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팟푸리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오페라들

정준극 2019. 6. 3. 20:23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오페라들


오페라는 주로 위대한 문학작품 중에서 소설이나 희곡을 바탕 삼아서 만들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전래의 신화나 동화, 전설을 토대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어진 오페라들도 있다. 물론 그 영화도 위대한 문학작품이나 희곡을 바탕 삼아서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무튼 작곡가가 영화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서 오페라로 만든 경우가 더러 있다. 대체로 어떤 오페라들이 그러한지 점검해 본다.


○ 필립 글라스(Philip Glass)의 오페라 '미녀와 야수'(La Belle et la Bête)는 1946년에 제작된 프랑스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것이다. 1946년의 프랑스 영화 '미녀와 야수'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시인 겸 극작가, 디자이너, 영화감독, 비주얼 아티스트, 평론가인 장 콕토(Jean Cocteau)가 대본을 쓰고 감독한 작품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동화인 '미녀와 야수'는 원래 프랑스의 전래 동화인데 그것을 18세기 프랑스의 여류작가인 잔느 마리 르프랭스 드 보몽(Jeanne-Marie Leprince de Beamont)이 소설로 만들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장 콕토가 영화 대본을 쓰고 감독한 것이다. 미국의 필립 글라스는 프랑스에서 작곡 공부를 했다. 그래서 프랑스 문화에 익숙하였고 시인으로서는 장 콕토를 숭모하였다. 필립 글라스는 장 콕토를 숭모한 나머지 그의 작품으로 3부작의 오페라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나온 오페라가 1993년의 '오르페'(Orphée), 1994년의 '미녀와 야수', 1996년의 '무서운 아이들'(Les Enfants Terribles) 3부작이다. 필립 글라스의 오페라 '미녀와 야수'는 1994년 6월에 스페인의 세빌리아에서 초연되었다. 그후 세계 각지에서 지금까지 거의 1백회에 달하는 공연이 있었다. 세기의 현대음악 작곡가인 필립 글라스가 세기의 지성인인 장 콕토의 영화를 바탕으로 오페라를 만들었으니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946년도 장 콕토의 영화 '미녀와 야수'. 미녀에 조세트 데이, 야수에 장 마레. 필립 글라스는 이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 오페라를 작곡했다.


글라스의 '미녀와 야수'는 지금까지의 어떤 오페라와도 다른 특이한 형태의 오페라이다. 아무리 장 콕토의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글라스의 오페라는 콕토의 영화를 그대로 상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공연이다. 무대 위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장 콕토의 영화를 거의 전부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영화 앞 부분의 자막들은 공연에 포함하지 않았다.  영화가 그대로 상영되지만 오리지널 사운드트랙과 배우들의 대사는 하나도 나오지 않도록 했다. 대신에 글라스가 전체 음악을 새로 작곡해서 대체하였다. 영화에서 배우들의 대사는 모두 성악가들의 노래로 대체하였다. 말하자면 정확히 립싱크를 하도록 한 것이다. 영화에서 배우들의 입 놀림과 성악가들의 노래가 정확하게 신크로나이즈 되도록 하기 위해 대단한 컴퓨터 작업을 거쳐야 했다. 공연의 스타일도 특이했다. 연주를 맡은 앙상블이 무대 위에 자리잡고 있도록 했고 성악가들은 무대에서 연기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서서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장면에 맞게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글라스는  그가 설립한 '필립 글라스 앙상블'을 위해 음악을 작곡했다. 스코어는 기존의 앙상블에 여러 악기들을 추가한 것이다. 플루트와 피콜로, 클라리넷, 색소폰, 비올라, 트럼본, 베이스 트럼본, 하프, 신티사이저, 타악기 들이 추가되었다. '미녀와 야수'의 줄거리는 너무나 널리 알려진 것이어서 여기서는 생략한다.


필립 글라스의 '미녀와 야수'. 무대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장 콕토의 영화를 그대로 상영한다. 성악가들은 의상이나 연기가 필요없이 그대로 서서 영화속 배우들의 대사를 정확히 신크로나이즈애서 노래를 부른다. 연주를 맡은 앙상블도 무대 위에 자리 잡고 있도록 했다. 1994년 6월 스페인의 세빌리아.


○ 미국 펜실베이니어 출신의 여류작곡가인 미시 마졸리(Missy Mazzoli: 1980-)의 오페라 '브레이킹 더 웨이브'(Breaking the Waves)는 덴마크의 영화감독 겸 극작가인 라르스 폰 트리어(Lars von Trier: 1956-)가 1996년에 만든 같은 이름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이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라는 말은 '높은 파도'라는 뜻이어서 '파고'(波高)라고도 번역하며 일부에서는 '기적의 바다'라고 번역되어 있기도 하다. 오페라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대본은 캐나다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작가 겸 영화감독인 로이스 바브레크(Royce Vavrek)가 작성했다. 오페라 '브레이킹 더 웨이브'는 오페라 필라델피아가 작곡을 의뢰한 것이며 2016년 9월 이 오페라단에 의해 초연되었다. 이 오페라는 2017년 1월 뉴욕에서 열린 '프로토타입 페스티발'(Prototype festival)에서 세차례 공연되었으며 2019년 8월에는 에딘버러 국제페스티발에서도 선을 보일 예정이다. 에딘버러 공연은 오페라 벤처스(Opera Ventures), 스카티쉬 오페라(SO),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HGO)가 브리스톨 올드 빅(Bristol Old Vic)과 협동하는 것이다. 오페라의 무대는 1970년대초 스코티쉬 하일랜드이다. 독실한 신앙을 지닌 베스 맥닐은 핸섬한 얀과 결혼하여 행복한 신혼을 보내고 있다. 얀은 대서양에서 원유 시추의 일을 하고 있다. 베스는 힘든 일을 하는 얀을 마음 깊이 사랑한다. 그러다가 얀이 사고를 당하여 반신불수가 된다. 베스와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얀은 베스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베스에게 다른 기회를 주기로 결심한다. 얀은 베스에게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하고 그 얘기를 집에 와서 자세히 얘기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 마치 베스와 사랑을 나눈 것같은 감정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베스의 결혼 서약은 중대한 시험을 당한다. 베스는 어쩔수 없이 뭇 남자들의 품에 안기면서도 이것이 얀을 위한 행동이라고 믿는다. 베스는 생을 마감하면서도 지금까지 하나님의 은혜로 얀을 위해 헌신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댓가는 너무나 컸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 미씨 미쫄리의 오페라. 남편에게 헌신적인 베스는 남편의 부탁대로 뭇 남자들과 사랑을 나눈다.

영화 '브레이킹 더 웨이브'에서 베스 역의 에밀리 왓슨, 얀 역의 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


○ 베를린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서 미국으로 건너가 지휘자로 활동한 앙드레 프레빈(André Previn: 1929-2019)은 뛰어난 작곡가이기도 했다. 앙드레 프레빈은 오케스트라곡, 실내악곡, 피아노곡 등을 작곡했으며 오페라는 두 편을 남겼다. 1998년에 초연된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re)와 2009년에 초연을 가진 '밀회'(Brief Encounter)이다.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드라마를 바탕으로 삼은 오페라이다. 하지만 '밀회'는 1945년에 거장 데이빗 린(David Lean)이 감독,하고 트레버 하워드와 첼리아 존슨이 주연한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영화의 원작은 영국의 극작가, 작곡가, 감독, 배우, 가수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여준 노엘 코워드(Noel Coward: 1899-1973)의 희곡인 '정물화'(Still Life)이다. 오페라 '밀회'는 2009년 5월 1일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가 초연했다. 초연에서는 로라 제이슨(Laura Jasson)을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훠탈(Elizabeth Furtal)이 맡았고 바리톤 네이던 건(Nathan Gunn)이 알렉 하베이(Alec Harvey)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오페라의 시기는 2차 대전이 시작된 날의 전야이며 장소는 런던의 교외이다. 평범한 가정주부의 생활을 하고 있던 로라는 우연히 기차역에서 역시 가정이 있는 알렉을 만나 생각치도 못했던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밀회를 거듭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지만 그렇다고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사랑은 예상치 못했던 결과로 치닫는다.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의 '밀회'. 일렉 역에 네이단 건, 로라 역에 엘리자베스 훠탈

영화 '밀회'. 트레버 하워드와 첼리아 존슨


○ 'COº'라는 오페라가 있다. 이산화탄소를 말한다. 이탈리아의 조르지오 바티스텔리(Giorgio Battistelli: 1953-)가 작곡한 오페라이다. 2015년 5월 16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되었다. 오페라 'COº'는 오페라의 장르로 볼 때에 사이파이 오페라에 속한다. 과학문제, 인류의 미래문제 등을 다룬 오페라이기 때문이다. 이 오페라는 2006년도 미국의 다큐멘타리/콘서트 영화인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에 바탕을 둔 것이다. 거장 데이비스 구겐하임이 감독한 '불편한 진실'은 일반대중에게 지구온난화에 대한 이해증진을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원래 '불편한 진실'은 미국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Al Gore)의 다큐멘타리 저서이다. 앨 고어는 세계가 존경하는 환경전도사이다. 그는 세계 각지를 순방하여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그의 강연은 주로 슬라이드 쇼로 구성된 것이었다. 그 슬라이드 쇼의 내용을 주축으로 영화를 만든 것이다. 앨 고어는 전세계를 다니며 약 1천회 이상의 환경보호 강연회를 가졌다. 영화 '불편한 진실'의 내용을 오페라 대본으로 만든 사람은 캐나다 토론토 출신의 로버트 카센(Robert Carsen: 1954-)이다. 다만, 오페라의 제목은 원본대로 '불편한 진실'이라고 하지 않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º)라고 했다. 대본은 영어로 되어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언어들도 사용하였다.


COº 라 스칼라 무대. 인간의 무분별한 소비로 지구온난화가 가속된다는 점을 강조.


앨 고어의 메시지를 영화로 만들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유명한 환경활동가인 로리 데이빗(Laure David: 1958-)이었다. 데이빗은 어느 해에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의를 하는 '타운 홀 미팅'(Town Hall Meeeting)에 참석한 일이 있다. '타운 홀 미팅'은 미국의 정치계가 어떤 사안에 대한 입법조치를 하기 전에 일반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의견을 듣는 일종의 청문회이다. 이날의 '타운 홀 미팅'에는 앨 고어가 슬라이드로 발표를 하였다. 무척 인상적인 발표였다. 더구나 앨 고어의 발표회가 열리던 날 미국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고통을 그린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가 개봉을 시작하였다. 앨 고어의 발표에 깊은 감명을 받은 로리 데이빗은 영화감독인 데이비스 구겐하임을 만나서 앨 고어의 슬라이드 쇼를 영화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그리하여 다큐멘타리 영화인 '불편한 진실'이 만들어졌다. 영화 '불편한 진실'은 2006년 5월 '선댄스 필름 페스티발'(2006 Sundance Film Festival)과 뉴욕, 로스안젤레스에서 동시 개봉되었다. 비록 다큐멘타리이지만 대성공ㅇ르 거두었다. '불편한 진실'은 2개의 아카데미상을 받기도 했다. 오페라에서 앨 고어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인 견해에 대하여, 그리고 지구온난화의 미래 영향에 대하여 설명하고 토론을 하였다. 그는 지구온난화가 정치적인 잇슈가 아니라 도덕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리하여 우리 인간들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현저하게 줄이지 않는다면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것을 멈출수 없을 것이라고 내세웠다. 앨 고어는 또한 북극권에서 어름이 녹는 자료를 보여주며 현재의 COº 레벨이 과거 65만년에 비하여 대단히 높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COº 라 스칼라 무대


○ 영국의 토마스 아데(Thomas Adès: 1971-)의 '절멸의 천사'(The Exterminating Angel)라는 오페라가 있다. 영어 대본의 3막 오페라이다. 대본은 톰 케언스(Tom Cairns)라는 사람이 토마스 아데와 합심하여 완성했다. 이 오페라는 1962년도에 스페인 출신의 멕시코 영화감독인 루이스 부뉴엘(Luis Bunuel: 1900-1983)이 대본을 쓰고 감독한 같은 이름(El ángel exterminador)의 초현실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이 영화는 국제영화비평가협회상 등 여러 상을 받을만큼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인지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를 세계 영화사를 장식하는 1천 편 영화의 하나로 선정하였다. '절멸의 천사'는 토마스 아데의 세번째 오페라로서 잘츠부르크 페스티발과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코펜하겐의 로열 대니쉬 오페라가 공동 의뢰한 작품이다. 오페라 '절멸의 천사'는 2016년 7월에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하우스에서 초연되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에서는 4회 공연이 있었다. 영국 초연은 이듬해인 2017년 4월에 코벤트 가든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였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의 초연은 같은 해 10월이었다. 이 모든 공연에서 대본을 작성한 톰 케언스가 무대감독을 맡았다. 실상 토마스 아데는 영화 '절멸의 천사'를 보고 2000년부터 오페라로 만들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저작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또한 아데의 두번째 오페라인 '템페스트'를 무대에 올려야 한은 일 때문에 '절멸의 천사'의 작곡은 지연되었다. 그러다가 2016년에 모든 것이 완성되어서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의 무대에 올릴수 있었다.


2017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의 한 장면


세뇨르 에드문도 노빌레와 그의 부인인 레티치아는 그의 저텍에서 디너 파티를 갖는다. 그런데 식사가 진행되는 중에 하인들이 하나 둘씩 어디론가 떠나고 나중에는 집사장 한 사람만 남는다. 딘너 후에 손님들은 응접실로 가서 블랑카라는 여인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나타를 듣는다. 시간을 흘러서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하는데 손님들은 이상하게도 살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켓을 벗고 드레스도 느슨하게 하면서 카우치나 의자 또는 바닥에 누워서 하루밤을 보낼 자세들이다. 오페라의 보다 자세한 줄거리는 본 블로그의 오페라 소개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오페라가 되었건 영화가 되었건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는 것이 중론이다. 딘너파티에 참석한 손님들은 프랑코 치하의 스페인에서 지배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스페인의 내전에서 노동자, 농민층을 패배시켰기 때문에 자축하는 연회를 가진 것이다. 이들은 연회가 끝났지만 결코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들은 그들이 자초한 부르조아적인 막다른 골목(cul-de-sac)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들은 그들이 외부세계와 단절된데 대하여 점차 후회하는 기색이다. 그리하여 시간이 흐르자 고상한 품격은 사라지고 비열해지며 안절부절해 한다. 그렇게하여 이들의 치부가 드러나보인다.


'절멸의 천사' 영화의 한 장면


○ 중국 후난성 출신의 작곡가인 탄 둔(Tan Dun: 譚盾: 1957-)의 오페라 '시황제'(The First Emperor)는 1996년에 중국에서 제작한 '진송'(秦頌)이란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오페라이다. 웨이 루(Wei Lu: 1950-)가 스토리를 각색한 영화 '진송'의 영어 제목은 The Emperor's Shadow(황제의 그림자)이다. 영화 '진송'의 스토리는 중국 대륙을 역서상 처음으로 통일하고 나라이름을 진(Qing: 秦)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진시황에 대한 이야기이다. 진시황에 대한 이야기는 일찌기 기원전 중국의 사학자인 사마천(Sima Qian: 司馬遷: 145-85 BC)이 쓴 사기(史記)에 근거한 것이다. 영화 '진송'은 만들어졌지만 중국 당국이 배포금지를 하는 바람에 상영되지 못하고 있었다. 역사적 사실이 정확하게 기술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이미 개봉되었다. 그리하여 베이징 당국도 어쩔수 없이 8개월 후에 상영허가를 내주었다. 탄 둔이 그 영화로부터 영감을 얻어 오페라로 만들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오페라의 영어 대본은 하얼빈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 겸 극작가인 하 진(Ha Jin: 哈金: 金雪飛: Jin Suefei: 1956-)이 맡았다. 오페라 '시황제'는 2006년 12월 21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초연에서 시황제의 이미지는 세기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창조하였며 지휘는 탄 둔 자신이 맡았다. 오페라의 실황은 녹화되어서 2007년 1월에 'Met Live in HD'라는 타이틀 아래 세계 각국의 약 1백개 방송국에서 동시 방영되었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EMI가 DVD 영화로 만들어서 전세계에 공급하였다. 오페라 '시황제'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로스안젤레스 오페라와 공동제작된 것이다. 메트로폴리탄의 '시황제'는 '전쟁과 평화'를 제작한 이래 가장 공들여서 제작된 오페라였다. 오페라 '시황제'의 스토리는 본 블로그의 '추가로 읽는 366편'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시황제(플라시도 도밍고)와 왕 장군(하오 지앙).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

영화 '진송'에서 시황제(지앙 웬)과 유에영 공주(수 칭)


○ 사이파이 영화인 '파리'(The Fly)는 캐나다의 중견 작곡가인 하워드 쇼어(Howard Shore: 1946-)의 2막 오페라이다. 캐나다 출신 영화감독인 데이빗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 1943-)의 1986년도 공포 영화인 '파리'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크로넨버그의 영화는 영국계 프랑스의 작가인 조지 랑겔란(George Langelaan: 1908-1972)의 동명 단편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하워드 쇼어와 영화 '파리'는 인연이 깊다. 그는 일찍이 이 영화의 음악을 작곡했기 때문이다. 오페라 '파리'는 파리의 샤틀레극장(Theatre du Chatelet)이 쇼어에게 의뢰한 작품이다. 그래서 '파리'는 2008년 9월에 이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그전에 이 오페라는 라디오 프랑스의 '프랑스 무지크'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된바 있다. 세스 브런들은 어떤 재단의 재정지원을 받아서 분자의 공간이동에 대한 연구를 하는 괴짜 과학자이다. 베로니카 퀘이프는 파티클이라고 하는 과학잡지의 기자이다. 베로니카는 세스의 텔레포터 발명에 관심이 크다. 텔레포터는 물체 또는 사람까지도 분자구조로 분해하였다가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켜 본래의 모습대로 다시 완성시키는 기계이다.  특종기사를 쓸수 있기 때문이다. 베로니카는 세스로부터 그의 연구과정을 지켜보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그러는 사이에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마침내 기계가 완성되고 비비를 우선 실험대상으로 삼는다. 성공이다. 이번에는 세스 자신이 실험대상이 되기로 한다. 그런데 파리 한 마리가 우연히 기계 안으로 스며 들었다. 세스의 분자가 공간이동을 할 때에 파리의 분자도 함께 이동한다. 파리의 분자는 세스의 분자와 결합하며 결국 세스는 자기도 모르게 파리의 특성을 지닌 인간이 된다. 그 후의 이야기는 본 블로그의 '화제의 2백편'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2008년 오페라 '파리'의 한 장면. 파리 샤틀레 극장 무대

1986년도 영화 '파리'의 한 장면. 세스에 제프 골드블럼(Jeff Goldblum), 베로니카에 지나 데이비스(Geeena Davis).


○ 미국 플로리다 출신인 제이크 헤기(Jake Heggie: 1961-)는 다른 작품들도 작곡했지만 오페라로서 인정받은 현대작곡가이다. 그리하여 제이크 헤기라고 하면 사형수를 선도하려고 노력하는 수녀의 이야기를 담은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 사형수 입장)과 거대한 고래를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에이하브 선장의 이야기를 담은 '모비 디크'(Moby-Dick)를 생각하게 된다. 그의 또 다른 오페라로서 It's a Wonderful Life 라는 것이 있다. 1946년도 헐리우드 영화인 It's a Wonderful Life 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오페라이다. 명우 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인공인 조지 베일리의 역할을 맡았고 도나 리드가 조지의 부인인 메리의 역할을 맡은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판타지 영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멋진 인생'이라고 번역되어 상영된 영화이다. 거장 프랭크 카프라(Frank Capra)가 감독한 이 영화는 미국의 작가인 필립 반 도렌 스턴(Philip Van Doren Stern: 1900-1984)의 단편인 '위대한 선물'(The Greatest Gift)을 원작으로 삼은 것이다. 오페라 '멋진 인생'은 2016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가 초연했다.


'멋진 인생'.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1945년의 크리스마스 이브, 뉴욕의 베드포드 폴스이다. 조지 베일리는 자살을 깊이 생각하고 있다. 그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조지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드렸고 그것이 하늘에 상달되었다. 하늘나라의 2급 천사에 해당하는 클레런스 오드바디는 조지를 구하라는 임무를 맡는다. 클레렌스는 조지에 대한 사전지식을 얻기 위해 조지의 어린 시절이 어떠했는지를 플래쉬백으로 보게 된다. 첫번째는 조지가 12살 때의 일이다. 동생이 얼어붙은 호수에서 잘못해서 빠져 죽게 되었을 때 조지가 용감히 뛰어들어 구출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조지는 한쪽 귀에 이상이 생겨서 듣지를 못하게 된다. 조지는 이밖에도 몇가지 선행을 한다. 1928년에 조지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세계일주를 생각한다. 조지는 고등학교 졸업파티에서 메리를 만나서 사랑의 싹을 키운다. 조지는 파티후에 메리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에 아버지 피터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조지는 세계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집안 일을 돌보아야 했다. 건축 및 대출사업이었다. 마을에서 제일 부자이지만 비열한 인간이도 한 헨리 포터는 조지의 사업체가 라이발이라고 생각해서 무너트리려고 한다. 사업체는 조지가 임원으로 있는다는 것을 전제로 회사를 공개경영키로 결정한다. 조지는 동생 해리가 대학에 다니도록 하며 대학을 졸업하면 사업체를 대신 떠맡도록 한다. 4년후인 1932년, 대학을 졸업한 해리는 결혼하며 조지의 뜻과는 상관 없이 그의 장인이 경영하는 회사에 들어간다. 그래서 조지는 베드포드를 떠나서 새로운 세계에서 살려는 생각을 접어야 했다. 조지는 메리와 결혼다. 조지와 메리는 돈을 모아서 은행을 경영해 보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조지는 사업에 실패하여 급기야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살을 결심한다. 하지만 수호천사의 간섭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멋진 인생' 영화의 한 컷. 제임스 스튜어트와 도나 리드.










ü ä ö è ó é ê 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