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103. 카이야 사아리아호의 '아드리아나 마테르'(Adriana Mater)

정준극 2019. 9. 13. 21:45

아드리아나 마테르(Adriana Mater) - The Mother Adriana

카이야 사아리아호의 두번째 오페라

미국의 박애주의자 베티 프리맨 80회 탄신 기념


핀랜드의 카이야 사아리아호


핀란드의 카이야 사아리아호(Kaija Saariaho: 1952-)의 두번째 오페라인 '아드리아마 마테르'(Adriana Mater)를 보면 어딘가 '25시'(The 25th Hour)가 생각이 난다. 스토리야 다르지만 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숙명에 대한 내용은 거의 같다. '25시'는 루마니아의 게오르규의 소설이다. 대강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루마니아의 산골 폰타나의 농부 요한 모리츠는 아내 수잔나의 미모를 탐낸 경찰서장 도브레스코의 계략으로 유태인이라고 상부에 거짓 보고되어 강제수용소에 보내진다. 수잔나는 요한과 이혼해야 유태인 가족이 아니어서 나머지 식구들이 안전하다는 서장의 꼬임에 넘어가 남편과의 이혼서류에 어쩔수 없이 서명을 한다. 한편, 수용소를 탈출한 요한은 스파이 혐의로 검거되어 독일로 끌려가 강제 노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독일 친위대 대령에게 아리안족의 순혈통을 가진 영웅의 일원으로 인정받아 나치의 선전물에 이용된다.1944년 4월, 루마니아는 소련의 침공으로 나치로부터 해방이 되었고 요한은 미국포로가 되어 전범자로서 뉘른베르크의 재판을 받게 되지만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나치에 이용된 것이 인정을 받아 석방된다. 고향으로 돌아간 요한은 기차역에서 아내와, 그리고 소련군의 겁탈에 의해 어쩔수 없이 태어난 아이를 포함한 세 자식들과 감격적이면서도 어색한 상봉을 한다. '25시'는 안소니 퀸과 비르니 리지가 주연한 영화로 만들어져서 더 널리 알려졌다.


1967년도 영화 '25시'의 마지막 장면. 안소니 퀸과 비르니 리지. 사진기자가 이들의 재회 장면을 찍고자 한다. 요한이 자기는 알지 못하는 아이를 안고 있고 수잔나는 고개를 떨구고 있다. 다른 두 아이들은 그저 덤덤하다.


'아드리아나 마테르'는 파리국립오페라와 핀란드국립오페라가 공동으로 의뢰한 것이다. 대본은 프랑스어로 되어 있으며 사아리아호의 오랜 콤비인 아민 마알루프(Amin Maalouf)가 만들었다. '아드리아나 마테르'라는 뜻은 '어머니 아드리아나'라는 뜻이다. 초연은 2006년 4월 3일 파리의 오페라 바스티유에서였다. 페터 셀라스가 감독하였다. 초연은 파리국립오페라의 예술감독인 제라르 모르티에(Gerard Mortier)에게 헌정되었다. 하지만 사아리아호는 이 작품을 미국의 박애주의자이며 사진작가로 유명한 베티 프리맨(Betty Freeman)의 80회 생일을 축하하여서 작곡했다고 밝혔다. 핀란드 초연은 2008년 2월 23일 헬싱키에서였다. 영국 초연은 콘서트 형식으로 2008년 4월이었다. 미국 초연은 2008년 7월에 산타 페 오페라에서였다. 산타 페 초연에서는 헬싱키 초연에서 아드리아나를 불렀던 소프라노 모니카 그룹이 출연하였다. 등장인물은 네명 뿐이다. 하지만 합창단이 나온다.


차르고의 아드리아나 겁탈. 바스티유 오페라


- 아드리아나(Adriana: Ms)

- 레프카(Refka: S). 아드리아나의 여동생

- 요나스(Yonas: T). 아드리아나의 아들

- 차르고(Tsargo: B-Bar)


두려움에 떨고 있는 레프카와 아드리아나. 바스티유 오페라


'아드리아나 마테르'는 오늘날이 무대이다. 장소는 어떤 나라이든지 관계가 없다. 전쟁의 위기가 감돌고 있는 나라이다. 이야기는 모성에 대한 것이다. 아드리아나와 그의 아들 요나스와 그의 여동생인 레프카는 내전의 와중에 잡혀 있다. 몇년 전에 같은 마을에 살고 있다가 군인으로 나간 차르고가 젊은 아드리아나를 겁탈하였다. 그리고 요나스가 태어났다. 동생인 레프카는 임신중절을 위해 여러가지로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드리아나는 요나스가 어른으로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걱정이다. 과연 요나스가 그의 아버지처럼 폭력적인 사람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의 성격을 닮아서 부드러운 사람이 될 것인가를 두고 걱정하고 있다. 이것이 이 오페라의 대강 줄거리이다.


레프카와 아드리아나. 바스티유 오페라


내전이 일어난다는 소문이다. 모두들 두려워하고 있다. 술에 취해 지내고 있는 차르고는 아름다운 아드리아나에게 마음을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서 술 기운으로 아드리아나를 만나 전에 한번 같이 춤을 춘 일이 있다면서 접근한다. 그러나 아드리아나가 그런 술주정뱅이를 좋아할리가 없다. 오히려 차르고를 비웃으며 거절한다. 아드리아나의 동생인 레프카가 이 모든 장면을 본다. 레프카는 아드리아나에게 형편없는 인간인 차르고와 얘기를 나눈 것 자체를 나무란다. 밤의 장막이 내린다. 아드리아나는 꿈을 꾼다. 차르고가 아드리아나와 춤을 추고자 한다. 아드리아나가 차르고를 만지니까 차르고가 술병으로 변한다. 아드리아나가 술병을  바닥에 떨어트려 깨트린다. 깜짝 놀란 아드리아나가 잠에서 깬다. 그러나 꿈은 현실이었다.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차르고가 무어라고 위협적인 말을 지껄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 수병의 옷을 입은 차르고가 총을 들고 아드리아나의 방문을 두드린다. 아드리아나가 겁이 나서 방문을 열어주지 않자 차르고는 적군이 어디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지붕 위로 올라가야 해서 방문을 두드렸다고 말한다. 아드리아나는 전에 처럼 차르고의 수작을 짐작하고 비웃는 말을 한다. 차르고는 아드리아나가 방문을 열어주지 않자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리고 우리는 아드리아나가 강간 당했다는 것을 짐작할수 있다. 아드리아나는 임신을 한다. 레프카는 아드리아나가 아기를 가진 것을 저주한다. 레프카와 아드리아나는 꿈에서조차 태어날 아기가 카인을 닮을 것인지, 아벨을 닮을 것인지를 두고 두려워한다.


차르고와 아드리아나. 헬싱키 오페라


그로부터 17년이 지난다. 아드리아나의 아들인 요나스는 자기의 아버지가 집안 식구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영웅적으로 전투에서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요나스가 어머니 아드리아나에게 사실을 말해 주지 않았다고 하며 심하게 분노한다. 아드리아나는 진실을 다룰수 있을 충분한 나이가 되면 그때가서 얘기하려 했다고 설명하지만 요나스는 듣지 않는다. 요나스는 어머니를 강간한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맹세한다. 또 다른 꿈이 보여진다. 요나스가 그의 식구들을 모두 죽이고 마지막으로는 자기 자신을 죽이는 꿈이다. 장면이 바뀌어 레프카가 아드리아나를 급히 찾아 헤매지만 대신 요나스를 만난다. 요나스는 레프카에게 아버지에 대한 일을 거짓으로 말해 주었다면서 혹독하게 비난한다. 아드리아나가 나타난다. 레프카가 아드리아나를 찾았던 것은 차르고가 전쟁이 끝나고 귀국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 소리를 엿들은 요나스는 차르고를 죽일 결심을 더욱 굳힌다. 레프카가 요나스의 그런 마음을 알고 말려보지만 소용이 없다. 아드리아나는 '요나스가 그를 죽이겠다고 결심했다면 죽이고 말 것이다'라고 말한다. 얼마후 요나스는 술집에 앉아 있는 차르고를 발견한다. 차르고는 자기가 바로 아드리아나를 강간하였던 그 사람이라는 것을 순순히 털어 놓는다. 요나스는 차르고에게 죽일 생각이니 자기를 똑바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그런데 돌아 앉은 차르고를 보니 앞을 못보는 불구자였다. 요나스는 자기의 아들까지도 못보는 비운의 남자라는 생각이 떠 올라서 차마 죽이지를 못하고 그대로 자리를 뜬다.


레프카와 아드리아나. 헬싱키 오페라


마지막 장면에서 네명의 주인공이 무대에 서로 떨어져서 있다. 서로가 나름대로의 고민을 안고 있는 모습이다. 요나스는 어머니 아드리아나에게 차르고를 죽이지 못한 것에 대하여 용서해 달라고 말한다. 이 순간에 아드리아나는 요나스가 그의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의 성품을 닮은 자기의 아들인 것을 알게 된다. 아드리아나는 아들 요나스에게 '우리는 복수하지 않았다. 우리는 구원을 받은 것이란다' 라고 말한다.


피날레. 용서와 모성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