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의 '코밀토넨' - 194

정준극 2018. 7. 6. 21:45

코밀토넨(Kommiltonen)

부제는 '젊은 피'(Young Blood) 또는 '학생운동가'(Student Activists)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의 3개 스토리, 28 장면의 오페라


 

작곡자인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와 대본을 쓴 데이빗 푼트니


'코밀토넨'은 영국의 현대 작곡가인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Peter Maxwell Davies: 1934-2010)가 작곡을 하고 영국의 오페라 감독이며 대본가인 데이빗 푼트니(David Pountney: 1947-)가 대본을 쓴 오페라이다.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인 2011년 3월에 런던의 왕립음악원(Royal Academy of Music)에서 처음 공연되었고 미국 초연은 그해 11월 뉴욕의 줄리아드 음악학교에서였다. 이 오페라가 세계적으로 계속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주제가 학생운동이기 때문이다. 지성의 상징인 대학생들이 비정상적인 사회에 항거하는 행동을 한 것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다. '코밀토넨'이라는 제목은 글자그대로 번역하면 '동료 학생들'(Fellow Students)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생 운동가'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광범위한 뜻으로서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대화'이다. 작곡을 맡은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는 작곡가이면서 지휘자였다. 작곡가로서 그는 교향곡을 10편이나 남겼으며 오페라는 7편을 완성했다. 오페라 중에서 모노드라마인 '미친 임금을 위한 여덟개의노래'(Eight Songs for a Mad King: 1969)는 관객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 작품이다. 오페라 감독 겸 대본가인 데이빗 푼트니는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의 오페라 3편의 초연을 감독했다. '닥터 미드화이'(Doctor Myddfai), '미스터 에메트가 산책하다'(Mr Emmet Takes a Walk), 그리고 '코밀토넨'이다. 데이빗 푼트니가 '코밀토넨'의 대본을 쌌다는 것은 이미 설명한바와 같다.


마오 쩌 퉁을 우상화하는 홍위병들. Nieder Hiteler, Mit Hitler Freihei라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70세가 넘어서 연로해진 데이비스는 이제는 더 이상 작곡을 하지 않고 다만 후배들이나 가르치면서 말년을 보내겠다고 생각했다. 얼마후 데이비스는 런던의 왕립음악원 교수로 초빙되었다. 왕립음악원장인 조나단 프리맨 아트우드(Jonathan Freeman-Attwood)는 데이비스가 왕립음악원의 가족으로 임용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오찬을 함께 하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음악원장은 데이비스에게 학생들을 위한 오페라를 한편 작곡해 달라고 부탁했다. 데이비스는 '오페라 또는 음악극장 같은 작품을 쓰는 시기는 이제 지나갔다'면서 사양하였다. 그랬는데 며칠후 데이비스는 마음을 바꾸어서 학생들을 위한 오페라를 작곡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세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하나는 내용이 학생들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데이빗 푼트니가 대본을 쓰고 초연을 감독해야 한다는 것이며 세번째로는 왕립음악원과 다른 음악대학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작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제안들은 모두 수락되었다. 학생운동을 주제로 삼은 내용이며 데이빗 푼트니가 대본을 쓰고 초연의 감독을 맡았고 줄리아드와 공동으로 의뢰하는 작품이 되었다.


뮌헨대학교의 백장미 클럽


오페라의 주제는 학생운동이며 내용은 세가지이다. 첫째는 '옥스포드 혁명'(Oxford Revolution)에 대한 내용이며 둘째는 독일 나치시기대 뮌헨에서의 '백장미 운동'(Die Weisse Rose), 세번째는 중국의 문화혁명에 따른 내용으로서 제목은 '하늘 높이 날아라'(Soar to Heaven)이다. '옥스포드 혁명'은 제임스 미어디스(James Meredith)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다. 흑인 학생으로서 고독한 투쟁으로서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올레 미스(Ole Miss)라는 애칭의 미시시피대학교에 최초로 입학한 이야기이다. '백장미'는 나치시대에 뮌헨대학교의 조피(Sophie)와 한스 숄(Hans Scholl) 남매가 1942-43년에 나치정부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펼치다가 체포되어 처형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늘 높이 날아라'는 중국의 문화혁명시대에 이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친 우(Wu)와 주(Zhou) 두 학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코밀토넨'은 이처럼 세 파트로 나뉘어지지만 장면은 28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피날레에서는 세 파트의 인물들이 함께 등장한다. 각 파트의 등장인물들과 성악파트는 다음과 같다.


옥스포드 혁명


[옥스포드 혁명] 제임스 미어디스(James Meredith: Bar), 포케인의 소리(Voice of Pokayne: Bar)

[백장미] 조피 숄(Sophie Scholl: S), 한스 숄(Hans Scholl: Bar), 빌리 그라프(Willi Graf: B-Bar), 크리스토프 프로브스트 겸 교회목사(Christoph Probst/The Evangelist: T), 알렉산더 슈모렐 겸 종교재판소장(Alexander Schmorell/The Grand Inquisitor: B), 서기 1 겸 감옥소 간수(First Clerk/Prison Guard: MS), 서기 2 겸 게슈타포 장교 1 겸 청소부(Second Clerk/Gestapo Officer 1/Janitor: Bar), 게슈타포 장교 2(Gestapo Officer 2: Bar)

[하늘 높이 올라가라] 리 징지(어머니: Li Jingji: MS). 우 티안시(아버지: Wu Tianshi: Bar), 우(아들: Wu: MS), 리(딸: Li: S), 어린이 2명(Two Younger Children: Ss), 주(홍위병: Zhou: S), 홍위병 장교 1(Red Army Officer 1: MS), 홍위병 장교 2 겸 의사(Red Army Officer 2/Doctor: MS), 홍위병 장교 3(Red Army Officer 3: MS), 인형들(Puppets: 묵음)

이밖에 미국, 독일, 중국 학생들과 시민들


28개의 장면은 1막에서 18개 장면, 2막에서 10개의 장면이다. 스토리의 전개는 일관성을 요구하지 않고 세 파트의 내용이 자유스럽게 나오도록 되어 있다.

1. Last Sortie(마지막 출구: 옥스포드 혁명)

2. Stamps(스탬프: 백장미)

3. Slogans I(슬로간 1: 백장미)

4. Wall Painting(벽에 그림 그리기: 백장미)

5. Slogans II(슬로간 2: 하늘 높이 올라가라)

6. My Father(아버지: 옥스포드 혁명)

7. Liederabend(가곡의 밤: 백장미)

8. Denunciation(인민재판: 하늘 높이 올라가라)

9. Directories(연락처: 백장미)

10. Envelopes(봉투: 백장미)

11. The First Leaflet(첫번째 전단: 백장미)

12. The Duplicator(복사기: 백장미)

13. The Train(기차: 백장미)

14. Rabbits(토끼: 옥스포드 혁명)

15. Eyewitness I(증인 1: 하늘 높이 올라가라)

16. Eyewitness II(중인 2: 백장미)

17. Wu Comes Home(우가 집으로 오다: 하늘 높이 올라가라)

18. Naming of the Guard(홍위병 임명: 하늘 높이 올라가라)

19. Riot(폭동: 옥스포드 혁명)

20. The Grand Inquisitor(종교재판관: 백장미)

21. Quingming(퀸밍: 하늘 높이 올라가라)

22. Arrest(체포: 백장미)

23. Party(당: 하늘 높이 올라가라)

24. Registration(입학등록: 옥스포드 혁명)

25. Dream(꿈)

26. Epilogue(에필로그)

27. Execution(처형: 백장미)

28. Finale(피넬레)


문화혁명에서 홍위병들이 지식인들을 탄압하는 장면


음악연주는 다음과 같은 특색이 있다.

- 오케스트라 피트에는 약 40명의 연주자가 자리를 잡는다. 현악기, 피콜로, 플루트, 오보베, 코르 앙글레, 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바순, 콘트라 바순, 혼, 트럼펫, 트럼본, 팀파니, 타악기이다.

- 중국의 장면이 나올 때에 무대 위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경우가 있다. 피콜로, 오보에, 코르 앙글레, 코르넷, 트럼본, 수자폰, 타악기로 구성된다.

- 무대 뒤에서는 금관 5중주가 연주하는 경우가 있다. 코르넷, 트럼본, 베이스 트럽본, 투바, 타악기이다.

- '옥스포드 혁명'과 관련해서 무대 위에서 재즈 트리오의 연주가 나온다. 피아노, 드럼, 더블 베이스이다.

- 무대 위에는 또한 하프를 연주하는 장면이 있다.

- 중국의 장면에서는 에르후라는 두 줄짜리 현악기가 연주하는 경우가 있다.


첫번째 스토리 '옥스포드 혁명'. 제임스 미어디스는 1962년에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시시피대학교에 입학이 허가되었다. 당시 올레 미스라는 애칭의 미시시피대학교는 백일 우월주의자들이 인종차별 활동을 펼치는 본부진영이었다. 미어디스는 고집이 강하고 한번 결심하면 절대로 굽히지 않는 학생이었다. 입학을 취소하라는 수없는 위협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신입생 등록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흑인입학을 반대하는 백인들의 대규모 시위가 전개된다. 연방정부는 인종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미어디스의 입학을 지지한다. 그리하여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적인 시위를 막기 위해 주방위군까지 동원한다. 폭동으로 인하여 사람들이 죽고 부상을 당한다. 신입생 등록을 마친 미어디스는 매일 연방 보안관들의 보호를 받으며 학교에 다닌다.


인종차별을 표현한 '옥스포드 혁명'의 한 장면. 백인 여학생들 사이의 흑인 여학생


두번째 스토리는 2차 대전 중에 히틀러에 저항하는 학생운동에 대한 내용이다. 뮌헨대학교에 다니는 조피와 한스 남매는 나치의 비정상적인 탄압에 항거하여 몇몇 동료 학생들과 함께 '백장미'라는 그룹을 만들고 조직적인 저항운동을 펼친다. 이들은 수천장의 전단지를 만들어서 독일의 다른 여러 대학교에 배포하여 나치의 범죄를 고발한다. 이들은 나치의 범죄를 폭로할 때에 독일에 진정한 자유가 돌아올수 있다고 주장한다. 젊은 학생들의 행동은 댓가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나치에 체포되어 1943년 2월 22일 처형된다. 기록에 의하면 총살형이나 교수형이 아니라 길로틴에 의한 참수형을 받았다고 되어 있다. 이 오페라의 타이틀인 '코밀리토넨'은 바로 '백장미' 운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만든 전단의 첫 머리는 '코밀리토넨 운트 코밀리토닌넨'으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동료 남학생과 여학생들이여'이다.


동급 학생들에게 나치의 범죄행위를 고발하자고 주장하는 백장미 클럽의 조피 숄


세번째 스토리는 중국에서의 문화혁명에 관한 것이다. 학생운동이 콘트롤 될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치명적인 궁지에 몰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지방정부의 교육장관의 아이들은 홍위병들의 강요에 의해 어쩔수 없이 아버지를 비난한다. 홍위병들은 아버지인 교육장관을 집에서 짐승처럼 끌어내서 개패듯이 때리고 심문하더니 마침내 자기들끼리 사형선고를 내리고 처형한다. 실신한 어머니도 결국 며칠 후에 숨을 거둔다. 아버지를 반혁명분자로 고발한 아들은 홍위병에 들어가서 문화혁명의 긴 여정에 동참한다. 이어 아들은 공산당에 가입한다. 아들은 부모의 비참한 운명에 대하여 진실을 계속 부인해야 했다. 세월이 흘러 아들은 아버지가 그랬던 것 처럼 대학교수가 된다. 그리고 문화혁명사에 대한 글을 쓴다. 그렇지만 자기 부모의 죽음에 분명한 책임을 져야하는 인물들에 대한 얘기는 언급하기를 거절한다.  


홍위병들의 만행을 표현한 인형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