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컬 뮤직 팟푸리/클래시컬 뮤직 팟푸리

유령이 나올듯한 오싹한 음악

정준극 2017. 9. 6. 18:07

유령이 나올듯한 오싹한 음악


클래식 음악이라고 해서 모두가 무지개처럼 아름답고 햇빛처럼 따사로운 것은 아니다. 어둡고 음침해서 몸을 움추리게 만드는 음악들도 있다. 어떤 작품들이 유령이 나올것 같은 오싹하고 섬뜩한 음악일까? 각자의 주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러 사람들이 공감하는 섬뜩음악들을 골라보았다. 이런 음악들을 할로윈에 친구들이 모여 있을 때 불을 꺼 놓고 틀어주면 기분들이 이상해져서 사탕이고 무어고 잊어버리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유령이 나올듯한 음악들은 주로 전위음악 작곡가들이 만들었다. 벨라 바르토크, 조지 크럼 등의 작품이다. 하지만 고전파 작곡가들의 작품에서도 볼수 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피터 차이코브스키, 카미유 생상스 등의 작품에서이다.


○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 단조'. BWV 565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들으면 누구라도 기괴한 느낌을 갖게 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판톰이 지하 동굴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드라큘라 스타일의 영화에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가 자주 연주되는 것은 그 곡들이 실로 섬뜩할 정도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바흐는 토카타와 푸가를 다섯 곡이나 작곡했다. 바흐작품번호(BWV)로서 구별한다. 가장 유명한 곡이 '토카타와 푸가 D 단조' BWV 565이다. 오르간을 위한 곡이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정말이지 정신이 어떻게 될 것같은 기분이다. 악마, 흡혈귀, 사탄, 괴물...그런 것들이 서로 으르렁 거리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D 단조 토카타와 푸가'가 또 하나 있다. BWV 538이다. 역시 오르간을 위한 곡이다. '도리안'(Dorian)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고대 그리스의 도리안 스타일은 장식적이 면이 많다. 이 곡도 장식적인 음이 많이 나오므로 그런 별명을 붙인 것 같다. 또 다른 바흐의 유명한 토카타와 푸가는 F 장조이다. BWV 540이다. 이 곡은 1962년도 영화인 '패드라'에 나와서 더욱 유명해진 곡이다. 영화 '패드라'에서 알렉시스(안소니 퍼킨스)가 새어머니 페드라(멜리나 메리쿠리)와의 사랑을 비관하여 구불구불한 산길을 차를 몰고 내려오면서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 곡을 정신없이 따라 부르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마치 죽음의 전주곡과 같았다.


라이프치히의 성토마스교회에서 오르간으로 토카타와 푸가를 연주하고 있는 바흐


○ 쇼팽의 '장송곡'(Marche Funèbre)

쇼팽의 '장송곡'이라고 알려진 이 곡은 실은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 Bb 단조의 3악장에 나오는 음악이다. 3악장의 부제가 Marche funèbre(장송곡)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쇼팽이 이 '장송곡'을 별도로 작곡한 것은 아니다. 쇼팽의 '장송곡'은 장송곡 중에서는 가장 유명하다. 장례식에서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이기 때문에 가장 유명하다. 존 F 케네디의 장례식에서 연주되었고 윈스턴 처칠 경의 장례식에서도 연주되었다. 마가렛 대처 전수상의 장례식에서 연주되었고 소련의 레오니드 브레즈네프의 장례식에서도 연주되었다. 일반적인 장송곡만 해도 들으면 기분이 침울해지고 숙연해지는데 가장 유명한 장송곡을 듣는다면 그런 기분은 더해지면 더해졌지 덜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은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악장은 그라베로서 장중하게 연주하도록 되어 있으며 2악장은 스케르쪼로서 빠르게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3악장이 렌토로서 장송곡이며 4악장은 피날레로서 프레스토이다.


쇼팽은 피아노 소나타 2번을 프랑스의 샤토루 인근에 있는 노앙(Nohant)마을에서 체류할 때에 완성했다. 그때만해도 몸이 좋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서 혹시 죽음을 생각하고 장송곡을 작곡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 3악장에 사용된 '장송곡'은 쇼팽이 바르샤바에 있을 때에 미리 작곡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1829년, 쇼팽이 19세 때에 작곡했다고 한다. 3악장의 '장송곡'은 1849년 10월 쇼팽 자신의 장례식이 파리의 페르 라셰스 공동묘지에서 거행될 때에 연주되었다. 영국의 에드워드 엘가는 1933년에 Bb 단조인 '장송곡'을 D 단조로 변조(변조)하고 또한 피아노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했다. 이렇게 편곡된 '장송곡'은 1934년 2월 엘가 자신의 장례식에서 처음 연주되었다. 그후 레오폴드 스토코브스키가 더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했는데 그것이 오늘날 위인들의 장례식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버전이 되었다. 쇼팽은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작곡함에 있어서 베토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1악장의 도입부 음표들은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인 No 32, Op 111의 도입부를 연상케 하는 것이다. 또한 2악장 스케로쪼 파트와 3악장의 렌토 장송곡 파트, 그리고 활기에 넘친듯하면서도 결연한 의지가 보이는 피날레는 모두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No 12에 나오는 멜로디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쇼팽의 '장송곡'은 재즈음악으로도 편곡되었다.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의 Black and Tan Fantasy와 캡 캘로웨이(Cab Calloway)의 Man from Harlem에 쇼팽이 작곡한 장송곡의 멜로디가 나온다.

 

쇼팽의 임종. 1849년 크비아코브스키 작. 쇼팽의 장송곡은 쇼팽 자신의 장례식에서 연주되었다.


○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에서 '오 포르투나'(O Fortuna)

칼 오르프(Carl Orff: 1895-1982)의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는 들으면 들을수록 신비하고도 기이한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세 파트에 25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첫번째 곡과 맨 마지막 곡이 '오 포르투나'(O Fortuna)이다. 포르투나는 운명의 여신을 말한다. 이 곡은 무거운 북소리로 시작하여 속삭이는 듯한 합창으로 나오고 이어 점점 크레센도가 된다. 그러다가 갑자기 큰 소리와 함께 끝난다. 신비하기도 하지만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음악이다. 하기야 그렇게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니 자꾸만 무섭다느니 오씩하다느니 라는 말을 반복해서 말할 필요가 없을 것같다. 그나저나 '카르미나 부라나'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라틴어인데 '보이에른의 노래들'(Songs from Beuern)이라는 뜻이다. 보이에른은 베네딕트보이에른(Benediktbeuern)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베네딕트보이에른은 바바리아 지방의 지명이다. 그곳에 베네딕트 수도원이 있어서 베네딕트보이에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수도원에서 대충 13세기에 수도승들이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세속적인 스토리의 노래가사들을 만들어서 불렀는데 그 노래들을 집대성한 것이 '카르미나 부라나'이다. 1백여곡이나 들어 있다고 한다. 칼 오르프가 그 중에서 상당수를 발췌하고 다시 정리해서 하나의 칸타타로 만든 것이다.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는 나치가 한창 깃발을 날리고 있던 1937년 6월에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나치는 칼 오르프를 에른스트 크레네크나 파울 힌데미트와 마찬가디로 퇴폐음악 작곡가로 간주해서 핍박코바 했으나 칼 오르프는 나치에 대한 저항운동을 하면서도 음악을 위해서 나치를 추종하는 듯한 제스추어를 보여주었다. 아무튼 나치의 엘리트들은 '카르미나 부라나'를 무척 좋아해서 대규모 집회가 있을 때에는 '오 포르투나'를 연주토록 하여 잔뜩 즐거워했다. '카르미나 부라나'가 나치의 퇴폐음악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는 여신이긴 여신인데 어찌나 냉혹한지 다른 사람들의 간청을 좀처럼 들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통스런 이 세상의 삶을 한탄하면서 아울러 별로 도와주지도 않는 포르투나 여신에게 불만을 터트리는 내용이다. 첫파트만을 소개한다.


O Fortuna/Like the moon/you are changeable/ever waxing or waning/hateful life/first oppresses and then soothes/as fancy takes it/poverty and power/it melts them like ice....

(오 운명의 여신이여/당신은 달처럼 변하기를 잘해서/커지기도 하고 이지러지기도 하지요/지겹고 힘들 삶/처음엔 억압하다가 나중엔 달래주기도 하지요/상상은 자유라지만/가난하기도 하고 권력을 가지기도 하지요/그러다가 어름처럼 변해지지요...)


'오 운명의 여신이여'(O Fortuna)를 표현한 그림


○ 모차르트의 '진혼곡'에서 '분노의 날에'(Dies Irae: 심판의 날에)

모든 진혼곡(레퀴렘) 중에서 모차르트의 것만큼 마음을 울리면서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도 없을 것이다. 모차르트가 이 작품을 완성코자 했으나 죽음이 그를 데려가는 바람에 완성하지 못해서 감동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노래 한곡 한곡이 모두 마음을 울리기 때문에 감동적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세번째 파트인 시쿠엔티아(Sequentia)에 들어 있는 곡들이 그러하다. 시쿠엔티아는 미사를 계속진행하라는 뜻이다. 시쿠엔티아에 들어 있는 여섯 노래는 1) 분노의 날에(Dies Irae) 2) 나팔 울릴 때(Tuba mirum) 3) 만왕의 왕(Rex tremendae) 4) 기억하소서(Recordare) 5) 저주받으리(Confutatis) 6) 눈물을 흘리면서(Lacrymosa)이다. [번역은 필자 소견대로 하였으므로 오류가 있어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차르트의 진혼곡에서 '분노의 날에'만큼 두려움을 주는 노래도 없을 것이다. 채찍으로 내려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악마들의 군대를 이루어서 성도들을 공격하러 오는 듯한 음악이다. 하지만 실은 최후의 심판 날에 하나님의 진노하심이 천군천사들과 함께 임하리라는 의미이다. '분노의 날에'의 오리지널 라틴어 가사를 번역한 것을 소개한다.


Dies irae, dies illa/Solvet saeclum in favilla/Teste David cum Sibylla/Quantus tremor est futurus/Quando judex est venturus/Cuncta stricte discussurus...

(분노의 날, 이날에/세상이 재로 변하리라/다위과 시빌이 증인이 되어/어떤 두려움이 있을지/심판의 날이 올 때에/모두를 엄정하게 심판하리...)


모차르트의 '진혼곡'에서 '분노의 날에'를 발레로 안무한 공연. 바닥에는 오선지들이 널려 있다.


○ 알란 페테르손의 교향곡 7번

스웨덴의 알란 페테르손(Allan Pettersson: 1911-1980)의 교향곡 7번은 저 멀리서 우리의 영혼을 손짓하며 부르는 것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교향곡 6번이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두렵고 무서워서 비명을 지르는 내용이라고 한다면 교향곡 7번은 우리가 죽은 후의 일을 예언이나 하듯 표현한 작품이다. 알란 테레트손은 교향곡 7번을 지휘자 안탈 도라티()에게 헌정하였다. 안탈 도라티는 페테르손의 교향곡 7번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한번 듣고 또 다시 들어보면 무언가 오싹하는 기분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 벨라 바르토크의 '현과 타악기와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에서 3악장 아다지오

어두운 밤에 아무도 없는 숲속을 지나야 하는데 멀리서 귀신들이 나그네를 서로 끌어가겠다면서 어서 이리 오라고 중얼거린다면 바로 그런 음악이 벨라 바르토크(Bela Bartok: 1881-1945)의 '현과 타악기와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일 것이다. 귀신들의 소리가 아니더라도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의 울부짖는 소리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전설따라 삼천리'의 주제음악이라고 한다면 어울릴 것 같은 음악이다. 이 곡은 바르토크가 아직도 헝가리에 있을 때인 1936년에 작곡한 것이며 이듬해인 1937년 1월에 스위스의 바젤에서 초연되었다. 바르토크는 이 곡을 실내오케스트라'(Basler Kammerorchester)의 창설 10주년 기념으로 작곡했다. '바젤 실내오케스트라'의 리더인 파울 자허가 바르토크의 오랜 친구였다. 이곡이 바젤에서 초연되었을 때 청중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는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현대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아마 모르면 몰라도 다들 잠을 청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호평을 받았고 훗날 바르토크의 대표작으로 인정을 받았다. 바르토크는 1930년에 초반에 독일에서 나치가 정권을 잡자 독일에서 콘서트를 가지는 것을 거절했다. 바르토크는 나치를 반대했고 조국 헝가리가 나치의 편에 서는 것을 반대했다. 그러나 나치와 헝가리는 점차 바르토크에게 핍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바르토크는 1940년 10월에 아내 디타와 함께 어쩔수 없이 미국으로 이민의 길을 떠났다. 그렇지만 조국 헝가리를 한시도 잊은 적은 없었다. 바르토크의 조국 사랑과 나치에 대한 혐오가 이 작품에 스며있는 것 같다. 바르토크는 전쟁이 끝나던 해인 1945년 9월 26일 뉴욕에서 세상을 떠났다.


○ 조지 크럼의 '고래의 음성'(Vox balaenae)

조지 헨리 크럼(George Henry Crumb: 1929-)는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 출신의 전위음악 작곡가이다. '복스 발리니'는 '고래의 음성'(Voice of the Whale)이라는 뜻이다. 크럼은 1960년대 말의 어느날 어떤 해양과학자가 녹음한 혹등고래의 음성을 테이프로 듣고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작곡했다. 크럼의 이 곡은 뉴욕의 현대음악 연주단체인 '뉴욕 카메라타'(New York Camerata)를 위해 작곡했고 1971년에 이들에 의해서 초연되었다. 망망대해에서 고래들이 우는듯 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어떤 기분이 들것인가? 고래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소리들을 내는 것일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바다에서 듣는 고래의 휘익휘익하는 소리는 동물도 언어를 통해 소통할수 있다는 기묘한 기분을 갖게 해주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고래를 잔혹하게 포획하는 인간에 대한 경고 같아서 오싹하는 기분을 갖게 해준다. 작곡자는 이 곡을 연주할 때에 몇가지 특별한 당부를 하였다. 연주자들은 모두 검은색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무대의 조명은 바다를 연상케 하는 푸른색으로 하도록 했다. 그리고 첼로는 스콘다투라(scondatura)로 튜닝해서 연주할 것을 지시했다. 스콘다투라 튜닝이란 정상적인 튜닝과는 다른 튜닝을 말한다. 악기는 전자 플루트, 첼로, 앰프 피아 노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전체는 8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을 다시 비슷한 악장끼리 모아서 세파트로 그룹지었다. 첫째 그룹은 도입부와 같다. 둘째 그룹은 각 지질시대의 명칭을 제목으로 붙였다. 첫째 그룹과 둘째 그룹에는 '태초에'(for the beginning of time)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셋째 파트는 '바다의 야상곡'(Sea-Nocturne)이라는 낭만적인 제목을 붙였다. 그리고 설명에는 '종말에'(for the end of time)이라고 썼다. 아래에 소개한 각 악장의 제목을 보면 알다시피 지질학에 대하여 웬만한 지식이 없으면 곡을 이해하기가 어려울지 모른다.


각 악장의 연주에 따른 지시가 특이해서 소개한다.

1. 보칼리제(Vocalise): 플루트를 연주할 때 다른 연주자들은 노래를 부른다.

2. 바다 주제(Sea Theme): 바람으로 소리를 내는 하프(Aeolian harp). 연주자는 피아노 줄들을 뜯는다.

3. 시생대(始生代: Archeozoic): 첼로가 배경음을 내는 중에 끌을 가지고 피아노 줄들을 두드린다.

4. 원생대(原生代: Proterozoic): 페퍼 클립으로 피아노 줄들을 뜯는다.

5. 고생대(古生代: Paleozoic): 첼로로서 미끄러지는 듯한 배경 소리를 낸다.

6. 중생대(中生代: Mesozoic): 유리봉으로 피아노 줄들을 건드려 연주한다.

7. 신생대(新生代: Cenozoic): 배경소리로 휘파람 소리를 낸다.

8. 바다 야상곡: 고대 심발을 사용한다. 


크럼의 '고래의 음성' 연주 장면. 아틀란타 챔퍼 앙상블. 연주자들은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극음악 '페르 귄트'에서 '마운틴 킹의 홀에서'(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

노르웨이의 에드바르드 그리그(Edvard Grieg: 1843-1907)는 노르웨이의 위대한 극작가인 헨리크 입센이 지은 '페르 긴트'(Peer Gynt: 노르웨이 발음으로는 패르 인트)의 극음악을 1875년에 작곡했다. 전5막의 '페르 긴트'를 위한 극음악은 모두 29곡으로 되어 있다. 유명한 '솔베이지의 노래'는 3막의 두번째 노래이다. '마운틴 킹의 홀에서'는 2막 다섯번째 곡이다. 덴마크어로는 I Dovregubbens datter(이 도브레유벤스 다터)라고 한다. 입센의 '페르 긴트'는 덴마크어로 쓰여졌다. 입센 당시에는 노르웨이 말이 따로 있었지만 모든 문서와 책자의 글은 덴마크어를 썼기 때문이었다. '마운틴 킹'이라고 했지만 원어의 Dovregguben라는 단어를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어려워서이다. 도브레구벤은 트롤족의 우두머리라는 뜻인데 북구의 신화에 나오는 트롤족은 산속의 동굴에서 주로 살며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무리이다. 트롤들은 생기기도 괴상하게 생기고 말을 하긴 하는데 어눌하거나 굼뜨며 행동이 거칠다고 한다. 그런 족속들의 우두머리를 편의상 마운틴 킹이라고 불러 보았다. 페르긴트가 꿈꾸는 듯한 환상 속에서 마운틴 킹 궁전의 커다란 홀에 들어설 때의 음악이다. 홀에는 마운틴 킹(트롤 왕)의 가신들, 자녀들로 보이는 어린이들, 친척들로 보이는 어른들, 쭈글쭈글한 노인과 같은 놈(gnome)족들, 여기에 도깨비처럼 생긴 못생기고 무섭게 생긴 인물들이 가득 넘쳐 있으면서 괴성을 지르는 등 소동도 그런 소동이 없는 상태이다. 그런 상황의 음악이다. 그러니 머리가 쭈삣해 질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 '제5원소'에서 우주 주점의 광경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마운틴 킹(트롤 왕)의 홀에 들어선 페르 긴트. 트롤 왕은 왕관을 쓰고 손에는 긴 홀을 들고 있다.

 

오늘날에는 그리그의 '페르 긴트' 극음악이 모두 연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에 그리그가 1888년과 1891년에 29곡의 극음악 중에서 8곡을 발췌해서 각각 네곡씩 모음곡 1번, 모음곡 2번으로 다시 펴낸 것이 있는데 그 음악들은 대단한 사랑을 받아서 세계의 콘서트에서 연주되고 있다. 모음곡 1번에는 1) 모닝 무드 2) 오세의 죽음 3) 아니트라의 춤 4) 마운틴 킹의 홀에서를 넣었고 모음곡 2번에는 1) 신부 납치. 잉그리드의 탄식 2) 아라비아 춤 3) 페르 긴트의 귀향 4) 솔베이지 노래를 넣었다. 모음곡에 넣은 곡들은 연극에서 사용하는 극음악과는 순서가 맞지 않지만 상관없다.


○ 안톤 베베른의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Op 27. 3악장 '물흐르듯 조용하게'(Ruhig fliessend)

안톤 베베른(Anton Webern: 1883-1945)이 1936년에 완성한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Op 27의 3악장을 들으면 기괴하여서 오싹하는 기분을 갖게 된다. 물 흐르듯 조용하게 연주하라고 되어 있지만 자꾸 귀에 거슬리는 것 같아서 오히려 마음이 평온치 못하다. 어째서 이런 괴상한 음악을 작곡한 것일까? 새로운 것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앞으로 수십년 후에는 이런 음악들이 아주 일상적인 음악이 되어서 누구라도 좋아하는 것이 될지 말이다. 대신에 고전음악은 도저히 입맛에 맞지 않아서 귀를 막아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3악장에서 1악장은 적당히 빠르게(Sehr massig), 2악장은 매우 빠르게(Sehr schnell), 그리고 3악장은 물흐르듯이 조용하게(Ruhig fliessend)이다. 베베른은 이 작품을 우크라이나 출신의 피아니스트인 에두아르드 슈토이어만(Eduard Steuermann: 1892-1964)에게 헌정했다. 안톤 베베른은 우연치 않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람이다. 사연은 이러하다. 전쟁이 끝나고 오스트리아는 4강이 나누어서 통치하였는데 그 중에서 비엔나는 다시 4강이 분할하여 통치했다. 베베른은 복잡한 비엔나를 피해서 잘츠부르크 인근의 미터질(Mittersill)이란 곳에서 딸네 식구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9월 14일이었다. 베베른의 사위는 미군물자를 암거래한 것이 발각되어 체포되어 있었다. 손자들과 함께 집에 있었던 베베른은 잠시 바람이나 쏘이러 밖으로 나갔다. 그때가 9시 45분이었다. 당시에는 밤 10시에 통행금지가 있었다. 베베른이 길에 나와서 담배를 한대 피려고 하는데 마침 순찰 중인 미군 병사가 베베른은 통금 위반자로 보고 총을 쏘아서 베베른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베베른의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을 들으면 마치 베베른의 비참한 죽음을 예견이나 하는 듯해서 마음이 저려옴을 느낄수 있다. 


유명한 휴양지인 알프스 자락의 미터질. 베베른이 뜻하지 아니하게 죽은 마을이다,


○ 괴르지 리게티의 '분위기'(Atmosphères)

헝가리 출신의 괴르지 리게티(Gyorgy Liegeti: 1923-2006)은 유럽에서도 가장 중요한 아방 갸르드 작곡가이다. '분위기'는 리게티가 1961년에 서남부독일방송(SWF)의 부탁으로 작곡한 관현악곡이다. 연주시간은 약 9분이다. 초연은 1961년 10월 독일 서남부의 도나우에싱겐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해마다 열리는 페스티발에서였다. 서남부독일방송 교향악단이 연주했다. 처음 장면은 마치 거대한 우주선이 무한대의 우주를 비행하는 것같은 느낌을 준다. 이어서 불협화음의 연속. 날카로운 금속성도 들린다. 어두운 밥에 정말로 유령이라도 나올듯한 음악이다. 이 작품은 밀집된 음향을 기조로 삼기 위해 관례적인 멜로디와 리듬과 하모니를 회피하며 작곡되었다. 이 곡이 유명해 진 것은 스탠리 쿠브리크의 영화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사용된 이후이다. 리게티는 이 곡을 같은 헝가리 출신의 작곡가로서 1960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마티아스 자이버(Matyas Seiber)를 추모하여 그에게 헌정했다.


○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에서의 하룻밤'(A Night on Bald Mountains)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 1839-1881)의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은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사드코'(Sadko)와 함께 러시아 작곡가에 의한 최초의 음조시(Tome Poem)이다.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에서 말하는 민둥산이란 키에프 부근에 있는 리사 호라(Lysa Hora)산을 말한다. 러시아 전설에 의하면 매년 6월 22일 밤부터 다음날 까지 마녀들이 민둥산에서 야밤에 악마의 연회를 갖는다고 한다. 6월 22일 또는 23일은 하지로서 이날은 또한 성요한의 축일이기도 하다. 이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녀들이 떠들석하게 잔치를 벌이는 장면, 해골들이 춤을 추는 장면, 귀신들이 소리치며 떠드는 장면 등을 연상케 해서 머리칼이 쭈삣해진다. 그래서 한번 듣고 나면 그 음악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아서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다. 이 곡은 네 파트로 나뉘어여 있다. 마녀들의 집회 그리고 수다떨기와 소란떨기, 사탄의 장례행렬, 악마의 미사, 그리고 악마의 연회이다. 제목만 들어도 오싹하는 기분이 든다. 무소르그스키는 처음에 이곡을 '음악적 사진'(musical picture)이라고 불렀다. 있는 그대로를 표현한다는 의미에서였다.  무소르그스키는 이 곡을 1867년 6월 23일, 바로 성요한의 밤(St John's Eve)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날 밤에 완성했다. 놀라운 우연이다.


키에프 인근에 있는 민둥산(리사 호라)의 실제 모습. 러시아 전설에 따르면 이 산에서 매년 성요한의 밤에 사탄들의 연회가 열린다고 한다.  


○ 카미유 생상스의 '죽음의 춤'(Dance Macabre)

프랑스의 옛 전설에 의하면, 매년 할로윈이 오면 그날 한밤중에 죽음이 나타나서 무덤에 있는 해골들을 모두 불러낸다고 한다. 죽음이 바이올린을 켜면 해골들은 신이 나서 정신없이 춤을 춘다. 해골들은 밤새 춤을 추다가 새벽에 수탉이 아침을 알리면 재빠르게 무덤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다음해 할로윈까지 1년 동안 무덤 속에서 기다린다는 것이다. 이 곡은 처음에는 행복한 듯한 느낌을 주지만 바이올린이 마치 스타카토처럼 열두번을 울리면 그 다음부터는 악마들의 춤이 시작된다. 현악기들은 스코르다투라 튜닝으로서 괴이한 소리들을 낸다. 해골들의 춤을 연상하면 무시무시해서 잠을 못잘 정도이다. 생상스의 '죽음의 춤'은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조시이다. 1874년에 완성했다. 옛 프랑스의 미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았다. 원래는 성악 솔로와 피아노를 위한 예술가곡으로 작곡했는데 나중에 음조시로 확대하고 성악 솔로는 바이올린 솔로로 대체하였다. 아무튼 기괴한 음악이다.  


'죽음의 춤'의 한 장면. 독일에서 그려진 그림으로 왕비로부터 보통 여자에 이르기까지 아홉명의 각기 다른 지위의 여인들이 죽음(해골)과 춤을 추는 장면을 그렸다. 이 그림은 첫번째로서 왕비와의 춤이다.


○ 페터 차이코브스키의 '어린이 앨범'에서 '마녀'(The Witch)

차이코브스키는 1818년에 슈만 스타일로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 소품 24곡을 작곡했다. 차이코브스키는 슈만이 '어린이의 정경'과 '어린이 앨범'을 작곡한 것을 보고 따라서 작곡해 보고 싶어서 '어린이 앨범'을 작곡했다. 그래서 이 작품의 부제는 '24 simple pieces a la Schumann'(슈만 스타일의 24개 소품)이다. 전체 24곡에서 20번째는 '마녀'(The Witch)라는 부제이다. 러시아어로는 바바 야가(Baba Yaga)라고 한다. '마녀'는 무섭거나 오싹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아마 마녀들이 장난끼가 있거나 애교가 있기 때문인듯 싶다. 차이코브스키는 이 곡을 가장 총애하는 조카 블러디미르 다비도프에게 헌정했다.

  

차이코브스키의 '마녀'(바바 야가) 삽화


○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Op 3 No 2 C# 단조(Prelude Op 3, No 2 in C# minor)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1873-1943)라고 하면 피아노 협주곡으로 유명하다. 피아노 협주곡 2번도 훌륭하고 3번도 훌륭하다. 라흐마니노프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 그의 피아노 전주곡인 작품번호 3번의 2번은 1892년 9월 26일에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자전시회의 페스티발에서 라흐마니노프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초연되어 대단한 찬사를 받았다. 처음에는 렌토로 시작한다. 마치 장송곡 같은 우울하고 쓸쓸한 느낌을 주는 시작이다. 이는 실은 모스크바의 크레믈린에 있는 종들의 장엄한 소리를 재현한 것이다. 그래서 전주곡 Op 32, No 2를 '모스크바의 종'(The Bells of Moscow)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또는 프랑스어로 모르소 드 환타지(Morceaux de fantasie)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환상곡 작품'이라는 뜻이다. 장송곡같은 종소리가 끝나면 마치 흥분한 것과 같은 연주가 뒤따른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다시 장송곡과 같은 파트가 나온다. 하지만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아름답다. 가슴을 울린다. 라흐마니노프는 이후 23개의 전주곡을 더 작곡했다. 간혹 바흐, 쇼팽, 알칸, 스크리아빈의 스타일을 본따서 만든 전주곡들도 있어서 흥미롭다.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에서는 아름다운 우울함을 찾아 볼수 있다. 


○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 2악장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 1906-1975)는 1차 대전과 2차 대전, 그리고 악몽과 같은 스탈린 시대를 겪으면서 무던히도 저항의식을 보여주었던 작곡가이다. 그는 소련 당국으로부터 두번이나 공공연한 비난을 받고 위협을 받았다. 말하자면 탄핵을 받았던 것이다. 첫번째는 1936년이었다. 그의 교향곡 5번은 이 시기에 그의 암울했던 심정을 그린 것이다. 두번째는 종전 후인 1948년이었다. 쇼스타코비치는 공산 소련을 위해서는 다시는 작곡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는 중에 1953년에 스탈린이 죽었다. 교향곡 10번은 두번째 탄핵을 받은 후에 처음으로 만든 교향적 작품이다. 그리고 스탈린에 대한 음악이다. 특히 알레그로인 2악장은 스탈린과 그의 시대를 그린 것이라고 알려졌다. 짧은 악장이지만 격렬한 스케르쪼이다. 당김음의 리듬은 끊임없는 분로를 표출하는 듯하다. 무엇을 그렇게도 격렬하고 분노하게 만들었는지는 짐작코도 남음이 있다. 교향곡 10번은 1953년 12월에 초연되었다. 스탈린 추모음악회였다.


○ 프로코피에프의 '기사들의 춤'(Dance of the Knights)과 '연습곡 1번(Etude No 1, Op 2)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Sergey {Prokofiev: 1891-1953)의 '기사들의 춤'은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음악이다. 이처럼 감정이 충전되어 있는 춤곡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격렬한 곡이다. 몬테키가와 캬풀레티가의 기사들이 거리에서 결투를 벌이는 장면의 음악이다. 강력한 음의 혼과 무거운 베이스가 저음을 맡아주고 있고 현들은 유니송으로 멜로디 라인을 이끌어가는 음악이다. 여기에 사이드 드럼이 긴박감을 더해 주고 있다. 어둡고 움추리게 만드는 소절들이 계속해서 가슴을 울린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심장이 거칠게 뛴다는 표현은 바로 이 음악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은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극장측은 음악이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안무를 할수가 없다면서 난색을 표명했다. 더구나 발레의 시놉시스(줄거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피날레서 재결합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극장측은 수정을 요청했다. 프로코피에프는 셰익스피어의 오리지널에 맞추어서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음악을 다시 써야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마침내 1938년,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해에 체코슬로바키아의 브르노에서 초연되었다. 그후 몇십년 동안 잠자고 있다가 1962년에 슈투트가르트에서 리바이발되었다. 그로부터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세계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우크리아니에서 태어난 프로코피에프는 1953년 3월 5일 모스크바에서 세상을 떠났다. 마침 그날엔 그를 그렇게도 핍박했던 스탈린이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크레믈린으로 몰리는 바람에 크레믈린 근처에 있는 프로코피에프의 집에서 동료들이 그의 관을 메고 밖으로 나오는 데에도 무척 애를 먹었다. 기묘한 인연이다.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기사들의 춤'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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