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주제로 삼은 음악 종합점검
태고로부터 달은 신비한 대상이었다. 달에 대한 신화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처음으로 달의 존재를 그림으로 남긴 것은 지금으로부터 5천여년 전 아일랜드의 노우스(Knowth)에 암벽화로서 달을 그려 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래로 달은 수많은 문화예술 작품의 주제가 되어 왔다. 고갱의 생애를 조명한 영국의 서머셋 몸의 단편 '달과 6펜스'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도 있다. 비록 제목은 '별이 빛나는 밤'이지만 한쪽에 커다란 달이 자리잡고 있는 그림이다. 달에 대한 표현도 여러가지이다. 고대 그리스의 사포(Sappho)는 은빛과 같은 달의 얼굴을 찬양했다. 루도비코 아리오스토(Ludovico Ariosto)의 서사시 '분노의 올란도'(Orlando Furioso)에서는 영국의 기사인 아스톨포(Astolfo)가 올란도의 광기를 고치기 위해 엘리아의 불타는 병거(兵車)와 같은 수레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서 달로 향하는 내용이 있다. 달은 이 세상에서 잃어버렸던 모든 것을 발견할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올란도는 달을 통해서 잃어버렸던 정신을 되찾는다. 바이런 경(Lord Byron)의 극시인 만프레드(Manfred)에서는 달이 여러 모습으로 등장한다. 물론 기괴하고 안정되지 못한 모습이지만 말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민족명절인 추석이다. 1년 중에 달이 가장 크고 둥글다는 날이다. 달을 주제로 삼은 음악들을 들으면서 달마중하면 더욱 운치가 있을 것이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스태리 나이트)
○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Mondschein Sonata: Moonlight Sonata)
휘영청 비추는 달빛이라고 하면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월광곡'이라고 부르는 피아노곡이다. 적막강산인 한밤중에 교교히 비추는 달빛을 이만큼 아름답고 성실하게 표현한 음악도 없을 것이다. 달빛을 온 몸에 적시는 그런 분위기에서 가장 적합한 음악이다. 우리가 '월광곡' 또는 '월광 소나타'라고 부르는 이곡은 피아노 소나타 14번 C 샤프 단조 Op 27로서 베토벤이 처음에 붙인 제목은 Sonata, quasi una fantasia이다. '거의 환상곡과 같은 소나타'라는 뜻이다. 그러면 '월광 소나타'(Mondschein Sonata)라는 제목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그것은 베토벤이 붙인 것이 아니다.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지 5년 후인 1832년에 독일의 음악평론가이며 시인인 루드비히 렐슈타브(Ludwig Rellstab: 1790-1860)가 이 소나타의 1악장을 듣고 나서 '오! 1악장의 이 음악은 마치 스위스의 루체른 호수에 비치는 달빛을 보는 것과 같다'고 말한데서 비롯한 제목이다. 렐슈타브는 대단히 명망있는 평론가였기 때문에 그가 베토벤의 소나타를 '달빛'을 보는 것과 같다고 하자 출판사 등은 그의 말을 존중하여서 베토벤의 소나타에 '월광'이라는 제목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베토벤은 자기의 소나타 중에서 한 곡에 훗날 '월광곡'이라는 이름 붙여지게 되고 또한 세상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피아노 곡 중의 하나가 되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에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 국어 교과서인지 또는 음악 교과서인지에 베토벤이 '월광곡'을 작곡하게된 사연이 설명되어 있는 것을 읽고 배웠다. 그래서 모두들 '월광곡'이 작곡된 사연은 그런 줄로 믿고 있었다. 베토벤과 신기료 장수의 눈먼 손녀딸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날 달빛이 환한 밤중에 베토벤은 심신이 답답하여서 산책을 나섰다. 그런데 어느 허름한 집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던가? 그것도 자기가 작곡한 피아노곡을 떠듬떠듬 치는 소리였다. 베토벤은 호기심에 넘쳐서 그 집의 창문을 통해서 안을 들여다 보았다. 집안에서는 어떤 노인이 신발을 꿰매고 있었고 희미한 불빛의 피아노 앞에서는 어떤 소녀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베토벤은 문을 열고 들어가서 신기료장수 노인에게 얘기를 건넸다. 노인은 그 소녀가 자기의 손녀인데 어머니는 벌써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소녀의 어머니는 피아노를 즐겨 연주했고 특히 베토벤의 곡들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소녀는 어머니를 생각해서 베토벤의 피아노 곡들을 연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소녀는 눈먼 소경이었다. 베토벤은 소녀를 피아노 앞에서 물러서게 하고 직접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마침 달빛이 환하게 창문을 통해서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베토벤은 고요한 달빛을 생각하며 피아노의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베토벤이 연주를 마치자 소녀는 베토벤의 손을 부여 잡고서 '선생님, 선생님이 베토벤이시죠'라며 눈물을 흘렸다. 베토벤은 집으로 돌아와서 그 날밤으로 신기료장수의 집에서 소녀를 위해 쳤던 피아노곡을 악보에 옮겨 적었다. 그것이 역사에 길이 남아 있는 '월광곡'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실상 이 이야기는 흥미있으라고 만들어 낸 것이고 베토벤은 이곡을 1801년에 완성하고 이듬해인 1802년에 제자 중의 한 사람인 줄리에타 구이치아르디(Giulietta Guicciardi: 1782-1856)에게 헌정했다. 줄리에타는 베토벤이 하일리겐슈타트 테스타멘트에서 언급한 '불멸의 연인'(Unsterbliche Geliebte: Immortal Beloved)의 후보자 중의 한 사람이다. 즉, 베토벤이 마음 속으로 깊이 사랑했던 여인 중의 하나였다. 줄리에타는 상당한 미인에다가 교양있는 여자였다. 비엔나의 사교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여자였다. 베토벤은 친구 브룬스비크 백작의 주선으로 줄리에타의 피아노 선생이 되었다. 겨우 1년도 안되는 레슨 선생이었지만 베토벤은 줄리에타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신분상의 차이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줄리에타는 베토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1803년에 아마추어 작곡가이기도 한 폰 갈렌버그 백작과 결혼하고 비엔나를 떠나 나폴리에 가서 살았다. 줄리에타는 나폴리에서 거의 20년을 살다가 비엔나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때에는 이미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후였다. 다만, 줄리에타 구이키아르디라는 이름이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것은 베토벤이 그를 사랑하여서 저 유명한 '월광 소나타'를 그에게 헌정했기 때문이다.
베토벤이 '월광 소나타'를 헌정한 줄리에타 구이키아르디 백작부인. 베토벤이 언급한 '불멸의 연인'의 후보자 중의; 하나이다.
○ 드비시의 '월광'(Clair de Lune: 달빛)
'월광곡'은 베토벤만 작곡한 것이 아니다. 드비시도 작곡했다. 프랑스어로 Clair de lune(클레르 드 뤼느)이지만 영어로는 Moonlight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달빛'이라고 번역해서 쓰기도 하고 '월광'이라고 번역해서 쓰기도 한다. 드비시의 '월광'은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에 속한다. 환하게 내려 비치는 달빛을 보고 느낀 인상을 피아노 음악으로 표현했다. 연주는 피아니시모로 하도록 되어 있다.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 over the Rhone)을 보면 드비시의 '클레르 드 뤼느'를 연상할수 있다. 드비시의 '월광'은 피아노곡인 '베르가마스크 모음곡'(Suite bergamasque)에 들어 있는 소품이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네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악장(movement)라고 하지만 실은 그저 소품일 뿐이다. 첫번째는 전주곡(Prelude), 두번째는 미뉴엣(Minuet), 세번째가 가장 유명한 '월광'이고 네번쩨가 파스파이드(Passpied)이다. 드비시가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을 작곡한 것은 1890년이다. 그후 1905년에 악보가 출판될 때에 내용을 상당히 수정하였다. 예를 들면 세번째 곡의 원래 제목은 Promenade sentimentale(감상적인 산책)이었는데 이를 '월광'(클레르 드 뤼느)로 고친 것이다. Clair de lune라는 말은 프랑스의 시인 폴 베를레이느(Paul Verlaine)의 시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의 시작 중에 Clair de lune라는 시가 있는데 그 시의 앞 소절에 Suite bergamasque라는 말이 나오므로 그 말을 피아노 모음곡의 제목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베르가마스크라는 말은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의 마스크 댄스를 빗대어서 붙인 제목이다. 폴 베르레이느의 시는 카니발과 같은 소란스런 축제에 대한 것인데 축제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대단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나중에는 모든 것이 헛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내용이다. 이 시에서 달빛은 돌과 분수에 반사되어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역할이다. 드비시의 '월광'은 1956년도 영화인 '자이안트'(Giant)에 나온다. 영화음악위 귀재인 디미트리 티옴킨(Dimitri Tiomlin)이 편곡했다. 또한 '월광'은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 '환타지아'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상영시간이 초과된'다고 해서 실제로는 삭제되었다. 그후 레오폴드 스토코브스키가 별로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환타지아' 증보판에 추가하였다. 가브리엘 포레도 폴 베를레이느의 '월광'을 바탕으로 드비시와 같은 제목의 노래를 작곡한 것이 있는데 드비시보다 3년 전의 일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드비시의 '월광'(클레르 드 뤼느)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극음악에서 '로만체'(Romanze). D 797 No 3b.
슈베르트는 1823년에 독일의 시인이며 저널리스트인 헬미나 폰 헤치(Helmina von Chezy: 1783-1856)의 희곡 '사이프러스의 여왕 로자문데'(Rosamunde, Fürstin von Zypern: Rosamunde, Princess of Cyprus)을 위해 극음악을 작곡했다. 그 중에 로만체는 '보름달빛이 산꼭대기에 비추고'(Der Vollmond strahlt auf Bergeshöhn)여서 달빛의 아름다움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고 있다. '로자문데'는 1823년 12월에 비엔나의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처음 공연되었가. 그러나 미안하게도 실패였다. 그후로 '로자문데'의 극본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다만, 슈베르트가 작곡한 '로자문데'의 음악은 대부분이 살아 남아서 오늘날에도 콘서트에서 자주 연주되는 작품이 되었다. '로자문데' 음악은 서곡 이외에 10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네번째 파트가 마치 공허한 듯한 로만체이다. 로만체는 소프라노 솔로를 위한 곡이다. 그러나 콘서트에서는 주로 알토가 노래를 부른다. 보름달의 달빛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노래이다. '보름 달빛이 산 꼭대기를 비추네/얼마나 보고 싶었던가/나의 사랑하는 사람/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키스하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5월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가/그대는 봄빛이로다/그대는 나의 밤을 비추어주네/오 그리고는 마침내 나에게 다시 미소를 보내주네/달빛 아래 서 있는 그녀/하늘을 바라보고 있네/먼 훗날 나는 마침내 당신의 것이되리라/그리고 조용하게 두 마음은 깨어지리라'라는 가사이다. 기둥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로자문데'는 어릴 때부터 어떤 바닷사람의 미망인에 의해 자기 딸처럼 키워진다. 로자문데는 산에서 양을 치는 목동이 된다. 그러나 로자문데의 신분이 사이프로서의 공주인 것이 밝혀진다. 로자문데는 왕위를 주장한다.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극음악 음반
○ 벨리나의 '바가 루나'(Vaga Luna, che inargenti: 방랑하는 은빛 달이여)
벨리니의 아름다운 벨칸토 아리아인 Vaga Luna, che inargenti는 보통 간단히 '바가 루나'라고 부른다. '아름다운 달빛이여'라고 번역한 경우도 있고 '방랑하는 은빛 달이여'라고 번역한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이든지 아름다운 달을 그린 아름다운 노래이다. 달이 아름다운 것처럼 노래도 아름답다. '바가 루나'는 Composizioni di Camera 라는 연가곡집에 들어 있는 노래이다. 벨리니는 '바가 루나'를 다른 두 곡의 아리에타와 함께 1838년에 발표했다. 다른 두 곡이란 Il fervido desiderio(타오르는 욕망)와 Dolente immagine di Fille mia(나의 필레의 슬픈 영상)이다. 벨리니는 이 세곡을 합쳐서 Tre ariette inedite(출판하지 않은 세곡의 아리에테)라고 불렀다. '바가 루나'는 세곡 중에서 세번째이다. '바가 루나'의 오리지널 템포는 안단테 칸타빌레이다. 가사는 이탈리아의 시인이라고 하는데 누구인지 모른다. 내용은 노래 부르는 사람이(여자이든 남자이든) 달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이제는 자기로부터 멀리 떠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달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이다. 달은 사랑의 언어를 불러내게 하며 노래하는 사람의 뜨거운 열망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가 루나'는 소박하면서도 매력적이기 대문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이다. 한편, 벨리니는 또 하나의 달과 관련된 아리아를 만들었는데 오페라 '노르마'에 나오는 '정결한 여신'(Casta Diva)이다. 드루이족의 여사제인 노르마가 로마로부터 억압받고 있는 백성들과 로마 군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달의 여신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달라고 간청하는 내용이다. '졍결한 여신'은 모든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사랑받는 아리아의 하나이다.
드루이드족의 여사제인 노르마가 드루이드 숲에서 달이 밝게 내려비치는 중에 '정결한 여신'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달라고 간청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17년 메트로폴리탄. 소프라노 손드라 라드카노브스키.
○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에서 '달에 붙이는 노래'(Song to the Moon)
루살카(Rusalka)는 체코판 인어공주이다.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는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는 아니지만 1막에 나오는 루살카의 아리아 Mesicku na nebi hlubokem(메시츠쿠 나 네비 흘루보켐)은 '달에 붙이는 노래'(Song to the Moon)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곡이다. 이 노래는 벨리니의 '바가 루나'의 가사와 비슷하다. 물의 정령인 루살카는 호수가에 나왔다가 마침 사냥을 나온 왕자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루살카는 아버지에게 왕자의 곁에 있고 싶으니 인간이 되게 해 달라고 간청하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걱정으로서 경고한다. 루살카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인간이 되고 싶어서 마녀를 찾아간다. 그러면서 달에게 자기의 애절한 사랑의 마음을 왕자에게 전해 달라고 간청하며 아울러 자기의 괴로운 마음을 위로해 달라고 부탁한다. '달에 붙이는 노래'는 1989년도 할리우드 영화인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Driving Miss Daisy)에 나와서 더욱 유명해졌다.
영어로 번역된 가사를 소개코자 한다. Moon, high and deep in the sky/Your light sees far/You travel around the wide world/and see into people's homes/Moon, stand still a while/and tell me where is my dear/Tell him, silvery moon/that I am embracing him/For at least momentarily/let him recall of dreaming of me/Illuminate him far away/and tell him, tell him who is waiting for him!/If his human soul is, in fact, dreaming of me/may the memory awaken him!/Moonlight, don't disappear, disappear!
(하늘 높이 멀리 떠 있는 달아/너는 빛으로 멀리까지 볼수 있지/너는 세상 곳곳을 다녔겠지/사람들의 집집마다 볼수 있었겠지/달아 잠시만 그대로 있어다오/그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은 어디 있는지 말해다오/은빛 달아 그에게 전해주오/내가 그를 가슴에 품고 있다고/그래서 잠시만이라도/나에 대한 꿈을 꾸게 해다오/비록 멀리서이지만 그를 비추어 다오/그리고 전해다오 구군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만일 사람에게 영혼이 있다면 나를 생각해 주겠지/그리고 그 생각으로 그가 깨어나겠지/달빛이여 사라지지 말아다오 사라지지 말아다오)
'루살카'에서 '달에 붙이는 노래'. 2017년 메트로폴리탄. 1979년 라트비아에서 태어난 소프라노 크리스틴 오폴라이스(Kristine Opolais).
○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2악장 로만차(Romanza)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E 단조 Op 11에서 2악장 라르게토는 로만차(로망스)라는 부제가 붙어 있을 정도로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곡이다. 쇼팽 자신도 로만차를 높이 평가하여서 '봄날 밤에 달빛이 내려 비치는 마음과 같다'고 말했다. 달빛이 휘영청 비치는 싱그러운 봄날의 밤에 저 멀리까지 내다 보이는 아름다운 산하를 바라볼 때 마음 속에 로맨틱한 감정을 가지게 만드는 악장이다. 쇼팽은 피아노 협주곡 1번을 1830년에 완성했다. 1830년이라고 하면 쇼팽이 20세의 청년일 때이다. 이곡은 그해 10월 11일에 바르샤바에서 초연되었다. 쇼팽 자신이 피아노를 연주했다. 이날의 연주회는 쇼팽이 폴란드를 떠나기에 앞서 가진 고별연주회였다. 쇼팽은 피아노 협주곡을 두 편만 남겼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1번이라고 말하는 협주곡을 2번이라고 부르는 협주곡보다 나중에 작곡했지만 출판을 먼저 했기 때문에 출판사가 1번이라고 붙였던 것이다. 쇼팽은 나중에 피아노 협주곡 1번을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이며 피아노 제작자인 프리드리히 칼크브렌너(Friedrich Kalkbrenner: 1785-1849)에게 헌정하였다. 칼크브렌너는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청년 시절에 이미 파리로 와서 정착하고 활동했기 때문에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 간주되고 있는 사람이다. 칼크브렌너는 바르샤바를 떠나 파리에 온 쇼팽에게 자기의 문하에 들어와서 공부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쇼팽으로서는 이미 바르샤바음악원에서 공부를 마쳤기 대문에 더 이상의 학교 공부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사양하였다. 그러나 쇼팽은 칼크브렌너를 무척이나 존경했다. 그래서 바르샤바에서 만든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칼크브렌너에게 헌정했던 것이다. 칼크브렌너는 같은 시기에 활동하고 있던 쇼팽은 물론이고 지기스몬트 탈베르크, 프란츠 리스트보다도 더 많은 명성을 얻고 있었다. 다만 라이발이 있다고 하면 요한 네포무크 훔멜 정도였다. 쇼팽이 이곡을 작곡하게 된 것은 바르샤바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한 소프라노 콘스탄챠 글라드코브스카(Konstancja Gladkowska: 1810-1889) 때문이었다. 쇼팽은 같은 나이의 콘스탄챠를 깊이 사랑했었다. 쇼팽의 초기 작품들이 대부분 콘스탄챠를 위해서 만든 것만 보아도 쇼팽이 콘스탄챠를 얼마나 사모했는지를 알수 있다. 물론 콘스탄챠는 얼마후에 다른 귀족과 결혼했고 쇼팽보다 40년이나 더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아무튼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의 2악장 로만차는 너무도 아름다워서 세상의 어떤 귀중한 것을 주어도 바꾸고 싶지 않은 음악이다.
쇼팽(오른쪽)이 19세 때부터 사랑했던 같은 학교 여학생인 콘스탄챠 글라드코브스카. 두 사람은 같은 나이였다. 그러나 신분상의 차이가 있어서 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더구나 쇼팽은 바르샤바를 떠냐야 했다. 쇼팽의 초기 작품들은 대부분 콘스탄챠를 위해서 작곡한 것이다.
○ 라흐마니노프의 '밤... 사랑'(La nuit... L'amour)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모음곡 1번에 들어 있는 두번째 곡인 '밤...사랑'(La nuit...L'amour)은 마치 달빛이 환한 밤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은 느낌은 주는 음악이다. 역시 달밤은 사람의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차게 만드는 모양이다. 라흐마니노프의 모음곡 1번(Suite n. 1)은 원래 제목이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환타지아'(Fantasie-Tableaux for two pianos)였다. 그것을 그냥 모음곡 1번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모음곡 1번에는 네 곡이 들어 있다. 첫번째는 바르카롤레(뱃노래)이다. 두번째가 '밤..사랑'이다. 세번째는 Les Larmes(눈물)이며 네번째는 Paques(부활절)이다. 라흐마니노프는 모음곡 1번을 1893년 여름 카르코프(Kharkov)에서 지낼 때에 작곡했다. 카르코프는 현재의 우크라이나에 있는 도시이다. 모음곡 1번은 피아노를 위한 곡이지만 각 악장에 위대한 시인들의 시를 표현한 것이다. 즉, 미하일 레르몬토브(Mikhail Lermontov), 바이런 경, 표도르 튜체프(Fyodor Tyutchev), 알렉세이 코먀코프(Aleksey Kgomyakov)의 시를 염두에 두고 작곡하였다. '밤...사랑'은 바이런 경의 '파리시나'(Parisina)를 배경으로 삼았다.
도니체티의 오페라 '파리시나'. 메트로폴리탄. 소프라노 안젤라 미드(Angela Meade). 남편 니콜로가 파리시나를 감옥에 가둔 장면
15세기에 페라라(Ferrara) 공국의 니콜로 3세에 대한 이야기이다. 니콜로 3세는 두번째 부인인 파리시나 말라테스타(Parisina Malatesta: 1404-1425)와 아들 우고(Ugo)가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발견하고 두 사람 모두에게 무거운 형벌을 내리기로 한다. 바이런의 시에는 니콜로라고 나와 있지만 실제 인물의 이름은 아조(Azo)이다. 그런데 우고는 파리시나가 아버지인 아조와 결혼하기 전에 이미 약혼했었다. 아버지가 자기의 약혼녀와 결혼하자 아들 우고는 번뇌에 허덕이다가 결국 정염을 참지 못해서 새어머니인 파리시나와 불륜을 저질렀던 것이다. 마치 스페인의 필립 2세와 아들 돈 카를로스, 그리고 새왕비인 엘리자베스와의 3각 관계를 보는 듯한 이야기이다. 아조는 아들 우고를 사형에 처하기로 한다. 그리고 파리시나에게는 아들 우고를 처형하는 장면을 직접 보도록 하는 무서운 형벌을 내린다. 우고가 처형을 당할 때에 파리시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파리시나가 미치게 되는 전조였다. 실제로는 아조가 파리시나도 참수형에 처한다. 그리하여 파리시나는 21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라흐마니노프는 모음곡 1번을 평소 존경하던 차이코브스키에게 헌정하였다. 라흐마니노프는 8년 후인 1901년에 모음곡 제2번을 완성한다. 바이런 경의 '파리시나'는 많은 작곡가들에 영감을 주어서 여러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대표적으로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파리시나'(또는 Parisina d'Este)와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오페라 '파리시나'이다.
파리시나와 우고의 밀회. 파리시나의 이야기는 영국의 앤 볼레인의 경우과 흡사하다. 파리시나는 후계자 생산을 위해 니콜라이 3세와 결혼하였는데 처음에 딸 둘을 낳고 이어 아들을 생산하였지만 아들은 어릴 때에 세상을 떠난다. 그리하여 니콜라이는 파리시나는 불륜으로 몰아 처형한다.
○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무직'(Eine kleine Nachtmusik: 소야곡)
모차르트는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무직'을 작곡하고나서 세레나데라고 불렀다. '현을 위한 세레나데 13번 G 장조, K 525이다. 가벼운 음악이라고 생각해서 세레나데라는 타이틀을 붙였던 것 같다. 세레나데라고 하면 아무래도 밤을 생각했다. 달빛이 고요한 밤에 사랑하는 사람의 발코니 아래에서 사랑을 호소하며 부르는 노래가 세레나데이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게 반드시 발코니 아래에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더라도 그런 스타일의 서정적이고 사랑스런 노래면 세레나데라고 불렀다. 밤의 장막이 드리워지고 달빛이 은구슬 금구슬을 꿰매듯 쏟아지면 사람들의 마음은 간혹 감동적이 될수 있다. 그래서 세레나데와 달은 상관이 있는 모양이다. 모차르트가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무직'을 작곡한 것은 '돈 조반니'를 작곡하던 시기였다. 작곡이 너무 많이 밀려서 힘들고 지쳐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아마 기분을 바꾸는세레나데를 작곡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친구들 끼리의 파티 모임을 위해서 작곡한 것 같다. 해가 지고 난후에 달빛은 환하게 빛나고 즐거운 웃음소리는 하늘의 별들을 더욱 반짝이게 만들어 주며 샴펜을 가득 부은 잔에서는 보글보글 거품이 솟아나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음악이다. 모차르트는 세레나데를 여러 곡을 작곡했다. 대부분이 누가 부탁해서 작곡한 것이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무직'도 누가 의뢰한 것일텐데 누구인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무직'은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는 알레그로, 두번째는 로만체로서 안단테, 세번째는 메뉴에토로서 알레그레토, 네번째는 론도로서 알레그로이다. 첫번째의 알레그로 파트의 도입부 음악은 한때 서울의 지하철에서 환승역을 알려주는 시그날 음악으로 사용되었었다. 지금은 국악이다. 한편, 핸드폰의 수신 음악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아무튼 달 밝은 밤에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무직을 듣는 것도 기분 전환이 되는 일이다. 독일어에서는 세레나데를 스탠헨(Ständchen)이라고 하지만 나하트무직(Nachtmusik)도 세레나데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 레오폴드 고도브스키의 '달빛 속의 보로부두르'(Borobudur in Moonlight)
보로부두르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의 마겔랑(Magelang)에 있는 대승불교의 대사찰이다. 아름다운 조각과 건축물로 유명하지만 규모로서도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다. 더구나 일찍이 9세기경에 건설되었다고 하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폴란드계 미국의 작곡가인 레오폴드 고도브스키(Leopold Godowsky: 1870-1938)는 자바의 음악과 전통에 관심이 깊어서 자바에 가서 지낼 때에 신비스런 소리를 내는 가믈란이라는 악기에 매료되었다. 고도브스키는 가믈란 소리를 참고로 하여 '자바 모음곡'이라는 흥미로운 피아노곡들을 작곡했다. '달빛 속의 보로부두르'는 '자바 모음곡'(Phonoramas)에 들어 있는 그림과 같은 여러 작품 중의 하나이다. 달빛에 비친 불상들과 사찰의 첨탑들이 신비스러운 음향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보로부두르는 1982년에 대대적인 복구를 마친 후에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고도브스키는 드비시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다. 드비시 역시 동남아의 음악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썼다. '달빛 속의 보로부두르'와 드비시의 '월광'(Clair de lune)를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달빛 속에 더욱 깊은 감동을 주는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의 마겔랑 인근에 있는 보로부두르 사찰의 불상
○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Verklärte Nacht)
아놀트 쇤베르크는 현대음악의 기수이다. 12음 기법을 창안하여 작곡 양식에서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그렇다고 해서 쇤베르크가 12음 기법에 의한 현대작품만을 쓴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낭만주의적인 작품을 썼다. 그런 그가 세기말을 얼마 두지 않은 1899년에 독일의 표현주의 시인인 리하르트 데멜(Richard Dehmel: 1863-1920)의 '정화된 밤'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쇤베르크는 데멜의 시를 바탕으로 현악 6중주곡을 작곡했다. '정화된 밤'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어떤 달 밝은 밤에 숲을 거닐고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말한다. '아이를 가졌어요. 하지만 당신 아이는 아니예요. 당신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너무 괴롭네요. 여자로서 아이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떨리는 내 몸을 맡기고 말았어요...' 여자는 비틀거리며 걷는다. 달은 계속 두 사람을 따라온다. 달빛은 여자의 어두운 시선을 비춘다. 남자가 말한다. '당신이 품은 아이를 영혼의 짐으로 삼지 말아요. 보아요. 이 우주가 얼마나 밝게 빛나고 있는지. 저 빛이 모두 사라지고 당신과 내가 차가운 바다를 걷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타오르게 할 것이요. 그 열기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아이를 정화시킬 것이요. 당신은 나에게 빛을 주었소. 당신은 나에게 아이를 주었소...' 쇤베르크는 이 곡을 장차 아내가 될 마틸데 폰 쳄린스키를 만나고 나서 작곡했다.
독일어로 된 처음 몇 소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Zwei Menschen geht durch kahlen, kalten Hain/der Mond läuft mit, sie schaun hinein/Der Mond läuft über hohe Eichen/kein Wolkchen trübt das Himmelslicht/in das die schwarzen Zacken reichen.
Die Stimme eines Weibes spricht/"Ich trag ein Kind, und nicht von Dir/ich gehe in Sünde neben Dir/Ich hab mich schwer an mir vergangen....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을 발레로 안무한 공연. 창공의 달은 보이지 않지만 아두운 숲에서 모습이 뚜렷이 보이는 것은 달빛 때문인 것을 알수 있다.
○ 하이든의 오페라 '달세계'(Il mondo della luna)
달을 주제로 삼은 오페라들이 더러 있는 중에 하이든의 '달세계'는 대표적이다. 1777년 8월에 오스트리아의 아이젠슈타트에 있는 에스터하지 궁전에서 초연되었다. 하이든이 봉사하고 있는 에스터하지 가문의 니콜라우스 1세 공자의 아들인 니콜라우스 2세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오페라이다. 18세기 당시에는 우주에 대한 공상과학적인 소재들이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이 그런데 관심을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때에 이탈리아의 뛰어난 코믹 극본가인 카를로 골도니(Carlo Goldoni)가 '달세계'라는 오페라 대본을 내놓았다. 발다사레 갈루피(Baldassare Galuppi)가 1750년에 골도니의 대본을 사용해서 오페라 '달세계'을 내놓았고 이어 하이든이 내놓았으며 1782년에는 조반니 파이시엘로(Giovannio Paisiello)가 같은 제목의 오페라를 내놓았다. 그밖에도 골도니의 '달세계'를 바탕으로 오페라를 만든 경우가 또 있지만 별로 유명하지 않은 작곡가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달세계'를 소개하는 것은 생략한다. 하이든의 '달세계'의 서곡은 교향곡 스타일이기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하이든은 나중에 '달세계'의 서곡을 교향곡 63번의 1악장에 그대로 인용하였다. '달세계'에서 달과 관련된 음은 E 플랫조로 연주되고 있다. 18세기에 E플랫조는 통상 어둠이나 수면과 연관된 음악에 자주 사용되었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는 에르네스토와 플라미니아가 부르는 듀엣이다. 또한 1막에서 플라미니아의 아리아 Ragion nell'alma siede는 콜로라투라 아리아로서 명성이 높은 것이다. 그리고 1막에서 달을 향해 비행하는 인식을 심어 줄 때의 음악도 인상적이다. 앞으로 천문학자가 되고 싶은 에클리티코는 고집센 부오나파데의 아름다운 딸 클라리체를 사랑하지만 좀처럼 결혼 허락을 받을수 없다. 에클리티코는 부오나파데를 설득해서 달여행을 가는 것처럼 속여서 결국 결혼 허락을 받는다는 내용이지만 얼렁뚱땅과 티격태격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는 오페라이다. 하지만 대사 부분이 많아서 오스트리아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공연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아무튼 인공으로 달세계를 만들어 놓은 것 등은 우주과학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처사이다. 독일어 제목은 Der Welt auf dem Monde라고 하며 영어로는 The World of the Moon 또는 Life on the Moon 이라고 한다.
하이든의 '달세계. 고집센 부오나파데 영감을 달에 도착한 것처럼 믿게 한다. 저 멀리 하늘에 지구가 보인다.
○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달여행'(Le voyage dans la lune)
자크 오펜바흐의 '달여행'은 오페레타이지만 오페라 페리()라고도 부른다. 오페라 페리는 동화오페라를 말한다. 오페라와 발레가 혼합되어 있는 프랑스 오페라의 한 장르이다. '달여행'은 '해저 2만리'와 '80일간의 세계일부'로 유명한 쥘르 베르느(Jules Verne: 1828-1905)의 공상과학 소설 '지구에서 달로'(From the Earth to the Moon)를 바탕으로 삼은 오페레타이다. '달여행'은 1875년 10월에 파리의 테아트르 들 라 게테에서 초연되ㅐ었다. 쥘르 베르느의 '지구에서 달로'는 당시 우주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했을 때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한층 자극한 작품이었다. 어느 왕국의 왕자인 카프리스는 왕위에는 관심이 없고 달여행을 가고 싶어한다. 블란 왕은 할수 없이 마이크로스코프라는 신하에게 달에 갈수 있는 비행체를 만들도록 한다. 카르피스 왕자의 달 여행을 확인하기 위해 마이크로스코프와 블란 왕이 동행한다. 이들은 과연 이상한 건물들이 있는 달에 도착한다. 그로부터 벌어지는 코믹한 사랑과 모험이 배꼽을 잡게 한다. 그리고 별별 기괴한 무대 장치가 다 동원되고 있기 때문에 눈요기도 한판 한다.
오펜바흐의 '달여행'에서 카프리스 왕자와 천문학자 마이크로스코프, 그리고 블란 왕을 태운 비행체를 거대한 대포처럼 발사코자 하고 있는 장면
○ 조나단 도우브의 '달에 갔던 사람'(Man on the Moon)
벤자민 브리튼 이후 가장 뛰어난 오페라 작곡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조나단 도우브(Jonathan Dove: 1959-)는 2006년에 '달에 갔던 사람'이라는 단막의 오페라를 작곡하였다. TV를 위한 오페라였다. 가짜로 달에 도착한 것처럼 속이는 얘기도 아니고 달에 갔더니 정말로 환락의 세계였다는 허무맹랑한 얘기도 아니다. 아폴로 11 우주선이 1969년 7월 20일에 달에 착륙했던데 따른 이야기이다.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우주인은 선장 닐 암스트롱이었고 두번째로 달에 발을 디딘 우주인은 착륙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Bizz Aldrin)이었다. 조나단 도우브의 오페라 '달에 갔던 사람'의 주인공은 버즈 올드린이다. BBC의 채널 4가 도우브에게 위촉해서 완성된 이 오페라는 2006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날 채널 4에서 처음으로 방영되었다.
이 오페라는 초연 이듬해인 2007년에 스위스의 루체른에서 열린 로스 도르(Rose d'Or) 페스티발에서 오페라 특별상을 받았다. 오페라는 아폴로 11의 임무에 대한 준비과정, 드디어 달을 향해 떠난 이야기와 역사적으로 달에 착륙한 이야기를 시간대별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한 달에 갔다가 돌아온 버즈 올드린이 심힌 우울증과 알콜 중독으로 결국 2년 만에 부인 조앤과 헤어지게 된 이야기, 올드린의 명예도 가정생활의 파탄과 함께 스러졌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드믄 일이다. 하지만 인간이 달에 착륙했다는 사실은 영원한 기록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한편, 미국의 스테픈 에드워드(Stephen Edwards)가 작곡-작사한 뮤지컬 '문 랜딩'(달 착륙)도 있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1969년 7월 20일 인간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다. 첫번째가 닐 암스트롱이었고 두번째가 버즈 올드린이었다.
○ 존 하비슨의 '3월에 보는 만월'(A Full Moon in March)
오페라와 교향곡과 대규모 합창곡으로 유명한 미국의 존 하비슨(John Harbison: 1938-)이 1979년에 '3월에 보는 만월'이라는 단막 실내오페라를 만든 것이 있다. 역시 달이 주제이다. 대본도 하비슨이 직접 썼다. 그러나 스토리는 아일랜드의 시인이며 극작가인 윌리멈 버틀러 예이츠(W. B. Yeats: 1865-1939)의 댄스 연극인 '3월에 보는 만월'을 바탕으로 삼았다. '3월에 보는 만월'은 1979년 4월 30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캠브릿지에 있는 샌더스극장에서 초연을 가졌다. 오페라의 제목이 '3월에 보는 만월'이기 때문에 달에 관한 무슨 중요한 스토리가 있을 것 같은데 피날레가 될 때까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 특이하다. 어느 왕국이 있었다. 베일로 얼굴을 가린 여왕은 노래를 가장 감동적으로 잘 부르는 사람과 결혼하겠으며 왕국의 왕관도 주겠다고 약속한다. 대신에 만일 노래가 형편 없으면 목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돼지치는 젊은이가 왕관과 여왕을 두고 도전한다. 돼지치기는 오랫동안 혼자서 살았기 때문에 어찌보면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 그런 젊은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처럼 잘 아는 노래가 없다. 그러다보니 만일 아무런 노래를 불렀다가는 큰 일이 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사랑이니 뭐니하는 노래 대신에 자기의 긴 여행에 대한 얘기를 노래로 부른다. 여왕은 돼지치기가 자기의 자랑만 내세우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몹시 상한다. 여왕은 당장 돼지치기를 목을 베어 죽이라고 명령한다. 여왕은 부하들이 돼지치기의 잘라진 머리를 막대기에 꽂아 가져오자 그것을 들고서 아주 매력적인 춤을 춘다. 마치 살로메가 춤을 추는 것과 같다. 그래도 살로메는 세례 요한의 머리를 들고 춤을 추지는 않았는데 여왕은 돼지치기의 머리를 들고 춤을 추었다. 얼마후 여왕은 돼지치기의 머리를 가슴에 꼭 안은채 그자리에 쓰러진다.
존 하비슨의 '3월에 보는 만월'. 존 하비슨은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이집트로의 비행'(The Flight into Egypt), '화해의 진혼곡'(Requiem of Reconciliation)등으로 명성을 얻은 영국 출신의 작곡가이다.
○ 레오시 야나체크의 '미스터 브루체크의 달과 15세기로의 여행'(The Excursions of Mr Broucek to the Moon and to the 15th Century)
체코의 시인인 스바토플루크 체흐(Svatopluk Cech: 1846-1908) 원작의 두 소설을 바탕으로 레오시 야나체크가 만든 오페라이다. 하나의 오페라이지만 당연히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파트 1은 '미스터 브루체크의 달 여행'이며 파트 2는 '미스터 브루체크의 15세기로의 여행'이다. 파트 1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파트 2는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듯 두 파트로 구성된 이 오페라는 1920년 4월 23일 프라하 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야나체크의 오페라 중 브르노에서 초연을 가지지 않은 유일한 오페라이다. 미스터 마테이 브루체크는 19세기 프라하 인근에서 살고 있던 지주이다. 하지만 술을 너무 좋아해서 항상 취해 있는 상태이다. 브루체크라는 말은 작은 풍뎅이라는 뜻이다. 오페라의 내용은 1420년 프라하로서 후스파가 신성로마제국에 저항하여 반기를 든 사건이지만 실제로는 19세기의 프라하가 무대이다. 1888년 어느 달 밝은 밤에 미스터 브루체크는 이날도 술에 취해서 거리를 걷다가 말린카(Malinka)라는 여자를 만난다. 말린카는 애인인 마찰(Mazal)이 바람을 피자 배신감에 자살할 생각이다. 브루체크는 말린카를 진정시키고 결국 결혼하기로 합의한다. 잠시후 브루체크는 결혼약속을 후회하고 취소한다. 브루체크는 모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래서 달에서의 안락한 생활이나 하려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스터 브루체크의 달 여행'. 오스트라바의 모라비아-실레지아 국립극장
○ 니콜라스 모의 '떠 오르는 달'(The Rising of the Moon)
영국의 니콜라스 모(Nicholas Maw: 1935-2005)가 '떠 오르는 달'이라는 3막의 코믹 오페라를 작곡했다. '떠오르는 달'은 아일랜드의 애국적 노래의 제목이다. 1798년 아이랜드 국민들이 연맹을 맺어서 영국에 항거하는 전투를 벌일 때에 아일랜드 반군들이 부른 노래이다. 창을 들고 달이 떠 오를 때에 모이자는 가사이다. 그 노래를 주제로 삼아서 오페라를 만들기는 했는데 코믹 오페라여서 과연 이 오페라가 아일랜드의 애국운동을 찬양하는 작품인지 또는 조롱하는 작품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순수하게 음악적인 작품으로 인정하며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떠 오르는 달'은 1970년 7월에 글린드본 페스티발에서 초연되었다. '떠 오르는 달'은 모의 두번째 오페라이다. 첫번째 오페라 '원 맨 쇼'(One Man Show)도 코미디인데 두번째 것도 코미디이다. 그렇다고 모가 코믹 오페라만 작곡한 것은 아니다 2002년에 내놓은 윌리엄 스타이런 원작의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은 비극이다. 한편,'원 맨 쇼'가 단순히 익살스런 오페라라고 하면 '떠 오르는 달'은 로맨틱 코미디이다. '떠 오르는 달'의 내용은 19세기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들었을 때에 아일랜드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군에 대한 것이다. 당시에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고 아일랜드는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있었다. 또한 '떠 오르는 달'이 글린드본에서 초연된 1970년대 당시는 북아일랜드에서 인종적-정치적-종교적 분규가 치열했던 때였다. '떠 오르는 달'은 글린드본에서 크게 환영을 받았으며 이후에도 간혹 리바이발 되었다. 오페라의 장소는 아일랜드의 마요(Mayo) 평원에 있는 발린보니(Ballinvourney) 마을이며 시간은 1875년 여름의 어느날 하루 동안이다.
점점 황폐해지고 있는 성브렌단 수도원은 영국군 창기병연대의 장교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코르넷 보몽(Cornet Beaumont)은 영국군의 빨간색 군복이 보기 좋아서 연대에 입대코자 한다. 입대에 따른 일종의 신고식이 치루어진다. 시가 세개를 피워야하고 샴펜 세병을 마셔야 하며 다음날 아침까지 세명의 아일랜드 여자들을 유혹해야 한다. 그런데 영국군이 아일랜드 여자 세명을 유혹한다는 계획을 마을 주민들이 우연히 알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은 영국 여자를 애인으로 두지 못했는데 영국 병사는 아일랜드 여자를 세명이나 정복해야 한다고 하니까 속이 상해 있다. 보몽은 스위니 주점으로 간다. 영국도 그렇고 아일랜드도 그렇지만 대체로 마을 주점에 가면 그런 여자들을 만날수 있다. 레이디 조울러와 엘리자베스 폰 차스트로브가 보몽이 정복한 첫 두 여자가 된다. 레이디라는 호칭의 여자는 영국 출신인 것이 분명하고 폰 차스트로브라는 여자는 동구 출신인것 같다. 보몽의 세번째 정복 대상은 아탈란타라는 여자이다. 그러나 여관집 주인의 딸인 캐슬린이 아탈란타를 대신해서 보몽의 상대가 되겠다고 나선다. 캐슬린은 영국군의 멋진 군복이 좋았던 것이다. 이튿날 아침, 보몽은 상급 장교들에게 세명의 여자들을 정복했다고 보고한다. 장교들은 영국군 병사가 아일랜드 여자들을 정복했다는 사실이 주민들 사이에 알려지면 낭패라고 생각해서 부대를 급히 이동키로 한다. 보몽은 영국군을 따라서 이동까지 해야할 필요가 없어서 군대를 사임한다. 연대는 떠나고 캐슬린은 버림을 받는다. 마을 사람들은 크게 기뻐한다.
○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독일의 헤르만 괴츠(Hermann Goetz: 1846-1876)의 오페라 '말괄량이 길들이기'(Der Widerspenstigen Zähmung)의 마지막 막에서 카테리네와 페트루키오가 부르는 듀엣이 있다. '은빛 달이 부르네'(The Silver Moon Invites)이다. 아름다운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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