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컬 뮤직 팟푸리/클래시컬 뮤직 팟푸리

새해를 맞는기쁨

정준극 2021. 12. 16. 11:20

비엔나의 새해는 왈츠와 함께

 

2022년 새해를 맞이합니다.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축하할 일입니다. 무언가 기대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Loving Classic Music 코너는 새해의 기분을 표현하기 때문에 사랑받는 클래식 음악들을 소개합니다. 일반적으로 새해를 맞이하면서 가장 자주 연주되는 음악은 팡파르 스타일의 음악입니다. 팡파르는 주로 트럼펫과 같은 금관악기로 연주하는 축제 분위기의 음악입니다. 무슨 일이던지 축하할 일이 있을 때에 연주하는 곡이 팡파르입니다. 국가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전쟁에 나갔던 병사들이 개선해서 돌아올 때에 의례 연주됩니다. 그리고 결혼식에서도 신랑신부의 새로운 인생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팡파르가 자주 연주됩니다.

 

팡파르의 한 형태로서 트럼펫 벌런터리(Voluntary)라는 곡이 있습니다. 벌런터리라는 단어는 자발적으로, 자진해서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트럼펫 벌런터리라고 하니까 어떤 사람들은 아하, 남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트럼펫을 자발적으로 연주하는 곡인가 보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아닙니다. 음악에서 벌런터리는 원래 교회에서 예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또는 예배가 끝나고 나서 회당을 떠나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곡을 말합니다. 그런데 트럼펫 벌런터리라고 해서 반드시 트럼펫으로 연주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르간에 있는 트럼펫 소리를 내는 스톱을 이용해서 연주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트럼펫 벌런터리라는 용어가 생겼습니다. 오르간이 트럼펫 소리로 연주하기 때문에 팡파르 스타일의 음악으로 들립니다. 대표적인 트럼펫 벌런터리를 작곡한 사람으로서는 영국의 존 스탠리. 제레미아 클라크, 존 트레버, 윌리엄 골드윈, 모리스 그린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레미아 클라크의 트럼펫 벌런터리는 가장 유명합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덴마크 왕자의 행진곡이라고 부르는 곡입니다. 1700년대에 작곡한 것인데 한때 헨리 퍼셀이 작곡한 것으로 잘못 알려졌었습니다. 제레미아 클라크의 트럼펫 벌런터리는 새해에 처음으로 갖는 행사 때에 의례 연주되지만 결혼식에서 신부가 입장할 때에도 자주 연주됩니다. 1981년에 런던에서 찰스 왕자와 다이애나가 결혼식을 올릴 때에도 이 곡이 벌런터리로 연주되었습니다.

 

새해의 의미를 더욱 높여주는 음악이 있습니다. 간혹 유럽의 대성당들에서는 새해를 맞는 기쁨을 이 작품을 연주함으로서 대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입니다. ‘천지창조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오라토리오로 만든 것입니다. 하나님이 이 세상 만물과 인간, 즉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시고 보기에 좋았다고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그런데 아담과 이브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낙원인 에덴동산에서 쫓겨납니다. 이러한 내용을 17세기 영국의 시인인 존 밀튼이 실락원이라는 대서사시로 만들었습니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는 존 밀튼의 실락원에서 첫 번째 파트인 천지창조 부분을 바탕으로 만든 것입니다.

 

하이든은 1791년에, 그러니까 비엔나에서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던 그 해에 런던에 있었습니다. 하이든은 런던에서 헨델의 오라토리오 연주를 듣고서는 너무나 감동해서 , 나도 저런 오라토리오를 작곡해야지!’라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헨델의 어떤 오라토리오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이집트의 이스라엘또는 메시아일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이든은 얼마후 비엔나로 돌아오자마자 새로운 오라토리오의 작곡에 착수했습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에 버금하는 위대한 작품을 만들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오라토리오라고 하는 천지창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1798년에 세상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세계3대 오라토리오라고 하는 베토벤의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베토벤이 33세 때에 완성한 것이었고 헨델의 메시아는 헨델이 56세 때에 완성한 것입니다. 그것들에 비해서 하이든의 천지창조는 하이든이 노년인 66세 때에 완성한 것입니다. 하이든이 필생의 걸작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짐작할수 있습니다.

 

첫 번째 곡인 태초에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다는 천지창조 이전의 상태를 표현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서곡입니다. 두 번째 곡에서는 천사장(대천사) 라파엘이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고 선포합니다. 그러면 이어서 천사들이 라파엘의 말을 받아서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다라고 장엄하게 화답합니다. 영어로 Let there be light. 라고 하는 대단히 유명한 구절입니다. 하나님께서 가장 처음 창조하신 것이 빛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빛은 모든 세상만물의 가장 기본이 되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는 새해의 콘서트 프로그램으로 가장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여담이지만 만유인력을 발견한 위대한 과학자 뉴톤의 묘비에는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면서 제일 처음으로 명령하신 빛이 있어라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뉴톤은 세상만물의 원천이 빛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새해를 맞이해서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에서 빛이 있어라를 듣는 것은 감동적인 일입니다.

 

칼 미하엘 치러(Carl Michael Ziehrer: 1843-1922)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름인지 모르지만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서는 너무나 잘 알려진 이름입니다. 칼 미하엘 치러는 오스트리아가 제국이던 시대로부터 활동했고 이어 1차 대전을 경험했으며 그후 오스트리아 제국이 공화국으로 되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입니다. 칼 미하엘 치러는 오스트리아가 제국이던 시절에 궁정과 귀족사회를 위한 춤곡들을 무려 6백여 곡이나 작곡했고 이어 오페레타도 20편이 넘게 작곡을 했습니다. 그런 칼 미하엘 치러가 새해를 축하하는 춤곡을 작곡한 것이 있습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곡입니다. 새해를 화려하고 웅장하게 시작하면 많은 축복을 받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부채 폴로네이즈라는 곡입니다. 비엔나의 궁전이나 귀족들의 살롱에서는 새해를 축하해서 무도회가 자주 열렸습니다. 그런 무도회를 위해서 작곡한 작품입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들이 부채를 들고 파트너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부채 폴로네이즈가 나오자 비엔나를 비롯한 오스트리아에서는 새해 축하 무도회에서 의례 이 폴로네이즈를 오프닝 레퍼토리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이 폴로네이즈가 울려 퍼지면 공연히 화려하고 우아한 무도회장을 생각하게 됩니다.

 

부채 폴로네이즈는 매년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에 열리는 비엔나 오페라 무도회에서 오프닝 레퍼토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유명해진 춤곡입니다. 이 곡이 연주되고 나면 수백명에 이르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손에 꽃송이를 든 젊은 여성들과 정장의 턱시도를 입은 청년들이 서로 손을 잡고 등장합니다. 이들을 데뷔땅이라고 부릅니다. 사회의 사교계에 처음으로 선을 보이는 기회입니다. 비엔나를 위시한 오스트리아의 2월은 무도회의 시즌입니다. 사순전 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생활의 즐거움을 상기하기 위해 무도회를 엽니다. 하기야 이교도 시절에는 봄의 시작을 새해의 시작으로 간주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순절 기간 전의 무도회는 새해를 축하하는 축제의 하나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비엔나의 무도회 중에서 가장 유명한 무도회는 바로 비엔나의 국립오페라극장(슈타츠오퍼)에서 열리는 오페른발(Opernball)입니다. 오페른발은 공화국무도회라고도 부릅니다. 오스트리아의 연방 대통령, 연방 수상, 장관들, 저명한 정치인들이 많이 참석하기 때문입니다.

 

새해가 되면 당연히 연주되는 두개의 곡이 있습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입니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서는 신년음악회가 열립니다. 비엔나의 음악가연맹 회관의 황금홀에서 비엔나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신년음악회입니다. 매년 11일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연주회입니다. 정확히는 1115분에 연주가 시작됩니다. 이 연주회에서 연주되는 곡목들은 매번 다르지만 마지막 앙코르 곡은 언제나 같습니다. 정규 프로그램에 의한 연주가 끝나면 관례적으로 두 곡의 앙코르 곡을 연주하게 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앙코르 곡이 오스트리아의 제2의 국가라고 하는 요한 슈트라우스 아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입니다. 이곡이 끝나면 요한 슈트라우스 아버지의 라데츠키 행진곡이 이어집니다.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할 때에는 관중들이 어느 부분에서 함께 박수를 치고 연주에 동참합니다. 아무튼 라데츠키 행진곡이 끝나야 그해의 비엔나신년음악회도 끝나는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라데츠키 장군은 보헤미아, 즉 현재의 체코공화국 출신으로 70년 이상을 제국의 군대를 위해 봉사한 인물입니다. 라데츠키 장군은 특히 1849년에 있었던 역사적인 이탈리아와의 노바라전투를 승리로 이끈 명장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당시에 밀라노를 포함한 북부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통치 아래에 있었습니다. 북부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통치로 벗어나려고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오스트리아 제국으로서는 위기였습니다. 이때 밀라노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제국군의 총사령관인 라데츠키 장군이 밀라노가 주축이 된 이탈리아군을 격퇴하여서 승리를 이루었고 그래서 북부 이탈리아 지역은 평온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은 라데츠키 장군에 의한 노바라 전투의 승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작곡된 것입니다. 당연히 라데츠키 장군에게 헌정된 행진곡입니다. ‘라데츠키 행진곡은 나오자마자 오스트리아 장병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이 곡이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장교들 앞에서 연주될 때 장교들은 즉시 박수를 치고 발을 쾅쾅 구르며 즐거워했습니다.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라데츠키 행진곡이 연주될 때마다 청중들은 박수를 치게 되었습니다.

 

라데츠키 행진곡은 힘차고 쾌활하여서 세계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에서 마치 자기들의 음악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덴마크의 축구팀인 아르후스는 경기에서 홈 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합니다. 이스라엘항공기인 엘 알은 여객기가 이륙한 때마다 라데츠키 행진곡을 방송합니다. 영국의 코미디언인 미스터 빈이 출연한 백 투 스쿨에서도 첫 장면이 시작할 때에 라데츠키 행진곡이 연주됩니다. 영국의 TV시리즈인 더 프리즈너에서 라데츠키 행진곡은 마을 밴드가 항상 연주하는 곡으로 친밀감을 주고 있습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작품 중에서 새해에 의례 연주되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샴페인 폴카입니다. 유럽에서 다가오는 새해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송년의 밤에 파티를 열고 샴페인으로 축배를 드는 것은 하나의 이벤트가 되어 있었습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샴페인 폴카는 주로 상류사회에서 송년모임은 물론 신년하례회를 가질 때에도 연주하는 것이 관례였고 그런 관례는 오늘날에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이 명랑한 폴카를 작곡한 것은 제정러시아 순회연주회 때였습니다. 그래서 샴페인 폴카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 폴카는 실은 헝가리의 야노스 푸츠(Janos Fusz)라는 사람이 작곡한 인기 태번 송(Tavern Song)What do I care?(무슨 걱정인가?)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삼은 것입니다.

 

비발디의 글로리아’(Gloria)도 새해에 주로 교회에서 자주 연주되는 작품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사람이 사는 목적이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영광송인 글로리아는 이러한 목적에 적합한 곡입니다. 그리고 새해에 새로운 다짐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비발디의 글로리아의 원래 타이틀은 Gloria in Excelsis Deo(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께 영광)입니다. 비발디는 이런 제목의 작품을 최소 3개 작곡했습니다. 그중에서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작품번호 588589입니다. 그리고 둘 중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작품번호 589입니다. 비발디의 글로리아12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첫 번째 곡인 글로리아 합창이 가장 장엄하고 화려합니다. ‘글로리아1715년에 처음 발표되었습니다. 우리나라로 보면 조선조 숙종 시대입니다.

 

차이코브스키의 ‘1812년 서곡도 새해를 축하하는 연주회의 단골 프로그램입니다. 우리는 보통 ‘1812 Overture’라고 부르지만 원래 제목은 ‘The Year 1812 Solemn Overture’입니다. 장엄한 서곡이란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서곡(Overture)라고 하면 오페라의 서곡을 연상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등입니다. 그러나 서곡에는 오페라의 서곡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1812년 서곡은 콘서트 서곡이라고 합니다. 1812년은 나폴레옹의 대군이 모스크바를 침공했을 때 이를 성공적으로 물리쳐 결국은 나폴레옹의 몰락을 가져온 역사적인 해입니다. 제정러시아로서는 길이 축하해야할 일이었습니다. ‘1812년 서곡은 그러한 역사적인 사건이 있은지 70년 후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제정러시아의 짜르는 1812년의 사건을 기념하여 모스크바에 기념성당을 지어 봉헌키로 했습니다.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입니다. 짜르는 성당 봉헌을 기념하는 음악작품을 차이코브스키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이 음악을 1882년에 대성당의 봉헌식에서 처음 연주토록 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음악은 완성되었지만 대성당은 완공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다고 1812년의 70주년을 기념하지 않을수 없어서 결국 1882820일에 아직도 완공되지 않은 대성당의 인근 야외에서 ‘1812년 서곡은 역사적인 초연을 가졌습니다. 오늘날 ‘1812년 서곡은 새로운 자유와 해방을 가져온 것을 상기하여 신년 음악회의 거룩한 레퍼토리가 되어 있습니다.

 

이밖에도 새해를 축하하는 음악으로서는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제3’, 바하의 ‘B단조 미사곡을 위한 글로리아’,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Music for the Royal Fireworks)에서 메뉴엣 1번과 2번등이 있습니다. 아람 카차투리안(Aram Khachaturian: 1903-1975)가면무도회 조곡’(Masquerade Suite)에서 왈츠도 신년음악회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