠 9) 새 인형 10) 마주르카 11) 러시아 노래 12) 아코디온 켜는 사람 13) 카마린스카야 14) 폴카 15) 이탈리아 노래 16) 옛 프랑스 노래 17) 독일 노래 18) 나폴리 노래 19) 유모의 이야기 20) 마법사 21) 달콤한 꿈 22) 종달새의 노래 23) 손오르간 돌리는 사람 24) 성당에서이다. '인형의 장례식'은 가지고 놀던 인형이 못쓰게 되자 장례식을 치루어 준다는 내용의 음악이다. '어린이 앨범'에는 여러 나라의 춤곡과 민요가 나와서 흥겹기도 한다.


○ 에드바르드 그리그(Edvard Grieg: 1843-1907)는 친구 리카르드 노르드라크(Rikard Nordraak)가 세상을 떠나자 그를 추모하여서 장송행진곡(Sørgemarsj over Rikard Nordraak)을 작곡했다. 그리그는 노르드라크를 덴마크에서 만나서 친구가 되었고 그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노르드라크는 노르웨이 국가인 Ja, vi elsker dette landet(예, 우리는 이 나라를 사랑합니다)를 작곡했다. 그리그가 노르다라크를 처음 만난 것은 덴마크에서였다. 그후 두 사람은 지극히 가까워졌는데 노르드라크는 2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그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송 오브 노르웨이'에는 노르드라크의 모습도 잠시 등장한다.


○ 마지막 한 곡은 여러분이 각자 마음 속으로 가장 감명 깊었다고 생각하는 장례식 음악을 적어 넣으면 된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토카타와 후가 D 단조'일수도 있고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Der Tod und das Mädchen)일수도 있으며 말러의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Kindertotenlieder)일수도 있다. 그런가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여서 생상스의 '삼손과 델릴라' 중에서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를 꼽을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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