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잭 비손의 '살인 전화' - 210

정준극 2019. 6. 27. 12:25

살인 전화(Sorry, Wrong Number) - 미안합니다. 잘못 걸었습니다.

잭 비손의 단막 40분 오페라

루실 플레처의 동명 소설 바탕


잭 비손


1948년에 Sorry, Wrong Number 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스릴러 영화이다. 바바라 스탠위크와 버트 랜카스터가 주연한 영화이다. 바바라 스탠위크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최우수 여배우의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뉴욕 출신의 소설가인 루실 플레처(Lucille Fletcher: 1912-2000)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스릴러 영화가 귀하던 때에 나온 것이어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플레처의 소설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오페라가 만들어졌다. 인디애너 출신의 잭 비손(Jack Beeson: 1921-2010)이 음악을 붙인 오페라이다. 대본은 작곡자 자신이 만들었지만 플레처의 기여도 컸다. 1996년에 완성한 오페라이지만 초연은 1999년 5월 25일에 뉴욕의 실비아 앤 대니 케이 플레이하우스(Sylvia & Danny Kaye Playhouse)에서 이루어졌다. '현대오페라센터'(Center for Contemporary Opera)가 주관한 공연이었다. 공연시간은 4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영화 '살인 전화'의 한 장면. 미세스 스티븐슨 역에 바바라 스탠위크


작곡가 잭 비손은 미국의 오페라 작곡가이다. 오케스트라곡, 실내악곡, 성악곡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작곡했지만 오페라 작곡가로 잘 알려진 사람이다. 메츠의 오페라 라디오 방송을 듣고 오페라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하였고 생전에 9편의 오페라를 완성했다. ○ Captain Jinks of the Horse Marines(1975: 로맨틱 코미디) ○ Cyranno(시라노: 1990: 음악이 있는 영웅 코미디) ○ Doctor Heidegger's Fountain of Youth(하이덱거 박사의 젊음의 생: 1978: 실내오페라) ○ Hello Out There(여보세요 거기: 1953: 실내오페라) ○ Jonah(조나: 1950: 오페라) ○ Lizzie Borden(리찌 보든: 1965: 패밀리 포트레이츠) ○ My Heart's in the Highlands(내마음 하일랜드에: 1969: 실내 오페라) ○ Sorry, Wrong Number(살인 전화: 1996: 오페라) ○ The Sweet Bye and Bye(스윗 바이 앤 바이: 1956 수정본 1958: 오페라)이다. 바이올릿 루실 플레처는 미국의 영화 각본가, 라디오 및 텔리비전 영화 각본가이다. 대표작은 오슨 웰스를 위해 쓴 라디오 연극인 '히치 하이커'(The Hitch-Hiker), 텔리비전 시리즈인 '트와일라이트 존'(The Twilight Zone)이다. 미국 라이도 드라마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 중의 하나인 '살인 전화'도 그의 대표작임을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루실 플레처는 1939년에 작곡가인 베르나르드 헤르만(Bernard Herrmann)과 결혼했다. 베르나르드 헤르만의 오페라 '우터링 하이츠'(Wuthering Heights)의 대본은 루실 플레처가 쓴 것이다. '우터링 하이츠'의 대본은 플레처가 1943년에 쓰기 시작하여 남편과 이혼한 후인 1951년에 완성한 것도 하나의 얘기꺼리이다.


1948년도 영화 '살인 전화'의 한 장면. 레오나역의 바바라 스탠위크와 헨리 역의 버트 랜카스터


루실 플레처의 연극인 '살인 전화'는 1943년에 라디오 연극으로 처음 선을 보였다. 플레처는 이 드라마를 사운드의 실험으로 쓴 것이며 살인 스토리로 쓴 것은 아니라고 밝힌바 있다. 전화를 통한 음성들이 이 연극의 메인 포커스였다. 하지만 실제로 연극을 공연하다보니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이 더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절망적이고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 한 여인의 심정을 꿰뚫어 보여준 드라마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작가가 처음에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스릴러의 성격을 띤 드라마가 되었다. 무대는 세 파트로 나뉘어 진다. 가운데에는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다. 이 장소가 주인공인 미세스 스티븐슨이 공연 내내 머물러 있는 곳이다. 나머지 양쪽의 섹션에는 기타 출연자들이 잠시잠시 모습을 보이는 장소이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살인자만 제외하고 이들 단역들과 간접적으로 전화를 통해서 상호 관련을 가진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시기는 1940년대이며 장소는 맨하튼의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어떤 아파트의 거실이다.

- 레오나 스트븐슨(Leona Stevenson: Spinto S)

- 첫번째 전화 교환원(Contralto)

- 조지(George: B). 청부살인자

- 카포(Capo: Bar). 조지의 보스

- 전화국 수퍼바이저(Ms)

- 배달청년(Bar). 케이크 상점 배달원

- 더피(Sergeant Duffy: Lyric Bar). 경찰서 반장

- 두번째 전화 교환원(Lyric S)

- 웨스턴 유니언 직원(Western Union: B)


소프라노 헬렌 누아(Helen Noir). 런던 로열 알버트 홀


휠체어에 의지해서 지내야만하는 지체부자유자인 미세스 스티븐슨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고자 한다. 하지만 전화는 혼선이 되고 미세스 스티븐슨은 우연찮게 카포라는 사람과 조지라는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된다. 보스인 카포가 청부살인자인 조지에게 밤 11시 15분에 누구를 죽이라고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시간은 고가 철도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이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너무나 급박해서 전화교환원에게 그 전화를 추적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이번에는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 살인사건이 있을 것이니 조치를 취해 달라고 말한다. 전화를 받은 더피 반장은 경찰이 알아서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더피 반장의 말투로 보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조바심이 생기고 걱정이 된다. 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깜짝 놀라서 전화를 받는다. 전보를 취급하는 웨스턴 유니언에서 온 전화이다. 남편으로부터의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해 전화를 건 것이다. 남편은 사업 때문에 지금 보스턴으로 가는 중이며 다음날이나 집에 들어간다는 연락이다. 미세스 스티븐슨이 교환원과 통화를 하고 있는데 전화에서 짤깍하는 소리가 들린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분명히 누가 자기의 전화에 수화기를 견결해서 전화를 도청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교환에게 경찰서를 대 달라고 말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겁이 나서 어쩔줄을 모른다. 급한대로 우선 램프 불을 끈다. 방안이 캄캄해 진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휠체어에서 꼼짝도 못하고 문쪽만 응시하고 있다. 문이 서서히 열리더니 어떤 사람이 미세스 스티븐슨이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시각은 11시 15분이다. 고가철도에서 기차가 지나간다. 소란한 기차소리 때문에 미세스 스티븐슨의 비명소리는 묻혀진다. 전화가 울린다. 경찰서의 더피 반장이 건 전화이다. 그러자 조지가 수화기를 들어서 '미안합니다. 잘 못 걸었습니다'(Sorry, wrong number)라고 말한다. 



영화에서 레오나(바바라 스탠위크)와 헨리(버트 랜카스터)의 결혼


오페라의 스토리는 영화에 비하여 훨씬 압축된 것이다. 오페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참고로 영화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몸이 불편하여 침대에만 누워있는 레오나 스티븐슨은 부유한 사업가인 제임스 코테렐리의 딸이다. 어느날 레오나가 남편 핸리 스티븐슨에게 전화를 거는데 전화연결이 혼선이 된듯 다른 두 남자의 음성이 수화기에서 들린다. 그런데 두 사람의 대화를 잠시 들어보니 어떤 여인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이다. 남자들의 통화는 잡음과 함께 잘 들리지 않았다. 레오나가 알아낸 것은 살인 사건이 밤 11시 15분에 계획되어 있다는 것 뿐이다. 그 시각엔 고가철도의 기차가 지나가기 때문에 기차소리가 어떠한 다른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레오나는 전화국과 경찰서에 전화를 건다. 그러나 이들은 어떤 확정된 세부증거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할수 없다고 대답한다. 레오나의 남편은 늦게 들어온다고 되어 있고 하인들은 모두 집에 가고 없다. 맨하튼 아파트에는 레오나 혼자 있다. 레오나는 미지의 남자들이 통화를 하며 11시 15분에 어떤 여인을 죽이겠다고 한 바로 그 대상자가 자기라는 생각으로 더욱 혼란스럽고 두려운 마음에 휩싸인다.


레오나는 우선 남편과 연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남편이 있을만한 곳에 전화를 계속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러는 중에 레오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과거에 있었던 미스테리 사건들을 생각하며 도대체 자기를 죽이려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레오나가 헨리의 여비서인 엘리자베스 제닝스에게서 알아낸 것은 헨리가 샐로 로드(Sally Lord)라는 매력적인 여자를 데리고 점심 먹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샐리 로드라는 여자는 전에 샐리 헌트라는 이름의 여자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레오나는 지금의 남편인 헨리가 약국의 종업원으로 있을 때 여친인 샐리로부터 헨리를 빼앗은 일이 있다. 레오나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헨리와 결혼하였다. 그후 샐리는 지방 검사실에 있는 변호사인 프레드 로드와 결혼하여 샐리 로드가 되었다. 셀리가 우연히 들은 얘기에 의하면 헨리가 무슨 사건에 연루되었는데 그 사건의 조사를 남편인 프레드가 맡아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샐리는 헨리와 관련된 사건이어서 혹시나해서 무척 걱정을 하고 있는 중에 어느날 남편과 그의 동료 두 사람이 스태튼 아일랜드의 어떤 폐가에서 비밀 회합을 한다는 것을 알고 남편의 뒤를 추적한다. '무단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그 폐가는 공교롭게도 레오나의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는 왈도 에반스(Waldo Evans)라는 화학자의 소유라고 한다. 샐리는 헨리에게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래서 헨리에게 연락하여 점심을 먹자고 한다. 그러나 샐리가 헨리에게 경고를 하기도 전에 헨리는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하면서 식당에서 나갔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후에 샐리는 레오나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저런 새로운 소식들을 전해 준다. 스태튼 아일랜드에 있는 폐가는 불에 타서 없어졌고 모라노라는 이름의 남자를 포함해서 세명이 그 일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집의 소유자인 왈도는 도망가고 없었다고 한다.


얼마후 레오나는 헨리가 보낸 메시지를 받는다. 일이 바뻐서 깜빡 잊고 출장가는 일을 미리 얘기하지 못했으며 다른 도시에 가기 때문에 토요일에나 돌아온다는 것이다. 얼마후 레오나는 닥터 필립 알렉산더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레오나는 오래전부터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힘들게 지내고 있는데 사실 레오나는 심장 전문의인 알렉산더 박사의 진료를 받기 위해 뉴욕에 와서 지내게 된 것이다. 알렉산더는 헨리에게 레오나의 예상 증세에 대하여 열흘 전에 말해 주었지만 헨리는 레오나에게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사실 헨리는 레오나와 결혼할 때에 레오나에게 심장 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헨리가 처음으로 레오나의 심장 질환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은 헨리가 레오나와 심하게 말다툼을 했을 때였다. 헨리는 자기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고 레오나는 아버지 회사에서 중역으로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헨리는 레오나에게 장인의 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중역으로 있는 것은 자기발전을 위해서도 안될 일이라며 반대했다. 그러자 레오나는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 증세를 보여 쓰러진 일이 있었다. 그후 헨리가 다른 기업체에 취업하려고 인터뷰할 예정이었으나 레오나의 아버지가 훼방을 놓는 바람에 무산된 일이 있다. 그로부터 헨리와 레오나는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었다.


레오나의 심장마비 증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주 발생했다. 마침내 레오나는 한 1년전 쯤부터 꼼짝도 못하고 침대에서 생활을 해야 했다. 전문의인 알렉산더 박사는 레오나의 증세가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 더 우세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전문용어로는 성신 신체증(psychosomatic)이라는 것이다. 레오나는 점점 히스테리가 심해졌다. 그러다가 오늘 밤처럼 이상한 전화 내용 때문에 정신이 혼란해지고 두렵기까지 하게 된 것이다. 레오나는 병원에 연락해서 오늘 밤만이라도 돌보아줄 간호원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간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내 줄수 없다고 하녀 더구나 응급 상테로 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해야 간호원을 보내 줄수가 있다고 대답한다. 레오나는 밤 11시 15분이 걱정이었다. 레오나가 시계를 보니 이미 11시가 다 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시계는 멈추어 있어서 지금 시간이 낮 11시를 말하는 것인지를 알수 없었다. 레오나는 더욱 긴장해서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중에 레오나는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는 왈도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왈도는 레오나에게 헨리가 자기에게 코테렐리 제약회사로부터 귀중한 화학약품을 훔쳐서 모라노에게 팔자고 제안 했으며 그 때문에 자기를 스카웃해서 제약회사에서 일하게 했다고 털어 놓는다. 그러다가 얼마후 활도가 뉴저지 공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헨리는 모라노를 바이패스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모라노가 아니었다. 모라노는 몇명의 건달들을 거느리고 나타나서 헨리를 협박하여 그동안 자기를 제키고 장사했기 때문에 수입에 손실이 있었다면서 20만불을 갚겠다는 차용증서에 서명하라고 협박했다. 헨리가 그만한 돈이 없다고 하면서 항의하자 모라노는 '당신 부인인 레오나가 고액의 생명보험에 들어 있으니 레오나를 죽이면 막대한 액수의 보험금을 탈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그후 모라노는 공갈 협박 등으로 체포되었다. 왈도는 레오나에게 헨리가 현재로서는 20만불이라는 거금을 준비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헨리가 지금 있는 곳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준다. 레오나가 그 번호로 전화를 걸자 놀랍게도 그곳은 시청의 시체공시소인 것을 알게 된다. 얼마후 헨리로부터 전화가 온다. 코네티커트의 뉴 헤이븐 기차역에서 거는 것이라고 한다. 레오나는 헨리에게 왈도 에반스가 이러저러한 소식을 전해주었다고 얘기해 준다. 레오나는 11시 15분에 살인이 이 아파트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며 그래서 두렵다고 얘기한다. 헨리는 시간을 보니 11시 15분이 되려면 이제 몇 분 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발코니로 나가서 도와달라고 소리치라고 말한다. 그러나 레오나는 침대에서 움직일수가 없기 때문에 발코니로 나갈수 없다고 말한다. 레오나는 헨리에게 지금 아랫층 계단을 누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고 다급하게 말한다. 잠시후에 어떤 남자가 레오나의 침실로 들어온다. 레오나는 목숨만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자 있는 힘을 다해서 비명을 지른다. 그 남자는 레오나의 목을 졸라 죽인다. 헨리는 레오나로부터 아무런 소리가 들지 않자 미친듯이 다시 교환을 불러 전화를 연결해 달라고 말한다. 전화기에서는 '미안합니다. 잘못 걸었습니다'라는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1948년도 영화에서 레오나 역의 바바라 스탠위크


이번에는 연극 극본의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도 오페라를 이해하는데 참고하 될 것으로 생각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지만 계속 통화가 되지 않자 신경질을 부리며 수화기를 내동댕이친다. 극작가는 그를 성을 잘내고 불평이 많으며 자기 중심적이고 신경과민적인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남편은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서 일할 것으로 생각되어서 전화를 걸어 보지만 번번히 통화중 신호만 울린다. 그렇게 하기를 거의 한시간이나 지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참다 못해서 전화국의 교환수에게 전화를 건다. 그는 교환수에게 번호를 가르쳐주고 대신 시도해 달라고 부탁한다. 잠시후에 교환원이 미세스 스티븐슨에게 연결되었으니 통화하라고 전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전화기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자 남편이 아닌 것을 즉각 알아챈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그 남자에게 누구냐고 여러번 묻는다. 하지만 대답이 없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남편을 바꿔 달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역시 그 남자는 미세스 스티븐슨의 음성을 듣지 못한 것같다. 대신에 그 남자는 어떤 다른 남자와 얘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 다른 남자도 물론 미세스 스티븐슨의 남편은 아니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두 남자의 대화를 무심코 듣는 중에 두번째 남자의 이름이 조지라는 것을 알게된다. 두 남자의 전화 통화가 계속되자 미세스 스티븐슨은 좀 더 많은 사항을 알게 된다. 첫번째 남자는 조지에게 그들의 고객이 '오늘밤 해안은 맑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른다. 아마 무슨 암호문 같다. 그후 첫번째 남자는 조지에게 상당한 세부적인 사항을 얘기한다. 말하자면 그 동네를 순찰하는 경비가 술한잔 마시기 위해 초소를 떠나는 시각이 밤 11시라는 얘기 등이다. 또한 그로부터 정확히 15분 후에 전철이 지나갈 것이므로 죽이려는 그 여자가 아무리 소리를 지르더라도 전철 소리에 묻혀서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한다. 그 남자는 조지에게 살인은 재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며 되도록이면 피를 적게 흘리도록 해야한다는 말도 한다. 왜냐하면 이들의 고객이 그 여자가 오랫동안 고통을 받으며 죽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첫번째 남자는 조지에게 그 여자의 보석들을 훔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보석들이 있는 장소를 정확히 알려준다. 그러면 강도에 의한 우발적인 살인으로 보일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고 보면 살인을 의뢰한 사람은 그 여자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분명했다.


두 남자의 통화 내용을 거의 모두 들은 미세스 스티븐슨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이날 밤에 살해될 여인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구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전화국 교환원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기와 혼선이 된 전화의 번호를 추적해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화가나서 교환원에게 '미련 곰퉁이'라고 소리치고 전화를 끊는다. 얼마후 전화국의 교환원이 미세스 스티븐슨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원래 요청했던 번호로 다이알을 돌려 연결코자 했지만 계속 통화중이어서 연결할수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 후로도 미세스 스티븐슨은 교환원을 통해서 원래 걸려던 번호로  연결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교환원은 한시간이나 시도해 보았지만 연결할수 없다고 말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아마도 교환원이 번호를 잘못 돌리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교환원에게 다이알을 잘못 돌렸다면 그 잘못 돌린 번호로 다시 한번 돌려보아 달라고 요구하지만 교환원은 잘못 돌린 일이 없으며 설령 번호를 잘못 알고 돌렸더라도 그 잘못 돌린 번호를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대답한다. 속이 상한 미세스 스티븐슨은 교환원 반장을 바꾸어 달라고 말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교환원 반장이 전화에 나오자 혼선된 전화를 통해서 살인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설명한 후에 이들이 전화번호가 몇 번인 곳에서 통화를 했는지 알아 달라고 부탁한다. 교환원 반장은 미세스 스티븐슨이 경찰도 아니고 정부의 공무원도 아니며 단순히 일반 시민인 것을 알고는 미세스 스티븐슨에게 우선 경찰에 신고부터 하라고 권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교환원 반장에게 그렇다면 경찰서로 연결해 달라고 부탁한다.


경찰서의 그날 밤 당번은 더피 경사(Sgt Duffy)였다. 더피 경사는 미세스 스티븐슨으로부터 전화가 오기 직전에 야식을 주문한바 있다. 더피 경사는 야식 배달 소년이 주문한 것 대신에 엉뚱한 파스트리를 가져와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더피 경사가 기왕 배달해 온 야식을 먹기 시작할 때에 미세스 스티븐슨의 전화를 받는다. 더피 경사는 전화신고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였는데 '살인'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야식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미세스 스티븐슨의 말에 잔뜩 귀를 기울인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더피 경사에게 전화를 통해 들었던 내용들을 자세하게 얘기해 준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두 남자가 어떤 여자를 죽이려하고 있으며 시간은 대체로 밤 11시 15분 전후라고 말해 준다. 하지만 장소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서 얘기를 해주지 못한다. 더피 경사는 미세스 스티븐슨에게 이것 저것 더 물어보지만 대답히 시원치 앉자 살인 신고에 대하여 별다른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전화를 끊고 난 더피 경사는 먹던 야식이나 계속 먹는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다시 더피 경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남자들이 통화한 전화의 번호를 알지 못하지만 그들이 계획하고 있는 살인이 2번가 근처에서 일어날 것같다는 얘기를 해준다. 더피 경사는 2번가는 여러 도시에 있는데 어떤 도시인지 모르나고 묻지만 미세스 스티븐슨은 대답을 하지 못한다. 더피 경사는 뉴욕에서만도 하루에 살인 사건이 여럿번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얘기하면서 경찰로서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아 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세스 스티븐슨에게 '혹시 장난 전화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이어서 '혹시여 여사님의 측근에 있는 사람이 여사님을 죽이려는 계획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도 묻는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더피 경사의 질문이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누가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는 말인가? 미세스 스티븐슨은 더피 경사에게 남편은 자기를 아주 열열히 사랑하고 있으므로 혹시 남편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는 생각이라면 그건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고 잘라 말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더피 경사에게 남편은 자기가 12년 전에 몸이 불편해져서 침대에만 누워 있게 된 때부터 대단히 헌신적으로 곁을 떠난 일이 거의 없으며 마지못해 출장을 가더라고 반드시 연락을 해왔다고 설명한다. 더피 경사는 그렇다면 걱정할 것이 없으니 그저 편안하게 쉬고 있기 바라며 살인이니 뭐니 하는 것은 우리 경찰이 맡아서 처리할 것이니 안심하라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긴 통화가 마무리 되자 더피 경사는 먹던 일을 계속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경찰의 말에 실망하고 더욱 긴장해 지고 두려워 진다. 그래서 남편에게 전화를 계속 시도하지만 이상하게도 번번히 통화중이다. 잠시 전화를 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에 답자기 전화 벨이 울린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수화기를 얼른 집어 들고 '여보세요'라고 말하지만 상대방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있다가 전화를 끊는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교환원을 불러 다시 불평을 말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전화를 왜 연결해 주었느냐는 불평이다. 교환원과의 통화가 끝나자 잠시후에 또 다시 전화 벨이 울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웨스턴 유니온의 교환원이다. 전보가 왔기 때문에 내용을 전달해 주겠다는 전화이다. 전보는 남편이 보낸 것이다. 남편은 일이 있어서 오늘 밤에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전보에는 남편이 미세스 스티븐슨에게 계속 전화를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통화 중이어서 어쩔수 없이 전보를 보낸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남편은 회사의 급한 업무로 보스턴에 갔다가 내일 오후에나 뉴욕으로 돌아온다고 전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남편이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자기를 혼자 두다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남편은 최근 몇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자기 곁에 있었지 아니한가?  미세스 스티븐슨은 혼자서 운신할수가 없다. 누가 있어야 한다. 오늘 밤에는 하인들도 모두 집으로 가고 아무도 없다. 남편이 있어야 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남편이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점점 초조해 진다. 누군가 옆에 있어 주기를 바란다. 혼자만 계속 있는다면 미치게 될것 같아서 걱정이다. 2년전의 일이 머리에 떠오른다. 수술을 받기 위해 헨클리 병원에 있었다. 그때에도 간호원이 줄곧 미세스 스티븐슨의 곁을 지켜주었다. 그 생각이 나서 그는 병원으로 다이알을 돌린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간호원이면 아무나 한사람 집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병원의 담당 직원은 응급상태가 아니면 간호원을 파견할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간호원을 환자의 집으로 보내려면 우선 담당 의사의 처방이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더구나 현재 병워에서는 간호원이 부족하여 파결나갈 사람이 없다고 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전보다 더 패닉 상태가 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전화에 대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정신을 차린듯 지금 살인사건이 터지려고 하니 도와달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만일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정말로 정신이상이 생길것 같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자 병원의 담당자는 그렇다면 미스 필립스를 보내드릴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만, 미스 필립스는 11시에 저녁을 먹으로 밖에 나갔으니 돌아오면 말해 보겠다는 것이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11시라는 말에 전화의 두 남자들이 더피 형사도 11시에 바에 가서 술 한잔을 마신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생각난듯 병원 직원에게 지금 몇시이냐고 묻는다. 11시 14분이라는 대답이다. 바로 그 순간에 미세스 스티븐슨은 전화기에서 딸깍하는 소리를 듣는다. 누군가 아랫층에서 다른 수화기를 들고 듣는 것 같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병원 직원에게 누군가 이미 아랫층 부억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 겁이 나서 죽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내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미세스 스티븐슨는 누구에게 소리쳐서 도움을 청해야 할지, 또는 죽은 듯이 가만히 있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한다. 이어서 누군가 2층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수 없다. 미세스 스티븐슨는 그 순간에 전화기를 들고 교환원을 찾는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수화기에 입을 대고 속삭이는 듯이 말한다. 그러자 수화기에서 또 다시 딸깍하는 소리가 들린다. 미세스 스티븐슨는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이 올라와요'라고 소리친다.


전화국 교환원이 경찰에 전화를 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어떤 남자가 미세스 스티븐슨의 방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미세스 스티븐슨은 미지의 남자가 붙잡고서 덤벼들자 비명을 지르지만 마침 그 순간에 침실 창밖으로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우렁우렁 들린다. 미세스 스티븐슨의 팔이 침대 아래로 힘없이 내려진다. 검은 옷을 입은 그 남자는 수화기를 들어 더피 경사에게 '미안합니다. 잘 못 걸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교환원이 미세스 스티븐슨의 전화를 경찰에게 연결했고 더피 경사가 수화기에 대고 무슨 일이냐고 묻고 있던 때였다. 살인범은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경찰서의 더피 경사도 수화기를 내려 놓으면서 어깨를 한번 으쓱한다. 별일도 아니라는 제스추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