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마크 안소니 터니지의 '실버 태씨'(The Silver Tassie)

실버 태씨(The Silver Tassie) - 은 트로피, 우승 트로피, 은배(銀杯)

마크 안소니 터니지의 4막 오페라

션 오케이시(Sean O'Casey)의 동명 희곡 바탕

마크 안소니 터니지

마크 안소니 터니지(Mark-Anthony Thurnage: 1960-)의 '실버 태씨'(Silver Tassie)는 현대를 대표하는 10대 오페라의 하나로 선정될 만큼 비중있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마크 안소니 터니지라고 하면 벤자민 브리튼 이후 가장 중요한 오페라 작곡가 중의 하나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의 대표적인 오페라는 '그리크'(Greek)이다. '실버 태씨'는 '그리크' 이후 10 여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 내놓은 작품이다. 그만큼 깊은 생각과 노력 끝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어 대본은 아만다 홀든(Amanda Holden: 1948-)이 맡았다. 원작은 아일랜드의 극작가인 션 오케이시(Sean O'Casey)의 1928년도 동명 희곡이다. 오페라 '실버 태씨'는 ENO(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가 위탁한 작품이다. 터니지는 ENO의 협동 작곡가로서 ENO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할수 있는 혜택을 받고 있었다. 미국의 달라스 오페라도 '실버 태씨'의 작곡에 재정적인 지원을 하였다.

실버 태씨를 들고 즐거워하는 해리와 동료들

'실버 태씨'는 2000년 2월 16일에 ENO가 런던의 콜리세움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오리지널 ENO 공연은 사우스 뱅크 쇼 상(South Bank Show Award)과 로렌스 올리비에 상(Lawrence Olivier Awards)을 받았다. 그만큼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ENO는 오리지널 캐스트에 의한 공연실황을 DVD로 만들었다. 한편, 콜리세움의 공연실황은 BBC텔리비전과 라디오로 전국에 방송되었다. 그리고 그 공연실황은 BBC가 마련한 바비칸 센터에서의 '터니시 위켄드'에서 상영되었다. '실버 태씨'는 2002년에 리바이발되었다. 더블린 공연은 2001년 오페라 아일랜드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2003년에는 달라스 오페라가 미국에서 공연예정이었으나 취소되었다. 제작에 따른 재정적인 어려움도 이유였지만 9.11 사건 이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공연은 삼가한다는 방침이 더 큰 이유였다.

런던 콜리세움 극장 오디토리엄과 스테이지

터니지는 이 오페라를 작곡할 때에 피날레를 댄스로 마무리한 4악장의 교향곡을 작곡하는 심정으로 작곡했다고 말했다. 터니지는 성악가들의 노래가 돋보일수 있도록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되도록이면 여리게 했다는 점도 덧붙여 말했다. 대본에 무대의 배경이 어디라는 것은 분명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터니지는 처음부터 이 오페라의 배경을 더블린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아일랜드의 직(Jig), 즉 리버 댄스로 장식했으며 여기에 무대 뒤에서 바이올린이 춤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만들었다. 스토리의 배경은 1차 대전 중이며 축구 영웅인 해리 히간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축구 시합에서 우승하여 실버 태씨를 차지하였지만 그 댓가는 너무나 컸다. 시합 중에 부상을 당하여 반신불수가 된 것이다. 그로 인하여 해리의 생활은 험난할 길로 들어선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일랜드의 민속 춤들이 화려하게 펼쳐지지만 실상 그것들을 해리를 비웃는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 이 오페라의 주제는 어딘가 '보체크'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중간 쯤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버 태씨'는 은으로 만든 술잔 또는 은 트로피를 말한다. 우승 트로피이다. 스코틀랜드의 민요에 '실버 태씨'라는 것이 있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국민 시인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의 시에 의한 노래이다.

해리(로난 라프터리)와 제시(데이더 멀린스). 더블린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초연에서 수지의 이미지는 메조소프라노 사라 코놀리(Sarah Connolly)가 창조하였으며 해리의 이미지는 바리톤 제랄드 핀리(Gerald Finley)가 창조하였다. 시기는 1차 대전 중이며 장소는 영국의 어떤 마울이다. 1막과 2막을 연결하는 간주곡과 3막과 4막을 연결하는 간주곡이 있다.

- 해리 히간(Harry Heegan: Bar). 23세. 영웅적 바리톤

- 수지(Suse: S). 22세. 해리 히간 옆집의 아가씨

- 미세스 포란(Mrs Foran: S).29세. 드라마틱 소프라노

- 테디(Teddy: Bar). 31세. 미세스 포란의 남편

- 바니(Barney: B-Bar). 23세. 해리의 가장 친한 친구

- 제시 테이트(Jessie Tate: S). 22세. 해리의 여자 친구. 하이 소프라노

- 미세스 히간(Mrs Heegan: Ms). 66세. 해리의 어머니

- 실베스터(Sylvester: T). 65세. 해리의 아버지

- 닥터 맥스웰(Dr Maxwell: T). 30세.

- 일꾼(The croucher: B). 베이스 프로폰도. 무대 뒤에서 노래 부를수도 있음

- 장교(Saff Officer: T)

- 상사(Corporal: Bar)

- 들것 운반자(Stretcher Bearers). 보이스 합창(트레블)

- 지원병(Volunteer Soldiers). 남성 합창단 1(테너, 베이스), 남성 합창단 2(네터, 베이스)

- 기타 들것에 실린 부상병(2막), 병원의 남자 환자들(3막), 댄서들, 휴가 장병들, 그들의 여자 친구들, 마을 사람들(4막). 이들은 모두 사일렌트 역할이다. 

전선으로 떠나는 해리를 환송하는 가족들과 이웃 사람들

[1막] 어떤 가을 저녁, 히간씨네 집이다. 해리 히간은 마을에서 이름난 축구 선수이다. 그는 전선에 있다가 잠시 고향 마을에 왔으며 곧 다시 돌아가야 한다. 해리의 부모님과 마을 사람 몇이서 해리가 집에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집에 와서 필요한 장비들을 가지고 전선으로 떠나야 한다. 해리의 아버지인 실베스터는 사람들에게 해리가 시합에서 얼마나 용감했는지, 그리고 승리를 축하하는 모임에서 경찰관을 단번에 넉아웃 시킨 얘기를 하며 자랑한다. 옆집에 사는 젊은 아가씨인 수지는 그런 실베스터에게 올치 않은 행동을 하면 심판의 날에 문제가 될것이라며 설교하듯이 얘기해 준다. 모두들 집안에 있지만 해리의 어머니는 추운 밖에서 해리를 기다리고 있다. 해리네의 옆집에 사는 테디의 집에서 소란한 소리가 들린다. 테디가 부인인 미세스 포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소리이다. 견디다 못한 미세스 포란이 해리의 입으로 피난 온다. 테디가 해리의 집에 있는 자기 부인을 마치 범인을 잡으려는 듯이 달려 온다. 테디는 자기 부인의 결혼 그릇을 들어서 내던져 부순다. 테디가 화를 내는 것은 그가 전쟁에 나가 있는 때에 더 행복하게 지낸다는 것을 참지 못해서이다. 이윽고 해리가 도착한다. 해리의 오랜 친구인 바니와 해리의 여자 친구인 제시도 함께 온다. 해리는 운동경기 트로피를 하나 들고 있다. 이 오페라의 타이틀이 되고 있는 실버 태씨이다. 해리는 친구인 바니와 함께 그날 있은 축구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장면에 대하여 신나게 얘기를 나눈다. 잠시후 해리와 바니, 그리고 테디는 이들을 태우고 전선으로 떠날 함선을 타기 위해 떠난다.

바비칸 콘서트 형식의 공연. 무대 아레에서는 들것에 부상병을 운반하고 있다.

[2막] 참호 속이다. 병사들의 심부름을 해주고 허드레 일을 하는 사람이 병사들에게 구약성서의 구절을 그럴듯하게 인용하면서 이제 세상 종말이 다가올 것이라는 예언적인 말을 뱉는다. 병사들은 그가 떠들던 말던 신경쓰지 않고 그저 잠시라도 편하게 있고 싶어서 눈들을 감고 있다. 장교가 나타난다. 장교는 날씨가 나쁘다느니 하면서 불평을 털어 놓는다. 병사들은 그런 장교에 대하여 전투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날씨 탓만 한다면서 불평을 털어 놓는다. 장교는 참호를 나와서 적십자 시설로 간다. 장교는 의사들이 그저 부정적인 견해만 가지고 있다면서 불평한다. 들것을 든 사람들이 부상병을 데려다가 적십자 병원에 내려 놓는다. 잠시후 상사가 나타나서 소포 뭉치들을 병사들에게 나누어 준다. 적십자사에서 보낸 것이다. 주로 성경책과 축구공이다. 병사들이 할 일이 없던 차에 축구공을 가지고 논다. 그러자 장교가 나타나서 적들이 침투해 왔으니 어서 총을 들고 나가라면서 병사들을 전방으로 내보낸다.

전투에서 부상 당하여 사경을 헤매고 있는 해리와 그를 간호하는 수지

[3막] 영국에 잇는 어떤 병원의 병동이다. 해리는 휠체어 신세이다. 허리 하반신이 마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수지는 이제 간호원이다. 두 사람은 고향 마을에서 진작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호칭 대신에 이름을 부르며 얘기를 나눈다. 공식적인 호칭이라면 병사는 '간호원'이라고 불러야 하고 간호원은 병사에게 '환자번호 28번' 등으로 불러야 한다. 해리는 다음날 큰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그런데 해리는 담당 의사에게 대하여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친절하고 무시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해르를 면회온다. 해리의 어머니와 아버지이다. 미세스 포란도 찾아온다. 미세스 포란은 지금은 눈이 먼 남편 테디를 이끌고 들어온다. 해리의 여자친구였던 제시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서성이고 있다. 제시는 바니가 어디 있는지 찾고 있다. 바니는 전쟁에서 해리를 구한 공적으로 빅토리아 십자 훈장을 받았다. 해리가 제시를 찾는다. 제시 대신에 바니가 나타난다. 바니는 제시가 가지고 온 꽃다발과 해리의 우클레레(악기)를 들고 있다.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해리를 어머니 미세스 히간이 위로하고 있다.

[4막] 축구 클럽에서 댄스 파티가 열리고 있다. 제시와 바니는 휠체어를 타고 파티장까지 따라온 해리를 따돌리려고 노력한다. 해리의 어머니인 미세스 히간이 이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어머니는 전에는 죽자사자하면서 친하게 지냈는데 해리가 불구자가 되고나서는 친구들도 노골적으로 피하고 있어서 씁쓸하다고 생각한다. 미세스 포란, 실베스터와 미세스 히간은 수지가 젊은 의사인 닥터 맥스웰과 신나게 춤을 추고 있고 해리의 여자친구였던 제시가 해리의 친구인 바니와 시시덕거리는 것을 보고 비난한다. 전쟁터에서 눈이 먼 테디는 어른들이 누구를 비난하는지 짐작을 하지 못한다. 제시와 바니가 딱 달라 붙어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본 해리가 그만 정신을 잃고 휠체어에서 쓰러진다. 닥터 맥스웰이 해리를 보살펴서 겨우 정신을 차리게 한다. 정신을 차린 해리는 클럽의 한쪽에 있는 실버 태씨를 가져와서 술을 부어 벌컥벌컥 마신다. 그런 해리의 모습을 보고 수지가 다가와서 그러지 말고 정원에 나가서 우클렐레를 치고 노래를 불러서 기분을 바꾸라고 권한다.

축구 클럽에서의 해리와 제시

한편, 바니와 제시는 어느 방에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 키스하기 시작한다. 바니와 제시는 서로 몸이 달아서 섹스를 하려고 옷을 벗어 던진다. 이 방은 전에 제시와 해리가 지금처럼 섹스를 하던 곳이다. 바니와 제시가 아무래도 수상하다고 생각한 해리는 방문을 따고 들어와서 제시보다도 바니에게 사람이 그럴수가 있느냐면서 비난한다. 그러면서 전에 전쟁터에서 해리가 총탄을 맞아 쓰러져 있을 때 바니가 달려와서 '제발 제시를 생각해서 쓰러지면 안돼!'라고 소리치던 일을 상기시켜 준다. 해리가 욕설과 비난을 계속하자 바니가 참지 못하고 해리를 휠체어에서 끌어 내린다. 해리와 바니는 마루바닥에서 부등켜 안고 싸우기 시작한다. 그때 닥터 맥스웰이 들어와서 해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해리를 데리고 집으로 가려고 찾고 있다고 말한다. 해리는 실버 태씨를 집어 들고 창밖으로 던진다. 휠체어에 다시 올라탄 해리가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클럽을 떠난다. 해리의 아버지인 실베스터는 테디의 휠체어를 밀고 역시 집으로 향한다. 제시와 바니, 수지와 닥터 맥스웰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다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아일랜드의 흥겨운 민속 춤이다.

바니와 제시. 미세스 포란과 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