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114. 보리스 블라허의 '이본느, 부르군트의 공주'

정준극 2019. 12. 15. 06:26

이본느, 부르군트의 공주(Yvonne, Prnzessin von Burgund)

보리스 블라허의 4막 오페라

필립 괴스만의 부르고뉴 공주 이본느(Yvonne, pricesse de Bourgogne)도


보리스 블라허


'이본느, 부르군트의 공주'는 독일의 보리스 블라허(Boris Blacher: 1903-1975)가 작곡한 4막의 오페라이다. 1973년 9월에 독일의 부퍼탈 오페라하우스(Opernhaus Wuppertal)에서 초연을 가진 오페라이다. 블라허는 생전에 여러 장르의 작품을 작곡했는데 그 둥에서 오페라는 10편을 완성했다. '이본느, 부르군트 공주'는 오페라로서는 블라허의 마지막 작품으로 1972년에 완성했다. 보리스 블라허는 특이한 삶을 산 작곡가이다. 그의 생애는 영욕이 점철된 것이었다. 블라허의 부모는 독일인었지만 만주의 뉴추앙(Niuzhuang: 牛莊)에서 살았고 블라허는 그곳에서 태어났다. 뉴추앙은 지금의 랴오닝성에 속한 지역으로 역사적으로 중일 전쟁이 처음 발발된 지역이다. 당시 뉴추앙에는 러시아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러시아어가 통용어였다. 블라허는 뉴추앙에서 살다고 16세 때에 부모와 함께 하얼빈으로 와서 지냈다. 하얼빈에 온 해는 1919년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삼일운동이 일어난 해이다. 블라허는 하얼빈에서 학교에 다니다가 1922년에 19세의 젊은 나이로 베를린으로 건너왔다. 그는 베를린에서 건축학과 수학을 공부했다. 그러다가 2년 후부터는 음악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당대의 작곡 교수인 프리드리히 코흐에게서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다. 작곡가로서 블라허의 작품은 현대적 감각의 뛰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경력은 나치의 집권과 함께 고난을 겪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이본느를 만나는 필립


나치는 블라허의 작품을 '퇴폐음악'(Degenerate music)으로 간주하여 작곡활동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나치는 드레스덴음악원에서 가르치던 그의 직장도 빼앗아 갔다. 그의 경력은 전쟁이 끝난 때로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블라허는 1945년에 베를린의 예술아카데미 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그의 작곡활동이 가장 왕성했던 것도 전후의 베를린 시기였다. 그리하여 블라허는 오늘날 1950년대로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작곡가로서 인정을 받았다. 그가 베를린에서 양성한 제자로서는 아리베르트 라이만, 윤 이상, 마키 이쉬이, 프리츠 가이슬러, 기젤허 클레베, 헤이모 에르브제, 리하르트 아아커 트리탈, 클라우스 후버, 프란시스 버트,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 칼레비 아호, 리하르트 베르니크 등이다. 이것만 보아도 그가 현대 독일 음악계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블라허는 뛰어난 오페라 대본가이기도 했다. 그는 일부 그의 오페라의 대본도 썼지만 제자인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의 오페라 '단톤의 죽음'(Dantons Tod: 1947)과 '재판'(Der Prozess 1953)의 대본을 쓴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참고로 이 글의 말미에 그의 오페라 리스트를 소개한다. 그건 그렇고, 그는 피아니스트인 게르티와 결혼하여 네 자녀를 두었다. 유명 배우인 타티아나 블라허와 바이올리니스트인 콜랴 블라허는 그의 자녀들이다. 그는 1975년 베를린에서 향년 72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본느...' 연극의 한 장면. 필립과 이본느의 결혼. 바르샤바 국립극장


블라허의 오페라 '이본느, 부르군트의 공주'는 폴란드의 극작가로서 파리에서 말년을 보낸 뷔톨트 곰브로비치(Witold Gombrowicz: 1904-1969)의 1935년도 희곡인 '이보나, 부르군다 공주'(Iwona, ksiezniczka Burgunda)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대본은 작곡자 자신이 썼다. 곰브로비치의 '이보나...'는 1935년에 출판되었지만 그 연극이 정작 무대에 처음 올려진 것은 22년 후인 1957년 바르샤바에서였다. 그로부터 '이보나...'는 유럽과 미주의 여러 곳에서 지대한 관심을 얻으면서 공연되었다. 이 희곡을 바탕으로 삼아서 네편의 오페라가 만들어졌다. 블라허의 '이본느...'가 첫번째이다. 대른 세편의 오페라는 1998년 크레펠드에서 초연된 울리히 바그너(Ulrich Wagner: 1967-)의 독일어 실내오페라, 2004년 파리에서 초연된 지그문트 크라우체(Zygmunt Kreauze: 1938)의 폴란드어 오페라, 그리고 2009년 파리에서 초연된 벨기에 출신의 필립 뵈스만스(Philippe Boesmans: 1936-)의 프랑스어 오페라가 그것이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이본느(Yvonne: Iwona). 말은 하지 않고 댄스만 추는 역할

- 필립(Philippe: T). 부르군트 왕국의 왕자

- 이그나스 왕(King Ignaz: Bar).

- 마르가레트 왕비(Queen Margarete: Ms)

- 총리대신(Chamberlain: B-Bar)

- 이사(Isa: S). 왕비의 시녀

- 치프리안(Zyprian: T). 왕자의 친구

- 이본느의 이모 2명(Two aunts of Yvonne: S, Cont.)

- 발렌틴(Valentin: T). 궁전의 종복

- 대법관(Grand Judge: Bar)

- 두 명의 시녀(Two ladies-in-waiting: Ss)


이본느를 위한 연회.


스토리는 상상의 나라의 왕궁이 무대이다. 시기는 아무때라도 상관없다. 비극적인 익살이 있는가하면 환상적인 모습이 있으며 또한 도덕적인 비판도 담아 있는 스토리이다. 주인공인 이본느 공주는 오페라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고 춤만 추는 역할이다. 이본느는 공주는 공주인데 공주라고 생각되는 점이 하나도 없다. 공주라면 아름답고 품위가 있으며 사랑스러워야 하는데 이본느는 못생겼을 뿐만 아니라 마음이 차갑기가 이를데 없고 또한 말이 없어서 주위 사람들로서는 이본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수가 없다. 아무튼 그런 괴상한 공주이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서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심지어는 짜증이 나도록 한다. 필립 왕자는 궁정 생활에 싫증이 나있다. 허구헌날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도 지겹기가 한이 없다. 그래서 거리에서 아주 못생기고 더구나 말을 하지 않는 이본느를 약혼자로 선정한다. 이본느는 노숙자였으며 더러운 옷차림이 거지나 다름없었다. 이본느는 왕자가 청혼하자 사회에 대한 일종의 반항심으로 청혼을 수락한다. 왕자의 아버지인 이그나스 왕과 어머니인 마르가레트 왕비는 필립이 이본느와 약혼했다는 것을 알고서 놀라자빠질 지경이 된다. 아니,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소름이 오싹 끼칠 정도로 두려웠다. 궁정의 귀족들과 대신들은 왕자의 그런 결정을 노골적으로 놀리기까지 한다. 궁전에 들어온 이본느는 어느 누구하고도 말하기를 거부한다. 사람들이 이본느가 말을 하도록 별별 노력을 다 기울였지만 이본느는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왕과 왕비는 물론 다른 궁신들도 이본느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된다. 심지어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궁전 안에서는 말못할 긴장감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 궁정에서는 나름대로의 예의와 의식이 있는데 이본느는 한번도 그런 것을 지키지 않는다. 따라서 별별 웃기는 소동이 다 일어난다. 마침내 이그나스 왕과 총리대신은 이본느를 죽여서 답답한 긴장감에서 벗어나기로 의견의 일치를 본다. 이본느를 위한 연회를 열기로 하고 그 자리에서 만일 이본느가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 궁정 모욕죄로 사형에 처하기로 한다. 과연, 이본느는 누가 무어라고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이본느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다. 이본느는 그의 명예를 지키다가 연회장에서 살해된다.


다비뇽 페스티발


[블라허의 오페라 수첩] 블라허는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의 오페라 Danton's Tod(당통의 죽음: 1947)와 Der Prozess(재판: 1953)의 대본을 썼다.


○ Habemeajaja(). 실내 오페라. 1929 작곡, 1987 초연 ○ Romeo und Julia(로미오와 줄리엣). 실내 오페라. 1950 잘츠부르크 초연 ○ Die Flut(홍수). 라디오 오페라. 1946 ○ Die Nachtschwalbe(밤제비). 차이트오퍼. 1948 ○ Preussishes Madchen(프로이센 아가씨). 발레 오페라. 1949-52 ○ Rosamunde Floris(로자문데 플로리스). 오페라. 1960 ○ Zwischenfalle bei einer Notlandung(비상착륙의 우발사고). 전자 오페라. 1964 ○ 200,000 Taler(20만불). 1969. 베를린 도이체 오퍼 초연 ○ Yvonne, prinzessin von Brugund(부르군트의 공주 이본느). 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