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슈트라우스 왕조

오페레타 '베니스에서의 하룻밤'(Eine Nacht in Venedig)

정준극 2013. 2. 2. 22:59

베니스에서의 하룻밤

Eine Nacht in Venedig - A Night in Venice

베네디히에서의 하룻밤 - 베네치아에서의 하룻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3막 오페레타

 

공작의 주변에 모여든 여인들.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베니스에서의 하룻밤'은 전형적인 비엔나 오페레타이다. 화려하고 감미롭다.

탐미적인 비엔나 사람들의 로맨틱한 기질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내용이다. 우니라나 정서에는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공연한다고 해도 별로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보다도 아무래도 오페레타이기 때문에 대화체의 대사가 상당부분 나온다. 그런 대사들을 오리지널 독일어로 말할수도 없겠고 만일 우리 말로 번역한다면 도무지 어색하고 어려워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감을 잡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공연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페레타를 소개하는 것은 요한 슈트라우스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다른 의도는 없다.]

 

‘베니스에서의 하룻밤’(Eine Nacht in Venedig)은 요한 슈트라우스가 1883년에 작곡한 3막의 오페레타이다. 대본은 마그데부르크 출신의 시인 겸 대본가인 카밀로 반첼(Camilo Wanzel: 1829-1895)과 프러시아 출신의 오스트리아 대본가인 리하르트 즈네(Richard Genee: 1823-1895)가 공동으로 썼다. 카밀로 반첼은 F. Zell(Friedrich Zell)이라는 필명의 대본가로서 리하르트 즈네와 함께 밀뢰커의 ‘거지학생’(Der Bettelstudent)의 대본을 썼으며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로서는 ‘비엔나의 콜리오스트로’(Cogliostro in Wien: 1875)와 ‘유쾌한 전쟁’(Der lustige Krieg: 1881)을 썼다. 작곡가이기도 한 리하르트 즈네는 오페레타 ‘해군사관생도’(Der Seekadette: 영어 제목은 Legal Trap)를 작곡하였으며 요한 슈트라우스를 위해 특별히 ‘박쥐’(Der Fledermaus)의 대본을 제공하기도 했다. ‘베니스의 하룻밤’은 서로 신분을 오해하여 생기는 코믹하면서도 로맨틱한 내용이다.

 

밤의 장막이 내려진 베니스의 그랜드 카날(대운하)

 

‘베니스의 하룻밤’은 요한 슈트라우스가 58세가 되던 해인 1883년 10월 3일 베를린의 신프리드리히 빌헬름슈타트 극장(Neues Friedrich Wilhelmstadisches Theater)에서 초연되었다. ‘베니스의 하룻밤’은 요한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16편의 오페레타 중에서 유일하게 비엔나 이외의 장소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1881년 말에 카밀로 반첼 및 리하르트 즈네와 새로운 오페레타에 대하여 의논을 했다. 두 사람은 요한 슈트라우스에게 ‘거지학생’과 ‘베네치아의 밤’(Venezianishce Nächte)의 두가지 제목을 주고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제안했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베네치아의 밤’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제목을 ‘베니스에서의 하룻밤’(Eine Nacht in Venedig)라고 고쳤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베니스에서의 하룻밤’을 몇가지 이유로 선호하였다. 우선 그의 아버지(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35년 전에 ‘베니스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제목의 갈라를 작곡하여 성공을 거둔 일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오페레타로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 하나의 이유였다. 또한 당시 비엔나에서는 어쩐 일인지 베니스에 대한 주제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바다를 구경할수 없는 비엔나로서 곤돌라를 타고 다니는 베니스에서의 생활이 낭만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비엔나 사람들은 프라터 공원의 한쪽에 베니스처럼 운하를 만들고 곤돌라를 타고 다니는 유원지를 만들 계획까지 세운 일이 있었다.

 

베니스의 산 조르지오 섬

 

카밀로 반첼과 리하르트 즈네는 프랑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코믹 오페라인 ‘트롬페트 성’(Chateau Trompette)의 줄거리에 바탕을 두고 ‘베니스에서의 하룻밤’의 주인공들을 만들어내고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다만, 카밀로 반첼은 대사를 전담하였고 리하르트 즈네는 노래가사를 담당하였다. 따지고 보면 리하르트 즈네가 ‘베니스에서의 하룻밤’의 음악적 구성에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 왜냐하면 리하르트 즈네는 이미 요한 슈트라우스와 함께 ‘박쥐’를 완성한바 있기 때문에 요한 슈트라우스 오페레타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아마도 ‘베니스에서의 하룻밤’을 1882년 3월 말부터 작곡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때 카밀로 반첼과 리하르트 즈네는 이미 1막과 2막의 대본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베니스에서의 하룻밤’을 비엔나의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 빈강변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지고 싶어 했다. ‘박쥐’도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초연을 가져 대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사정으로 장소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두 번째 부인인 안젤리카 디트리히(Angelika Dittrich)가 테아터 안 데어 빈의 감독인 프란츠 슈타이너와 바람을 피웠기 때문이었다. 결국 요한 슈트라우스는 부인 안젤리카를 간통죄로 고소하였고 1882년 말에 안젤리카와 헤어졌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요한 슈트라우스는 그의 새로운 오페레타가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초연을 가지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어찌어찌 하다가 멀리 베를린의 신프리드리히 빌헬름슈타트 극장에서 초연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파파코다와 행상여인들

 

베를린에서의 초연은 그저 그런 반응이었다. 사람들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에 대하여 박수를 보냈지만 대본에 대하여는 별로 즐거워하지 않았다. 어떤 평론가는 대본이 ‘바보 같고 지루한 것의 뒤범벅’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또 다른 평론가는 ‘진부하고 거슬리는 대사들’이라고 비판하였다. 예를 들어 로스트 비프를 구두창을 구워 놓은 것 같다고 표현했는가 하면 왈츠 장면에서 주인공인 우르비노 공작이 왈츠의 멜로디를 흥얼거릴 때 고양이처럼 야옹야옹했다는 것 등이었다. 비엔나에서의 초연은 베를린에서의 초연이 있은지 6일 후로 예정되어 있었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대본가들과 급히 상의하여 사람들이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는 파트들을 수정하거나 심지어는 삭제하였다. 10월 9일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의 비엔나 초연은 대성공이었다. 초연 이후 무려 44회의 연속공연을 기록했다. 이로써 ‘베니스에서의 하룻밤’은 ‘박쥐’, ‘집시남작’과 함께 요한 슈트라우스의 3대 걸작으로 남게 되었다.

 

곤돌라 사랑의 장면. 엔리코와 바르바라

 

대본에 문제가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페레타는 여러 찬란한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1막의 앞부분에 카라멜로의 "Willkommen, liebe Freunde"와 “Evviva Caramelo"라는 아리아가 나온다. 이 아리아는 이어서 나오는 합창의 군데군데에 다시 반복되어 나옴으로서 카라멜로의 설명을 화려하게 강조해 주고 있다. 참으로 멋있는 합창이다. 또한 그가 타란텔라를 부를 때에 원래는 4분의 2박자이지만 이것을 8분의 6으로 바뀌어 부름으로서 감미로움을 더해주고 있는 것도 놀라운 아이디어이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그의 왈츠를 상황에 따라 느리게, 또는 빠르게 변화시켰다. 아니나, 치볼레타, 카라멜로, 파파코다가 카니발의 축제를 기대하면서 부르는 Alle maskiertro는 대표적이다. 이 왈츠는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레시타티브 파트와 대조적이어서 포근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카라멜로의 노래인 ”Komm in die Gondel, mein Liebchen"에 가장 경쾌한 멜로디를 붙여주었다. 어찌 보면 대단히 육감적인 노래이지만 웃음을 던져 주는 곡이다. 정작 이 노래를 부르는 카라멜로는 그 노래가 자기의 경우를 얘기하는 줄을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막에서 공작이 아니나와 함께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카라멜로는 “Ach wie so herrlich zu schaun"이라는 왈츠를 부른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감미로운 이 왈츠를 ”Lagunen Walzer"라는 타이틀로 별도로 출판하였다. 그만큼 이 오페레타의 대표적인 왈츠이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이 오페레타의 주인공은 공작이 아니라 카라멜로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이다.

 

티롤 란데스테아터의 무대

 

요한 슈트라우스는 ‘베니스에서의 하룻밤’에 나오는 테마 음악 두 곡을 별도의 작품으로 편곡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라군 왈츠’(Lagunen Walzer: op. 411)와 ‘산 마르꼬의 비둘기’(Die Tauben von San Marco: op. 414)이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인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Erich Wolfgang Korngold: 1897-1957)는 베를린과 비엔나에서 초연이 있은지 40년 후인 1923년에 오스트리아의 작가인 후버트 마리슈카(Hubert Marischka: 1882-1959)와 협동하여 ‘베니스에서의 하룻밤’의 음악과 대본을 수정하여 무대에 올렸다. 이 수정본은 오늘날 일반적으로 공연되는 것으로 레코딩도 이 수정본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출연자들을 소개한다. 귀도(Guido: T)는 우르비노 공작으로 베니스의 돈 후안이다. 하지만 실속을 별로 없다. 카라멜로(Caramello: T)는 공작의 전속 이발사이다. 어리숙하면서도 기발하여서 자기 실속은 차리는 인물이다. 첸투리오(Centurio)는 공작의 시종이다. 바르톨로메오 델라쿠아(Bartolomeo Delacqua: Bar)는 베니스의 원로의원이며 젊고 예쁜 바르바라(Barbara: MS)는 그의 부인이다. 아니나(Annina: S)는 바르바라의 수양동생로서 고기잡이 처녀이다. 카라멜로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다. 치볼레타(Ciboletta: S)는 델라쿠아 저택의 요리사이다. 나폴리에서 온 마카로니 요리사인 파파코다(Pappacoda: Bar)와 결혼할 예정이다. 엔리코 피셀리(Enrico Piselli)는 델라쿠아의 조카로서 해군장교이다. 스테파노 바르바루키오(Stefano Barbaruccio)는 델라쿠아와 마찬가지로 베니스의 원로의원이며 아그리콜라(Agricola: MS)는 그의 부인이다. 조리지오 테스타키오(Giorgio Testaccio)도 베니스의 원로의원이며 콘스탄티나(Constantina)는 그의 부인이다. 이제 스토리로 들어가 보자.

 

카니발을 위해 공작궁에 모인 여인들

 

제1막. 시기는 18세기, 무대는 베니스이다. 베니스에 석양이 드리워지고 있다. 대운하(Canal Grande)에 면한 광장에서는 해가 지자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고 행상하는 여인들은 물건을 팔기 위해 소리를 치고 다닌다. 광장의 건너편에는 공작궁이 있고 저 멀리는 산 조르지오 섬(San Giorgio Maggiore: Isle of San Giorgio)이 보인다. 베니스 원로의원인 델라쿠아 저택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나폴리 출신의 젊은 파파코다는 자기의 마카로니에 대하여 자부심이 많다. 베니스에 아무리 좋은 것이 많다고 해도 자기가 만드는 나폴리 스타일의 마카로니가 없다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파파코다는 ‘마카로니는 대운하처럼 길고 리도의 모래처럼 치즈가 많이 들어있다’고 말한다. 해군장교인 엔리코가 나타나서 파파코다에게 델라쿠아 상원의원이 집에 있는지 묻는다. 의회에 나갔기 때문에 집에 없다고 하자 엔리코는 그렇다면 잠시이긴 하지만 델라쿠아 상원의원의 젊고 아름다운 부인인 바르바라와 단 둘이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바르바라도 외출해서 집에 없다고 한다. 엔리코는 파파코다에게 팁을 주면서 바르바라가 돌아오면 밤 아홉시에 만나자는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아니나와 바르바라. 생갈렌 무대

 

부두에 작은 어선 한 척이 들어온다. 바다에 나가서 고기도 잡고 굴이나 조개를 캐는 아미나가 타고 있다. 파파코다가 아미나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얼마 후면 우르비노의 공작인 귀도 나리가 올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면 공작의 전속 이발사 겸 수행비서인 카라멜로도 함께 올 것이라고 귀띰해 준다. 카라멜로는 아니나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아니나는 카라멜로도 온다는 얘기를 듣자 입을 삐죽하며 ‘그 사람은 괴물이야요. 뭐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어리숙한 인간이지요. 변덕스럽고 자만심도 있지만 그래도 기발한 면은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파파코다는 ‘사랑에는 어리석은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라고 대꾸해 준다. 파파타고는 아미나가 가져온 굴(frutti di mare)을 맛보면서 ‘누가 뭐래도 난 델라쿠아 부인의 예쁜 시녀 겸 요리사인 치볼레타를 너무 너무 사랑해. 굴처럼 어리석은 아가씨이지만 말이야. 가만히 앉아서 잡히기만 하니 말이야. 하지만 맛은 최고지.’라고 말한다.

 

카라멜로와 여인들

 

파파코다는 상원의원의 젊은 부인인 바르바라가 집에 돌아오자 엔리코의 메시지를 전한다. 파파코다는 바르바라로부터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별도의 팁을 받는다. 파파코다는 양쪽으로부터 팁을 받으니 그만한 돈벌이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은 아미나와 바르바라는 자매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친자매가 아니라 수양자매일 뿐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왔기 때문에 친자매나 다름없다. 아니나와 바르바라가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는 듯이 함께 어디론가 간다. 파파코다로서는 사랑하는 치볼레타와 단 둘이서만 있는 기회이다. 치볼레타는 파파코다에게 도대체 언제 결혼식을 올릴 것이냐고 따져 묻는다. 파파코다는 공작궁에서 주방장과 같은 직책을 정식으로 받으면 그때 결혼하자고 말한다.

 

상원의원들이 한나절 동안의 격론을 마친후 돌아온다. 이들은 우르비노 공작이 도착하여 베푸는 연회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우르비노 공작은 해마다 카니발 시즌이면 베니스를 찾아온다. 그런데 우르비노 공작은 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위인이다. 델라쿠아는 공작이 그의 젊고 예쁜 부인인 바르바라를 보면 눈독을 들일 것이 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바르바라를 공작의 눈에 보이지 않게 미리 저 멀리 무라노에 있는 수녀원에 보내 잠시 지내도록 할 방침이다. 마침 나이 많은 원장수녀는 델라쿠아의 숙모가 된다.

 

마침내 공작이 곤돌라를 타고 화려하게 도착한다. 전속 이발사 겸 수행비서인 카라멜로도 함께 왔다. 사람들이 공작 일행을 열렬하게 환영한다. 카라멜로는 자기가 마치 공작이나 된 듯이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공작이 준비한 선물들을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카라멜로는 경쾌한 타란텔라 춤을 추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아니나는 그런 카라멜로가 별로 달갑지 않다. 왜냐하면 요 몇 년 동안 카라멜로가 자기에게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무시한다고 생각해서이다. 아니나는 이번 기회에 카라멜로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다짐을 받을 생각이다. 그래서 둘만의 시간이 나자 결혼문제를 꺼낸다. 카로멜로는 분명히 결혼을 하긴 하지만 공작궁에서 집사 자리를 얻을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공작을 반기는 여인들

 

카라멜로는 세빌리아의 이발사인 피가로나 마찬가지로 눈치 하나는 빠르다. 주인인 공작이 바르바라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두 사람의 데이트를 성사시켜줄 요량이다. 그러면 그 공로로 집사 자리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카라멜로는 파파코다를 통해서 바르바라가 다음날 아침 9시에 곤돌라를 타고 무라노 수녀원으로 간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그런데 카라멜로가 모르는 사실도 있다. 바르바라가 모처럼 자기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엔리코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니나를 자기로 변장하여 대신 무라노 수녀원으로 보낸다는 계획은 모르고 있다. 바르바라로부터 그런 부탁을 받은 아니나는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아니나도 보통 아니나가 아니다. 일단 무라노 수녀원에 갔다가 한시간 쯤 후에 몰래 빠져나와 베니스로 돌아와서 밤에 카르멜로와 함께 카니발을 즐길 생각이다. 다만, 공작이 바르바라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다. 파파코다와 치볼레타도 주인으로부터 각각 마스크를 빌렸기 때문에 카니발에 나가서 춤을 출 준비가 되어 있다.

 

카라멜로와 바르바라, 아니나

 

공작이 나타나서 베니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기는 베니스 사람들은 무척 사랑하지만 그 중에서도 젊고 예쁜 여자들을 더 사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카라멜로가 공작에게 바르바라의 수녀원 출장계획을 일러준다. 그러면서 자기가 곤돌라 사공으로 변장하여 바르바라가 탄 곤돌라를 몰다가 수녀원으로 가지 않고 공작궁으로 몰래 데려오겠다고 말한다. 공작은 기뻐서 어쩔줄을 모른다. 공작은 이발사 겸 수행비서 하나는 잘 두었다고 생각한다. 카라멜로는 곤돌라 사공의 옷을 차려입고 모험을 하러 떠난다. 아직 해는 완전히 저물지 않았다. 공작은 델라쿠아 저택의 발코니를 바라보며 세레나데를 부른다. 델라쿠아 저택의 안에서는 바르바라와 아니나가 서로 역할을 바꾸는 준비에 여념이 없다. 두 사람 모두 눈만 가리는 카니발용 도미노 마스크를 준비한다. 두 여인은 곤돌라 사공의 노래 소리만을 기다린다. 곤돌라 사공과 미리 연락하여 도착하면 노래를 불러 신호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편, 치볼레타도 파파코다를 위해 카니발 의상을 구해온다.

 

마침내 곤돌라가 도착했는지 곤돌라 사공이 부르는 노래 소리가 들린다. 실은 카라멜로가 부르는 노래이다. 델라쿠아 상원의원이 도미노 마스크를 쓴 여자를 부축하여 곤돌라에 타도록 한다. 델라쿠아는 그 여자가 자기의 부인인 바르바라인줄로 알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공작은 어서 카라멜로가 바르바라를 데리고 오기를 오매불망 고대한다. 잠시후, 엔리코를 선두로 한 무리의 뱃사람들이 나타나서 델라쿠아 저택의 발코니 아래에서 세레나데를 부른다. 다음날이 델라쿠아의 생일이기 때문에 미리 축하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델라쿠아가 발코니에 나타나서 뱃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그런 와중에 바르바라는 엔리코와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몰래 집에서 빠져 나간다. 어느덧 베니스에 밤의 장막이 내린다. 그리고 곤돌라 사공으로 변장한 카라멜로는 바르바라로 변장한 아미나를 태우고 대운하를 유유히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 모두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하고 있다.

 

베니스의 시민들

 

2막. 공작은 공작궁에서 어서 카라멜로가 바르바라를 데리고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때 다른 상원의원들의 부인들인 아그리콜라와 콘스탄티아가 카니발 복장으로 도착한다. 부인네들은 남편들이 카니발에서 바람둥이 못된 남자를 만날지도 모르니 제발 조심하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나타난 것이다. 마침내 곤돌라가 도착한다. 공작은 상원의원들의 부인들을 포함한 다른 손님들을 무도회장으로 몰아 보내고 곤돌라를 타고 온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다. 카르멜로와 아니나가 서로 얼굴이나 확인하자면서 마스크를 벗는다. 카라멜로는 자기가 공작의 쾌락을 위해 데려온 여자가 아미나인 것을 알고는 실망 겸 놀란다. 아니나가 그런 여자인줄을 몰랐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나 아미나의 생각은 다르다. 아니나는 공작의 접대를 받아 즐겁게 지낼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긴장되면서도 유쾌한 심정이다.

 

엔리코. 하노버 무대

 

카라멜로가 할수 있는 일은 공작에게 아니나로부터 되도록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너무 가깝게 있다가는 혹시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서 곤혹을 치룰지 모른다는 경고이다. 카라멜로는 공작에게 ‘저 여자를 절대로 믿지 마세요. 할퀴고 물어뜯습니다’라고 말한다. 모두들 나가고 공작과 아니나 두 사람만 남는다. 아니나는 공작이 주책없이 집요하게 달겨들자 공작궁의 카니발에서 춤이나 추고 맛있는 것이나 먹고 즐기려던 생각이 없어지고 오히려 걱정이 된다. 그러다가 공작이 실은 오래전부터 자기, 즉 바르바라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고백을 듣고 나서는 놀람을 금하지 않을수 없다. 무도회장에서는 왈츠의 소리가 명랑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마침내 공작은 마지못해하는 아니나를 품에 안는다.

 

앙상블

 

카라멜로는 아니나와 공작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다. 아직까지도 곤돌라 사공으로 분장한 카라멜로는 공작에게 급히 전해야할 메시지가 있다고 하여 겨우 공작의 거실까지 들어갈수 있었다. 아니나는 공작에게 이곳에 둘이서만 있지 말고 어서 무도회장으로 가자고 조른다. 공작은 어쩔수 없이 아니나를 데리고 무도회장으로 간다. 카라멜로는 공작궁의 문을 열어 한 무리의 카니발꾼들이 들어오도록 한다. 그 중에는 파파코다도 들어 있다. 파파코다는 누더기같은 상원의원의 복장을 하고 있고 코도 만들어 붙였고 안경을 써서 누구인지 도무지 알수 없게 분장했다. 파파코다는 장사꾼 친구들을 모두 데리고 왔다. 공작궁에 들어온 사람들은 공작궁의 규모에 놀란다. 이들은 파파코다가 상당히 행세깨나 하는 사람인 것으로 믿는다. 파파코다는 이들에게 공작궁에서 마음껏 먹고 마셔도 좋다고 말한다. 모두들 공작의 후의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공작과 아니나와 치볼레타. 하노버 공연

 

공작은 아니나와 둘이서만 호젓하게 있고 싶다. 그런데 상원의원들이 부인들과 함께 둘러싸고 있어서 빠져 나갈수가 없다. 그중에는 델라쿠아와 그의 부인으로 생각되는 여인도 있다. 델라쿨라가 자기의 부인이라면서 공작에게 그 여인을 소개한다. 실은 델라쿠아 집에서 요리를 만드는 치볼레타가 카니발 의상으로 분장한 것이다. 공작은 델라쿠아의 부인이라고 하니까 바르바라인줄 알고 치볼레타에게 급작히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치볼레타는 자기의 애인인 파파코다를 공작의 개인 요리사로 채용해 달라고 애교를 부리며 부탁한다. 공작으로서는 손해볼 일이 아니라서 가짜 바르바라인 치볼레타의 청탁을 들어줄 요량이다. 한편, 델라쿠아는 바르바라가 이미 무라노 수녀원에 가서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함께 지내기 위해 그곳으로 갈 채비를 한다. 델라쿠아가 떠나자 공작은 아니나와 치볼레타와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공작은 만찬을 하면서 아니나와 치볼레타에게 치근대며 사랑을 받아 달라고 말한다. 카라멜로와 파파코다는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눈을 똑바로 뜨고 공작의 주변을 살핀다. 잠시후 상원의원들의 부인들이 공작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들이닥친다. 자정이 다 되어간다. 공작은 베니스공국의 군주로서 산 마르꼬 광장에 가서 카니발을 주도해야 한다. 산 마르꼬 대성당(두오모)의 종이 울리자 모두들 산 마르꼬 광장으로 향한다. 밤새도록 즐겁게 놀기 위해서이다.

 

 공작과 상원의원 부인들

 

3막. 산 마르꼬 광장(Piazza San Marco)의 대성당이 달빛에 환하게 보인다. 광장은 카니발을 즐기는 사람들로 부산하다. 하지만 카라멜로는 기분이 좋지 않다. 아니나가 공작과 시시덕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라멜로는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 생각한다. 치볼레타는 애인인 파파코다를 기다리고 있다. 파파코다에게 공작이 그를 개인 요리사로 임명하였다는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서이다. 그 소식을 들은 파파코다는 치볼레타가 공작과 어떻게 지냈기에 그렇게 되었느냐면서 치볼레타에게 잔뜩 화를 낸다. 아무튼 파파코다는 공작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러 간다. 파파코다와 함께 공작을 만난 치볼레타는 공작이 바르바라라고 믿고 만난 여인이 실은 카라멜로의 애인인 아니나라고 밝힌다. 공작을 만난 아니나는 상원의원의 부인들이라는 여인들도 실은 자기의 음모에 따라 그런 역할을 맡았던 것이라고 말한다. 모두 카니발에 흥에 겨워 그렇게 되었다는 얘기다. 그랜드 카니발의 행진이 시작됨을 알리는 팡파레가 울린다. 베니스 사람들의 이런 저런 생활상을 보여주는 화려한 행진이다. 행진이 지나가자 산 마르꼬의 비둘기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광장에 내려 앉는다.

 

 

산 마르꼬 광장에서의 카니발

 

무라노 수녀원에 갔던 델라쿠아는 그곳에 바르바라가 없는 것을 알고 실망해서 돌아온다. 잠시후 바르바라가 해군장교인 엔리코와 함께 나타난다. 엔리코는 델라쿠아에게 바르바라가 자기의 숙모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바르바라가 못된 곤돌라 사공을 만나 곤경에 처해 있었지만 자기가 구출해서 데리고 왔다고 둘러댄다. 공작은 이제 더 이상 바르바라에게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바르바라가 엔리코라는 해군장교를 조카로 두고 있을 정도라면 상당히 나이가 들었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작은 전속 이발사 겸 수행비서인 카라멜로가 자기가 곤경에 처할 때마다 느닷없이 나타나서 구원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여 카라멜로를 집사로 임명한다. 그렇게 하여 카라멜로는 아니나와 결혼할수 있게 되고 파파코다는 치볼레타와 결혼할수 있게 된다. 카니발꾼들은 밤새 흥겹게 놀기 위해 다시 모여드는 중에 막이 내린다.

 

베니스의 산 마르꼬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