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매튜 해리스의 '카인의 마크' - 215

정준극 2019. 7. 11. 11:47

카인의 마크(The Mark of Cain)

미국의 매튜 해리스(Matthew Harris)의 오페라

 

매튜 해리스

 

미국 줄리아드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매튜 해리스(Matthew Harris)가 단막의 오페라인 '마크 오브 카인'(The Mark of Cain)을 작곡하였다. 대본은 테리 퀸(Terry Quinn)이 맡았다. 이 오페라는 2012년 3월 27일 뉴욕 맨하튼의 플리극장(The Flea Theater)에서 초연되었고 이어 뉴욕의 성베트로교회에서 공연되었다. 플리극장에서의 공연은 '현대오페라센터'(The Center for Contemporary Opera)가 무대에 올렸고 성베드로교회에서의 공연은 첼시오페라단이 주관한 것이다. 타이틀인 The Mark of Cain은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 글자그대로 한다면 '카인의 마크'이지만 마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명확치 않아서 이해가 어려울 경우가 있다. 영국에서 2007년에 TV 영화로서 The Mark of Cain을 제작한바 있다. 제라드 컨스와 매튜 맥널티(Matthew McNulty)가 주연한 영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영화를 '마크 오브 케인'이라고 번역했다. 모르는 사람을 더 모르게 해주는 타이틀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이 카인에게 마크하고 있다. 첼시 오페라


소설이든 영화이든 오페라이든 The Mark of Cain의 스토리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기본으로 삼은 것이다. 창세기 4장 1-15절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시간도 있고 별로 할일도 없으므로 창세기 4장 1-15절의 말씀을 소개코자 한다.

 

1 아담이 그의 아내 하와와 동침하애 하와가 임신하여 가인(Cain)을 낳고 이르되 내가 여호와로 말미암아 득남하였다 하니라

2 그가 또 가인의 아우 아벨을 낳았는데 아벨은 양 치는 자였고 가인은 농사하는 자였더라

3 세월이 지난 후에 가인은 땅의 소산으로 제물을 삼아 여호와께 드렸고

4 아벨은 자기도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으로 드렸더니 여호와께서 아벨과 그의 제물은 받으셨으나

5 가인과 그의 제물은 받지 아니하신지라 가인이 몹시 분하여 안색이 변하니

6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가 분하여 함은 어찌 됨이며 안색이 변함은 어찌 됨이냐

7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선을 행하지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 죄가 너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어라

8 가인이 그의 아우 아벨에게 말하고 그들이 들에 있을 때에 가인이 그의 아우 아벨을 쳐죽이니라

9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그가 이르되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

10 이르시되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네 아우의 핏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

11 땅이 그 입을 벌려 네 손에서부터 네 아우의 피를 받았은즉 네가 땅에서 저주를 받으리니

12 네가 밭을 갈아도 땅이 다시는 그 효력을 네게 주지 아니할 것이요 너는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

13 가인이 여호와께 아뢰되 내 죄벌이 지기가 너무 무거우니이다

14 주께서 오늘 이 지면에서 나를 쫓아 내시온즉 내가 주의 낯을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될지라 무릇 나를 만나는 자마다 다를 죽이겠나이다

15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된 그렇지 아니하다 가인을 죽이는 자는 벌을 칠 배나 받으리라 하시고 가인에게 표를 주사 그를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죽임을 면하게 하시니라

 

가슴에 하나님이 준 마크가 있는 카인


이상의 기록에서 볼수 있듯이 '마크 오브 케인'이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가인에게 주신 표로서 그 표를 보는 사람은 가인을 절대로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살생부에서 살아남을수 있는 표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매튜 해리스의 오페라는 이와 같은 창세기의 기록을 스토리로 삼은 것이 아니다. 가인이 방황하다가 놋이라는 땅에 도착하여 살기 시작한 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성서에는 나오지 않지만 가인에게는 누이동생이 하나 있으니 첼라(Zellah)라고 하며 가인과 함께 이 오페라의 주역이다. 가인은 드라마틱 바리톤이 맡는다. 가인은 에녹(Enoch)의 아버지이다. 가인의 성격은 무뚝뚝하며 퉁명스럽지만 고뇌에 넘쳐 있으며 정신적으로 갈등이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가인은 아들 에녹을 낳고 그가 정착하여 살고 있는 도시의 이름을 에녹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가인은 세계 최초의 도시인 에녹의 대표(촌장)이다. 가인은 에녹의 대표로서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것 같지만 아벨을 죽이고 이곳까지 왔다는 말못할 비밀이 있다. 그의 이같은 취약성은 결국 그를 파멸로 이끌어 간다. 가인은 백성들에게는 고압적지만 개인적으로는 염세적이다. 그는 아무런 소용도 없지만 하나님에게 탄원도 해보고 비굴하리만치 굽신거리기도 하며 반항도 해본다.

 

카인을 둘러싼 여인들


가인의 동생인 첼라는 드라마틱 메조소프라노가 맡는다. 첼라는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지난 날에 괴롭고 어려운 일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성격이 원만하지 않으며 오히려 피해의식과 함께 고집이 강하다. 첼라는 복수와 욕구의 감정을 똑같이 표출한다. 하나님도 등장한다. 베이스가 맡는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의 위에 있어야 하지만 이 오페라에서는 조역일 뿐이다. 하나님은 분노에 넘쳐 있고 복수에 불타는 존재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가인과 첼라를 보호해주는 자상한 마음씨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뱀이 등장한다. 리릭 소프라노가 맡는다. 가볍고 경쾌하며 낭랑한 음성의 소유가자 맡는다. 뱀은 영원한 젊음을 가지고 있다. 에로틱하며 유혹적이다. 설득력도 강하여서 가인을 설득하여 자기 목적대로 사용코자 한다. 농부인 모라데쉬(Moradesh)가 나온다. 리릭 테너이다. 처음에는 순박한 농부로 등장하지만 나중에는 사악하고 교활한 성격으로 변한다. 마지막으로 갈렙(Caleb)이 나온다. 리릭 바리톤이 맡는다. 갈렙도 순박한 농부 타입이다. 모라데쉬만큼 간악하지는 않지만 말을 삼가지 않고 함부로 말하는 성격이다.

 

아벨을 죽이는 카인


첼라는 가인이 아벨을 죽이자 아벨을 위해 복수를 다짐하고 가인을 찾아 나선다. 더구나 첼라는 아벨의 축복받지 못한 유해가 어디 묻혀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가인은 에덴의 동쪽으로부터도 하나님으로부터 추방을 당하여 놋 땅으로 오게 된다. 가인은 놋에서 성읍을 일으켜 백성들을 통치하며 지낸다. 첼라는 가인의 행적을 쫓아서 결국 놋 땅까지 찾아온다. 첼라는 마침내 사막에 있는 가인의 왕국에 도착하여 아벨의 원수를 갚고자 하나 마음 속에 에덴의 동쪽에서 가인에게 가졌던 욕망이 남아 있어서 괴로워한다. 결국 첼라는 가인을 어찌하지 못하고 그의 발 앞에 굴복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