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악성 베토벤

베토벤의 작품으로 알려진 작품들

정준극 2018. 3. 18. 09:41

베토벤의 작품으로 알려진 작품들


과거에는 무명의 작곡가가 작품이랍시고 만들고는 그 작품을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처럼 발표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일종의 사기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에 출판사가 악보를 출판하면서 의도적이던지 아니던지 위대한 작곡가의 이름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그래야 악보에 유명세가 붙어서 잘 팔리기 때문이었다. 모르고 그랬던 것은 작곡한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치 않을 뿐만 아니라 가만히 보니까 어떤 위대한 작곡가의 작곡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가 작곡한 것으로 추정하여 출판한 경우이다. 베토벤의 경우에도 여러 작품들이 아무래도 베토벤이 작곡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작곡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으므로 그냥 베토벤의 작품에 포함하되 다만 별도로 부록으로 기록해 놓은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작품들 몇 개만 소개한다.


1929년에 나온 음반에는 베토벤의 교향곡 C 장조 '예나'라고 적혀 있다.


1909년에 독일의 지휘자이며 음악학자인 프리츠 슈타인(Fritz Stein: 1879-1961)은 독일 중부 튜링기아 지방 제2의 도시인 예나(Jena)의 콘서트 도서실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교향곡 악보를 하나 발견했다. 프리츠 슈타인은 이 교향곡의 스타일로 보아서 베토벤이 작곡한 것으로 믿었다. 슈타인은 4악장으로 구성된 이 교향곡의 각 악장에서 베토벤의 스타일이라고 생각되는 소절들을 구별해 내고 베토벤이 작곡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베토벤이 남긴 어떤 편지에 따르면 베토벤은 교향곡 1번을 작곡하기 이전에 하이든의 교향곡 97번을 모델로 삼아서 C장조 교향곡을 쓰려고 한다는 말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믿었다. 실상 예나 교향곡의 소절과 하이든의 교향곡 97번에 나오는 소절에서 흡사한 점을 많이 발견할수 있다. 그렇다고 베토벤의 기존 교향곡에 어어서 새로운 넘버를 붙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예나 교향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예나 교향곡'은 1911년 독일의 저명한 악보출판사인 브라이트코프 운트 해르텔(Breitkopf und Hartel)이 출판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는 중에 미국의 저명한 음악학자이며 저널리스트인 로빈스 랜던(Robbins Landon: 1926-2009)이 1950년대 쯤해서 오스트리아의 니더외스터라이히주의 크렘스 인근에 있는 괴트봐이크(Gottweig) 수도원의 도서실을 조사하는 중에 프리드리히 비트(Friedrich Witt: 1770-1836)라는 사람이 작곡한 교향곡의 악보를 발견했다. 사본이었지만 '예나 교향곡'과 똑같은 음악이었다. 로빈스 랜던은 베토벤의 교향곡으로 알려진 '예나 교향곡'이 독일의 첼리스트이며 작곡가인 프리드리히 비트의 작품이라고 확신했다. 더구나 프리드리히 비트는 베토벤과 같은 해인 1770년에 태어났기 때문에 서로 알고 지냈을 것으로 생각했다. '예나 교향곡'이 프리드리히 비트의 작품으로 알려지자 랄프 리비스(Ralph Leavis)와 같은 평론가는 '이 작품은 하이든의 이 작품 저 작품에서 조금씩 가져다가 짜집기 식으로 만든 일종의 표절작품'이라고 비난한 일도 있었다. 이 경우에는 베토벤의 작품으로 알려졌었지만 그래도 근자에 이르러서 원래 작곡자가 누구인지 밝혀진 것인만큼 더 이상 베토벤의 '예나 교향곡'이라는 말은 듣지 않아도 되는 케이스이다. 그렇지만 다른 몇 작품은 아직도 원작곡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아서 그대로 베토벤의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니더외스터라이히주의 크렘스 인근에 있는 괴트봐이크 수도원과 교회. 로빈스 랜던이 이곳에서 프리드리히 비트가 작곡한 것이 분명한 이른바 '예나 교향곡'의 악보사본을 발견했다.


'플루트 소나타 B 플랫 장조'(Anh. 4)도 베토벤이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확실치 않다. 이 작품의 악보는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후에 그의 서류 중에서 발견되었다. 이 작품이 과연 베토벤의 것인지가 확실치 않아서 출판이 주저되었으나 1906년에 비로소 출판되었다. 베토벤이 1827년 3월 26일에 세상을 떠나고 나서 그가 남긴 서류뭉치들을 조사하는 중에 몇 편의 미발표 작품들을 발견했다. 대표적으로 '피아노 트리오'(WoO 38), '피아노 소나타'(WoO 51), '론디노'(Rodino)(WoO 25). 그리고 '플루트 소나타 B 플랫 장조'(Anh. 4'이다. 그런데 미국 출신으로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저명한 베토벤 전문가인 알렉산더 타이어(Alexander Thayer: 1817-1897)는 '플루트 소나타'가 처음 발견되었다고 해서 흥분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악보의 필체가 베토벤의 필체가 아닌 것을 알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을 베토벤의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타이어는 학문적인 입장에서 베토벤의 자서전을 작성한 사람으로서 베토벤에 대한 자서전으로는 가장 신뢰성이 있다고 알려진 서적이다. 베토벤이 작곡했다고 생각되는 '플루트 소나타'는 악보를 비엔나의 세계적 악보출판사인 아르타리아(Artaria)가 획득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미심적에서 베토벤의 이름으로 출판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있었다. 세월은 흘러서 1906년이 되었다. 독일의 브라이트코프 운트 해르텔 출판사가 이 악보를 입수하여 마침내 출판했다. 현재 오리지널 악보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이 소나타는 4악장으로 구성되었다. 1악장 알레그로, 2악장 폴라카(Polacca: 폴로네이스), 3악장 라르고, 4악장 알레그레토로서 4악장은 주제에 의한 변주곡 형태이다. 2008년에 나이브 레코드에서 음반으로 취입되었다. 영국의 플루트 연주자인 칼라 리스는 이 곡에 대하여 '아마도 바이올린 소나타를 플루트 용으로 고쳐 쓴 것이 아니가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작곡중인 베토벤. 피아노 위에 놓인 많은 서류들을 보라. 그 중에는 베토벤이 음표를 그려넣은 악보들도 있을 것이고 그 중에는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은 작품들도 있을 것이다.

 

'게르트루트의 꿈의 왈츠'(Gertruds Traumwalzer: Gertrude's Dream Waltz)라는 솔로 피아노를 위한 B 플랫 장조의 작품이 있다. 처음 출판되었을 때에 베토벤의 작품으로 출판되었다. 킨스키 할름 카탈로그에 의하면 Anhang 16, Nr 2로 분류된 곡이다. 베토벤의 정규 작품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고 부록(Anh.)으로 분류된 곡이다. 부록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추가로 발견된 작품이기 때문에 원래의 리스트에 포함되지 못하여서 별도로 관리하는 작품에, 작곡자가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은 작품 등이 해당된다. 킨스키 할름은 아무래도 베토벤의 작품이라고 확실하게 말하기가 어려워서 작품번호를 붙이지 않은 작품으로 분류했다. 그런 작품들은 WoO(Werk ohne Opus)라고 한다. 베토벤은 독일 왈츠를 몇곡 작곡했지만 '게르트루트의 꿈의 왈츠'는 베토벤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의견들이었다. '게르트루트의 꿈의 왈츠'는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지 25년 후인 1852년에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처음 출판되었다. 물론 베토벤의 이름으로였다. 미국에서는 1854년에 필라델피아에서 처음 출판되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에는 타이틀을 '매혹의 꿈'(Enchating Dreams)라고 바꾸어서 출판했다. 그리고 베토벤이 작곡했다는 어떠한 표시도 없이 출판되었다. 또한 미국의 경우에는 솔로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 아니라 실내악 작품으로 출판되었다.


솔로 피아노를 위한 2악장의 '소나티나'(Sonatina) F 장조도 베토벤이 작곡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킨스키 할름 카탈로그에는 Anh 5 No 2로 분류되어 있는 곡이다. 1악장은 알레그로 아사이이며 2악장은 론도: 알레그로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분명히 베토벤의 작품이라는 근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소나티나' G 장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킨스키 할름 카탈로그에는 Anh 5 No 1으로 분류된 곡이다. 이것도 베토벤이 작곡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실히 그렇다는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베토벤의 작품에서는 볼수 없는 스타일로 작곡되었기 때문이다. 소나티나 G 장조는 베토벤의 사후, 함부르크에서 출판되었다. 1악장은 모데라토, 2악장은 로망스이다. 모데라토는 4분의 4박자이지만 2악장 로망스는 8분의 6박자이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베토벤. 안톤 쉰들러 등 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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