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터키/터키의 비엔나 공성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정준극 2008. 6. 8. 06:58

비엔나와 터키

2차에 걸친 오토만 터키의 비엔나 공성(攻城)튀르켄벨라게룽 빈(Tuerkenbelagerung Wien)

 

1683년 터키의 제2차 비엔나 공성


오스트리아(비엔나)와 터키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연관이 많다.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인 ‘터키 행진곡’(Turkish Rondo)은 비엔나와 터키와의 관계를 표현해주는 곡이다. ‘터키 행진곡’(우리 식으로는 토이기<土耳基> 행진곡)은 전3악장의 피아노 소나타 11번 A단조(K 331)에서 마지막 악장인 알레그레토(Allegretto)를 말한다. 모차르트가 터키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터키행진곡을 작곡했느냐고 궁금해 할지 모르지만 모차르트가 활동하던 시절만 해도 비엔나에는 터키풍이 은연중 유행으로 남아 있었다.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은 부제로 알라 투르카(alla turca) 즉 터키풍이라고 되어 있다. 터키군이 비엔나를 공성하였을 때 선봉에 섰던 야니싸리(Janissary)부대의 밴드연주를 표현한 곡이다. 요셉2세 황제의 요청으로 완성한 모차르트의 독일어 오페라인 ‘후궁에서의 도주’(Die Entfuehrung aus dem Serail)도 터키의 비엔나 공성과 관련하여 터키군에게 포로로 잡힌 비엔나의 여인들이 하렘에서 탈출하는 스토리로 되어 있다. 오페라(징슈필)인 ‘후궁에서의 도주’(일명 Il Seraglio)는 모차르트가 1782년 완성한 것이다. 베토벤도 터키행진곡을 작곡했다. 원래 이 곡은 베토벤이 1811년 페스트(Pest: 현재의 부다페스트의 페스트 지역)의 새로운 극장 개관기념으로 공연한 ‘아테네의 유적’(Die Ruinen von Athen)이라는 연극의 반주용으로 작곡한 것이다. 음악에 남아 있는 알라 투르크(터키 풍)에 대하여는 별도로 설명하오니 참고 바람.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에서의 도주'의 한 장면. 배경이 터키이다. 


터키의 비엔나 공성으로 남겨진 것들이 여럿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커피이다. 터키군이 두 번째로 비엔나를 포위했을 때 적진에 들어가 적황을 정탐하고 돌아와 비엔나 군에게 도움을 준 쿨치키(Kulczyki)에 대한 얘기는 너무나 잘 알려진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커피 상품인 율리우스 마이늘(Julius Meinl)의 로고도 터키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가하면 아침식사 때에 자주 먹는 크와쌍(Croissant)도 터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터키 국기에서 볼수 있는 반달모양을 빗대서 그런 빵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늘날 크와쌍은 프랑스에서 아침식사를 할 때 없어서는 안되는 빵으로 되어 있다. 비엔나의 배링구에는 튀르켄샨츠파르크(Tuerkenschanzpark)라는 작은 공원이 있다. 터키가 비엔나를 공성할 때에 보루를 만들어 놓았던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 유누스 엠레(Junus Emre)분수라는 정자 스타일의 아담한 건물이 있다. 1991년 터키 정부가 옛 일을 생각하여 비엔나에 기증한 분수이다. 터키의 비엔나 공성 이후 비엔나에는 때 아닌 터키 스타일의 터반과 같은 터키풍 모자, 그리고 소매와 바지가 비교적 헐렁한 터키풍 의상이 유행한 일이 있다. 여성들의 의상에서 특히 그러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에서의 도주’의 출연진들이 분장한 의상을 보면 비엔나에서의 터키풍 유행이 어떠했는지 짐작할수 있다.

 

1991년 터키정부가 비엔나시에 기증한 유누스 엠레 분수(또는 튀르키셔 브룬넨). 터키의 비엔나 공성 때에 터키군 주력부대가 주둔했던 배링구의 튀르켄샨츠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