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명테너

스타중의 스타 비토리오 그리골로

정준극 2013. 10. 31. 10:29

비토리오 그리골로(Vittorio Grigolo)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이탈리아 테너 - 세군도 파바로티노

 

테너 비토리오 그리골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오페라 무대는 스리 테너스(Three Tenors)가 장악했었다. 그러다가 파바로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도밍고도 나이가 들어서 이제는 테너보다는 바리톤으로 활력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카레라스는 이미 거의 무대에 서지 않고 있다. 세계의 오페라계는 오래전부터 새로운 테너들의 출현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었다. 2000년대에 접어 들면서 몇 명의 신예 테너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요나스 카우프만(Jonas Kaufmann),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Juan Diego Florez), 롤란도 빌라존(Rolando Villazon) 등이 대표적이었다. 모두 그만그만한 나이들이었다. 카우프만은 1969년생이고 빌라존은 1972년생이며 플로레즈는 1973년생이다. 그런데 카우프만은 독일 출신이고 빌라존은 멕시코 출신이며 플로레즈는 페루 출신이다.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출신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아쉬워하고 있을 때에 등장한 인물이 이탈리아의 비토리오 그리골로이다. 이상의 세 사람들보다는 훨씬 젊은 테너이다. 그만큼 전도가 유망한 인물이라고 말할수 있다. 그리골로의 출현은 이탈리아로서 오페라 테너의 종주국이라는 체면을 지켜주는 귀중한 일이었다.

 

비토리오 그리골로(Vittorio Grigolo)는 1977년 생이므로 2013년으로 36세이다. 근자에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테너이다. 그는 우선 잘 생겼다. 영화배우는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미남이다. 그리고 당연히 미성이다. 한마디로 감미롭다. 고음이 나오는 노래에서 활세토를 사용하지 않고 피아노시모로 부를 때에는 정말 환상적이다. 그가 부른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라든지 '여자의 마음'은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조리게 하는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에게는 수많은 팬들이 있다. 주로 여성팬들이다. 아무튼 요즘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오페라 테너이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20년은 문제없이 세계의 오페라 무대를 정복할 테너로 보이는 인물이다. 그리골로는 이탈리아의 아레쪼라는 마을에서 태어났으나 자라기는 로마에서 자랐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리골리는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노래도 배웠다. 그래서 4살 때부터는 아예 성악공부를 할 정도였다. 이런 얘기도 있다. 그리골리가 아홉 살때에 엄마를 따라 안과 병원에 갔었는데 마침 옆 방에서 누가 '아베 마리아'를 부르고 있었다. 그것을 듣고 있던 그리골리는 자기 나름대로 '아베 마리아'를 편곡하여 기가 막히게 불렀다. 노래를 불렀던 사람은 병원장의 아버지였다. 그 노인은 그리골리의 노래를 듣고 나서 너무 감동해서 그리골리에게 어서 바티칸의 시스틴 성당 성가대의 오디션을 보라고 권면했다. 얼마후 어린 그리골리는 바티칸의 시스틴 성당 성가대의 솔로이스트가 되었다. 그리골리는 시스틴 성당의 스콜라 푸에로룸(Schola Puerorum)에서 5년동안 성악 공부를 했다.

 

비토리오 그리골로

 

그리골리는 13세 때에 로마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되는 '토스카'에서 목동을 맡아 출연한 일이 있다. 아마 첫 오페라 출연일 것이다. 그때 카바라도시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였다. 어린 그리골리는 파바로티와 친하게 지내면서 그의 흉내도 곧잘 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리골리를 보고 '세군도 파바로티노'(II Pavarottino: 어린 파바로티)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리골리는 18세 때에 뜻한바 있어서 비엔나 슈타츠오퍼의 멤버가 되었다. 그리고 23세 때에는 밀라노의 라 스칼라의 멤버가 되었다. 비엔나의 슈타츠오퍼이건 밀라노의 라 스칼라이건 그리골리는 가장 나이가 어린 멤버로 기록되고 있다. 그리골리는 역시 젊은이 답게 경주용  자동차에 대하여 관심이 컸다. 그래서 프리-3000 포물라의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 그러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후로부터는 경주용 자동차를 다시 타지 않았다. 그리골리의 오페라 레퍼토리는 대단히 폭이 넓다. 서정적이면서도 재치있고 명랑한 역할, 그리고 동정받는 역할은 모두 그의 것이었다. 다만, 얄미운 바람둥이 노릇도 빠지지 않았다. 예를 들면 '리골레토'에서 만투아 공작의 역할이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리골리 때문에 정말로 진짜 만투아 공작을 만나보게 되었다고 하면서 박수를 보냈다. 아무튼 파바로티와는 상당히 다른 만투아 공작이었다. 그리골리의 단골 역할은 '세빌리라의 이발사'에서 알마비바 백작, '사랑의 묘약'에서 네모리노,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 '여자는 다 그래'에서 페란도, '파우스트'의 타이틀 롤 등이다. 그런가 하면 근자에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토니 역을 맡아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파우스트'의 비토리오 그리골로

 

비토리오 그리골로가 얼마나 인기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랑을 받고 있는지는 그의 최근 활동을 보면 알수 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활동 실적을 보면 다음과 같다. 2005년에는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 '리골레토'의 만투아 공작을 맡았다. 대단한 갈채를 받았다. 2006년에는 바르셀로나의 리체우에서 '오텔로'의 카시오를 맡았다. 2007년에는 로마 오페라극장에서 레하흐의 '유쾌한 미망인'(La vedova allegra)의 카미요 드 로시용을 맡았다. 그리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성모애상)의 테너 솔리스트를 맡았다. 또한 2007년에 로마 오페라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를 맡았고 같은 해에 워싱턴의 케네디 센터에서는 '라 보엠'의 로돌포를 맡았다. 이어  2009년에 프랑스의 도랑주 고대극장과 베니스의 라 페니에서도 알프레도를 맡았으며 2009년과 2010년에는 베를린의 도이체 오퍼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았다. 2008년에는 취리히 오페라 하우스에서 '람메무어의 루치아'의 에드가르도를 맡았고 같은 해에 제네바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돈 카를로'의 타이틀 롤을 맡았다. 2010년에는 만투아에서 라이브로 '리골레토'의 영화에 출연했다. 이 '리골레토'는 이탈리아 전역은 물론 세계 148개 국가에서 방송되었다. 2010년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라 보엠'의 로돌포로서 다시한번 그리골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으며 또한 그애해 취리히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호프만을 맡았다. 최근인 2013년에는 역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리골레토'를 다시 보여주어 대단한 갈채를 받았다.

 

'라 트라비아타'에서 소프라노 베르나르다 보브라(비올레타)와 함께

                   

이상의 공연은 비토리오 그리골로의 대표적인 공연만을 소개한 것이므로 그가 다른 역할들을 맡은 것은 소개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비토리오 그리골로가 레퍼토리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베르디의 작품으로서는 '활슈타프'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일 코르사로' '일 트로바토레'. 도니체니의 작품으로서는 '사랑의 묘약' '돔 세바스티아노' '돈 파스쿠알레' '라 화보리타' '연대의 딸' '람메무어의 루치아', 벨리니의 작품으로서는 '청교도' '캬퓰레티가와 몬테키가'가 있고 찬도나이의 작품으로서는 '리미니의 프란체스카'가 있다. 또한 푸치니의 작품으로서는 '제비' '라 보엠' '자니 스키키'가 있다. 이어 구노의 '파우스트',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와 '여자는 다 그래', 칠레아의 '아를르의 여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마스네의 '베르테르', 마스카니의 '친구 프릿츠', 레오 들리브의 '라크메', 레오나드 번슈타인의 '캔다이드'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프란츠 레하르의 '메리 위도우', 자크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등이다.

 

'리골레토'에서 만투아 공작. 뉴욕 메트로폴리탄 공연에서 최고의 박수를 받았다.

 

비토리오 그리골로는 음반(CD)도 여러 개를 냈다. 2006년에 내놓은 것은 솔로 앨범인 In the Hands of Love(사랑의 손에서)라는 타이틀의 것이었다. 팝과 오페라를 혼합한 노래들이었다. 그는 그것을 파페라(Popera)라고 불렀다. 오늘날 파페라라고 하는 신조어는 짐작컨대 그리골로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앨범은 나오자마자 영국 톱 10 팝 챠트의 6위를 차지하였다. 이 앨범에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나오는 마리아, 스티비 원더의 All In Love Is Fair, 캐서린 젠킨스와의 듀엣인 You Are My Miracle(그대는 나의 기적)이 수록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이 앨범의 타이틀을 단순히 Vittorio 라고 붙였다. 비토리오 그리골로는 2007년에 헤일리 웨스텐라(Hayley Westenra)와 함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녹음했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50주년을 기념하여 레오나드 번슈타인 재단의 지원을 받은 것이었다. 그리골로와 웨스텐라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영국에서 클래식 FM 챠트의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2008년 그래미상 최우수 뮤지컬 쇼 앨범 분야의 후보로 올라갔었다. 그리골로는 여러 상을 받았지만 대표적인 것은 2006년에 EU로 부터 공로상을 받은 것이다. 유럽의 레코드 산업에 기여한 공로때문이었다. 리골로는 2010년에 두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내놓았다. The Italian Tenor(이탈리아 테너)라는 타이틀이었다. 이 앨범은 2010년 클래식 FM에서 가장 우수한 레코딩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2011년에는 Arrivederci(아리베데르치)라는 타이틀의 CD를 내놓았다.

 

미국에서 발매된 '비토리오' 타이틀의 CD