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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클래식 베스트

정준극 2017. 10. 6. 16:13

크리스마스 클래식 베스트


크리스마스 이브에 별로 할 일도 없고 갈 데도 마땅치 않으며 또한 갈데가 있다고 해도 귀찮아서 가기 싫으면 집에서 혼자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삼은 클래시컬 음악을 듣는 것도 나쁘지만은 아니할 것이다. 사실 그럴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크리스마스 음악을 조용히 듣겠는가? 그래서 그런 분들을 위해서 클래시컬 음악 중에서 크리스마스 음악 베스트들을 소개코자 한다. 놀라운 사실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삼은 클래시컬 음악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오페라도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삼았거나 최소한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삼은 작품들이 많이 있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소개할 생각이다. 아무튼 크리스마스 음악회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어떤 곡들을 프로그램에 올려야 할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든지, 또는 크리스마스 음악에 대한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는데 우선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소개한다.


가장 위대한 작품은 누가 무어라고 해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Weihnachts-Oratorium: Christmas Oratorio)일 것이다. 합창이던 솔로던 전체의 음악이 정말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기쁨과 감격에 넘친 노래들이다. 신앙심이 경건하기로 유명한 바흐는 성곡을 작곡할 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릎을 꿇고 작곡을 했다고 한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하나님을 경외하는 음악을 작곡하는데 어찌 겸손한 마음을 갖지 않을수 있겠느냐는 생각에서라고 한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작곡할 때에는 자기 자신도 너무나 감격하여서 서서 기쁘게 외치면서 작곡했다는 것이다. 그만하면 이 작품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바흐가 50세의 중년인 1735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그만큼 원숙한 경지의 작품이라고 말할수 있다.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으로부터 동방박사들의 경배 까지의 이야기이다. 첫번째 합창곡은 구주 탄생의 기쁨을 정말로 높게 표현한 곡이다. D 장조의 장엄하고 경쾌한 곡이다. Jauchzet, frohlocket, auf, preiset die Tage(환호하고 즐거워하라, 이날을 찬양하라)이다. 이 합창곡은 바흐가 그 전에 작곡해 놓은 Tönet, ihr Pauken! Erschallet, Trompeten!(북을 울려라, 나팔을 불어라)를 인용한 것이다. 팀파니와 트럼펫의 소리가 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쁨으로 영접하는 느낌을 준다. 오보에의 현란한 소리는 그 후에 나오는 목가적인 평화를 나타낸 준다. 그런 의미에서 전체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중에서 파스토랄(Pastorale)이야말로 가장 핵심되는 파트라고 할수 있다. 목자들은 크리스도의 탄생을 제일 먼저 경배한 인물들이다. 목자들이 피리를 불면서 태어나신 그리스도을 경배하는 내용이다.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가 전세계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19세기 중반부터이다. 음반으로 비로소 취입되어서 널리 알려지게 된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레퍼토리가 되었다.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에 대하여 얘기하자면 밑도 끝도 없으므로 이만 줄이고 더 자세한 내용은 본 블로구의 오라토리오 편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바흐의 Magnificat(성모 마리아 찬가: BWV 233)에도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음악들이 들어 있다. '마리아 찬가'의 가사는 주로 누가복음 1: 41-55의 말씀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로 시작하는 찬가이다. 바흐는 1723년 라이프치히의 토마스교회의 칸토(Thomaskantor)로 임명되고 나서 12파트로 구성된 '마리아 찬가'를 완성했다. '마리아 찬가'는 교회에서 주일예배에 반드시 들어가는 순서이다. 독일에서는 평상 주일의 예배시에는 독일어로 된 '마리아 찬가'를 부르지만 교회 절기로서 중요한 세 주일, 즉 성탄주일, 부활주일, 성령강림주일과 마리아의 세 축일, 즉 수태고지 축일, 성모 방문 축일, 성촉 축일에는 라틴어로 된 '마리아 찬가'를 부르는 것이 관례였다. 바흐는 크리스마스 주일을 위해 '마리아 찬가'에 크리스마스 관련한 찬송가 네 편을 추가하였다. 마리아에 대한 천사장의 수태고지와 목자들의 경배를 다룬 마르틴 루터의 찬송가인 Vom Himmel hoch(높은 하늘로부터), 천사가 목자들에게 베들레헴에 가서 마굿간에 누우신 아기 예수를 찾아보라고 한 Freut euch und jubilient(기뻐하고 즐거워하라), 누가복음 2: 14의 말씀인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를 내용으로 삼은 Gloria in excelis Deo(높은신 하나님께 영광을), 이새의 자손에서 구세주가 나오리라는 내용의 Virga Jesse floruit(이세의 자손에서)가 추가되었다. 바흐는 1733년에 성모방문 축일을 위해 크리스마스 찬송가를 제외하는 등 대폭적인 수정을 하였다. 바흐의 성가인 Herz und Mund und Tat and Leben(BWV 147: 마음과 입과 행동과 생명으로)는 가사의 내용이 크리스마스와는 관련이 없지만 강림절을 위해 작곡한 것이다. 교회에서는 주 예수의 오심을 미리 축하하는 의미에서 이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근자에는 마리아를 찬양하는 일반적인 의미에서도 부른다.


'내영이 주를 찬양하나이다'를 노래하는 마리아. 성모방문. 장 주브네(Jean Jouvenet)작. 1716년, 파리 노트르담


조지 프리데릭 헨델(1685-1759)의 오라토리오 '메시아'(The Missiah)는 전체 음악 중에서 크리스마스에 대한 음악이 사실상 3분의 1에 지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널리 연주되는 작품이다. '메시아'는 예수 그리스도를 말한다. 우리말로 구세주(구세주), 또는 짧게 구주이다. '메시아'는 3부 53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탄생, 2부는 수난(고난), 3부는 부활(영생)이다. 그러므로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음악은 1부 탄생에만 포함되어 있다. '메시아'라고 하면 먼저 '할렐루야'가 생각날 정도로 '할렐루야'는 유명한 합창곡이다. 성탄 음악회나 교회의 성탄축하 예배에서는 '할렐루야' 합창을 부르는 것이 하나의 전통으로 되어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할렐루야' 합창은 1부 탄생에 들어 있는 곡이 아니라 2부 수난에 들어 있는 곡이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려 죽임을 당하였지만 왕의 왕, 또 주의 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실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성탄과는 관계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탄절에 가장 많이 부르는 곡이 되었다. 1부의 탄생에는 이사야 선지자의 구원에 대한 예언, 다가올 심판, 그리스도 탄생에 대한 예언, 천사들이 목자들에게 구주 탄생의 고지 등의 내용으로 진행된다. 헨델은 '메시아'를 1741년에 24일만에 완성했다. 가사는 찬송가 가사를 많이 만든 챨스 제넨스의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가사는 주로 킹 제임스 바이블의 기록과 일반 기도서(Book of Common Prayer)에 수록된 기도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삼았다. '메시아'는 1742년 4월 13일 부활주일에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있는 그레이트 뮤직 홀에서 초연되었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돕기 위한 자선음악회였다.


바흐 이전에 가장 중요한 독일 작곡가라고 하는 하인리히 쉬츠(Heinrich Schütz: 1585-1672)는 Weihnachtshistorie(크리스마스 이야기: Christmas Story)라는 작품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탄생에 관한 성경의 기록들을 그대로 설명하였다. 성경말씀은 누가복은 2: 1-21와 마태복은 2: 1-23의 기록이다. 텍스트는 마르틴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을 바탕으로 삼았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교회음악의 장르에서 보면 마그니피카트(Magnificat), 즉 '마리아의 찬양'에 속한다. 등장인물은 내레이션을 맡은 전도자(Evangelist: 복음서의 저자를 말함), 마리아와 요셉, 요셉에게 나타난 대천사(천사장), 천사들과 목자들, 동방박사들, 헤롯, 제사장과 서기관들 등이다. 마리아에 대한 천사장의 수태고지, 베들레헴에서의 탄생, 목자들과 동방박사(현재)들의 경배, 헤롯의 박해, 애굽으로의 피난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1660년 12월에 드레스덴의 작소니 선제후 게오르그 요한 2세의 궁정교회에서 초연되었다. 부제는 Historia der Geburt Jesu Christi(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야기)이지만 원래 쉬츠가 붙인 제목은 상당히 길어서 Historia der freuden- und grangenreichen Geburt Gottes und Marie Sohnes Jesu Christi(하나님과 마리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기쁘고도 복된 탄생 이야기)이다. 하인리히 쉬츠는 독일 고전음악의 초창기를 주관한 위대한 작곡가로서 1627년에 완성한 그의 오페라인 '다프네'(Dafne)는 최초의 독일어 오페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북비의 루터교회에서는 쉬츠를 바흐, 헨델과 함께 성인의 반열에 올리고 매년 7월 28일을 축일로 지키고 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도 크리스마스 기분을 표현한 작품을 하나 남겼다. '세개의 독일 무곡'(Three German Dances: K605)에서 세번째 무곡인 '썰매 타기'(Schlittenfahrt: Sleigh Ride)이다. 썰매를 타고 눈위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는 모습이 연상되는 곡이다. 짤랑짤랑하는 썰매의 방울 소리도 들리고 트럼펫과 혼으로서 넓은 들판을 달리는 즐거운 장면을 표현했다. 모차르트는 독일 무곡을 10세트나 작곡했다. 대부분의 독일 무곡은 그가 '여자는 다 그래'와 교향곡 40번과 41번을 작곡할 때에 시간을 내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세개의 독일 무곡'은 모차르트 생애의 마 지막 해인 1791년 봄에 작곡한 것으로 되어 있다. 모차르트는 글룩이 맡았던 궁정작곡가(Kammermusicus)의 직위를 1787년 12월 1일에 요셉 2세 황제로부터 임명받았다. 궁정작곡가의 역할 중의 하나는 궁정무도회를 위해서 무곡을 작곡하는 일이다. 그래서 독일무곡이 만들어진 것이다.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도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몇개의 소품들을 작곡했다. 그 중에는 모테트인 '크리스마스'(Weihnachten)도 포함되어 있다. '크리스마스'는 여섯 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교회의 1년 절기에서 각기 다른 경우에 부르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제목만 크리스마스이지 실은 교회의 다른 축일들도 찬양하는 내용이다. 여섯 곡의 모테트 중에서 첫번째가 '크리스마스'(Weihnachten)이며 다섯번째가 '강림절'(Advent)이다. 나머지 모테트는 두번째가 '신년일에'(Am Neujahrstage), 세번째가 '예수승천축일에'(Am Himmelfahrstage), 네번째가 '고난기간 중에'(In der Passionzeit), 그리고 여섯번째가 '성금요일에'(Am Charferitege)이다. 첫번째인 '크리스마스'의 가사를 번역하면 '기뻐하라 만국이여 주를 찬양하라 그는 구세주로 나타나 보이셨으니 주의 약속을 이루려함이라 그는 세상의 정의를 선포하셨도다 할렐루야'이다.


헝가리 출신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지휘자인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는 '크리스마스 트리 모음곡'(Weihnachtsbaum: Christmas Tree Suite)을 남겼다. 제목이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되어 있어서 크리스마스 트리만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크리스마스 전반을 노래한 캐롤과 같은 작품이다. 모두 12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이 옛 캐롤과 전래의 민요를 소재로 삼은 곡들이다. 리스트의 피아노 작품이라고 하면 대단히 높은 수준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찌보면 단순한 피아노 작품이다. 내용 면에 있어서도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Kinderszenen)이나 드비시의 '어린이 코너'(Children's Corner)와 흡사하다고 보면 된다. 어쨋든 리스트의 작품으로서는 특이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 같다. 리스트는 이곡을 외손녀인 다니엘라 폰 뷜로브(Daniela von Bülow)를 위해 작곡했다. 다니엘라의 어머니는 리스트의 딸인 코지마이며 아버지는 당대의 지휘자로 유명한 한스 폰 뷜로프이다. 리스트는 1881년에 로마에 갈 일이 있었는데 건강상태가 여의치 않자 딸 코지마가 다니엘라로 하여금 동행해서 돌보아 드리도록 했다. 그때 리스트는 70세가 되었고 다니엘라는 20세였다. '크리스마스 트리 모음곡'은 1881년 크리스마스 날에 로마의 어떤 호텔 방에서 몇 사람만 모인 가운데 처음 연주되었다. 이날을 다니엘라의 생일이기도 했다. 원래 다니엘라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났지만 생일 축하 모임은 언제나 크리스마스 날에 가졌었다. '크리스마스 트리 모음곡'은 모두 12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거의 모두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옛 민요에 바탕을 둔 것이다. 1곡 찬양하라(Psallite), 2곡 오 거룩한 밤(O heilige Nacht), 3곡 사랑스러워 기뻐하며(In dulci jublio), 4곡 참 반가운 신도여(Adeste Fideles), 5곡 트리 꼭대기의 촛불에 마침내 불을 붙였네(Man zündet die Kerzen des Baumes an) 등이다. 마지막 세곡은 리스트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다. 10곡 예전에(Ehemals)는 리스트가  카롤린 공주를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11곡 헝가리(Ungarisch)는 리스트를 말하며 12곡 폴란드(Polnisch)는 카롤린 공주를 표현한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산간마을의 크리스마스 트리


미국 필라델피나 출신의 윌리엄 헨리 프라이(William Henry Fry: 1813-1864)는 여러 면에서 미국 최초를 기록한 사람이다. 프라이는 작곡가이며 음악평론가였고 저널리스트였다. 프라이는 미국에서 태어난 작곡가로서는 대규모 교향곡을 처음 작곡한 인물이다. 그는 또한 미국 작곡가로서는 처음으로 오페라를 작곡한 사람이다. 오페라 '레오노라'(Leonora)이다. 그는 이탈리아 벨칸토 음악을 존중했다. 그래서 오페라 '레오노라'도 벨칸토 스타일의 작품이다. 그는 미국의 신문에 처음으로 음악평론을 게재한 사람이다. 하기야 그의 아버지가 필라델피아에서 신문을 발행하고 있었으므로 그다지 중요한 기록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국의 신문에 처음으로 음악평론을 실었다는 것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튼 그는 작곡가였지만 나중에는 신문 편집자로 활동했다. 그는 당시에 새로 개발된 색스폰을 처음으로 교향곡에 사용한 작곡가였다. '산타 클로스'는 크리스마스 교향곡이다. 그의 대표작이다. 그의 대표작은 오페라 '레오노라'라고 할수 있지만 오라토리오 '성모애상'(Stabat Mater)도 대표작이다. 그리고 '나이아가라 교향곡'도 있다. 그는 물고기 양식에 조예가 깊어서 '물고기 인공양식'(Artificial Fish-Breeding)이라는 저서까지 남겼다. '산타 클로스 교향곡'은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다. 트럼펫의 팡파레가 울려퍼진다. 구세주의 탄생을 선포하는 것이다. 하늘의 천사들이 기쁨으로 찬양한다. 땅에서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린다.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댄싱이 시작된다. 그러는데 갑작스런 눈폭풍이 밀려온다. 댄싱은 점차 조용해 진다. 파티에 왔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침대에 들어갈 시간이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어간다. 이때의 음악은 주기도문이다. 소프라노 색스폰이 Rock-a-by Baby(잘자라 아가야)를 들려준다. 눈폭풍이 다시 몰려오고 외로운 나그네(더블 베이스)가 길을 잃고 방황한다.  그의 한숨 소리가 바람결을 타고 들리더니 잠시 후에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아마 눈폭풍 속에 쓰러진 모양이다. 이런 절망적인 장면은 산타 클로스의 등장으로 활기를 찾는다(바순). 방울달린 썰매 소리, 채찍 소리,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산타 클로스는 굴뚝으로 내려와서 난롯가에 걸려 있는 양말에 장난감을 넣어 준다. 아이들은 계속 잠들어 있다. 말발굽 소리와 썰매의 방울소리가 점점 멀리 사라진다. 높은 하늘에서는 천사들의 합창이 울려퍼진다. Adeste Fideles(참 반가운 성도여)이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해가 떠오르고 '어서 일어나라'는 소리가 아이들을 깨운다. 선물을 보고 좋아하는 아이들. 대찬양으로 크리스마스 교향곡 '산트 클로스'는 막을 내린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반드시 들어보아야 할 음악이다.


미국의 윌리엄 헨리 프라이의 크리스마스 교향곡인 '산타 클로스'는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같은 환상을, 어른들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을 심어주는 작품이다.


피터 차이코브스키(1840-1893)의 발레곡인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사랑받고 있는 레퍼토리이다. 무대의 설정이 크리스마스 이브로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음악들이 크리스마스의 기분을 충분히 나타내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호두까기 인형'은 어린이들을 위한 발레로서 작곡되었지만 어른들도 꿈많던 어린시절을 회상하면서 즐길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특히 2막에서 그러하다. 클라라는 호두까기 인형처럼 생긴 병사를 도와서 못된 생쥐들의 공격을 물리친다. 그러자 호두까기 인형처럼 생긴 병사는 핸섬한 왕자로 변한다. 그리고 클라라를 과자와 사탕과 선물로 가득찬 왕궁으로 데려간다. 봉봉(슈가플럼) 요정이 아름다운 환상의 궁전에서 클라라를 마중한다. 스페인의 초콜릿과 아라비아의 커피와 중국의 차도 클라라를 환영한다. 이어 아름다운 꽃들이 춤을 춘다. '꽃의 왈츠'이다. 평화와 행복의 상징이다. '호두까기 인형'은 1892년 12월 18일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리인스키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마리인스키극장이 차이코브스키에게 어린이를 위한 발레음악의 작곡을 부탁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어쩐 일인지 마리인스키극장에서의 초연을 그다지 환영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후 '호두까기 인형'은 수십년 동안 거의 잠들어 있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미국에서 리바이발되어서 대단한 환영을 받았다. 그로부터 '호두까기 인형'은 북미는 물론 전세계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어김없이 공연되는 스탠다드 레퍼토리가 되었다.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크리스마스 시즌에 브로드웨이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있다. 독일의 레온 예셀(Leon Jessel: 1871-1942)가 작곡한 '양철 병정의 퍼레이드'(Parade of the Tin Soldiers)이다. 양철 병정을 나무 병정으로 바꾸어 부르기도 한다. 빨갛고 하얀 제복의 나무 병정들이 줄을 맞추어서 퍼레이드를 펼치는 장면은 어린이나 어른 할 것없이 모두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메뉴이다. 브로드웨이에서는 로케트의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라(Rockettes' Christmas Spectacular)에 반드시 등장하며 또한 보스턴 팝스의 인기 레퍼토리이다.


'호두까기 인형'에서 '꽃의 왈츠'


차이코브스키의 1874년도 오페라 '대장장이 바쿨라'(Bakula the Smith)는 러시아의 작가인 니콜라이 고골의 소설인 '디칸카 부근 농장에서의 저녁'(Evenings on a Farm near Dikanka)을 소재로 삼은 것이다. 고골의 소설을 바탕으로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도 오페라를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나중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오는 음악들 중에서 몇 곡을 추려서 4악장의 모음곡을 만들었다. 1악장은 도입부이며 2악장은 3막의 6장과 7장에 나오는 음악을 발췌한 것이다. 6장은 '우주, 달과 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러시아와 코사크 춤을 중점 삼았다. 7장은 '궁전, 불이 환히 밝혀진 화려한 방'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대단히 매력적이고 흥겨운 합창이 나온다. 3악장은 7장을 장식하는 폴로네이즈 음악이다. 4악장은 8장의 음악을 발췌한 것이다. '우주, 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교회의 종소리와 합창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높여 준 이들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는 본 블로그의 크리스마스 오페라 편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크리스마스와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차이코브스키의 교향곡 1번 G 단조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음악이다. '겨울 꿈'(Winter Dreams)이라는 제목이 붙은 교향곡이다. 1악장은 겨울 여행에 대한 꿈, 2악장은 황무지, 안개의 땅, 3악장은 스케르쪼, 4악장은 피날레이다. '겨울의 몽상'(Winter Daydreams)라고도 한다. 차이코브스키가 모스크바음악원의 교수직을 수락한 직후인 1866년에 작곡했다.


차이코브스키의 '대장장이 바쿨라'의 한 장면. 차리나의 슬리퍼(체레비츠키)라고도 한다.


엑토르 베를리오즈(1803-1869)의 오라토리오 L'enfance du Christ(그리스도의 어린시절: Op 25)는 마태복음 2: 13에 나와있는 성가족의 애굽 피난을 내용으로 삼은 작품으로 1854년에 완성되었다. 배를리오즈는 대본(가사)을 거의 모두 직접 작성했다. 베를리오즈는 1850년에 La fuite en Egypt(애굽으로의 피난)이라는 노래를 작곡했는데 이것도 오라토리오에 포함하였다. '그리스도의 어린시절'은 1854년 12월 10일 파리의 살르 헤르츠에서 베를리오즈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그리스도의 어린시절'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25곡의 노래와 레시타티브가 들어 있다. 1부는 Le songe d'Herode(헤롯의 꿈)으로 12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헤롯이 베들레헴과 인근에서 새로 태어난 아기들을 모두 학살하라고 명령하는 내용이다. 2부는 La fuite en Egypt(애굽 피난)으로 3곡이 들어 있다. 요셉과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천사들의 얘기를 듣고 목자들의 작별을 받으며 애굽으로 떠나는 내용이다. 3부는 L'arrivee a Sais(세에 도착)으로 10곡으로 되어 있다. Sais는 성가족이 애굽에 도착하여 정착한 마을 이름이다. 성가족은 이 마을에서 이쉬마엘리트 가족의 도움을 받는다. 가장 유명한 노래는 2부의 두번째 노래인 L'adieu des berges(목자들의 작별)이다. 헤롯의 박해가 있을 것을 알고 애굽으로 피난의 길을 떠나는 성가족을 목자들이 작별하는 내용이다. 베를리오즈는 그다지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었지만 말년에는 성곡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여러 작품들을 만들었다.


성가족의 애굽 피난. 외진 알렉시스 지라르데 작.


클로드 드비시(1862-1918)의 Des pas sur la niege(눈위의 발자국)는 드비시가 만든 전주곡(Préludes)집에서 제1권의 여섯번 째에 나오는 음악이다. '눈위의 발자국'은 크리스마스와 직접 연관이 없는 음악이지만 겨울철에 눈이 있으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더 높아진다는 것을 생각할 때 눈과 관계되는 곡이어서 간혹 크리스마스 시즌에 사랑받고 있다. 드비시는 클로드 모네의 설경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지만 '눈위의 발자국'의 경우에는 알프레드 시슬리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시슬리는 눈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즐겨 그린 인상주의 화가이다. 시슬리의 설경 작품 중에서 드비시에게 감동을 준 것은 '루브시엔느의 눈'(La neige à Louveciennes)라고 한다. 설경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이 즐려 사용하는 배경이다. '루브시엔느의 눈'은 러시아의 무소르그스키의 영향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의 초연은 1910년 4월 파리의 살르 에라드에서 드비시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이루어졌다.


시슬리의 '루브시엔느의 눈'. 드비시의 '눈속의 발자국'의 작곡에 영감을 주었다는 작품이다.


랄프 본 윌리엄스(1872-1958)의 '크리스마스 캐롤 환타지아'(Fantasia on Christmas Carols)는 주로 영국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캐롤들을  메들리처럼 엮은 모음곡이다. 솔리스트는 바리톤이며 합창단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 1912년에 런던의 히어포드대성당에서 열린 스리 콰이어 페스티발(Three Choirs Festival)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영국의 민속 캐롤인 The truth sent from above(하늘에서 보낸 진리의 말씀), Come all you worthy gentlemen(오라 너희 모든 신실한 자들이여), on Christmas night all Christians sing(크리스마스 밤에는 모두 노래하네) 등이 들어 있다. 이 민요들은 작곡가 자신이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롤 환타지아'에 나오는 이런 민요성 캐롤들은 본 윌리엄스의 다른 크리스마스 관련 작품인 The First Nowell(첫번 크리스마스)에 삽입되었다. 그리고 역시 다른 크리마스마스 작품인 Hodie(오늘)와 콤비를 이루는 것이다. Hodie는 본 윌리엄스가 1954년에 완성한 칸타타이다. 그가 남긴 주요 합창-오케스트라 작품으로서는 마지막의 것이다. Hodie는 1954년 9월에 역시 Three Choirs Festival의 일환으로 우스터대성당에서 초연되었다. Hodie는 선배 작곡가인 허버트 하웰스(Herbert Howells: 1892-1982)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Hodie는 모두 12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노래 다음에 해설이 나오는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열두 파트 중에서 첫번째는 가사가 유일하게 라틴어로 되어 있다. 세번째 곡은 존 밀튼의 시인 on the Morning of Christ Nativity(그리스도가 탄생하신 날 아침에)를 가사로 삼은 것이며 14번째는 The March of the Three Kings(동방박사 세 사람의 행진)이다. '크리스마스 캐롤 환타지아'의 오케스트라 스코어는 1943년 12월 19일에 뉴욕의 스튜디오 8H에서 레오폴드 스토코브스키가 지휘하는 NBC교향악단이 초연했다.



'크리스마스 캐롤 환타지아'가 초연된 우스터 대성당의 회랑


오스트리아 출신의 아르놀트 쇤베르크(1874-1951)의 Weihnachtsmusik(크리스마스 음악)은 가정을 사랑하는 쇤베르크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족들을 위해 집에서 즐겁게 연주할수 있도록 작곡한 것이다. 12음 기법에 의한 현대음악만을 작곡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쇤베르크가 이런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은 신통한 일이 아닐수 없다. 그나저나 쇤베르크는 유태인인데 유태인은 크리스마스를 지키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쇤베르크가 1898년에 개신교인 루터교로 개종한 것을 생각하면 비록 유태계이지만 크리스마스 음악을 즐기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음악'은 가족들을 위한 작은 작품이라서 두개의 바이올린, 첼로, 하르모니움, 피아노를 위한 곡이다. 주제로 삼은 멜로디는 사랑스런 독일 캐롤인 Es ist ein' Rose' ersprungen(순결한 장미: A Spotless Rose)이다. 그러다가 Stille Nacht(고요한 밤)의 멜로디도 잠깐 비친다. 이 캐롤은 원래 독일의 미하엘 프래토리우스(Michael Prätorius: 1571-1621)가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첫 소절의 가사를 우리 말로 소개하면 '이새의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 옛 선지 노래대로 장미꽃이 피었네'이다.


쇤베르크와 같은 해에 태어난 영국의 구스타브 홀스트(1874-1934)는 크리스마스 캐롤 네곡을 편곡해서 '크리스마스 데이'(Christmas Day)라는 성악곡을 만들었다. '홀스트의 작품 중에 이런 곡도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들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홀스트가 1910년에 편곡한 작품으로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거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곡이다. 네개의 캐롤이란 Good Christian Men, Rejoice, God Rest You Merry Gentlemen(만백성아 기뻐하여라), Come Ye Lofty, Come Ye Lowly(높고 낮은 모든이여), The First Nowell(저 들밖에 한밤중에)이다.


프랑스의 프린시스 풀랑크(1899-1963)는 어찌보면 신앙심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말할수 있다. 풀랑크는 야하고 거친 농담을 좋아했다. 그리고 어떤 젊은 남자에 빠져서 헤어나지를 못했던 일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종교적인 감정은 20세기의 어느 작곡가보다도 깊었다. 그의 종교음악은 특별한 음조이며 격렬한가하면 욕망이 있는듯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인간의 나약함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오페라 '갈멜파 수녀의 대화'(Dialogues des Carmélites)가 그러하다. 그의 '크리스마스를 위한 네개의 모테트'는 어떤 경우에는 두려운 느낌을 갖게 해주고 또 어떤 경우에는 경건한 마음을 갖게 해주는가 하면 말할수 없이 솔직한 기쁨을 나타내게 해주는 것이다. Quem Vidistis Pastores(목자들이여 구유에서 무엇을 보았는가?)를 들어보면 그런 느낌을 가질수도 있다. 사랑스럽고 순결한 톤의 음악이다. 사람들이 묻고 목자가 대답하는 형식의 노래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기적'이다. 가사는 라틴어로 되어 있지만 굳이 라틴어를 알아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영어로 소개한다.


Tell us, shepherds, whom have you seen?(목자들아 누구를 보았는지 말해다오)

Relate us, who has appreared on earth?(누가 이 땅에 나타났는지 얘기해 다오)

We have seen a newborn babe,(우린 새로 태어난 아기를 보았지요)

and choirs of Angels praising God together.(천사들이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였지요)

Proclaim what you have seen, and announce the brith of Christ.(그대들이 본 것을 선포하시오, 그리스도의 탄생을 선언할지라)


누가 영국을 작곡가의 불모지라고 말했는지 모르지만 알아보면 그렇지 않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에 비하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도 위대한 작곡가들이 수없이 많았다. 헨리 퍼셀, 에드워드 엘가, 랄프 본 윌리엄스, 구스타브 홀스트, 벤자민 브리튼....그리고 조지 프리데릭 헨델도 있고 빅토 헬리 허친슨(Victor Hely-Hutchinson: 1901-1947)도 있다. 헬리 허친슨의 '캐롤 교향곡'(Carol Symphony)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더욱 풍요롭고 기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다. '캐롤 교향곡'은 크리스마스 캐롤(찬송가)을 여러 곡이나 주제로 삼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개신교 찬송가로 잘 알려진 Adeste Fideles(참 반가운 성도여), God Rest Ye Merry Gentlemen(만백성 기뻐하여라), The First Nowell(저 들 밖에 한밤 중에), Here we come a-wassailing(새벽송 돌기: Here we come a caroling) 등이 주제로 나온다. 그리고 피날레에서는 Adeste Fideles가 다시한번 장식한다. 헬리 허친슨은 아일랜드인이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고 런던에서 활동한 특이한 배경의 작곡가이다. 그의 아버지가 영국이 파견한 남아공 총독이었기 때문이었다. 헬리 허친슨은 여려 경력이 있지만 BBC의 음악 총책임자였던 것이 가장 두드러진 경력일 것이다. 헬리 허친슨은 너도나도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상황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해서 유명했다. 그렇다고 그가 스크루지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의 음악에는 스크루지의 그림자도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풍요롭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장가와 동요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간혹 그에 관한 음악들을 작곡했다. '캐롤 교향곡'도 그런 관심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캐롤 교향곡'의 3악장 주제는 BBC의 어린이 시간 시그날 음악으로 사용되었던 것은 그런 그의 관심사항과 무관하지 않았다. 1980년대의 신세대 팬들도 그의 음악을 좋아했다. '캐롤 교향곡'의 음악이 BBC의 인기 프로그램인 '기쁨의 상자'(The Box of Delights)의 주제가로 사용되었기 때문이었다. 헬리 허친슨은 12월 26일이 생일이었다. 그래서 항상 예수님이 태어난 다음날에 태어났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지난날 크리스마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런던 출신인 제랄드 핀치(Gerald Finzi: 1901-1956)가 작곡한 In Terra Pax(땅에 평화)보다 더 훌륭한 작품을 없을 것이다. 핀치는 이 곡을 1954년에 작곡했다. 자기가 백혈명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때였다. 핀치는 30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의 일을 머리에 떠 올리며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살을 에이는 듯이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핀치는 첼트넘(Chheltenham)과 글라우체스터 사이의 어떤 언덕 위에 있는 교회의 종탑에 올라갔다.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자정의 종소리는 크의 마음 속에 깊이 간직되었다. 그때의 종소리가 '땅에 평화'의 작곡에 영감을 주었다. 텍스트는 로버트 브릿지의 시, 그리고 천사들이 한밤 중에 들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에게 나타나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누가복음의 말씀을 인용하였다. 교회의 종소리와 '저들 밖에 한밤 중에'(The First Nowell)가 멀리서 섞여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크리스마스의 참의미를 깨닫게 만드는 곡이다. 핀치가 자기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때에 작곡한 곡이지만 이 곡은 밝은 빛이 빛나는 희망적인 음악이다. 아름답고 신실한 곡이다. 


영국의 벤자민 브리튼(1913-1976)은 두 세트의 캐롤집을 작곡했다. 모두 크리스마스를 위해 작곡한 것이다. 그중에서 두번째가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A Ceremony of Carols(캐롤의 세리모니), Op 28 이다. 3파트의 소년합창단과 하프의 연주가 마치 천상으로부터 들려오는 노래와 같다. 노래의 반주를 하프 하나로만 맡도록 한 것이 특색이 있다. 텍스트는 The English Galaxy of Shorter Poems(영국 우수단시집)라는 시집에서 주로 가져왔다. 미들 잉글리쉬로 쓰여진 시들이다. 브리튼은 '캐롤의 세리모니'의 미국에 갔다가 영국으로 돌아오는 배에서 작곡했다. 그러니까 바다 위에서 작곡한 것이다. 브리튼은 종교음악(성곡)도 많이 작곡했는데 '캐롤의 세리모니'는 '성체칠리아 찬가'(Hymn to St Cecilia)를 작곡할 때에 함께 작곡한 것이다. 그래서 두 작품은 스타일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캐롤의 세리모니'는 모두 12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1번은 합창단원들이 성가를 부르면서 행렬로 입장하는 음악이다. Hodie Christus natus est로서 그레고리안 교창(交唱: antiphon) 스타일이다. 2번은 Wolcum Yole(환영한다 축제)이다. 3번은 There is no rose(장미는 없다)이며 4번은 That yonge child(그 어린 아기), 5번은 Balulalow(마리아의 자장가), 6번은 As Dew in Aprille(4월의 이슬처럼), 7번은 This Little Babe(이 어린 아기)이다. 8번은 하프 솔로로서 간주곡이며 9번은 In Freezing Winter Night(얼어붙을 것 같은 겨울 밤에)이고 10번은 16세기의 캐롤인 Spring Carol(스프링 캐롤)이며 11번은 라틴어 캐롤로서 Deo Gracias(하나님께 감사를)이고 마지막으로 12번은 퇴장하면서 부르는 Hodie(이날)이다. 옛 스코틀랜드 캐롤인 발룰라로우(Balulalow)는 16세기에 나온 자장가이다. 첫 소절만 소개하면 Oh my deir hert, young Jesus sweit, Prepare thy creddil in my hert and never mair from thee depart이다. 스코틀랜드 방언이 넘쳐 흐른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브리튼의 무반주 합창곡인 '한 아기 나셨네'(A Boy Was Born: Op 3)도 지나칠수 없는 작품이다. 브리튼이 왕립음악원에서 19세의 학생으로 있을 때에 작곡한 것이다. 남성합창, 여성합창, 그리고 소년합창을 위한 무반주 작품이다. 무반주라고 해도 어떤 부분에서는 오르간이 아드 리비툼으로 반주를 한다. 1934년 2월에 BBC 방송을 통해 처음 발표되었다. 브리튼은 1955년에 여러 부분을 수정하였다. 오늘날 연주되고 있는 합창곡은 1955년도 수정버전이다. 아무튼 '한 아기 나셨네'는 브리튼이 처음으로 작곡한 완성된 합창곡이다. 그리고 종교적 주제로 만든 작품으로서도 첫번째 성공작이다. 브리튼은 이 합창곡을 치과의사인 아버지에게 헌정했다. '한 아기 나셨네'는 6개의 곡(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텍스트는 주로 15-16세기의 시들을 바탕으로 삼았다. 다만, 그중에 하나는 19세기의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시를 텍스트로 삼은 것이다. 1곡은 '잘자거리 예수'(Lullay, Jesu)이며 2곡은 '헤롯'(Herod), 3곡은 '예수, 우리의 구세주'(Jesu, as Thou aret our saviour), 4곡은 '동방박사 세사람'(The Three Kings), 5곡은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시로서 '차가운 한 겨울에'(In the bleak Midwinter)와 '그리스도 성체 캐롤'(Corpus Christi Carol)이다. 6곡에는 세가지 노래가 포함되어 있다. 16세기 캐롤인 '노엘, 크리스마스 마지하기'(Noell, Welcome Yule)와 16세기 토마스 터서(Thomas Tusser)의 시에 의한 '크리스마스', 그리고 17세기 프란시스 퀄스(Francis Quarles)의 시에 의한 '크리스마스 캐롤'이다.


폴란드의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 1933-)는 전후 폴란드의 아방 갸르드(전위)음악을 주도한 작곡가이다. 그의 대표작인 Tren Ofiarom Hiroszimy(Thredody to the Victims of Hiroshima: 히로시마 희생자를 위한 만가)는 아방 갸르드 스타일의 전형이다. 그런 그가 아방 갸르드를 저버리고 신낭만주의로 방향을 바꾸었다. '성누가 수난곡'이라든지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신낭만주의를 향한 그의 이정표였다. 교향곡 2번도 그런 노선의 작품이다. '성누가 수난곡'에서 힌트를 얻었음을 알수 있는 작품이다. 교향곡 2번에는 Stille Nacht(고요한 밤)의 멜로디가 잘 들어보면 편곡되어서 전편을 통해 간헐적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교향곡 2번을 일명 '크리스마스 교향곡'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교향곡 2번은 1980년 5월 1일 주빈 메타의 지휘로 뉴욕필이 초연했다. 펜데레츠키는 종교적인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성누가 수난곡'도 그렇고 '폴란드 진혼곡'도 그렇다. 오페라는 4편을 남겼는데 첫번째 오페라가 존 밀튼의 '실낙원'을 바탕으로 삼은 동명의 작품이다. 교향곡은 8편을 작곡했다. 그 중에서 2번이 '크리스마스 교향곡'이고 7번은 '예루살렘의 일곱문'이라는 부제가 붙은 것이다. 그런데 펜데레츠키의 교향곡 5번에는 Korean(한국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1992년에 완성한 교향곡이다. 어찌하여 '한국인'이라는 제목이 붙었는지는 확실히 모른다. 하지만 한국을 주제로 삼은 교향곡이 있다는 것은 안익태 선생의 '한국 환상곡'만이 한국을 주제로 삼은 교향곡인줄 알았던 우리에게 놀라운 사실이 아닐수 없다. 아울러 펜데레츠키를 더욱 연구해야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알프레드 슈니트케(Alfred Schnittke: 1934-1998)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고요한 밤'(Stille Nacht für Violin und Piano)을 말하지 않을수 없다. 슈니트케의 음악은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캐롤인 '고요한 밤'인데 이 캐롤을 대단히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몰아간다. 바이올린이 간혹 들려주는 불협화음이 세상의 폭력, 섹스, 절망 등을 표현하는 것 같다. 대단히 특이한 음악이다. 그런데도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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