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소프라노

라트비아의 비올레타 마리나 레베카

정준극 2019. 3. 14. 22:37

라트비아의 비올레타 마리나 레베카

바로크로부터 벨칸토와 베르디, 차이코브스키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



라트비아의 디바 마리나 레베카


오페라를 애호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라트리바의 리가(Riga)라고 하면 일찍이 바그너가 첫번째 부인 민나 플라너와 함께 독일에서의 빚쟁이들을 피해서 도망갔던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빚쟁이들이 리가까지 몰려온다는 소식을 접한 바그너와 민나는 마침 파리에서 '리엔치'의 공연이 계획되어 있어서 파리를 가기로 한다. 그러나 육로로 가면 빚쟁이들한테 붙잡힐 염려가 있어서 배를 타고 런던으로 갔다가 파리로 가는 일정을 잡았다. 배를 타고 가는 것이 육로보다 더 빠르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리가를 떠나 런던으로 가던 배는 폭풍을 만나서 세번이나 침몰할 뻔 했다. 그러다가 천우신조로 노르웨이의 어떤 표르드에 도착하게 된다. 8일이면 충분히 가던 런던이었지만 무려 24일이나 걸렸다. 바그너는 그때의 힘들었던 항해를 생각하여 '방랑하는 네덜란드인'을 작곡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라트비아의 리가라고 하면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매력있는 메조소프라노인 엘리나 가란차를 생각하게 된다. 리가는 과겅에도 여러 명의 뛰어난 오페라 성악가들을 배출한바 있다. 그런 중에 소프라노 마리나 레베카(Marina Rebeka: 1980-)를 빼놓을 수는 없다. 라트비아의 디바이다. 마리나 레베카는 오페라 소프라노이면서도 콘서트 소프라노로서 대단한 사랑을 받고 있다.


콘서트에서의 마리나 레베카


근자에 세계의 오페라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두 소프라노가 있다면 하나는 불가리아 출신의 소냐 욘체바이고 다른 하나는 라트비아 출신의 마리나 레베카(Marina Rebeka)이다. 소냐 욘체바는 1981년 생이니까 2019년으로서 38세이고 마리나 레베카는 1980년 생이니까 올해로서 39세이다. 모두 성악가로서 한창 시기의 인물들이다. 마리나 레베카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비올레타로서 사랑받고 있는 소프라노이다. 무릇 소프라노라면 한번 쯤은 비올레타로서 이름을 떨치고 싶은 것이 상정이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를 지향하는 성악가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소프라노들이 비올레타로서 이름을 떨쳤다. 그 중에서도 마리아 칼라스는 전설적이었다. 마리아 칼라스 이후 가장 뛰어난 비올레타로서 소냐 욘체바와 마리나 레베카가 얘기되고 있다. 발트 3국 중의 하나인 라트비아에서도 뛰어난 오페라 소프라노들이 배출되었으며 마리나 레베카는 선배들의 명성을 이어 받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라트비아의 디바이다. 라트비아 출신으로 오늘날에도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바로서는 바빌로프의 '아베 마리아'를 처음 취입하여서 전세계에 널리 알린 이네세 갈란테(Inese Galante: 1954-), 미미로서 이름을 떨친 미모의 마리야 코볼레브스카(Marija Kovalevska: 1979-), 소녀시절부터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던 안나 크라우야(Anna Kruaja: 1981-), 한국에서도 연주회를 가졌던 카트리나 크룸파네(Katrina Krumpane: 1980-), 푸치니 히로인으로 이름을 떨친 크리스티네 오폴라이스(Kristine Opolais: 1979-), 그리고 마리아 레베카를 들지 않을수 없다.


라 트라비아타에서 비올레타. 알프레도는 이스마엘 요르디


레베카는 비올레타로서 확고한 명성을 쌓았지만 오페라의 레퍼토리는 바로크로부터 모차르트, 로시니, 베르디, 푸치니, 차이코브스키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폭이 넓다. 레베카가 국제적으로 데뷔한 것은 2009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에서였다. 거장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아래 콘서트를 가졌다. 이후로 그는 메트, 라 스칼라, 로열 오페라 하우스, 콘세르트헤보우, 바바리아 슈타츠오퍼, 비엔나 무직페어라인, 취리히 오페라 등 세계의 주요 무대에서 오페라에 출연하거나 연주회를 가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레베카는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여러 연주회를 가졌다. 예를 들면 앞에서 언급한 리카르도 무티를 비롯하여 주빈 메타, 안토니오 파파노, 파블로 루이시, 야니크 네체트 세귄, 다디넬레 가티, 마르코 아르밀리아토, 미켈레 마리오티, 토마스 헨겔브록, 파올로 카리냐니, 켄트 나가노, 오타비오 단토네 등이다. 오페라 이외에도 콘서트 연주자로서 그는 근자에 페사로의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발, 프라그의 루돌피눔 콘서트 홀, 런던의 세인트 존스 홀, 밀라노의 라 스칼라, 잘츠부르크의 그로세스 페스트슈필하우스, 바르셀로나의 팔라우 데 라 무시카, 바덴 바덴의 페스트슈필하우스 등에서 연주하였다.


노르마


리가에서 태어난 레베카는 라트비아에서 성악 공부를 시작했고 이어 이탈리아로 가서 2007년에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을 졸업했다. 레베카는 2017-18 시즌에 뮌헨방송국 오케스트라으로서는 최초의 상주 성악가로서 활동하였다. 2016년에는 라트비아 정부로부터 예술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다. 레베카가 주역을 맡은 오페라는 대략 다음과 같다.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에서 아디나, 헨델의 '테세오'에서 아질레아, 로시니의 '모세와 파라오'에서 아나이, 도니체티의 '안나 볼레나'에서 안나 볼레나, 로시니의 '마오메토 2세'에서 안나 에리소,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안토니아,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아멜리아 그리말디, 로시니의 '렝스로의 여행'에서 콘테사 디 폴르비유와 마다마 콘테사 ,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에서 돈나 안나와 돈나 엘비라,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에서 엘레트라,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에서 휘오르딜리지, 헨델의 '아리오단테'에서 지네브라, 베르디의 '조반나 다르코'에서 조반나,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에트'에서 줄리에트, 비제의 '진주조개 잡이'에서 레일라, 푸치니의 '투란도트'에서 류, 도니체티의 '람메무어의 루치아'에서 루치아, 베르디의 '루이자 밀러'에서 루이자, 구노의 '파우스트'에서 마르게리트, 도니체티의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 마리아 스투아르다, 로시니의 '귀욤 텔'에서 마틸드, 비제의 '카르멘'에서 미카엘라, 푸치니의 '라 보엠'에서 미미와 뮤제타, 벨리니의 '노르마'에서 노르마, 차이코브스키의 '예프제니 오네긴'에서 타티아나, 마스네의 '타이스'에서 타이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비올레타 등이다.


'진주조개 잡이'에서 레일라, 마리우츠 크비시엔, 매뮤 폴렌차니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