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궁전/슐로스 쇤브룬

마리아 테레자의 초상화

정준극 2008. 2. 19. 09:05

[마리아 테레자의 초상화]

넓은 ‘의식의 방’(Zeremoniensaal)은 황실 결혼식이나 세례식을 거행하는 장소였다. 원래 이 방은 ‘전쟁의 방’이라고 알려진 방이었다. 벽에 장식되어 있는 스투코(Stuco: 치장 벽토)가 여러 군기(軍旗)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방에서는 두 개의 그림이 특히 눈길을 끈다. 마리아 테레자의 큰 아들인 요셉2세가 황태자 시절인 1760년 10월 7일 파르마(Parma)의 이사벨라 공주와 결혼식을 올리는 그림과 마리아 테레자의 전신상이다. 마지막 방은 ‘푸른 중국의 방’(Blauer chinesischer Salon)이다. 푸른색 바탕의 벽에 중국화들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이 방은 원래 접견실이었다. 역사적으로 이 방은 1918년 11월 11일 오스트리아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카를1세(샤를르1세)가 퇴위선언서에 서명함으로서 제국의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공화국의 탄생을 기하게 된 곳이다.

 

마리아 테레자 여제의 침실 (1736년 완성)


‘푸른 중국의 방’ 다음에는 ‘고자개의 방’(Vieux-Laque Zimmer)을 볼수 있다. 이 방은 쇤브룬 궁전을 통틀어 가장 찬란한 방이다. 벽면에는 자개로 입힌 판위에 황금으로 산수(山水)와 화조(花鳥)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놀라운 아름다움이다. 이와 함께 마루바닥도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바닥 가운데에는 성당에서나 볼수 있는 장미창의 아름다운 문양이 각색의 목재로 모자익 되어 만들어져 있다. 이 방의 그림으로는 마리아 테레자의 둘째 아들인 레오폴드2세(1747-1790)의 부인인 루도비카(Ludovica)대공비와 세 자녀들, 마리아 테레자의 부군인 프란시스1세, 마리아 테레자의 둘째 아들인 레오폴드가 투스카니(Tuscany) 대공으로 있을 때 큰 아들인 요셉2세를 로마에서 만나는 장면 등이다. 이 방은 마리아 테레자가 부군인 프란시스1세의 서거후 미망인으로서 세상 떠날 때까지 지내던 거실이다. 프란시스1세는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전쟁’의 와중에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즉위하였다.

 

고 자개의 방

 

다음 방은 ‘나폴레옹의 방’으로 알려진 방이다. 나폴레옹이 쇤브룬에 있을 때 지내던 방이다. 원래 이 방은 마리아 테레자의 침실이었다. 이 방에서 가장 특별한 것은 18세기 브뤼셀에서 만든 타페스트리이다. 군대생활의 모습을 짜 넣은 대형 작품이다. 나폴레옹의 유일한 아들인 라이히슈타트 공작(Duke of Reichstadt: 나폴레옹2세)은 나폴레옹의 몰락후 이 방에서 연금되어 살다가 이 방에서 세상을 떠났다. 나폴레옹은 첫 번째 부인인 조세핀이 세상을 떠난후 마리아 테레자의 증손녀(마리아 테레자의 손자 프란시스2세의 딸)인 마리 루이제와 결혼하여 나폴레옹2세를 낳았다.

 

나폴레옹의 방과 타페스트리


‘나폴레옹의 방’ 다음에는 ‘도자기의 방’(Porzellanzimmer)이다. 마리아 테레자의 집무실이었다. 이 방에 있는 장식품들은 실제로 목각이지만 푸른색과 흰색을 칠해 마치 도자기처럼 보이게 했다. ‘도자기의 방’이라는 것은 그런 연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방의 벽면에는 푸른색 먹으로 그린 213장의 중국화로 도배되어 있다. 이 그림들은 아마도 1765년경의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에 이미 중국과의 왕래가 매우 활발했음을 말해주는 그림들이다. 벽에 걸린 그림들은 프란시스1세의 특별히 선호했던 것들이라고 한다. 이 방에는 커다란 메달형태의 초상화가 네 개 있다. 프란츠 요셉1세(씨씨의 남편), 프란츠 요셉1세의 부인인 엘리자베트(씨씨) 왕비, 마리아 테레자가 가장 총애했던 딸인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비, 그리고 마리아 크리스티나와 사랑하여 결혼한 작소니-테셴의 알베르트(Albert)대공이다.

 

 도자기의 방


다음 방은 ‘백만 플로린의 방’(Millionzimmer)이다. 이 방의 벽면에 연결되어 있는 천정에는  60개의 커다란 메달리온(Medallion)에 담긴 인도-페르시아의 미니어처(Miniature: 세밀화)들이 장식되어있다. 메달리온들은 일반적인 원형이 아니라 코끼리나 말과 같은 동물 형태로 되어 있는 것들도 있다. 미니어처는 모굴제국의 궁정 생활, 사냥, 하렘, 전쟁, 전통예술 및 공예, 종교의식등에 대한 내용을 그린 것이다. 미니어처들은 마리아 테레자가 콘스탄티노플에서 사들인 것으로 1백만 플로린(florin)의 대금을 지불했기 때문에 ‘백만 플로린의 방’이란 명칭이 붙었다. 이 방에는 두 개의 커다란 거울이 서로 마주보며 걸려 있어서 거울에 비친 방안의 모습이 더욱 화려하게 느껴지게 한다. 이 방은 주로 소규모 리셉션을 개최하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방의 한쪽 구석에는 16세 때의 마리 앙뚜아네트의 대리석 흉상이 있다. 프랑스의 루이16세와의 결혼을 기념하여 만든 것이다. 이 방의 또하나 특징은 가구들을 남미 기아나(Guyana)와 안틸레스(Antilles)섬에서만 찾아 볼수 있는 희귀종인 장미목(薔薇木)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안틸레스는 서인도제도에 있는 섬이다.

 

백만 플로린의 방. 천정쪽에 메달리온들이 부착되어 있다.


다음 방은 ‘고블랭의 방’(Gobelinzimmer)이다. 고블랭은 1500년경 파리의 유명한 염색사로 그의 염색기법을 이용하여 만든 양탄자를 고블랭직(織)이라고 부른다. 이름처럼 이 방에는 고블랭기법을 사용하여 18세기에 브뤼셀에서 만든 대형 타페스트리가 걸려 있다. 홀란드(네덜란드)의 일상생활을 그린 작품들이다. 이 방에는 여섯 개의 장식용 의자가 있다. 의자의 그림은 1년중 두달씩의 풍습(歲時記)을 그린 것이다.

 

벽면의 타페스트리가 웅장한 고블랭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