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추억 따라/수원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

정준극 2008. 6. 27. 06:39

방화수류정(용두각) 

 

 

우리는 방화수류정을 용두각(龍頭閣)이라고 불렀다. 용두각 아래에는 용연(龍淵)이라는 연못이 있다. 사변전에는 한참 더운 여름날에 동무들과 함께 용연에 가서 멱을 감기도 했다. 6.25 사변 후 동무들과 함께 용연에 다시 갔다가 무슨 쇠뭉치 때문에 발을 베인 적이 있다. 바닥을 헤쳐서 그 물건을 찾아 꺼내보니 날개가 달린 작은 폭탄이었다. 전쟁중에 비행기에서 던진 폭탄인데 불발되어 그대로 연못 바닥에 묻혀 있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용연에는 그런 불발탄이 상당히 많이 잠겨 있었다. 연못 저쪽에서는 어른들이 연못 바닥의 폭탄들을 꺼내고 있었다. 파쇠로 팔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잘못 다루는 바람에 뇌관이 터져 팔과 다리가 잘려나간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연못 바닥에서 불발탄이든 무어든 쇠덩어리를 꺼내 오면 박하사탕 몇개씩을 주었다. 그바람에 아이들은 신이나서 연못 바닥을 헤집으며 폭탄이나 기관포 탄환들을 꺼내왔다. 기관포 탄환은 놋쇠로 만든 것이어서 녹이면 주발이나 다른 물건들을 만들수 있었다. 그러나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사고도 곧잘 있었다. 집에 가서 어머니께 용두각 연못에서 놀다가 연못 바닥에서 폭탄을 주워서 어른들에게 주고 박하사탕을 받았다고 말씀 드렸더니 몹시 역정을 내시며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말라고 단단히 걱정하셨다.  

 

방화수류정과 수원천. 한쪽에는 화홍문 

 

얼마전 이곳에 갔을 때 마침 일단의 일본인 관광객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을 보러 왔었다. 안내하는 어떤 여인이 일본말로 열심히 설명했다. 관광객들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고이..라면서 사진들을 찍느라고 바뻤다. 관광객들은 화홍문의 누각에 올라가고 이어 방화수류정에도 올라가 주변을 내려보며 시간을 보냈다. 나도 이들을 따라서 화홍문 누각과 방화수류정에 올라가 보았다. 화홍문 누각에는 여러 사람들이 멋대로 잠을 자고 있었다. 한쪽에는 음료수 병들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과자 봉지들도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 사정은 방화수류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낮술들을 자신 듯한 양반들이 옷도 제대로 추수리지 못한채 자고 있었다. 높은 곳이라 시원해서 잠이 솔솔 왔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유적지인데 사람들이 낮잠이나 자는 곳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깨끗하게 유지되어야 할 곳이 음료수병이나 뒹구는 곳이 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관리인이라도 두어야 하나?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관리인에게 '당신 뭐야? 내가 여기서 무얼 하든지 당신이 뭔데 말이 많아!'라고 대든다면 어찌해야 하나? 충분히 그렇게 대들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방화수류정 

 

 용연의 물이 이 괴물(아마 용의 머리, 즉 용두인듯)의 입을 통해 화홍문을 거쳐 수원천으로 흘러나가게 되어 있으나 최근에 가보니 텅텅 말라 있었다. 아마 다른 루트를 통해 물이 흘러나가는 것 같았다. 줄이라도 쳐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으면 더 잘 보존될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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