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악성 베토벤

합창교향곡의 영향

정준극 2017. 12. 20. 12:42

합창교향곡의 영향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베토벤의 교향곡 10번


베토벤 이후의 여러 작곡가들, 특히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서 그들의 작품에 여러 형태로 합창의 주제 멜로디를 인용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아마도 브람스의 교향곡 1번 C 단조(Op 68)일 것이다. 베토벤을 한없이 존경했던 브람스는 누가 '아니, 가만히 들어보니까 선생님의 교향곡 1번에 환희의 송가의 주제 멜로디를 인용한것 같더군요'라고 말하자 '어느 바보라도 그걸 알수 있을 것이지요'라고 대꾸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래서인지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베토벤의 교향곡 10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람스는 교향곡 1번의 스케치로부터 마지막 터치까지 21년이 걸렸다고 밝힌바 있다. 왜냐하면 처음 스케치를 한 것은 1855년이었지만 완성되어서 처음 연주된 것은 1876년이었기 때문이었다. 1876년 11월 4일 당시는 바덴공국에 속해 있던 칼스루에에서였다.


'합창교향곡' 연주회. 시카고 심포니와 합창단


안톤 브루크너도 베토벤의 교향곡 9번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3번이 베토벤의 교향곡 9번과 마찬가지로 D 단조로 되어 있는 것도 그러한 영향의 하나이다. 그리고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의 여러 주제들을 교향곡 3번에 인용하였다.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도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의 영향을 받았다. 드보르작은 '신세계에서'의 스케르쪼에 베토벤 스타일의 팀파니 연주를 가미하였다. 마찬가지로 헝가리의 벨라 바르토크도 그의 '네개의 오케스트라 작품'(Op 12)에 베토벤의 교향곡 9번 2악장 스케르쪼의 음악을 인용하였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의 주제 멜로디는 독일이 서독과 동독으로 갈라져 있을 때에 단일팀을 만들어서 올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땄을 때 시상식에서 독일 단일팀의 국가처럼 연주되었다. 처음 그렇게 사용한 것은 1956년 스톡홀름 하계올림픽이었으며 그후 1960년 로마 올림픽, 1964년 토쿄 올림픽, 1968년 멕시코 올림픽까지 사용하였다. '환희의 송가'(An die Freude)의 주제 멜로디는 1972년 유럽의회가 유럽의 노래로 정하였고 이를 계승하여 1985년에는 현재의 EU(유럽연맹)를 대표하는 노래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환희의 송가'의 주제 멜로디는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아프리카의 신생국가인 로데이사의 국가인 '일어서라 오 로데시아의 소리여'(Rise, O Voices of Rhodesia)로 사용되었다. 한편, '환희의 송가'의 멜로디는 기독교 찬송가의 멜로디로 사용되고 있다. 1907년 미국 장로교 목사인 헨리 반 다이크(Henry van Dyke)는 윌리엄스 칼리지에 머물고 있는 중에 '환희의 송가'의 주제 멜로디에 Joyful, Joyful, we adore thee라는 가사를 붙였다. 우리나라 개신교 찬송가에는 두장이나 들이었다. 64장 '기뻐하며 경배하세'(Hymn to Joy)와 역시 개신교 찬송가 605장 '오늘 모여 찬송함은'이 그것이다. 찬송가 605장은 결혼식 찬송가이다.


'합창교향곡'의 초연에서 지휘를 하고 있는 베토벤.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베토벤역의 에드 해리스.


오늘날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은 송년음악회의 단골 프로그램이 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송년음악회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합창교향곡'은 1824년 5월 7일 비엔나에서 처음 연주되었다. 그러므로 송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합창교향곡'이 송년음악회의 메인으로 등장하기 된 것은 1960년대부터였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실제로 연말에 연주하는 관례는 1차 대전이 끝난 해인 1918년부터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1918년에 독일노동자운동본부는 섣달 그믐날 밤 11시에 '합창교향곡'의 연주를 시작해서 피날레를 새해와 함께 맞이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같은 전통은 나치 시대에도 계속되었고 또한 2차 대전이 끝난 후 독일이 서독과 동독으로 갈라졌을 때에는 동독에서 이어졌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일본에서도 '합창교향곡'을 송년 프로그램으로 연주하는 전통이 생겨났다. 대체로 1925년에 NHK 교향악단이 연주해서 시작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특히 2차 대전 중에는 제국정부가 일본 각지에서 송년에 '합창교향곡'을 연주하는 것을 강조했다. 왜냐하면 당시에 일본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기 위해 '합창교향곡', 즉 '환희의 송가'를 이용했던 것이다. '합창교향곡'이 일본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17년경이라고 한다. 1차 대전이 시작되자 일본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하여튼 중국 칭따오(淸島)를 공략하여서 그곳에 머물고 있던 독일인 무려 3천여명을 포로로 삼았다. 당시에 칭따오는 독일의 조차지여서 교민 보호를 위한 공관이 있었고 이와 함께 군인들과 함께 독일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1차 대전이 시작되자 중국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독일인들이 자기들의 공관이 있는 칭따오로 몰려 왔기 때문에 수천명의 독일인들이 있었다. 일본은 독일인 포로 3천여명 중에서 일부를 일본으로 데려가서 수용키로 했다. 그래서 1914년 11월에 시코쿠(四國) 섬 토쿠시마(德島)현의 나루토(鳴門)라는 곳에 커다란 규모의 포로수용소를 설치하고 독일인 포로 1천여명을 수용했다. 반토포로수용소(板東浮虜收容所)였다. 


2011년 12월 송년음악회 일본 오사카조 홀에서. 오사카와 센다이 아마추어 합창단 1만명, 오케스트라는 선토리오케스트라와 센다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는 유타카 사도. 2011년 3월 후쿠시마 쯔나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음악회


수용소의 독일인 포로들은 오케스트라를 조직해서 1917년부터는 수용소연주회를 갖기 시작했다.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 일본에서 처음 연주된 것은 1918년 반토포로수용소에서 독일인 포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에 의해서였다. 포로오케스트라는 1917년부터 1920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1백회 이상의 연주회를 수용소 내에서 개최해서 포로들에게 많은 위로와 희망을 주었다. 일본은 '합창교향곡'의 내용이 훌륭하다고 생각해서 1925년에 NHK 교향악단으로 하여금 처음으로 공식적인 연주를 하도록 했다. 그러던중 독일에서도 오래전부터 송년에 '합창교향곡'을 연주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일본에서도 송년에 연주토록 하여 국민들의 사기를 높인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2차 대전 중에는 학생들을 강제징용하여 전선으로 보내는 출정식 때마다 '환희의 송가'를 연주했다고 한다. 1960년대에 들어와서는 일본의 경제부흥과 함께 '합창교향곡'의 전국적인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2차 대전 중의 '합창교향곡' 연주 전통은 더욱 활기를 얻게 되었다. 어떤 해에는 송년에 일본 전역에서 55개 '합창교향곡' 연주회가 동시에 열리기도 했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1만명 합창단이 연주한 일도 있고 또 최근에는 위성 연결을 통해서 비디오 연주도 있었다. 1만명 합창단은 오사카와 센다이의 아마추어 합창단으로 조직되었다. 한편, 매년 6월 첫 주간에는 나루토에서 독일 포로수용소를 기념해서 '합창교향곡' 연주회가 열린다.


반토포로수용소의 독일인 포로 오케스트라의 연주 장면


베토벤의 교향곡 9번, 그 중에서도 4악장의 주제음악은 여러 영화에도 사용되었다. 최근 나온 영화 중에서 대표적인 경우만을 몇가지 살펴본다.


'시계태엽 오렌지'의 한 장면


- 1971년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패트릭 매기, 말콤 맥도웰, 마이클 베이츠 주연. 미래의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

- 1988년 '다이 하드'(Die Hard). 브루스 윌리스(존 매클레인), 보니 베델리아(홀리) 주연. 크리스마스 이브에 로스안젤레스의 나카토미 플라자가 테러리스트에 점령당하므로서 일어나는 액션 영화

- 1989년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로빈 윌리엄스 주연. 명문 웰튼 아카데미에 부임한 존 키팅 선생을 자신을 캡틴이라고 불리기를 바라며 학생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준다는 내용.

- 1993년 '미스터 존스'(Mr Jones). 리챠드 기어, 레나 올린 주연. 매력적이지만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충동을 느끼는 환자와 그를 치료하는 정신과 여의사와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

- 1994년 '에이스 벤추라'(Ace Ventura: Pet Detective). 짐 캐리, 선 영, 코트니 칵스 주연. 마이애미에서 실종 애완동물을 찾아주는 탐정 의 이야기.

- 1999년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Cruel Intentions). 라이언 필립, 사라 미셸 겔러, 리즈 위더스푼 주연. 맨하튼 최상류층 자제들의 이야기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의 음악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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