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110. 데틀레프 글라너트의 '오세안'(Oceane)

정준극 2019. 10. 19. 18:19

오세안(Oceane)

데틀레프 글라너트의 미완성 마지막 오페라

인어공주, 루살카, 운디네 스타일의 2막 오페라


데틀레프 글라너트


'오세안'은 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현대 작곡가인 데틀레프 글라너트(Detlev Glanert: 1960-)의 14번째 오페라이다. 2019년 4월 28일 베를린의 도이체 오퍼(Deutsche Oper)에서 초연되었다. 대본은 독일의 극작가인 한스 울리히 트라이헬(Hans-Ulrich Treichel)이 독일의 작가 겸 시인인 테오도르 폰타네(Theodor Fontane: 1819-1898)의 '파르세발의 오세안'(Oceane von Parceval)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스토리는 안델센의 '인어공주', 체코 민화인 '루살카', 독일의 '운디네' 등과 흡사하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을 사랑하게 됨으로서 생기는 비극을 다룬 것이다. 내용이야 동화나 전설과 같지만 글라너트의 '오세안'은 전혀 새로운 프로세스로서 제작된 것이기에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에서 베를린만큼 오페라 활동이 활발한 곳도 없을 것이다. 베를린은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오페라가 많이 공연되고 있기도 하지만 장르에 있어서도 다양하다. 베를린에는 대표적으로 세곳의 오페라 극장이 있다. 슈타츠오퍼, 도이체 오퍼, 코미셰 오퍼 등이다. 이들 오페라 극장들은 조지 프레데릭 헨델에서부터 한스 베르너 헨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의 오페라들을 무대에 올린다. 이 세 극장이 한 시즌에 무려 85편의 오페라를 제작하여 무대에 올리고 있으니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을수 없다. 베를린의 극장들은 역전의 용사와 같은 고전적인 오페라들을 제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작곡가에 의한 새로운 오페라들을 발굴하여 무대에 올리는 용기있는 사업도 끊이지 않고 펼치고 있다. 베를린의 도이체 오퍼는 한 시즌에 무려 네편의 새로운 오페라를 공연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글라너트의 '오세안'이다.


오세안의 무아지경적인 춤을 비난하는 발처 목사님


베를린의 오페라 극장들이 현대 작곡가에 의한 새로운 오페라의 제작을 적극 지원키로 하고 한 시즌에 적어도 네편의 새로운 오페라를 제작코자 하고 있다고 했는데 2018-2019 시즌만 하더라도 슈타츠오퍼는 스위스 출신의 오스트리아 작곡가인 베아트 푸러(Beat Furrer: 1954-)의 '비올레터 슈니'(Violetter Schnee)를 연초에 무대에 올렸고 코미셰 오퍼는 하이델베르크 출신의 모리츠 에거르트(Moritz Eggert: 1965-)의 '엠: 살인자를 찾는 도시'(M: A City Serches for a Murderer)를 초연했다. '엠: 살인자를 찾는 도시'는 프리츠 랑(Fritz Lang)의 공포 영화를 바탕으로 삼은 오페라이다. 또한 슈타츠오퍼는 연초에 뮌헨 출신인 외르크 뷔드만(Jörg Widmann: 1973-)의 2012년도 오페라 '바빌론'(Babylon)을 완전 수정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도이체 오퍼가 '오세안'을 초연한 것이다. 사실상 도이체 오퍼는 베를린의 다른 오페라 극장에 비하여 새로운 오페라의 헌팅에 적극적인 곳도 없을 것이다. 도이체 오퍼의 예술감독인 디트마르 슈봐르츠(Dietmar Schwarz)는 2012년에 그 자리에 취임한 이래 매 시즌마다 한 편씩의 현대 오페라를 제작키로 다짐했다. 그러나 여러 사정상 그렇게 되지를 못했다. 제작비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글라너트의 '오세안'이 그나마 체면을 지켜주었다. 그리고 2021년에는 아리베르트 라이만(Aribert Reimann)의 85회 탄생일을 기념하여서 그의 오페라 L'Invisible을 리바이발하기로 결정하였을 뿐이다.


도이체 오퍼 베를린. 2019년에 '오세안'이 초연되었다.


'오세안'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오세안 폰 파프세발(Ocean von Parceval: S). 젊은 여인

- 마르틴 폰 디르크센(Martin von Dircksen: T). 젊은 지주

- 독토르 알베르트 펠겐트로이(Dr Albert Felgentreu: Bar). 마르틴의 친구, 프러시아 학자

- 크리스티나(Kristina: Coloratura S). 오세안의 친구

- 발처(Pastor Baltzer: B). 목사님

- 마담 루이제(Madame Louise Ms/A). 호텔 주인

- 게오르그(Georg: Bar). 하인

기타 호텔 투숙객들, 바다의 음성.



여름 무도회를 준비하는 마담 루이제와 하인 게오르그 

          


[1막] 시기는 1880년대이며 장소는 어느 해변의 휴양지이다. 이곳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마담 루이제는 예년처럼 여름 무도회를 준비하고 있다. 마담 루이제의 하인인 게오르그가 화려했던 호텔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한탄한다. 실상 마담 루이제가 여름 무도회를 주선하는 것도 시들해지는 호텔을 부흥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이다. 게오르그는 돈만 있으면 호텔이 종전처럼 될 것이라는 말도 곁들인다. 마담 루이제는 이번 무도회를 위해서 장치를 화려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음식도 프랑스 스타일로 풍성하게 준비한다. 휴가를 위해 이 호텔에 묵고 있는 손님들은 마담 루이제의 솜씨와 호화스러운 음식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무도회를 손꼽아 기다리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젊은 지주인 마르틴과 나이 많은 교구 목사인 발처이다. 두 사람 모두 오세안 폰 파르세발이라는 젊은 여인의 참석을 기다리고 있다. 오세안의 출신이 어떠한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오세안이 분명히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다. 드디어 무도회가 시작된다. 오세안의 친구인 크리스티나는 벌써부터 마르틴의 친구인 프러시아의 학자인 알베르트 펠렌트로이와 마치 오래 사귄 사이처럼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크리스티나는 가벼운 장난을 좋아하는 성격이 솔직한 여자이다.  


인어공주, 루살카, 운디네, 오세안...모두 인간사회에 적응하려 했으나 헛된 수고만 한 얘기이다.


잠시후 오세안이 도착한다. 모두들 오세안의 아름답고도 이국적인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이다. 비록 고급스런 모습이지만 신분도 모르고 정체도 모르는 외지 여자가 나타나서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하고 있는 것이 못마땅해서이다. 오세안에게 매료 당한 마르틴이 오세안에게 춤을 추자고 청한다. 오세안은 처음에 거절하지만 그렇게 되면 모임에서 불편한 입장이 될 것 같아서 마르틴의 청을 받아 들인다. 오세안은 마르틴의 신사답고 친절한 태도에 마음이 끌린다. 두 사람의 춤은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오세안이 마르틴을 떠나서 마치 희열의 경지에 든 사람처럼 무도회의 폴카와는 사뭇 다른 독자적인 춤을 추기 시작한다. 집시의 춤 같기도 하고 영매의 춤 같기도 한 무아경의 춤이다. 사람들은 그런 오세안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심정이 된다. 특히 발처 목사님이 그러하다. 발처는 오세안이 악마의 화신이라도 된듯하다고 생각한다. 오세안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아서 교회를 부흥시키겠다는 생각은 어느새 증오로 변한다. 무도회는 소란과 실망으로 끝난다. 사람들은 파국이 된 무도회를 오세안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마르틴만은 오세안의 곁에서 그를 지켜주고 있다. 오세안은 증오와 가득찬 무도회장을 바삐 빠져 나간다. 마르틴이 적막한 해변에서 오세안이 혼자 있는 것을 발견한다. 마르틴은 오세안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마르틴이 오세안에게 키스를 하려 한다. 오세안도 마르틴과 키스를 하고 싶은 듯하지만 불현듯 거절한다. 마르틴은 도저히 참을수 없다는 듯이 그런 오세안을 격렬하게 포옹한다. 마르틴은 제 정신이 아닌 듯하다. 오세안이 그런 마르틴을 거세게 뿌리친다. 오세안은 그것이 마르틴이 되었든지 또는 누구가 되었든지 인간을 사랑하고 싶지만 그럴수 없는 자기의 신세를 생각하여서 그런 자기의 감정을 거친 파도에 대고 소리치며 발산한다.


마담 루이제가 마련한 연례 여름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오세아네(마리아 벵트손). 2019. 베를린 도이체 오퍼.


[2막]  다음날 아침, 사람들이 해변에서 어떤 젊은 어부의 시체가 파도에 밀려와 모래 사장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사람들은 오세안이 젊은 어부의 시체 옆에 무감각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고 혼란하고 불한하게 생각한다. 발처 목사님이 나타나서 죽은 어부를 위한 간단한 기독교식의 장례 절차를 진행한다. 그런 후에 몇 사람들이 시체를 메고 어디론가 간다. 그런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티나는 무도회에서 만나 친하게 된 펠겐트로이와 마르틴과 오세안에게 피크닉을 가기로 했으니 어서 가자고 말한다. 오세안이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물을 너무나 많이 마시는 것이 하나며 다른 하나는 몸에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채 바다로 들어가서 헤엄을 치고 싶어하는 것이다. 크리스티나와 펠겐트로이는 저쪽 모래 언덕에서 시시덕거리며 두 사람만의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이제 오세안은 마르틴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 이끌여서 키스를 하고자 한다. 그때 갑자기 발처 목사님이 나타난다. 발처 목사님은 두 사람에게 마치 죄인들에게 하는 것처럼 십자가를 겨누면서 잠시 있다가 구역질이라도 나는 듯이 급히 어디론가 사라진다.


오세안이 피크닉에서 옷을 벗어 던지고 바다 속으로 드려가고 싶은 욕망을 표현한다.


오세안은 마르틴에게 자기는 눈물도 모르며 기도하는 것도 모르고 또한 사랑이란 것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마르틴은 오세안에게 누구를 그리워한다는 것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해 준다. 그러자 오세안이 이번에는 오히려 마르틴을 붙잡고 격렬하게 키스를 한다. 마르틴도 오세안을 포옹하고서 열정적으로 응답한다. 그러는데 오세안이 갑자기 무감각한듯 정색을 한다. 마르틴은 처음에는 그런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다가 오세안이 수동적으로 나오자 그제서야 오세안의 태도에 변화가 있는 것을 안다. 그래도 마르틴은 오세안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다. 호텔에 돌아온 두 사람은 사람들에게 두 사람이 결혼을 약속했다고 발표한다. 그런 발표가 있고 사람들이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데에도 오세안은 말도 없고 정신이 없는 듯하다. 호텔 손님들은 그런 오세안을 보고 혐오감과 함께 두려움을 느낀다. 부두를 떠나는 연락선이 마지막으로 승객들을 부르는 기적소리를 낸다. 마담 루이제는 마지막 순간을 놓칠수가 없어서 오세안에게 호텔 수리를 위한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이내 거절 당한다. 모두들 떠나고 홀에는 오세안 혼자만 남아 있는다. 오세안은 인간사회에 적응하려던 노력이 헛수고였음을 깨닫는다. 오세안은 바다로 조용히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후 모습이 사라진다. 마르틴은 오세안이 써놓은 작별의 메모를 발견한다. '나는 멀리 떠납니다. 내가 태어난 춥디 추운 왕국으로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당신을 생각하겠어요'.


마르틴을 떠나는 오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