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111. 루이스 안드리센의 '라 코메디아'(La Commedia)

정준극 2019. 10. 22. 08:16

라 코메디아(La Commedia) - The Comedy

루이스 안드리센(Louis Andriessen)의 5장 오페라

단테의 '신곡'(Divina Commedia)에서 발췌


루이스 안드리센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1265-1321)의 신곡(Divina Commedia)은 3부의 대작이다. 1부 지옥, 2부 연옥, 3부 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이 너무 방대하여서 아무리 압축한다고 해도 전체 이야기를 하나의 오페라로 만드는 것은 엄두도 못냈다. 많은 작곡가들이 '신곡' 중에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발췌하여 오페라를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가장 많이 사용한 에피소드는 '리미니의 프란체스카'였다. 수많은 작곡가들이 피에트로 메타스타시오의 대본으로 오페라를 만들었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리카르도 찬도나이 등등...다른 소재의 오페라가 있다면 푸치니의 단막 오페라인 '자니 스키키' 정도일 것이다. 근년에 들어서서 로마교구의 신부인 마르코 프리시나(Marco Frisina: 1954-)가 '신곡' 전편을 오페라로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가 중도하차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중에 네덜란드 우트레헤트 출신의 루이스 안드리센(Louis Andriessen: 1892-1981)이 '신곡'에서 다섯 에피소드를 발췌하여 '라 코메디아'(La Commedia)라는 오페라를 만들어 관심을 끌었다. 에피소드의내용이 각각 다르다 보니 대본에도 여러 나라 언어가 사용되었다는 것이 특이하다. 이탈리아어, 영어, 네덜란드어이다. 대본은 주로 작곡자 자신이 오리지널 '신곡'을 참고하여서 만들었고 여기에 네덜란드의 시인이며 극작가인 조스트 반 덴 본델(Joost van den Vondel: 1587-1679)의 시, 그리고 구약성경의 구절들도 인용하여 만들었다. 루이스 안드리센은 '라 코메디아'를 '필름 오페라'(Film opera)라고 불렀다. 제작에 있어서 영화감독인 할 하틀리(Hal Hartley)와 긴밀하게 협조하였기 때문이다. '라 코메디아'에는 오케스트라 이외에도 전자음악을 무대 위의 스피커에 연결하는 시도도 하였다. '라 코메디아'는 2008년 6월 12일 암스텔담의 코닌클리크 테아터 캬레(Koninklijk Theater Carre)에서 초연되었다.


암스텔담의 코닌클리이크 테아터 캬레. 암스텔담의 암스텔 강변에 있는 이 극장은 1887년에 건립되었으며 원래는 서커스를 위한 극장으로 지었다. 오늘날에는 주로 뮤지컬, 캬바레 공연, 그리고 팝 콘서트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 루이스 안드리센은 음악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작곡가인 헨드리크 안드리센(Hendrik Andiesn: 1892-1981)이며 형인 주리안 안드리센(Jurriaan Andriessen: 1925-1996))과 누이인 캐실리아 안드리센(Caecilia Andriessen: 1931-2019)도 작곡가이고 친척인 빌렘 안드리센(Willem Andriessen: 1887-1964)도 작곡가이다. 그는 현재 헤이그 왕립음악원의 강사이다. 1959년에는 유명한 과데아무스 국제작곡가 상을 받았다. 헤이그 왕립음악원에서 작곡 공부를 한 그는 밀라노와 베를린에서 루치아노 베리오 등에게서 작곡 사사를 받았다. 그는 1969년에 암스텔담에서 스테임(TEIM)을 공동 설립했다. 스테임은 전자악기음악스튜디오(Studio for Electro-Instrumental Music)를 말한다. 그후에도 그는 쇤베르크 앙상블과 아스코 앙상블의 운영에 깊이 관여하였고 영국의 앙상블인 아이스브레이커(Icebreaker)의 구성에도 영감을 주었다.


코닌클리이크 테아터 캬레의 오디터리움.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안드리센의 최근 작품들은 재즈와 미국의 미니멀리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클로드 비비에르(Claude Vivier)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는 작곡에 있어서 하모니를 미니멀리즘의 협화음 방식을 회피하였다. 대신에 전후 유럽의 불협화음을 선호하였다. 그러한 불협화음은 간혹 커다란 음의 뭉치로 구체화되었다. 예를 들어 '공화국'(De Staat)과 같은 대규모 작품은 대편성 밴드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카운트 베이지(Count Basie), 스탠 켄튼(Stan Kenton), 그리고 스티브 라이히(Stev Reich)의 반복적인 절차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밝으면서도 불협화음이 부딪치는 소리를 교며하게 복합하였다. 결론적으로 안드리센의 음악은 반독일적, 반낭만주의적이며 전후 유럽의 병렬주의 등등으로부터의 결별을 의미한다. 그는 전통적인 연주 관례에 대한 대체로서 간혹 강압적이면서도 리드믹한 음조를 특별하게 다루었으며 또한 앰프를 이용한 음을 즐겨 사용하였고 아울러 노래에 있어서는 비브라토가 없는 발성을 중시하였다. '라 코메디아'는 암스텔담 초연 이후 2010년에 뉴욕 카네기 홀와 로스 안젤레스의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되었다. 출연진은 초연의 출연진 그대로였다. 콘서트 연주는 2016년 런던의 바비칸에서 계속되었다. '라 코메디아'는 2011년 그로마이어 작곡상(Grawemeyer Award for Music Composition)을 받았다.


코닌클리이크 극장의 무대와 오케스트라 피트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단테(Dante: Ms)

- 베아트리체(Beatrice S)

- 루시퍼(Lucifer: Bar)

- 카셀라(Casella: T). 단테의 죽은 친구

기타 혼성 합창단, 어린이 합창단이 나온다.


뉴욕 스턴 오디토리엄의 공연. 지옥의 길로 가는 단테


파트 1 - 디스 시(The City of Dis) 또는 '바보들의 배'(The Ship of Fools)

'바보들의 배'(Das Narrenschiff)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라틴 텍스트에 이어 16세기 블루 바지 길드(Guld of the Blue Barge)를 위한 인원모집 텍스트로서 오픈된다. 베아트리체(베아트리스)가 나타나서 비르질(Virgil)에게 영원으로 통하는 길에 단테를 도와 달라는 요구를 말한다. 두 사나이가 디스로 가는 보트에 타고 있다. 지옥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도시이다. 이들은 불타는 탑들의 지붕에 있는 복수의 여신들(Furies)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을 본다. 또 어떤 사람이 물 위를 걷고 있는 것도 본다. 단테는 '이 여인은 하늘이 보내주셨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한다.


심연의 지옥에서 길을 잃고 허덕이는 단테. 코닌클리이크 무대


파트 2 - 지옥으로부터의 이야기(Racconto dall'Inferno) - Story from the Hell

단테는 그에게 길을 가르쳐 주고 있는 어떤 늙은 악마 중의 하나에 대한 웃기는 이야기를 한다. 이 말라코다(Malacoda)는 단테를 위해 열 명의 무서운 악마로 하여금 에스코트하도록 해준다. 이들이 지옥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을 때 아주 특이한 행진곡이 들린다.


루시퍼(왼쪽)와 단테와 베아트리스


파트 3 - 루시퍼(Lucifer)

지옥의 하염없는 공포를 말해주는 긴 음악이 연주된다. 심연의 지옥을 표현한 음악이다. 합창이 루시퍼의 등장을 알리는 기괴한 노래를 부른다. 합창이 끝날 때에 루시퍼가 등장한다. 루시퍼는 하나님이 자기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신데 대하여 몹씨 질투한다. 루시퍼는 하나님에게 복수하겠다는 다짐과 욕망을 고함친다. 그리고 마치 자기의 욕망이 이루어진듯 즐거워한다.


뉴욕 카네기 홀에서의 콘서트 형식의 연주회에서 베아트리스


파트 4 - 희열의 정원(The Garden of Delights)

단테는 그의 죽은 친구인 카셀라를 만난다. 카셀라는 음악가이다. 카셀라는 단테가 쓴 찬란한 소네트 중에서 하나를 노래한다. 이에 대하여 단테는 커다란 세떼에게 쫓기고 있는 뱀에 대한 노래를 부른다. 그런 연후에 단테는 레스(Lethe)강을 건너는 도움을 받는다. 이어 단테는 말할수 없이 아름다운 것들이 대단히 인상적으로 행진하는 것을 본다. 그러다가 단테는 어떤 자동차에 치어서 죽는다. 합창단은 레바논의 신부에게 헌정한 노래 중의 노래를 부른다.


영원한 빛을 찾아 떠나는 단테


파트 5 - 영원한 빛(Luce Eterna) - The Eternal Light

소리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희미한 음악이 시작되더니 그것이 빛으로 발전한다. 빛과 음악은 제멋대로의 아이들이 부르는 합창으로 중단된다. 아이들은 '진혼곡'의 한 소절을 노래한다. 베아트리스는 그 빛이 사랑의 빛이라고 설명한다. 별들이 총총한 창공의 소리를 두 여성 솔로이스트가 이어 받아 노래한다. 단테는 하늘에 있는 존재들과 우주의 음악을 찬양한다. 하지만 단테의 찬양은 플로렌스의 주민들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 카치아귀다(Cacciaguida)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이윽고 합창과 베아트리스가 세상의 모든 슬픔을 정복하는 영원한 빛을 노래한다.


베아트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