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베르너 헨체의 '잉글리쉬 캣' - 213

잉글리쉬 캣(영국 고양이: Die englische Katze: The English Cat)

한스 베르너 헨체의 2막 오페라

발작 원작의 '잉글리쉬 캣의 상심'(The heartbreak of an English cat) 바탕

한스 베르너 헨체

오페라 '잉글리쉬 캣'(The English Cat)은 독불영의 합작이다. 작곡은 독일의 한스 베르너 헨체(Hans Werner Henze: 1926-2012)가 했고 영어 대본은 영국의 에드워드 본드(Edward Bond: 1934-)가 맡았으며 원작은 프랑스의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 1799-1838)의 '잉글리쉬 캣의 상심'(Peines de coeur d'une chatte engloise: The Heatbreak of an English Cat)이기 때문에 그렇게들 부른다. 독일 서부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있는 귀터슬로(Gutersloh)에서 태어난 한스 베르너 헨체는 1953년에 독일에서의 정치적 이념이 맞지 않고 또한 동성애에 대하여 사회적인 편견이 극심하다고 해서 독일을 떠나 이탈리아로 이주했다가 다시 독일로 돌아와 드레스덴에서 여생을 보냈다. 그는 말년에 영국과 독일의 각지를 폭넓게 여행하였으며 심지어는 쿠바에서 1년여 동안 활동하기도 했다. 한스 베르너 헨체는 공인된 맑스주의자였으며 이탈리아에 살 때에는 이탈리아 공산당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호치민과 체 게바라를 기리는 레퀴엠을 작곡하기도 했다. 체 게바라를 위한 레퀴엠은 '메두사의 뗏목'(Das Floss der Medusa)이라는 것으로 오라토리오 형식의 작품이다. 좌익성향의 가사로 된 이 레퀴엠은 1968년 함부르크에서 초연되었다. 그때 무대에 대형 붉은 기를 걸어 놓았었고 이 때문에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측과 지지하는 측의 난동이 일어나 사람들이 체포되는 사태까지 발전된 일이 있다. 체포된 사람 중에는 이 오라토리오의 대본을 쓴 에른스트 슈나벨도 포함되었다.

상심의 퍼프 경

이야기가 잠시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갔음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다시 헨체에 대한 소개로 돌아가면 그는 실로 다작의 작곡가였다. 그는 많은 작곡을 해서인지 작품의 스타일도 다양했다. 병렬주의(Serialism) 작품이 있는가 하면 무조성(Atonality) 작품도 있다. 그는 스트라빈스키, 이탈리아 음악, 아랍 음악, 재즈, 그리고 전통적인 독일학파의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는 10편의 교향곡을 비롯하여 수많은 실내악곡, 기악곡, 오케스트라곡, 발레곡, 합창곡, 성악곡, 독주곡 등등을 남겼고 그 중에서 오페라는 무려 40편이나 완성했다. 첫 오페라는 1948년, 그가 22세 때에 완성한 것으로 Das Wundertheater(경이극장)라는 것이었으며 마지막 오페라는 2010년에 완성한 Gisela(기젤라)라는 것이다. 그의 오페라 중에서 우리 귀에 익은 몇 몇 작품들을 소개한다면, Der Junge Lord(젊은 공자), Der Prinz von Homburg(홈부르크 공자), Elegry for Young Lovers(젊은 연인들을 위한 엘레지), Boulevard Solitude(고독대로), Wer Come to the River(강으로 가다), Montezuma(몬테추마), Venus and Adonis(비너스와 아도니스), Phaedra(페드라) 등등이다. 영어 대본을 쓴 에드워드 본드는 영국의 극작가, 극장감독, 시인, 각색가로서 수많은 연극의 극본과 오페라 및 발레의 대본을 쓴 저명인사이다.  그는 헨체와의 친분으로 헨체의 오페라인 '강으로 가다'(We Come to the River)와 '잉글리쉬 캣'의 대본을 썼다.

재판을 받는 미네트. 배심원은 별과 새들이다.

오페라 '잉글리쉬 캣'은 1983년 6월 2일 독일 슈베칭겐(Schwetzingen) 페스티발 기간중 슈베칭겐 슐로스테아터(Schlosstheater)에서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가 초연했다. 이때에는 영어 대본을 독일어로 번역하여 사용했다. 프랑스 초연은 1985년 7월 13일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에서였다. 오리지널 영어 대본에 의한 초연은 1985년 8월 19일 미국의 산타 페(Santa Fe)에서였다. 영국 초연은 1987년 8월 19일 에딘버러의 리스 극장(Leith Theater)에서였다. 헨체는 1990년에 '잉글리쉬 캣'의 수정 버전을 만들었다. 이 수정 버전은 그해에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에 있는 몬테풀치아노(Montepulcano)에서 처음 공연되었고 이어 이듬해에 런던에서 공연되었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한 사람이 다른 역할도 맡는 경우가 많다. 출연진은 거의 모두 동물들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의상 준비가 쉽지 않다. RSPR 은 왕립고양이보호협회(Royal Society for the Protection of Rats)를 말한다. 독일어로는 KGSR 이라고 한다. Königlichen Gesellschaft für den Schutz der Ratten 의 약자이다. 시기는 1890년대이며 장소는 런던의 미세스 할리팍스의 집이다. 할리팍스 부인의 애완 고양이인 퍼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회 풍자적 내용이다. 1983년 슈베칭겐에서의 초연에서는 미네트를 소프라노 잉가 닐센(Inga Nielsen)이, 톰을 바리톤 볼프강 쇠네(Wolfgang Schöne)가 맡아서 이들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창조하였다.

퍼프 경과 미네트. 하노버 오페라

- 미네트(Minette: Light High S). 고양이. 퍼프 경의 부인

- 루이스(Louise: S). 생쥐. RSPR 회원 별 겸 배심원(새) 역할

- 바베트(Babette: Ms). 고양이. 미네트의 여동생. 달 겸 배심원(새) 역할

- 퍼프 경(Lord Puff: Light High T).  숫고양이. RSPR 회장, 무대 뒤의 세레나데 가수 중 하나

- 레이디 투들(Lady Toodle: Ms). 고양이. RSPR 회원. 별 겸 배심원(새)

- 톰(Tom: Bar). 미네트의 애인

- 피터(Peter: Light Lyric Bar). 숫고양이. 톰의 친구. RSPR 회원 겸 고양이인 미스터 킨(Mr Keen) 겸 변호사(개) 겸 교구 목사님 겸 무대 뒤의 세레나데 가수 중 하나 겸 여우 루디안(Ludian).

- 존스(Jones: B-Bar). 숫고양이.고리대금업자 겸 미스터 폰(), RSPR 회원 겸 판사(개) 겸 무대 뒤의 세레나데 가수 중 하나

- 미스터 플런케트(Mr Plunkett: Bar). 숫고양이. RSPR 회원 겸 검사(개). 무대 뒤의 세레나데 가수 중 하나

- 아놀드(Arnold: B). 퍼프 경의 조카. 숫고양이. 무대 뒤의 세레나데 가수 중 하나 겸  

퍼프 경과 미네트의 원하지 않는 결혼

무대는 레이디 할리팍스의 저택의 이곳저곳이다. 태비 캣(Tabby cat)이라고 불리는 영국 얼룩무늬 고양이인 퍼프 경(Lord Puff)은 왕립고양이보호협회(RSPCR)의 멤버들을 소집한다. 모두 퍼프의 동료들이다. 왕립고양이보호협회는 이른바 귀족 고양이들의 모임이다. 고양이보호협회(RSPR)는 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Rats(RSPCR)이라고도 부른다. 이 협회에는 귀족에 해당하는 고양이 또는 부유한 고양이들이 이사회의 멤버로 들어와 있다. 평화주의자, 반전주의자, 무저항주의자도 이 협회의 멤버로 들어와 있다. 그런데 이 협회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루이스라는 이름의 생쥐 한마리를 마스코트처럼 기르고 있다. 루이제는 고아였지만 퍼프 경의 주선으로 협회의 마스코트가 된 것이다. 퍼프 경이 소집한 이사회의 목적은 퍼프의 약혼녀인 니테트를 공식적으로 이사들에게 소개하고 그들로부터 결혼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 퍼프 경은 독신이지만 나이가 아주 많다. 그래서 젊은 니네트와의 결혼이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퍼프 경의 조카로 아놀드라는 청년이 있다. 말썽만 부리는 방탕한 청년이다. 아놀드는 삼촌인 퍼프 경이 어서 죽기를 바란다. 그래야 재산도 물려 받고 잘만하면 니네트와도 섬싱이 이루어질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네트는 시골에 사는 고양이지만 레이디 할리팍스가 자기의 애완 고양이인 퍼프와 짝을 지어주려고 런던으로 데려온 것이다. 미네트와 함께 여동생인 바베트도 함께 올라와 레이디 할리팍스의 저택에 잠시 기숙하고 있다. 바베트는 RSPR의 이사들이 모두 채식주의자인 것이 걱정된다. 고양이는 쥐를 잡아 먹어야 하는데 채소만 먹고 어떻게 살지 걱정인 것이다.

퍼프 경과 RSPR 이사들

이사회에는 여러 이사들이 참석한다. 루이스도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사회는 예정대로 원만히 끝난다. 모두들 앞으로 있을 퍼프 경과 니네트의 결혼을 축하한다. 그러나 니네트는 어쩐지 각본대로 진행되는 것 같아서 씁씁할 심정이다. 니네트는 맑은 공기와 함께 혼자 있고 싶어서 지붕 위로 올라간다. 나네트는 지붕 위에서 길고양이인 톰을 만난다. 니네트는 자유분방한 톰과 사랑에 빠진다. 얘기를 하다보니 톰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니네트는 퍼프 경과의 약혼을 파기하고자 한다. 물론 파혼에 따른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이다. 시골에 있는 교구 목사님의 얼굴도 생각이 난다.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고 말해 주었던 목사님이었다. 한편, 아놀드는 삼촌이 퍼프 경을 없애려고 독을 탄 차를 마시게 하지만 실패한다. 결국 재판이 열린다. 배심원단은 새들이다. 니네트는 유죄판결을 받는다. (다른 버전에는 미네트가 퍼프 경과 결국은 정식으로 결혼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제 레이디 퍼프가 된 미네트는 시골생활과는 전혀 다른 생활에 익숙해야 했다. 음악적인 환경에서 지내야 했고 자선행사에도 자주 참석해야 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레이디 퍼프(미네트)에게는 싫증을 주는 것이었다.) 미네트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톰은 군대에 들어간다. 하지만 도저히 미네트가 생각이 나서 그대로 있을수가 없다. 톰은 미네트를 보기 위해 탈영을 한다.

미네트와 톰의 관계를 알고 난 후 충격을 받아 쓰러진 퍼프 경. 남가주대 손톤음악대학

 

두 사람은 극적인 만남을 갖는다. 그 광경을 RSPR회원들이 목격한다. 퍼프 경이 두 사람의 밀회 소식을 듣는다. 퍼프 경은 사회적인 체면도 있고 해서 미네트와 이혼키로 한다. 그리고 톰은 체포되어서 재판에 넘겨진다. 톰은 의 런던의 올드 베일리(Old Bailey)에 있는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그런데 재판을 하는 중에 톰이 실은 오래전에 잃어버린 페어포트 경(Lord Fairport)의 아들이란 것이 밝혀진다. 페어포트 경은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고양이이다. 이로써 톰은 영국에서 가장 부자인 고양이가 된다. 미세스 할리팍스는 번민 중에 있는 미네트를 편하게 해주기로 결심한다. 자루에 넣어서 테임스 강에 던지기로 한 것이다. 한편 톰은 니네트의 여동생인 바베트를 만나 어찌어찌 하다보니 바베트와 사랑에 빠진다. 톰은 미네트에게 바베트와의 사랑을 축복해 달라고 요청한다. 미네트는 그것도 운명이라면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여 죽기 전의 마지막 행동으로 톰과 바베트에게 축복을 준다. 하지만 톰은 그의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어떤 서기의 손에 살해 당한다. 그 서기는 바베트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터였다. 톰이 죽자 톰의 그 많은 재산은 RSPR 회원들이 이리저리 훔쳐간다. 루이스는 RSPR에서의 생활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RSPR를 떠나 보통 쥐로서 살기로 결심한다.  

런던의 올드 베일리 법원 청사. 이곳에서 톰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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