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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기술은 국력입니다

정준극 2019. 7. 7. 19:19

원자력 기술은 국력입니다.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국제원자력기구, 즉 IAEA의 기술협력 국장을 지냈고 이어 사우디 원자력청의 기술고문 활동을 했던 김병구 박사가 '원자력 포럼' 2017년 가을호의 '원자력 살리기' 특집에 기고한 내용이다. 귀중한 글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재한다.]


                                

어느 나라든 원자력발전을 하는 나라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가장 기본으로 따진다. 우리가 처녀 수출에 성공한 중동의 UAE도 자국내 최초의 원전을 걸설 중인데 원자력 기술과는 거리가 먼 나라로 거의 100% 한국 기술에 의존한다. 그래도 안전성만은 독자적인 규제기관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챙기고 있고 발주자인 전력회사는 발전단가가 가장 경제적인가를 확실히 따진다. '탈원전'으로 비추어지는 새 정부의 방침이 우리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이유는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 이외에도 현재 한국의 원자력 기술이 달성한 국제 경쟁력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듯하다. 지난 60년간 천신만고의 기술자립 노력 끝에 이루어낸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에 향후 수백조원의 세계 원전 시장을 중국과 러시아에게 자신 양도하는 꼴이 될수 있다. 우리의 원자력 시기술이 TV, 반도체 같은 전자 분야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산업으로 인정받게 된 배경을 알아보자.


UAE의 바라카 원전. 우리 기술에 의한 원전이다.


1950년대 우리가 아직 6.25 참화로 가난에 허덕이던 시절, 당시 80대 고령의 이승만 대통령이 역사적인 용단을 내린다. 지하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잘 사는 길은 두뇌자원을 극대화 하는 길 뿐이고 원자력 기술이 바로 그 지름길임을 간파한 것이다. 원자력의 펴오하적 이용을 위한 법 제도와 원자력연구소를 1959년 설립하고 서울공대에 원자력공학과를 신설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수재들이 구름같이 모여 공과대학 최고 학과를 이루었고 단돈 100불도 어려웠던 시절 수백명의 원자력 공학도들을 미국, 영국으로 유학 보냈단다. 한마디로 원자력 인재 양성을 위해 국가 최고 지도자부터 앞장을 섰고 이들이 뿌리가 되고 전통이 세워져 오늘의 원자력 기술입국이 되었다.


1959년 7월 14일. 현재의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구 한국원자력연구소 구내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로인 트리마 마크 2호의 기공식에 참섯하시어서 우리나라 원자력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역사적인 삽을 뜨고 있다. 옆에는 원자력원(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전신)의 김법린 초대 원장.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1979년 TMI 사고 후 미국의 원전 산업이 전반적인 된서리를 맞았고 1986년 Chernobyl 사고로 유럽의 원전 사업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 이때 한국만이 최신 제3세대 원전 기술 도입과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원자력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뛰어 넘고 한국형 원전 APR 1400 개발에 성공한다. 선두주자들이 주춤하는 사이를 하늘이 내리신 기회로 삼아 한국 원전 기술이 세계 속에 우뚝 서게된 것이다.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거북이가 낮잠 자는 토끼를 따라 먹는 격이다. 기술이란 반복해서 건설해 봐야 know-why까지 터득되어 신기술 개량이 이루어지는 법. 국내에서만 최신형 원전을 주도로 20여기씩 반복 건설하다보니 700여개의 기자재 공급 회사들이 전문화, 첨단화 되어 수출까지 하는 국제 경쟁력이 생겼고 모방기술에서 한발 나아가 원천기술까지 확보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에 대형 원자로를 획기적으로 축소한 일체형 소형 원전 SMART 기술이 한국 고유의 원천기술로 인정되어 사우디에 수출까지 하게 되었다. 원전 기술에 버금가는 방사선 이용 기술도 다양한 국산화가 이루어져 의료용, 산업용 동위원소의 생산, 공급, 판매에서 관련 기자재 공급까지 국제적인 위상이 확고하다.


우리나라 기술진이 개발한 APR 1400 모형도. 미국 NRC도 안전성을 인정하였다.


원자력 기술은 2차 세계대전 말 당초부터 군사적/평화적 이용의 양면성을 지니고 태어난 기술이다. 미국 해군이 1953년에 개발한 세계 최;초의 원자력잠수한 Nautilus 호의 건설로 이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엔진에 해당하는 원자로 계통기술은 소형 가압식 경수로의 원자로 계통과 기술적으로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에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SMART 원전 사업과 해양 원전 사업과의 기술적 연관성만 보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행하게도 북한은 지난 반세기가 넘게 오로지 군사적 목적의 핵무기 개발에만 전념하여 전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평화적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인 제3세대 경수로 기술의 산업화에 성공하여 세계인의 부러움과 칭송을 받고 있다. UAE에 이어 사우디 등 우리 원전의 해외 수출 사업이 이어지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니겠는가? 분명 평화적/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기술은 핵물리에서 시작되어 같은 뿌리이지만, 원전 기술의 난이도와 첨단성, 안전성은 무기기술과 비교할수 없는 높은 수준의 경지이다.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인 미국의 노틸러스호. 1954년 1월 21일 진수식(Christening Ceremony)을 가졌다.


마치 야간에 찍은 한반도의 위성 사진에서 극명하게 대조가 되듯, 북한은 칠흑같은 깜깜한 기술로 세계를 협박하는 반면, 우리는 대낮 같이 밝은 원전 전기 생산으로 세계 속에 원자력 기술 강국이 되었다. 국내 원전은 기저부하로 특히 야간 발전의 주역이다.이 기술을 유지하려면 끊임없는 원자력 안전성, 차세대 원전, 폐기물 처리, 폐로 기술 등 연구개발이 지속되어야 함은 더 이를 나위가 없다. 이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를 시작으로 전개되는 새정부의 구상은 극명한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고민하게 된다. 터무니 없이 과장된 안전성/경제성 논리의 환경주의자 따라서 국내 원자력 기술의 기반을 연구개발부터 노려낼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기술의 바탕 위에 더 좋은 안전성과 경제성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원자력의 선두 주자로 남을 것인가? 과연 국내에 짓는 신규 원전을 포기한다면 해외 수출용 원전이나 해양 원전은 개발이나 할수 있겠는가> 자기 나라에는 불안해서 못짓게 한다면서 외국에는 수출한다면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제3세대 원전을 신규 건설 중에 있고 후쿠시마 사고의 본 고장인 일본도 일시 폐쇄되었던 기존 원전들을 연차적으로 재가동하고 있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인공위성에서 찍은 한반도 밤. 북한에는 불이 켜있지 않아 어둡다.


설계 수명이 다 된 원전은 무조건 폐쇄한다는 주장 역시 시대에 안맞는다. 원자력 선진국의 모든 원전들은 수명기간이 오기 전에 충분한 안전성 검토와 설비교체, 보수 과정을 거친후 10년 이상 수명 연장을 하는 것이 상례다.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사고 예방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결과다. 수만명의 고급 일자리 창출과 국제 수지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초대형 사업을 과연 무시할수 있겠는가? 북한은 수소탄가지 개발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현실 하에서 건국후 60여년간 이 땅위에 세워진 평화적 에너지 생산의 원자력 산업기술은 국제경쟁력이 가장 높은 기술이 되었다. 이것이 진정 우리의 국력일 터인데 작금의 중차대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누가 이를 외면할수 있겠는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중성자 실험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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