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윌리엄 볼콤의 '여덟시의 만찬' - 286

정준극 2019. 9. 6. 13:43

여덟시의 만찬(Dinner at Eight)

윌렴 볼콤의 2막 코믹 오페라


윌렴 볼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출신의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 윌렴 볼콤(William Bolcom: 1938-)은 오페라의 경우, 네편의 대표작을 내놓았다. '다리에서 본 풍경'(A View from the Bridge), '맥티그'(McTeague), '결혼'(A Wedding), 그리고 '여덟시의 만찬'(Dinner at Eight)이다. 모두 미국의 근대 오페라를 대표하는 수작들이다. 윌렴 볼콤은 음악의 소년수재로 이름난 인물이었다. 11세 때에 워싱터대학교에 입학하여 작곡과 피아노를 공부한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볼콤은 퓰리처상 뿐만 아니라 그래미상의 수상자로서 유명하다. 맨하튼에서 사교계 인사로 꼽히는 밀리센트 조단은 영국에서 오는 귀족 부부를 위해 화려한 만찬을 준비한다. 조단은 만찬에 초대할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한다. 그런데 이들은 실상 비즈니스를 위해서, 또는 로맨스를 위해서 파티에 참석하는 것이며 조단의 의도대로 사교를 위해서 오는 것은 아니었다. 어쨋든 만찬에 참석한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얽힌 코믹한 분위기와 위트있는 대화는 극심한 경제공황시기에 한줄기 웃음을 던져주는 것이다. 원작은 조지 카우프만()의 동명희곡이며 이를 바탕으로 오페라 '사일렌트 나이트'(2014) 등의 대본을 써서 일약 명성을 떨친 마크 켐벨(Mark Campbell: 1953-)이 썼다. 초연은 2017년 3월 11일 미네소타 오페라에 의해서였다.


미네소타 오페라의 포스터. 밀리센트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밀리센트 조단(Millicent Jordan: S). 한때 뉴욕 사교계에서 이름을 내보이던 여인. 그러나 남편의 사업이 힘들어서 이제는 한물간 사교계 여인이다. 딸 하나를 두고 있지만 말썽이다.

- 올리버 조단(Oliver Jordan: T). 뉴욕에서 해운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 사업이 순탄치 않아서 파산 지경에 이른다. 건강도 좋지 않아서 의사의 말로는 몇 주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

- 폴라 조단(Paula Jordan: S). 올리버와 밀리센트 부부의 딸. 한물간 연극배우인 나이 많은 래리와 어울리지 않는 관계를 맺고 살고 있다. 어네스트라는 청년과는 약혼하고 결혼날짜까지 잡았지만 래리를 잊지 못해서 결혼을 포기한다.

- 래리 르노(Larry Renault: Bar). 한때는 연극의 주역을 맡았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고 인기가 없어서 단역이나 겨우 맡는 신세이다. 나이 어린 폴라와 깊은 관계이다. 돈도 없고 연극도 하지 못하게 되자 자포자기하여 호텔 방에서 가스를 틀어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 칼로타 밴스(Carlotta Vance: S). 인기 있는 여배우. 올리버 조단 회사의 주식을 샀다가 올리버의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지자 미리 주식들을 매각하여 손해를 보지 않는다. 

- 댄 패카트(Dan Packart: Bar).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뉴욕을 떠나 워싱턴 정가에서 활동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 키티 패카트(Kitty Packart: MS). 사치를 좋아하는 댄 패카트의 부인이다. 의사인 탤보트와 불륜관계이다.

- 조셉 탈보트(Joseph Talbot: Bar). 의사이다. 올리버 조단의 주치의이다.

- 루시 탈보트(Lucy Talbort: MS). 조셉 탈보트의 부인이다.

- 티나(Tina: MS). 조단 집안의 하녀이다.

- 구스타브(Gustave: Bar). 조단 집안의 집사이다.


여덟시의 만찬. 참석자들의 복잡한 사연들과는 관계 없이 겉으로는 화기에 넘쳐 있다.


시기는 1930년대이며 장소는 뉴욕 시티이다. [1막] 금요일 아침 9시, 밀리센트 조단(Millicent Jordan)의 아파트의 거실이다. 이제는 뉴욕 사교계에서 한물 간것 같은 인물인 밀리센트 조단은 의자에 앉아서 남편인 올리버 조단(Oliver Jordan)과 건성으로 얘기를 나누면서 엊저녁에 못 본 편지들을 뜯어보고 있다. 편지 더미 중에는 영국의 펀클리프 경 내외(Lord and Lady Ferncliffe)가 보낸 전보도 들어 있다. 펀클리프 내외가 영국에서 아퀴타니아 호를 타고 다음 주에 뉴욕에 도착한다는 내용이다. 밀리센트는 펀클리프 내외가 미국에 오면 저녁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전보에는 그 초대에 감사히 응하겠다는 내용도 함께 적혀 있다. 밀리센트는 이제야 영국에서 오는 귀족을 모시고 제대로의 파티를 갖게 되었다면서 무척 기뻐한다. 그러면서 즉시 다음주 금요일 만찬으로 날짜를 잡아서 준비키로 한다. 밀리센트는 우선 남편 올리버와 함께 누구누구를 만찬에 초대할지를 의논한다. 우선 떠오르는 사람은 닥터 조셉과 루시 탈보트 부부이다. 유명한 여배우인 칼로타 밴스, 웨스턴 기업가인 댄 패카드와 그의 부인 키티도 리스트에 올라간다. 그럴 때에 조단 부부의 딸인 폴라가 무슨 생각에 잠긴 듯 들어온다. 폴라는 얼마후에 약혼자인 어네스트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데 그런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것 같다. 오히려 그날 오후에 엄마와 함께 쇼핑 나갈 생각만 하는 것 같다. 밀리센트는 리스트에 적은 사람들에게 일일히 전화를 걸어서 만찬에 초대한다는 얘기를 전한다. 모두 수락한다. 밀리센트는 만찬의 메뉴 등을 정한다.


주빈이 없는 만찬


장면은 바뀌어 맨하튼에 있는 올리버 조단의 사무실이다. 금요일 오후 1시이다. 여배우인 칼로타 밴스가 올리버의 사무실을 찾아온다. 처음에는 그저 예의적으로 방문한 것인줄 알았는데 실은 칼로타가 소유하고 있는 조단해상운송의 주식을 팔고 싶어서 찾아온 것이다. 칼로타는 요즘 공황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주식을 팔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올리버 조단으로서도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비즈니스가 어려움이 많아서이고 다른 주주들도 주식을 매각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댄 패카드가 올리버 조단을 찾아간다. 올리버는 댄에게 자금 좀 있으면 융자해 달라고 간청한다. 댄은 은행 사정을 보고나서 결정하겠으니 시간 좀 달라고 말한다.


여덟시의 만찬이 시작되려고 한다.


패카드의 펜트하우스에 있는 키티의 침실이다. 금요일 오후 4시이다. 키티는 제 멋대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키티는 아침에 남편 댄에게 몸이 아파서 집에서 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댄은 키티가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모른채 하고 있다. 댄은 키티에게 사업상 아무래도 워싱턴으로 가서 살아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키티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댄은 올리버의 사업을 넘겨 받을 생각이라는 것도 키티에게 처음으로 털어 놓지만 역시 키티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댄은 올리버의 사업을 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사실은 금요일의 만찬에 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키티는 이미 약속했는데 안 가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잠시 후에 닥터 탤보트가 댄의 아파트를 찾아온다. 댄은 키티와 탤보트가 불륜관계에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눈치 챈다.


댄은 키티가 어페어가 있다고 믿어서 뉴욕을 떠나 워싱턴으로 가자고 하지만 키티는 노골적으로 애인이 있어서 못가겠다고 말한다.


다시 조단 아파트의 거실이다. 그 다움주 수요일 오후 3시이다. 이날도 밀리센트와 닥터 탤보트의 부인인 루시는 만나서 쇼핑을 즐기고 돌아온다. 밀리센트는 금요일 만찬에 한 사람이 참석하지 못하겠다고 연락왔기 때문에 대신 자리를 메꿀 사람으로서 퇴역 배우인 래리 르노(Larry Renault)를 생각한다. 그의 경력은 이제 한물 갔지만 그래도 과거에 여러 영화에 출연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에 대화에 어색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밀리센트가 전화를 걸려고 하는 때에 폴라가 들어온다. 폴라는 어머니 밀리센트가 래리에게 전화하는 것을 듣고는 무언지 초조한 듯한 행동을 한다. 밀리센트는 딸 폴라가 나이 많은 퇴역 배우인 래리와 모종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금요일 오후 두시이다. 호텔 베르사이유에 있는 래리 르노의 방이다. 폴라가 래리를 찾아온다. 폴라는 약혼자인 어네스트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래리와의 관계를 사람들이 정식으로 알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래리가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면서 폴라의 제안을 반대한다. 그러한 때에 래리의 소속사에 있는 막스 케인이 들어선다. 막스 케인은 래리에게 다음 연극 제작에서 래리가 주역을 받지 못했으며 단역만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전한다. 래리는 속이 상한지 룸 서비스에게 연락해서 위스키를 한 병 더 가져다 달라고 얘기한다. 래리는 연극에서 주역을 맡지 못했기 때문에 빈털털이가 되다 시피한다. 호텔비도 그의 커프스보턴을 팔아서 내야할 판이다.


미네소타 오페라의 무대


그로부터 두시간 후인 금요일 오후 네시이다. 조단의 아파트 거실이다. 주방에서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중에 현관의 초인종이 울린다. 누가 온 모양이다. 밀리센트는 그릇이 깨지는 것에는 신경도 쓰지 못하고 집사인 구스타브에게 얼른 현관에 가서 문을 열라고 지시한다. 생각치도 않았는데 여배우인 칼로타가 밀리센트의 남편인 올리버를 보러 들린 것이다. 다시 초인종이 울린다. 펀클리프 부부가 보내는 장미 꽃다발이 배달 된 것이다. 칼로타는 올리바에게 실은 미리 얘기도 하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았다고 털어 놓는다. 순간, 올리버는 회사의 재정이 부도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다른 주주들이 자기를 상대로 소송을 벌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밀리센트도 좋지 않은 소식을 듣는다. 펀클리프 부부가 갑자기 뉴욕에 오는 것을 취소하고 플로리다로 가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밀리센트는 만찬 파티를 위해 잘 아는 현악 4중주단에게 와서 서비스 좀 해 달라고 했는데 갑자기 세명이나 다른 약속 때문에 못오게 되었다는 것이며 비올라 한 사람만이 올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만찬은 약속된 것이어서 주빈인 펀클리프 부부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할수 밖에 없다. 그런데 구스타브가 메인 메뉴인 바닷가재 요리의 큰 접시를 떨어 트려서 하나도 먹지 못하게 된다. 만찬은 그야말로 엉망이 될수 밖에 없다. 딸 폴라는 사람들 앞에서 약혼자인 어네스트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선언한다. 밀리센트의 남편인 올리버는 칼로타의 주식 처분에 겹쳐서 딸 폴라의 결혼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듣자 지병이던 가슴 통증이 심해져서 쓰러진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한 밀리센트는 의자에 그대로 쓰러진다. 그래도 만찬은 준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뉴욕의 거리를 실루엣으로 잡은 무대


[2막] 그날 오후 다섯시 의사 탤보트의 사무실이다. 올리버 조단이 다음날 정식 진료를 받기 전에 한가지 검사를 받으로 들린다. 올리버가 돌아가자 탤보트의 부인인 루시가 들른다. 루시는 남편 탤보트에게 이제 제발 여자들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일은 하지 말아 달라면서 비난을 퍼붓는다. 루시가 떠난후 탤보트는 올리버의 챠트를 보다가 깜짝 놀란다. 동맥에 문제가 있어서 이대로 가다가는 몇 주일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면은 바뀌어 패카드의 펜트하우스에 있는 키티의 침실이다. 키티는 어서 저녁이 되어서 나가서 쾌락적인 시간을 가질 생각만 하고 있다. 남편 댄은 아무래도 워싱턴으로 가서 정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같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키티는 뉴욕을 떠나지 않겠다면서 반대한다. 댄이 왜 그러냐고 묻자 애인이 있어서 떠날수 없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애인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댄은 주방으로 가서 하녀인 티나에게 마님이 몰래 만나는 남자가 누구인지 다그쳐 묻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다. 댄은 키티에게 사설 탐정에게 부탁해서 키타의 뒤를 캐겠다고 협박하듯이 얘기하지만 키티는 전혀 아는바가 없다고 말한다. 키티는 오히려 댄에게 만일 자기의 밀회가 공개된다면 사회생활을 하는 댄에게도 명예에 타격이 될 것이므로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고 말한다.


밀리센트, 칼로타, 루시, 키티, 그리고 집사인 구스타브


금요일 저녁 여덟시, 호텔 베르사이유에 있는 래리 르노의 방이다. 한물간 배우인 래리는 기획사의 맥스로부터 더 이상 주역을 주는 극단이 없다고 말한다. 래리는 낙담해서 어찌할 줄을 모른다. 호텔 매니저가 찾아와서 오늘 밤부터 다른 특별 손님이 투숙할 것이므로 방을 비워 달라고 말한다. 마지막까지 왔다고 생각한 래리는 난로의 가스를 틀어 놓는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이다. 장면은 바뀌어서 조단의 아파트 거실이다. 밀리센트가 만찬에 찾아온 손님들을 영접하고 있다. 손님들은 서로들 별로 의미도 없는 대화를 나누며 그나마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밀리센트는 오늘 만찬의 주빈인 펀클리프 부부가 갑자기 병이 생겨서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양해를 구한다. 그러나 그러한 양해도 배우 칼로타가 별로 뜻도 없이 '그게 아니라 펀클리프 부부는 플로리다로 가기 때문에 오늘 만찬에 오지 못하는 것이어요'라고 떠들어 댄다. 폴라는 래리가 오지 않자 불길한 예감에 싸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식탁에 둘러 앉아서 이제부터 나올 맛있는 음식들을 기대한다.


각자 복잡한 사정들이 있지만 겉으로는 서로의 건강과 행운을 위해 축배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