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62. 스메타나의 '두 과부'

정준극 2018. 8. 20. 10:21

두 과부(Dve dvony: The Two Widows)

베드리치 스메타나의 2막 오페라


베드리치 스메타나 기념우표. 체코슬로바키아 정부 발행


체코공화국(구 보헤미아)의 베드리치 스메타나(Bedrich Smetana: 1824-1884)라고 하면 오페라 '팔린 신부'(Prodaná nevěsta: The Bartered Bride), 그리고 교향시 '나의 조국'(Má vlast: My Homeland)을 생각하게 된다. '팔린 신부'는 동유럽의 국민주의 음악에 서유럽의 코믹 오페라가 접목된 새로운 스타일의 시금석이라는 데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스메타나의 9개 오페라 중에서 '팔린 신부'를 제외하고 그래도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 '두 과부'이다. 그런데 스메타나의 다른 오페라들이 체코의 역사 또는 전설과 민화에 바탕을 둔 것인데  '두 과부'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가져다가 사용한 것이라는 특징이 있다. 즉, '두 과부'의 대본은 프랑스의 극작가인 장 피에르 펠리시앙 마예피유(Jean Pierre Felicien Mallefille)의 단막 희곡인 '두 과부'(Les deux veuves)를 체코의 에마누엘 췬겔(Emanuel Züngel: 1840-1895)이 번역한 것이다. 그러므로 '두 과부'는 프랑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은 작품이라고 말할수 있다. 체코의 역사를 바탕으로 삼은 스메타나의 오페라로는 '달리보르'(Dalibor)와 '리뷰세'(Libuse)가 대표적이다. [스메타나는 9개의 오페라를 완성했다. 마지막 작품인 Viola는 스메타나 사후인 1900년에 콘서트 형식으로 초연되었고 무대 공연은 1924년이었다.]


리드카의 환심을 사려고 무용담을 털어 놓는 뭄랄


'두 과부'는 1874년 3월 27일 프라하의 임시극장(Provisional Theater)에서 스메타나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임시극장이란 프라하 국립극장이 완성되기까지 임시로 사용하던 극장을 말한다. 초연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지루했다고 생각들 했던 모양이다. 스메타나는 몇달에 걸쳐 수정을 했다. 대화체의 대사는 음악이 끊이지 않는 레시타티브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일부 음악과 출연자의 역할에 대한 작업도 다시했다. 그해(1874) 10월에 임시극장에 다시 올려진 새로운 버전의 '두 과부'는 대성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메타나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다시 수정코자 했다. 그러나 말년에 건강이 여의치 않아서 작업을 하지 못하고 미루어 두고 있었다. 지휘자 겸 작곡가인 아돌프 체크(Adolf Cech: 1841-1908)가 1878년에 스메타나가 마무리하려던 재수정 버전을 완성하여 그해 3월 17일 또 다시 초연 아닌 초연을 가졌다. 몇 년 후인 1882년에는 함부르크에서 독일어 대본으로 공연되었다. 이를 위해 스메타나는 1막에 트리오를 추가하였고 2막 마지막에 나오는 아네스(아네츠카)의 아리아도 엔딩을 다르게 부를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2막을 3막으로 재편성하는 것도 용인하였다. 미국 초연은 한참 후인 1949년 10월에 뉴욕에서였다. 그리고 영국 초연은 그보다도 훨신 후인 1963년 6월 길드홀 음악학교에서였다. 근자의 공연으로는 2008년 스코티쉬 오페라단이 에딘버러 페스티발에서 무대에 올린 것이 새로운 연출로서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뭄랄과 라디슬라브, 그리고 카롤리나와 아네즈카. 프라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카롤리나(Karolina: Caroline: S). 젊은 지주. 미망인이다.

- 아네즈카(Anezka: Agnes: S). 카롤리나의 사촌 동생. 역시 미망인이다.

- 라디슬라브(Ladislav: Ladislaus: T). 젊은 지주.

- 뭄랄(Mumlal: B). 카롤리나 장원의 사냥직이. 하녀 리드카를 좋아하고 있다.

- 토니크(Tonik: T). 정원사. 하녀 리드카를 사랑하고 있다.

- 리드카(Lidka: S). 카롤리나의 하녀. 토니크를 사랑하고 있다.  

- 이밖에 농부들.


라디슬라브에 대한 재판. 카롤리나가 판결문을 읽고 있고 옆에는 아네즈카가 있다.


스메타나의 오페라는 종래의 형식에 비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흥미를 갖게 해주는 것들이다. 비록 아홉개 밖에 되지 않는 오페라이지만 제각기 서로 다른 방식이다. 스메타나의 초기 오페라들은 주로 민화나 전설에 바탕을 둔 것으로 어떤 작품은 유머스러운 내용이다. 첫 작품인 '보헤미아의 브란덴부르크인들'(The Brandenburgers in Bohemia)은 보헤미아의 역사에 관한 내용이다. 두번째 작품인 '팔린 신부'는 보헤미아의 민속에 바탕을 둔 코믹한 오페라이다. '두 과부'는 이들에 비하여 보다 범세계적인 로맨틱 코미디이다. 게다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체코 오리진이 아니라 프랑스 오리진의 스토리이다. 스토리는 어떤 젊은이가 두명의 과부의 생활 속에 등장하므로서 일어나는 로맨틱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것으로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두 명의 과부란 보헤미아 시골에 넓은 영토를 가기고 있는 카롤리나와 그의 사촌 동생인 아네즈카를 말한다. 카롤리나는 얼머전에 남편을 여의고 시골 장원에 내려와서 그 큰 저택과 영토들을 관리하며 지내고 있다. 성격이 명랑하고 쾌활하면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심성이 있어서 모두들 좋아한다. 남편이 없이 혼자 지내기 때문에 혹가다가는 적당한 남자만 나타나면 재혼도 할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사촌 동생인 아네즈카는 다르다. 역시 얼마전에 남편을 잃었다. 프라하에서 지내다가 번잡한 것이 실어서 사촌 언니인 카롤리나의 장원에 와서 카롤리나와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아네즈카는 세상 떠난 남편을 어찌나 애도하던지 언제나 검은 상복만을 입고 지낸다. 그리고 평생 재혼같은 것은 하지 않고 지내겠다고 기회만 있으면 다짐한다. 카롤리나는 그런 아네즈카와 어찌보면 신세가 같아서 더욱 친밀하게 지낸다. 


카롤리나와 아네즈카


카롤리나의 장원에서는 한 해의 추수를 끝내고 감사의 축하 파티를 갖는 것이 관례이다. 그 해에도 농부들과 함께 파티를 열고 있다. 농부들이 즐거운 춤을 춘다. 그런데 밖에서 갑자기 사냥 총소리가 들린다. 그 바람에 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진다. 장원의 주인인 카롤리나는 '아니, 어떤 사람이길래 남의 영지에 들어와서 사냥총을 쏜다는 말인가?'라고 몹시 궁금해 한다. 카롤리나는 거느리고 있는 사냥터직이인 뭄랄을 시켜서 누구인지 데려오도록 한다. 잠시후 뭄랄은 어떤 잘생긴 젊은이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온다. 보아하니 그럴듯한 집안의 청년같다. 젊은이의 이름은 라디슬라브라고 했다. 실은 이웃 마을의 젊은 지주이다. 카롤리나는 예의도 바르고 말하는 것이 지성적인 라디슬라브에 자기도 모르게 은근히 마음이 기운다. 그러나 아무튼 남의 영토에서 사냥을 하려 했다는 것은 금지된 일이기 때문에 무슨 방법이든지 처벌을 해야 했다. 그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카롤리나는 자기 소유의 지역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슬기롭게 해결코자 한다. 마을의 어른들과도 협의한다. 카롤리나는 라디슬라브에게 일부러 겁을 주기 위해 재판을 열기로 한다. 가짜 재판이다. 재판에서는 라디슬라브에게 사유지 침범 및 사냥금지 위반으로 벌금을 내도록 판결한다. 다만, 그 돈을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카롤리나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혼자서 사는 자유와 독립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데 그걸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카롤리나는 그럴 바에는 아직도 세상 떠난 남편을 잊지 못해서 슬픔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동생 아네즈카와 라디슬라브를 맺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무슨 수를 써야 한다. 카롤리나는 뭄랄을 시켜서 라디슬라브를 감옥에 하룻동안 가두도록 한다. 라디슬라브는 그런 판결을 흔쾌히 수락한다. 카롤리나는 되도록이면 아네즈카와 라디슬라브를 만나게 해주려고 하지만 아네즈카를 흥미가 없다는 눈치이다. 하인과 하녀들도 카롤리나의 계획을 눈치챈다. 정원사인 토니크와 그의 피앙세인 리드카는 다른 사람의 사랑이야 관심 밖에 있는 일이고 자기들 두사람의 사랑이 어서 결실을 맺게 되기를 바라는 듀엣을 부른다.


카롤리나와 라디슬라브와 아네즈카. 스코티쉬 오페라


2막은 마치 모차르트의 '여자는 다 그래'를 보는 것과 같다. 카롤리나는 만일 아네즈카가 라디슬라브에게 정말로 마음이 없다면 카롤리나가 라디슬라브를 받아 들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편, 감옥에 갇혀 있는 라디슬라브는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어떤 그리워하는 여인에 대한 간절한 마음의 표현이다. 어떤 자료에 보면 라디슬라브가 사냥금지인데 사냥총을 쏘아서 붙잡히고 감옥에까지 갇힌 것은 실은 오래전부터 사모하여 왔던 아네즈카에게 접근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아무튼 아네즈카가 감옥에서 부르는 라디슬라브의노래를 듣는다. 그런데 참으로 사람의 마음은 이상한 것이어서 그 노래를 들은 아네즈카의 마음 속에서는 어드덧 사랑의 감정이 솟아난다. 그렇지만 아네즈카로서는 단번에 자기의 감정을 고백할수 없다. 지금까지의 감정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네즈카에게 라디슬라브가 실은 사랑하고 있다면서 마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네즈카의 마음은 열리지 않는다. 카롤리나가 다시 계획을 세운다. 일부러 라디슬라브와 사랑하는 사이인 것처럼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아네즈카의 마음 속에서는 은연 중에 질투의 심정이 생긴다. 그리하여 결국 아네즈카와 라디슬라브가 맺어진다. 아네즈카는 그동안 입고 있던 검은 상복을 벗어던지고 마침내 화려한 무도회 드레스로 갈아입는다. 한편, 리드카를 좋아하는 뭄랄은 리드카의 마음을 돌릴 수가 없어서 포기한다. 토니크는 뭄랄이 더이상 리드카를 마음에 두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을 알고 크게 기뻐한다. 무도회에서 아네즈카와 라디슬라브, 리드카와 토니크의 합동 결혼식이 거행된다. 해피엔딩! 


피날레의 무도회. 행복한 모습의 아네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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