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워킹 투어/링-카이 일주

나슈마르크트(Naschmarkt)

정준극 2008. 6. 17. 13:38

나슈마르크트(Naschmarkt)

 

나슈마르크트

 

비엔나의 신선한 아침을 즐기려면 나슈마르크트(Naschmarkt)로 가면 된다. 매일 이른 아침부터 장이 열린다. 비엔나의 식료품 시장이지만 주로 야채와 과일을 판다. 나슈라는 말은 비엔나식으로 우유통이란 뜻이지만 원래 독일어로는 음식을 조금조금씩 떼어 먹거나 마시는, 또는 우유를 조금씩 따른다는 뜻의 단어인 naschen에서 비롯한 것이다. 우유통들이 늘어서 있는 아침 시장이기 때문에 나슈마르크트라는 말이 나온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우유통과 조금씩 마신다는 것을 관련시킨 것은 우연일지 모르지만 재미난 표현이다. 나슈마르크트에는 먹는것과 관련해서 거의 무엇이든지 있다. 빵가게도 있고 소시지가게도 있으며 각종 올리브를 파는 가게도 있다. 집에서 만든 잼이나 치즈도 있고 와인가게들도 있다. 토요일에는 청과시장에 연결하여 대규모의 벼룩시장(Flohmarkt)이 열려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비엔나에는 나슈마르크트와 같은 청과시장이 다른 곳에도 있다. 하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2구에 있는 카르멜리터마르크트(Karmelitermarkt)는 그중에서 규모도 있고 오래되었다. 비엔나 교외의 생활을 맛볼수 있는 곳이다. 카르멜리터마르크트의 커피 하우스는 마치 중세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옛날 그대로의 모습이다. 더구나 물건을 팔러 나온 사람들의 대부분이 동구권 사람들이므로 이곳의 말은 독일어를 사용하는 비엔나 사람들도 알아듣기 힘든 동구 스타일의 비엔나말이다.

 

 

카르멜리터마르크트의 옛 모습 

 

나슈마르크트에서는 간혹 노다지를 캘수 있다. 언젠가 비엔나에 회의차 왔던 어떤 한국분이 나슈마르크트에서 구한말에 한국을 다녀갔던 어떤 오지리 여행가가 찍은 사진첩을 발견하여 싼 값에 사서 서울의 어떤 신문사에 값어치 있게 제공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슈마르크트에는 2차대전에 독일(오지리) 병사들이 사용했던 철모로부터 각종 훈장들이 많다. 인근 헝가리나 체코에서 가져온 민속제품들도 많다. 그런데 요즘에는 중국산 제품들이 더 많다. 중국산 대나무 제품까지 판을 치고 있어서 비엔나 전통의 벼룩시장이 멋을 잃어가고 있다. 나슈마르크트에 가려면 지하철 4호선 케텐브뤼켄가쎄(Kettenbruckengasse)에서 내리면 그곳이다. 지하철 칼스플라츠(Karlsplatz)에서 내려서 사방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걸어가도 된다.


1900년대의 나슈마르크트

 

나슈마르크트에 간 김에 근처에 있는 유명한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 빈강변극장)을 보는 것도 유익한 일일 것이다. 베토벤의 '휘델리오' 등이 초연된 역사적인 극장이다. 극장 옆길인 밀뢰커가쎄는 비엔나 오페레타의 작곡가이며 지휘자인 칼 밀뢰커를 기념하는 거리이다. 밀뢰커를 기념하는 밀뢰커가쎄에는 테아터 안 데어 빈의 후문이라고 할수 있는 파파게노 문(Papagenotor)이 남아 있다. 문의 상단에는 오페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파파게노 모습과 세 소년의 모습이 아름다운 조각으로 남아 있다. '마술피리'의 초연에서 파파게노 역을 맡았던 쉬카네더의 모습이며 세 소년은 쉬카네더의 아들들이라고 한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한 장면. 새잡이 파파게노.

 

잘 아는대로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인 '마술피리'는 1791년 9월에 오늘날의 4구 뷔덴에 있던 테아터 아우프 데어 뷔덴(Theater auf der Wieden)에서 초연되었다. 그때 초연을 주관했던 팀이 모차르트의 친구인 에마누엘 쉬카네더의 극단이었다. 에마누엘 쉬카네더는 '마술피리'의 대본을 쓴 사람이여 초연에서 파파게노의 역할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 쉬카네더가 테아터 아우프 데어 뷔덴이 문을 닫게 되자 이곳 빈강(Wien Fluss) 옆에 극장을 지어 오픈하였으니 그것이 테아터 안 데어 빈(빈강변극장)이다. 그래서 이 극장에 쉬카네더와 '마술피리'를 기념하여 파파게노문을 만들고 파파게노의 모습과 세 소년의 모습을 조각으로 만들어 장식하였던 것이다. 파파게노 문 옆의 벽에는 베토벤이 이곳에 머물면서 '휘델리오'의 일부, 교향곡 제3번 등을 가다듬었다는 내용의 동판이 붙어 있다. 베토벤이 빈강변극장에서 지낸 것을 기념하여 밀뢰커가쎄 9번지에 베토벤 호텔이 있다. 나슈마르크트에 인접하여 있는 호텔이므로 이곳에 투숙했다면 아침 일찍마다 걸어서 시장구경을 갈수 있다. 그 옆의 골목길은 파파게노(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새잡이)가쎄이며 조금 떨어진 곳의 골목길은 레하르가쎄이다. 프란츠 레하르의 '메리 위도우'도 이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테아터 안 데어 빈과 연결되어 있는 파파게노 문. 상단에 파파게노와 세 소년의 모습이 조각으로 설치되어 있다.


 

테아터 안 데어 빈 후문의 벽면에 부착되어 있는 베토벤 기념명판. 베토벤이 1803-04년에 이 극장에서 거주했으며 오페라, 교향곡 제3번, 크로이처소나타의 일부분을 이곳에서 작곡했고 '휘델리오'와 다른 작품들도 이 극장에서의 초연을 통해 생명력을 얻게 되었다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