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104. 사베리오 메르카단테의 '일 브라보'(Il bravo)

정준극 2019. 9. 14. 16:39

일 브라보(Il bravo) 또는 암살자(The Assasin)

부제는 '베니스 여인'(La Veneziana)

사베리오 메르카단테의 3막 벨칸토 오페라


사베리오 메르카단테


'일 브라보'(Il bravo) 또는 '암살자'(The Assassin) 또는 '베니스 여인'(La Veneziana: The Venetian Woman)은 사베리오 메르카단테(Saverio Mercadante: 1795-1870)의 3막 오페라이다. 이탈리아어 대본은 게타노 로시(Gaetano Rossi)와 마르코 마르첼로(Marco Marcello)가 공동으로 완성했다. 대본은 프랑스의 극작가인 오귀스트 아니세 부르조아(Auguste Anicet-Bourgeois: 1806-1871)의 희곡인 '베니스 여인'(La Venetienne)을 바탕으로 삼아 작성되었다. 아니세 부르조아의 희곡은 미국의 작가인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James Fennimore Cooper: 1789-1851)의 소설 '브라보'(The Bravo)를 바탕으로 삼아 만들어진 것이다. 1831년에 출판된 소설 '브라보'는 작가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얻은 영감으로 쓰여진 것이다. 쿠퍼는 유럽을 여행하고서 세권의 소설을 썼는데 '브라보'는 그 중의 하나이다. 다른 두 소설은 '하이덴마우어'(Heidenmauer: 이방인의 성벽), '헤드맨'(The Headsman)이다. '브라보'는 정치적인 주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유럽의 엘리트 층과 다른 계층간의 긴장을 다룬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는 별로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일 브라보'의 무대는 베니스(베네치아)이다. 산 마르꼬 광장이다. 16세기에 베니스는 10인 위원회가 통치하고 있었다.


메르카단테의 오페라 '일 브라보'는 1839년 3월 9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되었다. 라 스칼라의 초연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이후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와 다른 나라에서도 공연되었다. 그러다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사라졌다가 근자인 2019년에 영국의 웩스포드 페스티발에서 리바이발 되어 '놀라운 재발견'으로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웩스포드는 지난 20여년간 잘 알려지지 않은 오페라들을 발굴하여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그리하여 그중에서 여섯 편의 오페라를 세계의 무대에 확산시키는 업적을 이루었다. 그중에서 '일 브라보'는 웩스포드가 발굴한 오페라 중에서도 백미였다. 주세페 사베리오 라파엘레 메르카단테는 뛰어난 벨칸토 작곡가이지만 그의 생전에는 도니체티와 로시니 등의 그늘에 가려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오페라 구조와 멜로디 스타일, 그리고 오케스트레이션은 훗날 베르디가 그의 드라마틱한 테크닉을 마음껏 펼치는데 기초를 제공해 준 것이었다. 그만큼 메르카단테는 베르디의 오페라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만일 '일 브라보'를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고 들었다면 사람들은 십중팔구 베르디의 잘 알려지지 않은 오페라로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베르디의 첫 오페라인 '오베르토'가 나왔을 때 '일 브라보'는 이미 메르카단테의 44번째 오페라였다. 사족이지만 메르카단테는 오페라를 59편이나 작곡했다.


베니스 총독의 행렬. 웩스포드 페스티발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카를로(Carlo: T). '일 브라보'라는 별명의 청부 암살자

- 비올페타(Violetta: S). 제노아에서 온 고아

- 테오도라(Teodora: S). 신비한 존재의 베니스 여인

- 피사니(Pisani: T). 추방당한 베니스의 귀족(Patrician)

- 포스카리(Foscari: Bar). 베니스의 귀족

- 카펠로(Capello: T). 베니스의 귀족

- 미켈리나(Michelina: S). 테오도라의 하녀

- 마르코(Marco: B). 테오도라의 골돌리어(뱃사공)

- 루이지(Luigi: B). 포스카리의 하인

- 메신저(Messenger: T)


결투의 장면


16세기의 베니스이다. 주인공인 브라보는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인물이다. 왜냐하면 오래 전에 갑작스럽게 질투의 화신이 되어 아내를 살해하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그는 베니스 공국에 대한 반란을 획책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썼다. 베니스의 실권을 쥐고 있는 10인 위원회는 브라보를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성취하는 도구로 사용키로 한다. 브라보는 청부 암살자가 되어 10인 위원회가 지시한 대로 따라야 한다. 10인 위원회는 브라보의 아버지를 체포하여 감옥에 가둔다. 혹시라도 브라보가 배신을 하면 그의 아버지를 처형하겠다는 속셈이다. 청년 피사니는 베니스로부터 추방 당하는 선고를 받는다. 피사니는 어떤 여인을 사랑하는데 그 여인이 베니스에 감금되어 있다고 믿고 있다. 비올레타는 정체를 알수 없는 여인이다. 비올레타는 그의 보호자가 살해되고 나서부터 브라보의 보호를 받고 있다. 테오도라는 베니스의 부유한 외국 여인이다. 테오도라는 나중에 비올레타의 어머니이며 또한 브라보가 죽였다고 믿고 있는 부인인 것이 밝혀진다. 브라보는 그의 부인을 살해하지 않은 것이다.


테오도르와 비올레타


[1막] 한 무리의 건달과 불량배들이 베니스의 성사도 광장에 모여든다. 베니스의 귀족인 포스카리가 불러 모은 것이다. 잠시후 도착한 포스카리는 이들에게 늙은 마페오의 집에 숨겨져서 지내고 있는 어떤 여인을 데리고 나와서 자유스럽게 해 준다면 상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제노아에서 왔다고 하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포스카리는 어느날 그 여인이 테오도라와 함께 가는 것을 만난 일이 있다. 그로부터 포스카리는 그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 여인은 비올레타이다. 포스카리가 군중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는데 비올레타가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포스카리의 연설이 중단될수 밖에 없었다. 포스카리는 비올레타가 마페오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낸다. 포스카리는 비올레타를 보고 싶어서 선물을 사들고 마페오의 집을 방문하지만 마페오는 포스카리의 선물을 받기는 커녕 문 앞에도 얼씬하지 말하며 박대하였다. 포스카리는 명예가 손상되었다고 생각해서 우선 비올레타를 마페오의 손에서 구해 내며 그 다음에 마페오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던 것이다.


브라보(알레산드로 루치아)와 테오도라(에카테리나 바카노바). 웩스포드 페스티발


장면은 바뀌어 브라보의 방이다. 브라보는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브라보는 한때 행복했었다. 그러던중 아내가 부정하다고 의심하여서 참지 못하고 단검을 들어 아내를 찔렀다. 브라보는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브라보는 또한 그의 아버지와 함께 반역을 획책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브라보는 10인 위원회의 복수 업무를 대신 맡아서 처리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인질로서 감옥에 갇혀 있는 아버지의 목숨을 잃어야 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어떤 젊은이가 브라보의 방에 들어선다. 피사니라고 하는 이 젊은이는 브라보에게 하룻밤만 숨어서 지내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피사니는 제노아에서 추방생활을 하고 있는데 어떤 젊은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 여인이 지금 베니스에 와서 있기 때문에 찾아 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피사니는 그가 사랑하는 젊은 여인을 납치하다시피 해서 데리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 복수를 하고자 하며 소문을 들으니 브라보라는 청부 암살자가 있다고 해서 찾는 중에 당국으로부터 의심을 받아 쫓기고 있어서 무조건 피난처를 찾아서 온 것이 바로 브라보의 집이었던 것이다. 피사니의 얘기를 들은 브라보는 자기가 바로 브라보라고 밝히고 요구한 일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피사니는 이틀 후에 다시 찾아 오겠다고 말한다.


파리 오페라의 무대


산 마르꼬 광장이다. 베니스 총독의 행차가 있다. 웅장하고 화려하다.  군중들이 총독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행렬이 사라지고 군중들이 흩어지자 브라보가 모습을 보인다. 달마티아 귀족처럼 변장했다. 포스카리도 광장 한 쪽에 있다. 브라보가 포스카리에게 다가간다. 포스카리는 변장한 브라보를 알아보지 못한다. 브라보는 포스카리에게 비올레타로부터 떨어지라고 경고한다. 브라보는 포스카리가 살인 청부업자들을 시켜서 마페오를 살해한 것을 알고 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복수를 외치며 광장으로 밀려 들어온다. 마페오가 죽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청부 암살자인 브라보가 마페오의 살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올레타가 부인들과 함께 등장한다. 비올레타는 마페오의 죽음에 대하여 복수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조용한 곳에 가서 생애를 보내고 싶은 생각이다. 브라보가 비올레타에게 보호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후견인 격인 마페오가 죽었으므로 아버지처럼 돌보아 주겠다고 말한다. 브라보는 비올레타가 마페오의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므로 다른 곳에서 지내야 한다고 제안한다. 포스카리가 브라보의 제안이 못마땅해서 반대코자 한다. 그러나 비올레타는 브라보의 제안을 수락한다. 브라보와 포스카리가 그 일 때문에 서로 다투고 있을 때에 피사니가 한쪽에 있는 궁전의 계단에 나타난다. 피사니는 브라보처럼 옷을 입고 있다. 브라보(실은 피사니)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두려워서 뒤로 물러서더니 사방으로 흩어진다. 포스카리는 그의 사람들에 의해 호위를 받으며 떠나고 피사니도 궁전 안으로 몸을 감춘다.


브라보와 피사니가 비올레타 문제를 놓고 다투고 있다.


[2막] 테오도라는 비올레타에 대한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한채 이틀이나 지나자 초조해서 하녀인 미켈리나에게 마페오의 집에 한번 가 보라고 시킨다. 미켈리나는 마페오가 살해되었으며 비올레타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을 따라서 갔다고 전한다. 테오도라는 이름난 청부 암살자인 브라보만이 비올레타의 행방을 찾아 낼수 있다고 생각한다. 테오도라는 미켈리나에게 실은 비올레타가 자기의 딸이라고 처음으로 털어 놓고서 어서 브라보를 찾아서 데려오라고 말한다. 잠시후 미켈리나가 데리고 온 사람은 브라보처럼 변장한 피사니이다. 그 사람(피사니)는 테오도라에게 반드시 비올레타를 찾아서 데려 오겠다고 약속한다. 브라보의 집에서 브라보는 비올레타에게 자기의 험난한 삶의 이야기를 해준다. 아버지를 인질로 잡아서 교수대에 세워놓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10인 위원회의 하수인이 될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해 준다. 브라보는 감옥에 갇혀 있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잠시 집에서 나간다. 비올레타는 브라보의 한많은 생애에 동정심을 갖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기를 사랑한 피사니를 생각한다. 그럴 때에 브라보의 복장을 한 어떤 사람이 비올레타의 방에 들어선다. 마스크를 벗으니 피사니이다. 피사니는 비올레타를 도와주고 있는 사람의 부탁으로 비올레타를 데리러 왔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란 다른 사람이 아닌 비올레타의 어머니이다.


브라보가 돌아온다. 비올레타는 잠시 몸을 숨긴다. 피사니는 브라보에게 비올레타가 테오도라의 딸이며 테오도라가 비올레타를 데리고 오라고 간청했다고 설명한다. 브라보는 피사니에게 그가 직접 내일 비올레타를 테오도라에게 데려다 주겠으며 피사니가  정말로 비올레타를 사랑한다면 테오도라에게 비올레타와의 결혼을 얘기하라고 말한다. 장면은 바뀌어 테오도라의 집이다. 파티가 열리고 있다. 그리스 사람처럼 변장한 브라보가 비올레타를 데리고 도착한다. 비올레타는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드디어 어머니와 딸이 서로를 알아보고 감격해 한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란다. 그런데 사람들이 테오도라의 지나친 센티멘트를 보고 조롱하는 듯한 말들을 한다. 그러자 테오도라는 사람들에게 어머니로서 오랫동안 못만났던 딸을 보고 감격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테오도라와 같은 훌륭한 여인에게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딸이 있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면서 수근거린다. 그러자 이에 분노한 테오도라는 자기를 조롱한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하며 사람들은 다 내보낸 다음에 분노를 삼키지 못해서 집에 불을 지른다. 테오도라는 딸 비올레타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3막] 테오도라는 비올레타에게 그동안 딸이 살아 있는 줄 알면서도 사회적인 체면 때문에 딸을 찾지 못한 것을 용서해 달라고 눈물로서 호소한다. 비올레타는 베니스에서 이름난 테오도라가 어머니인 것을 알고 이제는 고아가 아니라는 생각에 크게 기뻐한다. 잠시후 브라보와 피사니가 도착한다. 브라보는 비올레타가 테오도라의 딸이라는 애기를 듣고 딸이라는 확증이 있느냐고 말한다. 테오도라는 사실을 입증할 유일한 사람은 마페오였다고 말한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듣고 있던 브라보는 테오도라가 자기가 살해 했다고 믿었던 자기의 부인인 것을 알게 된다. 그제서야 브라보와 테오도라는 서로를 확실히 알아보고 놀란다. 브라보는 실은 카를로 안살디이며 테오도라는 그의 부인이다. 테오도라는 카를로의 칼에 쓰러졌지만 다행히 죽지 않았다. 그러나 명예스럽지 못한 상태였기에 한동안은 비올레타라는 이름으로 행세하기도 했었다. 테오도라는 어릴 때 헤어졌던 딸 비올레타를 생각해서 자기의 이름을 비올레타라고 알렸던 것이다. 브라보(카를로)와 테오도라와 비올레타는 마침내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어 기쁨을 참지 못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테오도라는 카를로가 브라보인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피사니가 비올레타와 결혼하겠다고 청한다. 브라보는 피사니에게 자객의 단검과 브라보의 마스크를 돌려 준다면 자정에 오라고 말한다. 카를로로서는 피사니가 더 이상 브라보의 역할을 하지 않기를 바래서이다.


브라보와 피사니


장면은 바뀌어 어떤 구석진 곳이다. 경비병들이 서 있고 더러는 순찰을 돌고 있다. 그들 중의 하나가 브라보에게 어떤 여인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전한다. 얼마후 자정이 가까워서 카를로, 테오도라, 비올레타가 도착한다. 피사니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피사니가 브라보에게 브라보의 마스크를 건네 준다. 그제서야 테오도라는 브라보가 자기 남편 카를로인 것을 깨닫는다. 카를로는 피사니가 위원회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았으므로 멀리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위원회로부터 어떤 여인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이제는 거부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다. 위원회가 살해하라는 여인은 다름아닌 테오도라이다. 브라보는 번민한다. 하지만 만일 지시를 듣지 않으면 아버지가 죽임을 당할 것이므로 괴로워한다. 그런 상황을 짐작한 테오도라는 브라보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테오도라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던 목숨이므로 이제 다시 죽는다고 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다. 테오도라는 또한 자기의 죽음으로 남편 카를로(브라보)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을 용서받을수 있다는 생각이다. 메신저가 들어와서 브라보의 아버지가 감옥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브라보는 이제 위원회의 끔찍한 약정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진 셈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테오도라가 숨을 끊었는데 자유의 몸이 된다고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절규한다. 브라보(카를로)는 테오도라의 차디찬 시신 위에 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