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명테너

지안니 라이몬디(Gianni Raimondi)

정준극 2010. 2. 3. 08:07

벨칸토의 왕자 지안니 라이몬디(Gianni Raimondi)

 

스칼라에서의 라 보엠에서 로돌포

 

지안니 라이몬디(1923-2008)는 이탈리아의 리릭 테너로서 특히 이탈리아 작품들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볼로냐에서 태어난 라이몬디는 볼로냐음악원을 나온후 1947년 볼로냐 부근의 작은 마을에서 리골레토의 공작을 맡아 오페라에 데뷔했다. 다음 해에 그는 볼로냐시립극장에서 도니제티의 ‘돈 파스쿠알레’에서 에르네스토를 맡아 미성의 오페라 테너로서 인정을 받았다. 1952년 그는 플로렌스에서 공연된 로시니의 아르미다에서 마리아 칼라스의 상대역으로 무대에 섰으며 이후 이탈리아 전역에 걸쳐 오페라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라이몬디에 대한 인기는 계속 높아졌다. 그는 니스, 마르세이유, 몬테 칼로, 파리, 런던의 초청을 받아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했다. 라 스칼라 진출은 1955년이었다. 라 트라비아타에서 마리아 칼라스의 상대역인 알프레도를 맡은 것이었다. 라 스칼라의 라 트라비아타는 유명한 제작자인 루치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의 작품이었다. 이후 라이몬디는 당대의 콤비인 비스콘티-칼라스 제작진에 참여하여 칼라스의 상대역으로 이름을 떨쳤다. 1957년에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에서 퍼시(Percy)역을 맡은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루치아에서 조앤 서덜랜드와 함께

 

이후 라이몬디는 라 스칼라에서 기획하는 중요한 공연에 여러차례 출연하였다. 예를 들면 1958년 로시니의 ‘이집트의 모세’, 1962년의 세미라미데 등이었다. 세미라미데에서는 조앤 서덜랜드의 상대역이었다. 라이몬디는 흐트러짐이 없는 벨칸토 리릭 테너의 역할에 최적이었다. 로시니의 ‘구글리엘모 텔’에서 아르놀도, 벨리니의 ‘청교도’에서 아르투로, 도니제티의 ‘라 화보리타’에서 페르난도, 도니제티의 ‘람메무어의 루치아’에서 에드가르도, 그리고 베르디의 ‘리골레토’에서 공작이었다.

 

라이몬디는 1957년에 비엔나 슈타츠오퍼에 등장하였다. 그로부터 그는 1977년까지 꼭 20년 동안 비엔나 슈타츠오퍼의 스타였다. 슈타츠오퍼에서 그의 역할은 알프레도(라 트라비아타), 공작(리골레토), 카바라도씨(토스카), 핀커튼(나비부인), 리카르도(가면무도회) 등 대중들이 선호하는 역할이었다. 1963년에는 프랑코 지페렐리의 전설적인 제작인 라 보엠에서 미렐라 프레니의 상대역을 맡아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다. 이때의 지휘는 카라얀이었다.

 

 

라이몬디의 미국 데뷔는 1957년 샌프란시스코에서였다. 1959년에는 남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콜론극장에도 모습을 보였다. 메트로폴리탄 데뷔는 1965년 9월 로돌포(라 보엠)으로였다. 상대역인 미미의 미렐라 프레니도 메트로에 처음 데뷔하는 것이었다. 이후 라이몬디는 메트로에서 에드가르도, 파우스트, 카바라도씨, 핀커튼 등이었다. 파우스트는 그가 이탈리아 작품이 아닌 프랑스 작품에 비로소 도전하는 것이었다. 라이몬디는 1970년대에 레퍼토리를 확장하였다. 노르마의 폴리오네, 루크레치아 보르지아(도니제티)의 제나로 등이었다. 상대역은 레일라 겐서(Leyla Gencer), 몽세라 카바예 등이었다. 그는 또한 베르디의 작품에도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해적’ ‘시실리의 만종’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주역을 맡은 것이었다.

 

 

라이몬디는 불행하게도 그다지 많은 레코딩을 남기지 못했다. 오랜 경력동안 세계의 수많은 오페라하우스에서 노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음반제작에는 열심이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의 빛나는 음성을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되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가 남긴 레코딩으로서는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줄리에타 시미오나토와 함께), 도니제티의 라 화보리타(훼도라 바르비에리와 함께), 도니제티의 샤뮤니의 린다(마르게리타 카로시오와 함께) 등이 있다. 현재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레코딩은 라 트라비아타로서 레나타 스코토(Renata Scotto), 에토레 바스티아니니(Ettore Bastianini)와 함께 녹음한 것이다. 라이몬디가 남긴 오페라 영화로는 카라얀 지휘로 미렐라 프레니와 함께 녹음한 라 보엠이다. 라이몬디는 이탈리아 소프라노인 지안나 달 솜모(Gianna Dal Somme)와 결혼하였고 85세를 일기로 고향 볼로냐의 부근인 피아노로(Pianoro)에서 2008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