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115. 칼리슬 플로이드의 '프린스 오브 플레이어스'

정준극 2020. 1. 5. 06:21

프린스 오브 플레이어스(Prince of Players)

칼리슬 플로이드의 2막 실내 오페라

네드 카이네스턴의 생애 조명


칼리슬 플로이드


1926년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어났으니 2020년으로 94세인 칼리슬 플로이드(Carlisle Floyd)는 미국의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가 완성한 여러 편의 오페라 중에서 미국의 이미지를 십분 표현한 작품은 단연 '수잔나'(Susanna: 1955)와 '생쥐와 인간'(Of Mice ad Men: 1970)일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에 또 한편의 오페라를 만들었다. 아마 그의 생애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오페라이다. 멜로드라마인 '프린스 오브 플레이어스'이다. 17세기에 영국에서 이름을 떨치던 배우 에드워드 카이내스턴(Edward Kynaston)의 생애를 그린 내용이다. 대본도 작곡자 자신이 썼다. '프린스 오브 플레이어스'는 2016년 3월 5일 휴스턴의 워샘 시어터 센터(Wortham Theater Center)에서 초연되었다. '프린스 오브 플레이어스'의 대본은 영국의 극작가인 제프리 해처(Jeffrey Hatcher)의 희곡인 Compleat Female Stage를 바탕으로 삼아 만들어진 것이다. 이 희곡을 바탕으로 2004년에 리챠드 에어가 감독한 영화 Stage Beauty(스테이지 뷰티)가 만들어져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 일이 있다. 그것을 '프린스 오브 플레이어스'라는 제목의 오페라로 만들었다. '배우들의 왕자'라는 의미이다.


청교도 시기에는 여성의 역할을 남자가 맡아야 했다.


시기는 1661년이며 장소는 런던이다. 에드워드 카이내스턴은 당대에 가장 유명한 배우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여자의 옷을 입고 여자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가장 유명한 역할은 '오셀로'에서 데스데모나였다. 그가 스테이지에 데스데모나의 모습으로 등장하면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눈여겨 보았으며 그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귀담아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카이내스턴이 정말로 여자인줄로 알기까지 했다. 카이내스턴은 왕정복고 시대의 영국에서 무대에서 여자역할을 맡아 연기했던 마지막 배우였다. 그에게는 의상 담당이 따로 있었다. 마리아이다. 마리아는 자기도 당당히 대중극장에서 연기를 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영국에서는 스튜어트 왕조가 들어서서 왕정복고의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는 청교도에 의해서 일반적인 연예, 오락이 철저하게 금지되었었다. 연극도 극히 공인된 극장에서나 공연될수 있었으며 더구나 여자가 배우로서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당연히 금지사항이었다. 그러다가 챨스 2세가 국왕이 되고나서부터, 즉 왕정복고의 시대가 시작되고부터는 왕명으로 무대에서 여자의 역할을 여자가 맡아야 한다고 공포했다. 당시 26세였던 카이내스턴은 점차 역할을 맡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인기도 하락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과연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대한 논란도 생겨났다. 한편 마리아는 배우가 되는 희망만 가지고 있었을 뿐 실제로 무대에 설 기회를 갖지 못했었다. 왕정복고가 이루어지자 마리아는 마가렛 휴스라는 가명으로 우선은 시골 선술집 무대에 서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리아의 연기는 점차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결국 왕실에 영향력이 있는 챨스 세들리 경이 마리아의 연기에 감동하여 후원자가 되겠다고 나섰다. 얼마후 마리아는 세들리 경의 주선으로 챨스 2세를 배알할수 있었다.


카이내스턴과 마리아


넬 귄(Nell Gwynn)이란 여배우가 있었다. 야망에 넘쳐 있는 배우였다. 그런 넬은 챨스 2세의 정부이기도 했다. 넬은 남자가 여장을 하고 무대에 서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열을 내어 비난하였다. 그러다가 챨스 2세에게 남자가 여장으로 무대에 서는 것을 금지하라고 설득하였다. 카이내스턴은 오랜 세월을 여자 역할을 하도록 훈련되었기 때문에 그가 실상 남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오랫동안 여장 배우로서 인기를 누려왔는데 당장 그런 역할을 하지 않고 남자 역할을 한다면 비아냥을 받을 것이 뻔했다. 여자 역할을 하는 카이내스턴에게 정신을 빼앗긴 여러 사람이 있는 중에 버킹엄 공작인 조지 빌리어스는 특히 카이내스턴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카이내스턴이 여자의 의상을 벗어던지고 남자로서 모습을 보이자 조지 빌리어스는 당황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내스턴에 대한 연애감정은 지워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동성애로 보고 말들을 했고 소문은 삽시간에 런던 거리에까지 퍼졌다. 런던의 사교계는 카이내스턴이 동성애자라고 보고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카이내스턴은 대형 극장에서 공연할수 있는 기회를 잃었고 대신에 뮤직 홀 같은 곳에서 서민들이 좋아하는 저속한 노래를, 그것도 여장으로 부르면서 지내야 했다. 한편, 마리아의 인기는 날로 높아만 갔다. 물론 마리아의 연기는 카이내스턴의 연기에 비하여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실제로 마리아는 여성의 감정표현에 있어서 세심하지 못했다.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휴스턴


어느날 마리아는 왕궁에서의 '오텔로' 공연에서 데스데모나를 맡게 되었다. 마리아는 데스데모나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하여서 밤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었다. 마리아의 친구들은 카이내스턴에게 도와달라고 간청하였다. 데스데모나의 역할에 있어서 카이내스턴을 당해 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연기 연습에 몰두하게 되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연기연습을 하였다. 마리아는 카이태스턴으로부터 여자의 세심한 감정표현에 대하여 코치를 받았다. 마리아의 연기력은 점차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한편 카이내스턴은 마리아로부터 남자 역할을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코치를 받았다. 그리하여 카이내스턴은 마리아의 도움으로 이제는 어엿이 남자 배우로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카이내스턴이 오셀로를 맡고 마리아가 데스데모나를 맡은 왕궁에서의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카이내스턴은 그의 진정한 위상을 찾았고 마리아는 최고의 스타로서 갈채를 받았다.


여성약할의 카이내스턴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에드워드 카이내스턴(Edward Kynaston: Bar). 여장남자의 배우

- 토마스 베터턴(Thomas Betterton: B-Bar)

- 버킹엄 공작 빌리어스(Villiers, Duke of Buckingham: T).

- 마가릿 휴스(Mrgaret Hughes: S). 마리아의 예명

- 레이디 미레스베일(Lady Meresvale: Ms)

- 미스 프레인(Miss Frayne: S)

- 챨스 세들리 경(Sir Charles Sedley: T). 마리아의 후원자

- 챨스 2세(Charles II: T). 영국 국왕

- 넬 귄(Nell Gwynn: S). 배우. 챨스 2세의 정부

- 하이드(Hyde: B-Bar)

- 남자 역의 에밀리아(Male Emilia: T)

- 여자 역의 에밀리아(Female Emilia: Ms)

- 무대 조수(Stage Hand: T)

- 미스 레벨스(Mistress Revels: Ms)


'오셀로'에서의 오셀로(카이내스턴)와 데스데모나(마리아 휴스). 휴스턴 초연


플로이드의 오페라 '프린스 오브 플레이어스'는 플로이드의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문제들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섹스의 아이덴티티, 성적인 선호도, 성의 사회적 영향 등 복잡하고도 미묘한 문제들을 17세기 영국의 경우를 견주어서 설명한 것이다. 주인공인 에드워드 카이내스턴(1640-1706)은 그의 무대경험을 일기 스타일로 적어 놓았다. 그것을 영국의 작가인 사뮈엘 페피스라는 사람이 정리하였고 그것을 극작가인 제프리 해처가 1999년에 Comleate Female Stage Beauty라는 제목의 희곡으로 각색하였다. 희곡의 줄거리는 유명한 여장배우인 카이내스턴이 왕정복고 이후 왕명에 의해 남자가 여장으로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되자 갈등과 좌절을 겪게 되지만 진정한 남자 배우로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플로이드의 음악은 전반적으로 불협화음으로 멜랑콜리한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궁정에서 연회가 있을 때의 미뉴엣 연주, 카이내스턴이 술집에서 부르는 비록 저속한 내용이지만 멋있는 노래, 넬 귄이 부르는 민요조의 노래, 이런 것들은 왕정복구 시기의 런던의 어수선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