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0-1924) 푸치니의 성공비결: 스토리와 멜로디

(1850-1924) 푸치니의 성공비결: 스토리와 멜로디

[역사의 팁: 그때 그 당시]

1903: 베르디의 4막 비극인 Ernani(에르나니)가 오페라로는 처음으로 전편이 음반에 취입되었다.

1904: 나비부인이 초연되었다. 처음에는 재미없다는 비판도 받았으나 날이 갈수록 사정은 달라졌다.

1905: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극본에 의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가 초연되었다. 세례요한의 목을 쟁반에 담아 놓은 내용 때문에 적잖은 논란이 있었다.

1909: 플라스틱 시대가 막을 올렸다. 무대 장식 및 소도구에도 일대 변혁이 몰려왔다. 플라스틱은 처음에 베이켈라이트(Bakelite)라고 불렀다. 플라스틱을 발명한 헨드릭 베켈란드(Hendrik Baekeland)의 이름을 따서였다. 

1911: 플레아와 멜리상드를 쓴 메터르링크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1919: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에 항거하는 삼일운동이 일어났다. 이탈리아 베리스모의 선구자인 레온카발로가 세상을 떠났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베리스모 오페라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작곡한 마스카니는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되던 해인 1945년에 세상을 떠났다.

1924: 푸치니가 어름처럼 차가운 투란도트공주를 어름 방에 그대로 남겨 놓은채 세상을 떠났다.

조아키노 푸치니

푸치니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주인공의 극적인, 그리고 감정적인 상황을 최대로 표현하는 능력이다. 푸치니의 오페라에서 아리아는 전편을 압도한다. 대개의 경우, 아리아는 오케스트라가 주테마를 연주하는 가운데 천천히 시작된다. 그러다가 마치 실제의 상황을 괴롭게 반영하듯 반복하여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아리아를 영광스럽게 끌어안듯 강렬하게 표현된다. 이 경우에 오케스트라는 마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서와 마찬가지로 감미롭고 윤택하다. 어떤 경우에는 드빗시처럼 대단히 세련된 멜로디로서 아리아가 구성된다. 어떤 경우이든지 오케스트라는 언제나 최대의 효과를 내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푸치니의 독특한 드라마틱한 센스가 가미된다. 푸치니의 오페라에서는 어떤 경우든지 적어도 한 장면은 대단히 스펙터클하게 진행된다.

 

푸치니의 '나비부인'(나비부인 역의 마리아 칼라스) 

푸치니는 본능적으로 드라마틱한 움직임을 포착하여 주인공으로 하여금 계산되고 절제된 연기를 하도록 요구한다. 예를 들면 대단히 긴장이 고조된 순간에 연기와 노래를 정지토록 하는 것 등이다. 푸치니는 음악이 없는 정적의 효과에 대하여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적막함 속에서도 극적인 효과를 낼수 있다는 생각은 대단한 착상이었다. 나비부인에서 관중들이 보는 무대는 완전히 정지되어 있지만 합창단을 무대 뒤에 배치하여 허밍 코러스를 부르도록 한 극적인 효과는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것은 정지가 아니라 움직임이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핵심을 찌르는 스토리의 전개에 있다. 그의 오페라에서는 중심 스토리가 중요하다. 따라서 부수적인 스토리 때문에 중심 스토리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푸치니에게 있어서는 스토리가 지나치게 복잡하게 전개되는 것은 사절이다. 스토리를 되도록 간단하게 만들기 위해 원작의 상당부분을 재편집한 경우도 있다. 이같은 거대한 재능은 베리스모라는 새로운 사조를 꽃피게 한 핵심이었다.

 

'토스카'. 볼티모어 리릭 오페라. 질 가드너 

푸치니의 전통을 따른 다른 작곡가들로는 리카르도 찬도나이(Ricardo Zandonai: 1883-1944), 프랑코 알파노(Franco Alfano: 1876-1954), 이탈로 몬테메찌(Italo Montemezzi: 1875-1952) 등이 있다. 그리고 뒤늦게 나타난 작곡가로서 푸치니의 스타일을 충실하게 재현한 사람은 미국에서 활동한 지안 카를로 메노티(Gian Carlo Menotti: 1911-  )였다. 하지만 음악사학자들은 푸치니가 이탈리아 베리스모의 대미(大尾)를 장식한 인물로 보고 있다.

리카르도 찬도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